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다잉 오디세이 2026] 1. 죽음이란 무엇인가

D-29
실은 이건 성경이나 다른 지침서 뿐만 아니라 어떤 책이든 어느 정도 적용되는 것 같다. 실제로 어떤 철학이나 문학 책을 읽는다고 해서 우리가 세상을 보는 방식이 그렇게 달라질까? 아니면 우리는 자신의 의지와 신념 속에서 이미 받아들인 것을 선별하고 확인하는 것 뿐일까?
그리고, 491쪽의 오역도 지적하면: '그런데 내가 내 '자신'을 죽이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는 사실이 내가 한 '인간'을 죽이려고 계획하고 있다는 사실을 도덕적으로 완전히 부당한 것으로 만들어버리는지는 이해하기 어렵다.' 여기서 번역가가 '도덕적으로 완전히 부당한 것'이라고 번역한 게 원문에서는 morally irrelevant라고 되어 있으니 '도덕적으로 완전히 부당한'게 아니라 '도덕적으로 완전히 무관한'이라고 번역하는 게 맞습니다. 부당한 것은 unjust, unfair의 의미이고 여기서는 도덕적으로 상관이 없다는 의미로 쓴 거니까요. 즉, '그런데 내가 내 '자신'을 죽이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는 사실이 내가 한 '인간'을 죽이려고 계획하고 있다는 사실을 도덕적으로 완전히 무관한 것으로 만들어버리는지는 이해하기 어렵다.'
고맙습니다. 의미가 완전히 반대가 돼버리는 번역이네요.
예전에 원서로 읽어서 이번에 한국어로 읽어보고 싶어서 밀리의서재 전자책으로 읽어봤는데... 뭔가 좀 이상하다 싶으면 자꾸 원서를 찾아보게 되는 버릇이 들게 만드네요..ㅋ
실은 마지막 챕터가 끝나는 지점에서 다시 중요한 질문을 묻고 마는데요. '누군가 자살을 생각하고 있을 때, 우리는 무슨 이야기를 들려줘야 할까?' 언제나 그래왔듯이 질문에서 정해진 답은 없습니다. 제 친구도 그렇고 아들도 한 때 자살을 고민한 적이 있었고 저는 되도록 감정적이 되지 않고 차분히 이것에 대해 이야기해보기도 했어요. 단순히 불치병이나 안락사 등이 아니라 자살은 어느 나이든 어느 사회적 상황에서나 접할 수 있는 문제이기 때문에 이건 중요한 질문이라고 생각하는데요.. 문제는 여기서도 완전하거나 구체적이진 않고 아주 개론 단계의 핵심 질문만 다루기 때문에 결국 더 깊은 토론은 다른 책을 통해 고민해봐야할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확실한 것은 이런 문제를 그저 '너 미쳤니? 그건 잘못된 생각이야!'라고 터부시하고 무시하고 부정하는 것보다 이것에 대해 진지하고 차분하게 얘기하는 것이 그들에게 더 도움이 되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불치병이나 안락사 뇌사 등의 문제도 실은 제 직업이나 개인적 건강문제도 있지만 다른 사람들도 갈수록 고령화되어가는 사회 속에서 좀더 심각하게 고민해봐야 할 문제같습니다. 다만 이 책은 너무 개론적이고 좀 명확한 정답을 구하기 위한 책은 아니구요.. 무엇보다 오타와 오역이 많아서 전 번역서는 다른 분들께 권하고 싶지 않을 것 같습니다. 예전에는 그래도 여기 나온 철학 원저들을 안 읽은 상태에서 읽어서 어려운 점이 많았는데 이번에는 반대로 좀더 깊이 들어가서 아쉬움이 남긴 하네요. 그만큼 10여년 사이에 제 인생도 많이 달라지기도 했구요. 완독하신 분들도 완독하지 않으신 분들도 다른 책들을 통해서라도 죽음, 그리고 실은 앞으로의 삶을 어떻게 살아갈 지에 대해 생각해 볼 기회가 되었다면 좋겠네요.
정말로 중요한 건 이것이다. 우리는 죽는다. 때문에 잘 살아야 한다. 죽음을 제대로 인식한다면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행복한 고민을 할 수 있다.
죽음이란 무엇인가 - 예일대 최고의 명강의 10주년 기념판 501, 셸리 케이건 지음, 박세연 옮김
드디어.. 완독.. 책 부수가 남는 것을 바라보며 이 시간이 끝나가는구나 하며 아쉬어 하기보단, 빨리 해치워버리고 싶다는 기분으로 읽긴 했습니다만, 마지막은.. 정말 특수한 경우가 아니라면 자살은 적절치 않고, 한번뿐인 인생.. 질적 성취를 위해 '잘' 살아보자!! 로 정리해 보았습니다. 잘.. 이 어렵겠죠.. 긴 논의였지만 어찌 보면, 원리적인 진리를 찾는다기 보단, 상식적인 우리의 이야기를 발견한 느낌입니다. 미래에 전제조건이 어떻게 바뀔지 모르겠지만요.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경험 기계 속 인생으로부터 여러분은 삶이 가져다주는 가치 있는 ‘모든’ 것을 얻을 수 있을까? 정말로 ‘모든’ 것을 얻을 수 있을까? 그것은 인간 존재의 가능한 ‘최고’ 형태의 삶이 될 수 있을까? 쾌락주의자라면 그렇다고 대답할 것이다. 바람직한 형태의 경험 파일을 다운로드만 한다면 경험 기계 속의 삶은 그야말로 ‘완벽’하다. 이 가상의 사례에서 여러분은 엄청난 쾌락과 환상적인 경험들로 이뤄진 최고 수준의 삶을 살아갈 수 있다. 경험 기계로부터 우리는 그 모든 것을 얻을 수 있다. 쾌락주의에 따르면 이 기계 속에서 최고의 쾌락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이보다 더 나은 삶을 상상할 수 없다. 하나도 부족함이 없는 삶이다.
죽음이란 무엇인가 - 예일대 최고의 명강의 10주년 기념판 셸리 케이건 지음, 박세연 옮김
우리 모두는 성취를 가치 있게 여긴다. 하지만 ‘모든’ 성취가 똑같이 가치 있는 건 아니다. 누군가 미국 동부에서 가장 거대한 고무 밴드 공을 만들어보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이를 정말로 해냈다면, 그에게 분명히 성취가 될 것이다. 하지만 인생을 특별히 가치 있게 만들어주는 그런 형태의 성취라고는 볼 수 없다. 그러므로 여기서 우리는 일상적인 성취와 진정으로 가치 있는 성취를 구분하는 기준을 세울 필요가 있다.
죽음이란 무엇인가 - 예일대 최고의 명강의 10주년 기념판 셸리 케이건 지음, 박세연 옮김
마찬가지로 모든 지식이 똑같이 가치 있는 것은 아니다. 자신의 존재 가치를 깨닫고 물리법칙을 이해하는 일은 1984년 방콕의 평균 강수량을 아는 것과는 다르다. 방콕 강수량에 대한 지식은 여러분의 인생을 가치 있게 만들어줄 형태의 지식은 아니다. 그러므로 여기서도 우리는 사소한 지식과 진정으로 가치 있는 지식을 구분하는 기준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죽음이란 무엇인가 - 예일대 최고의 명강의 10주년 기념판 셸리 케이건 지음, 박세연 옮김
물론 그런 기준을 설정하는 작업은 그리 간단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기준을 세웠다고 가정해보자.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점은, 단지 갈망하는 경험을 내면적으로 느끼는 삶보다 더 나은 삶이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이를 위해서는 진정한 가치를 담고 있는 성취와 지식 그리고 인간관계가 필요하다. 즉, 우리가 갈망하는 외적 경험이 필요하다. 최고 형태의 삶을 위해서는 ‘내적인’ 경험뿐만이 아니라 ‘외적인’ 경험도 필요한 것이다.
죽음이란 무엇인가 - 예일대 최고의 명강의 10주년 기념판 셸리 케이건 지음, 박세연 옮김
와..이렇게 죽음이란 무엇인지 모르는 채로 끝나버리다니 ㅠ (분하다?) 매일 들고 다니면서 책의 표지를 학대해온 사람으로서 죽음은 미뤄진 질문이 되어버렸습니다.. 다음 책 가볼 수 있을까요?
ㅋㅋㅋ 결론은 잘 살아보세~ 그런데 대체 어떻게 살아야 잘 살아가는 건가?
'삶이란 무엇인가'인지 '인생이란 무엇인가'인지란 책도 있던데 쩝 소크라테스 님을 얼른 소환해야 할 거 같습니다. 이 책 작가분은 죽음에 대한 본인 취향 많이 말씀하시네요 ㅎㅎ
아, 근데 플라톤의 대화편들을 읽어보면 소크라테스도 나름 꽤 짜증돋게 하는 캐릭터라는 걸 깨닫게 되고 왜 아테네에서 다들 얘를 잡아먹지 못해서 안달이 났는지 알 것 같다는;;ㅋㅋㅋㅋ
ㅎㅎ 좀 집요하죠? 그래도 전 소크라테스가 근본적인 질문들에 다가가는 방식이 마음에 들었어요. 태도도 기본 겸손한 것 같고요. 번역을 그렇게 하신 건지 모르겠지만요. 제가 젤 좋아하는 '천재 유교수의 생활'이란 만화가 있는데, 한국어 버전으로는 너무나 예의 바른 교수님인데, 일본어 버전에서는 반말에 명령하는 말투라 정말 실망해서 한국어 버전으로 사 모았거든요. 진실에 다가가는 일은 인류의 공통과제네요! 컥
어머나! 저 '마스터키튼'만큼 좋아하는 게 '천재 유교수의 생활'이에요! 둘다 저희 집안 가보;; 그렇군요, 전 아직 일본어로는 안 읽었는데 그렇게 다른 느낌이군요. 정말 의외에요. 완전 영국신사같은 분위기였는데;; 설날에 오사카에 가는데 혹시 원어로 볼 수 있으면 읽어보고 싶네요. 어쩌면 일본의 대학교수 문화 때문에 그럴지도 모르겠네요. 반면 마스터 키튼은 정말 정중하게 얘기할 것 같긴 해요. 맞아요. 소크라테스는 아주 겸손하고 공손하게 접근하지요.. "어머나~ 그러신가요? 전 정말 아무것도 몰라서 묻는 건데.."라고 접근하긴 하는데.. (그게 실은 다 소피스트들을 위한 덫이라는!!) 나중에 궤변을 콱 막히게 하고 소피스트들이 어쩔줄 모르는 걸 은근 즐기는 능글맞음이 있는 듯해요.. ㅎㅎㅎ 번역이 아니라 실제로 그런 걸 노리는 것 같아요!
전 우라사와 나오키 작품은 기본 다 좋아했어요. 몬스터랑 21세기소년을 가장 좋아했지만 둘다 끝을 못봐서 모르네요. 그나저나 이 책의 결론이 너무나 궁금합니다. 제가 생각했던 죽음의 관점이 이렇게나 달랐다니
다음 책이 얇고 가독성 높고 실용적이라는 후문입니다... ㅠ.ㅠ
기대됩니다! 안그래도 읽어보려고 찜해뒀던 책이라..^^ 장작가님 추천사도 있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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