[웰다잉 오디세이 2026] 1. 죽음이란 무엇인가

D-29
화제로 지정된 대화
■■■■<죽음이란 무엇인가> 1월 3주차 ■■■■ ● 함께 읽기 기간: 1월 15일(목) ~ 1월 21일(수) ● 함께 읽기 분량: 8장~12장 지난 한 주간 '나라는 존재의 실체'를 찾는 험난한 여정을 함께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오역의 벽을 넘어 서로의 해석을 징검다리 삼아 건너가는 여러분의 모습에서, AI가 줄 수 없는 인간 지성의 집요함(?)과 연대의 힘을 느끼며 개인적으로도 많이 놀랐습니다. 이번 주 우리가 마주할 8장부터 12장까지는 논의의 중심이 ‘죽음의 가치 판단’으로 이동합니다. 죽음이 왜 나쁜지(박탈 이론), 영생이 과연 축복인지, 그리고 우리가 죽음을 대할 때 가져야 할 태도는 무엇인지에 대해 매우 논리적이고도 파격적인 질문들을 던집니다. 이제 반환점을 돌아 중반부의 가장 뜨거운 지점을 지나고 있는데요, 다루는 장수는 많지만, 실질적인 분량이 많지는 않으니 걱정하지 마세요. 앞선 이론들을 바탕으로 '삶과 죽음의 가치'를 다루기에 오히려 더 흥미진진하게 읽히실지도 모르겠습니다. 혼자라면 금세 지쳐버렸을 이 철학적 행군이 끝까지 즐거울 수 있도록, 이번 주도 서로의 사유를 아낌없이 나누어 주세요. 우리가 남긴 이 문장들이 죽음이라는 미지의 세계를 밝히는 작은 등불이 되었으면 합니다.
ㅎㅎㅎ 정말 집단지성의 힘을 느끼며 읽고 있어요. 아무리 10년이 지났기로서니 이렇게 재독이 처음 읽었을 때랑 별 다를 바 없다니..;; ㅎㅎㅎ 그래도 여러분의 도움으로 어찌어찌 읽어가고 있습니다. '다루는 장수는 많지만, 실질적인 분량이 많지는 않으니'에 공감 갑니다. 실제적 내용은 그렇게 많지 않은 듯해요. 어두컴컴한 밤길을 하이빔 키고 야간운행하는 기분이었지만.. 계속 달려보아요!
이 표현 너무 딱이잖아요! 전 특히 시력에 문제가 있어서 밤길 운전은 쥐약이거든요. 특히 불빛 하나 없는 시골길은 더더욱 그래요. 마치 끝이 안보이는 시골 밤길을 운전하는 느낌이에요, 요즘. 🙄
대댓 단다는 걸;;
죽임을 당하지 않을 권리는 ‘인격박탈’을 당하지 않은 권리, 즉 나의 인격이 파괴당하지 않을 권리와 엄연히 다른 것이다. 인격을 박탈당하지 않을 권리가 진정한 형태의 권리라면, 인격을 이미 상실한 상태에서 살아있는 심장을 꺼내는 것은 얼마든지 허용 가능한 행위로 간주할 수 있다.
죽음이란 무엇인가 - 예일대 최고의 명강의 10주년 기념판 셸리 케이건 지음, 박세연 옮김
우리는 이런 반론을 다양한 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한 가지 사례로 프로이트(Sigmund Freud)의 저작을 들여다보자. 그는 이렇게 말했다. “결국 한 사람의 죽음은 상상의 범위를 넘어서 있고, 이를 상상하려고 할 때마다 자기 자신이 한 사람의 관객으로 끼어들어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그러므로 심리분석 차원에서 이렇게 이야기할 수 있다. 사실은 어느 누구도 자신의 죽음을 믿지 않는다. 또는 이렇게 표현해도 좋다. 우리 모두는 무의식 속에서 자신의 불멸을 확신하고 있다.”
죽음이란 무엇인가 - 예일대 최고의 명강의 10주년 기념판 셸리 케이건 지음, 박세연 옮김
저 이 부분 읽으면서 '와.. 역시 프로이트군.. 앞에서 이러쿵 저러쿵 했던 걸 이렇게 간결하고 명료하게 표현하디니!'했다가 조금 있다가 이것의 논리적 허점을 들춰내서 배신감 느꼈다는..ㅋㅋㅋ 그래도 무의식 속에서 자신의 불멸을 확신한다는 말도 어느 정도 진실을 담고 있는 듯합니다. 비록 실제적이지는 않아도 무의식적으로는..;
저도 같은 기분이었습니다. 와, 프로이트 엄청 똑똑한데? (30초 뒤) 궤변이었잖아! 케이건 교수님 엄청 똑똑한데? ^^
ㅋㅋㅋ 이 책을 읽으면서.. 아 내가 고대그리스인이었으면 궤변론자 소피스트들에게 엄청 돈 뜯기고 사기당하고 살았겠지..라는 생각을..;;
저는 @borumis 님 말씀을 듣고 나서야 같은 생각을... 근데 별 수 없이 당했을 거 같습니다. ^^
(6장 - 정말로 중요한 가치는 무엇인가) - '내가 주목하고 있는 질문은 "내가 생존해 있을 것인가?"가 아니라 "생존을 통해 내가 원하는 가치를 얻을 수 있을까?"이다. 여기서 중요한 사실은 "단지 동일한 몸을 갖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는 내가 원하는 가치를 얻을 수 없다.'는 것이다. > '므두셀라 사례'를 들며 200년을 넘게 사는 '원래의 이름도 예전의 기억도 잃어버리고 성격(작가의 말을 빌리면 인격)도 확연히 달라져 버린 '나'라는 존재는 지금의 나와 같은 사람이라 말할 수 없다고 작가는 말합니다. '현재의 나와 전혀 비슷하지 않은 존재'인 '미래의 나'에게서 '내가 원하는 가치를 얻을 수 없을'거라고 말하는 작가의 말에서 제가 발견한 문제점은 이것입니다. 사춘기 시절 제가 가장 매달렸던 문제는 '나는 왜 태어났는가'였습니다. 아무리 궁리를 해도 과학적 답변 외엔 알 수가 없었습니다. 도대체가 풀리지 않는 수학 문제처럼 눈 딱 감고 넘겨버리니 또다른 문제가 저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사람은 무엇을 위해 사는가.' 제가 맞이한 이 문제와 같은 제목의 소설을 읽고 나면 '사람은 사랑으로 산다'는 톨스토이의 생각을 접할 수 있습니다. 과연 그럴까요. 당시 저는 사랑에 대해 그리 긍정적 평가를 하고 있지 않았습니다. 꼬리가 꼬리를 무슨 생각의 시간이 제법 지나고 나서야 저는, '사람이 사는 이유'에 대해 제 스스로 납득할 만한 답을 찾았습니다. "인간은 혼자 살 수 없는 존재여서 (어쩔 수 없이) 집단을 이루고 산다. 개개인의 작은 욕망과 시기와 이기심으로 채워진 집단은 크기가 커질수록 많은 문제점을 야기시켰고 결국 불쾌하고 더럽고 악취가 난다. 인간이 함께 생활을 하게 된 이유는 생존을 위한 것이었지만 집단 생활은 결국 개인의 생존까지 위협하는 상황이 되었다. 인간은 이제 집단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를 결정해야 한다." 제가 찾아낸 결론은 '사람은 세상을 아름답고 더 발전시키기 위해 살아간다.'였습니다. 스무 살 무렵의 제가 추구하던 가치는 '나 자신'이었습니다. 타인에게 손해나 불쾌감을 주지 않는 선에서 내가 하고 싶은 일, 원하는 일에 몰두하였습니다. 첫아이를 낳고 나서 제 모든 가치의 방향은 아이에게로 향했습니다. 아이의 눈길과 손길과 표정과 행동에 모든 가치를 부여하였습니다. 아이의 모든 것이 부드럽게 반짝거리기를 바라며 제 시간과 공을 들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아이들이 다 크고 난 지금, 저는 다시 제 자신에게 가치를 두고 있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나와 내가 속한 사회'라는 게 맞겠습니다. 아이들은 스스로가 속한 사회를 아름답게 만드는(그 영향이 작든 크든) 존재로 성장했고 저는 엄마라는 행복하지만 무거운 자리에서 방향을 틀어 조금은 고요하고 아늑한 길을 걷는 중입니다. 길을 가다 외로워 보이는 누군가를 만나면 속도를 늦춰 안부를 묻고 다리가 불편한 이가 도움을 청하면 다리를 주물러 주고 누군가 떨어뜨린 지갑이나 가방이 보이면 주워 눈에 띄도록 바위 위에 놓거나 가까운 파출소까지 가져다 놓는..... 그런 사소하지만 필요한 일을 하면서 말입니다. 작가가 간과한 점은, 지금의 내가 생각하는 가치는 경험이나 시간에 따라 변화한다는 것입니다. 이백 년 아니 칠백 년 동안 과연 같은 가치관을 갖고 살아갈 수 있을까요. 주변을 돌아보는 시선은 물론 나를 들여다 보는 시선조차 바뀌는 게 당연하지 않을까요. 그 긴 세월 동안 아무 것도 바뀌지 않는다면 그런 존재를 과연 온전하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작가는 '내가 원하는 건 지금 나와 '비슷한' 인격을 유지하면서 생존하는 것이다.'라고 말하지만 예수나 부처가 아닌 이상, 그런 온 인류에 대한 어마어마한 애착(저는 사랑보다는 이런 표현이 적절하다고 생각합니다만)을 갖고 태어나지 않은 이상, 그건 불가능하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따라서, 오래된 기억을 잃든 이름을 잊어버리든 성격이 변하든 그 존재는 '나'일 수 밖에 없습니다. 치매에 걸린 우리의 부모님을 우리가 아직도 앞으로도 그리고 돌아가시고 난 후에도 '어머니, 아버지'라고 부르듯 말입니다.
저는 7장부터 그랬지만, 8장을 읽으면서 점점 더 흥미진진해 지기 시작했습니다.^^;; 앞서 험난한 논리적 향연을 넘어, 이제 어떤 통찰이라고 부를 만한 것들을 찾아 해매는 듯한 느낌이네요.. 8장은 그냥 전 이렇게 받아 들였습니다. 너도 무의식적으로 죽지 않는다 생각하는 것 아니냐, 홀로 죽느니 그런 뭔가 심오한게 있을법한 소리 하지 말고, 반드시 죽으니 가장 가까운 소중한 사람들에게 잘해라.요..ㅎㅎ
그렇다면 이 놀라운 주장은 정확하게 어디서 잘못된 걸까? 해답을 얻기 위해 여러분은 두 가지를 이해해야 한다. 첫째, 우리가 어떤 그림을 볼 때 내가 그 그림을 ‘보고 있다’고 하는 객관적인 사실과, 자신이 그림 ‘내부에 포함돼 있다’는 사실을 분명히 구분해야 한다. 둘째, 그림은 언제나 특정한 위치와 특정한 각도에서 바라볼 수밖에 없다.
죽음이란 무엇인가 - 예일대 최고의 명강의 10주년 기념판 셸리 케이건 지음, 박세연 옮김
우리가 정작 주목해야 할 질문은 “생존을 위해 무엇이 필요한가?”가 아니라, “정말로 중요한 가치는 무엇인가?”가 돼야 할 것이다. 물론 일반적인 상황에서 중요한 것을 얻기 위해서는 생존이 선행돼야 한다. 생존해 있어야만 우리는 뭔가를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이론적 차원에서 우리는 생존과 가치를 구분할 수 있다. 그리고 그 중에서 적어도 내게 더 중요한 것은 생존 그 자체가 아니라, 비슷한 인격을 가지는 것이다(물론 모든 상황에서 가장 중요하다는 의미가 아니라 생존과 관련해 중요하다는 뜻이다).
죽음이란 무엇인가 - 예일대 최고의 명강의 10주년 기념판 p. 240, 제6장 | 나는 영혼인가 육체인가 인격인가, 셸리 케이건 지음, 박세연 옮김
물리주의자들의 시선에서 죽는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이제 나는 이 질문에 대한 답을 구해보려고 한다. 그리고 이 질문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또 다른 질문, “나는 언제 죽을 것인가?”에 대해 먼저 생각해 봄으로써 그 대답에 접근해보고자 한다.
죽음이란 무엇인가 - 예일대 최고의 명강의 10주년 기념판 p. 243, 제 7장 | 죽음의 본질에 관하여, 셸리 케이건 지음, 박세연 옮김
죽을 운명에 직면할 때, 그래서 자신이 죽을 거라는 사실을 진심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 때, 우리는 인생의 우선수위를 바꾸고 비로소 생존경쟁의 쳇바퀴 속에서 벗어나고자 한다.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들과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자신에게 더 가치 있는 일을 하고자 한다. 이 말이 사실이라고 해보자. 그런데 사람들 대부분 경쟁에서 이기고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 노력하는 반면, 정말로 소중하게 여기는 일에는 별로 시간을 투자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우리는 이미 잘 알고 있다. 가족과 친구들에게 그들이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 자신이 그들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말하지 않는다.
죽음이란 무엇인가 - 예일대 최고의 명강의 10주년 기념판 277-278, 셸리 케이건 지음, 박세연 옮김
이반 일리치의 죽음을 웰다잉 오디세이에서 앞으로 읽게 될 예정이라는데 여기서 벌써부터 접하게 되네요.. ㅎㅎㅎ '톨스토이는 이반 일리치가 사실은 아주 '보편적인' 인간이라는 점을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다.'라고 썼는데 흠.. 저는 이반 일리치가 소리지르는 것보다 저 문장들이 더 와닿더라구요. 예전에 뇌출혈로 인해 중환자실에 가서 가족에게 극T인 제가 극F 갬성의 편지를 썼죠.. 하지만 그 후 또다시 2차 뇌출혈이 터져서 제4뇌실까지 출혈이 꽉 차게 되서 (4뇌실까지 꽉 차서 brain stem을 누르기 시작하면 그때 뇌사상태에 빠지는 거죠) 응급수술 들어가기 직전 비슷한 다짐을 했죠. 하지만 결국 회복 후 다시 비슷한 덤덤한 제 모습으로 돌아오긴 했습니다..^^;;;
가령 내가 고차원적 인지 기능이 완전히 마비되는 끔찍한 질병에 걸렸다고 상상해보자. 하지만 B 기능은 이후 몇 달 또는 몇 년 동안 정상적으로 작동한다. 물론 결국에는 B 기능도 멈추겠지만, 그래도 P 기능이 정지된 후 상당 기간 동안 B 기능은 정상 작동한다. 그림 20이 바로 이런 경우를 설명하고 있다. (…) D단계에서 P기능과 B기능은 서로 다른 상태다. P 기능은 B 단계 마지막에 멈추지만, B 기능은 D 단계의 마지막까지 이어지고 있다. 그렇다면 이런 경우 죽음의 순간은 언제인가? 이와 같은 특수한 상황에서 나는 대체 언제 죽는 것인가? 두 가지 답변이 가능하다. 그 각각의 시점에다가 마찬가지로 별표를 해뒀다. 두 시점은 P 기능이 멈추거나 B 기능이 멈추는 순간을 말한다. 여기서 흥미로운 점은 우리가 육체 관점을 받아들이느냐 인격 관점을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죽음의 순간이 달라진다.
죽음이란 무엇인가 - 예일대 최고의 명강의 10주년 기념판 p. 246, 제7장 | 죽음의 본질에 관하여, 셸리 케이건 지음, 박세연 옮김
이 사실은 우리에게 무슨 말을 들려주고 있을까? 그건 아마도 우리 모두가 자신이 언제가 죽을 거라고 스쳐지나가듯 말하지만, 근본적인 차원에서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는 사실일 것이다. 그런 믿음은 절대 살아있는 믿음이 아니다. 사람들은 자신의 죽음에 대해 ‘일관적인’ 믿음을 갖고 있지 않다.
죽음이란 무엇인가 - 예일대 최고의 명강의 10주년 기념판 278쪽, 셸리 케이건 지음, 박세연 옮김
꼬마였을 때 오히려 죽음을 더 많이 생각하고 믿었던 것 같아요. 밤에 잠들기 전에 죽음이라는 걸 생각하면 무서웠거든요. 언젠가는 나의 존재가 거짓말처럼 없어져 버리고, 내 생각도, 내 느낌도 모두 사라져 버린다는 사실이 너무 무서웠어요. 더 나이를 먹고 나서부터는,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살았던 것 같아요. 죽음에 대한 생각도, 좋은 삶에 대한 생각도 없이…. 노년도 죽음도 마치 내게는 영원히 오지 않을 것처럼 착각하거나, 그냥 아예 생각을 안 하고 살았지요. 아니면 생각하고 싶지 않았거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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