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다잉 오디세이 2026] 1. 죽음이란 무엇인가

D-29
헉 전 근데 러닝하면 힘들어서 그런지 그런 생각은 커녕 별 생각이 없어지는데..^^;;; 제가 너무 생각없이 뛰었나봅니다..
제 생각에는 번역가 분이 생략하다 뭘 놓친 건지 이해를 잘 못 하고 번역한 건지..;;; double negative 문장구조 때문에 헷갈린 건지.. 아무튼 이번에 한글 번역판을 보고 매우 안타깝네요..;;
지금의 ‘나’는 불과 2시간 전에 없었던 새로운 기억을 갖고 있다. 그리고 20분 전에, 심지어 20초 전에는 몰랐던 새로운 기억을 갖고 있다. 이렇게 기억이 새로워질 때마다 우리는 새로운 인격을 갖는다. 그리고 인간의 정체성에 대한 핵심이 인격적 동일성이라고 말하는 인격 관점을 받아들인다면, 나는 20초마다 새로 태어나는 인간이다.
죽음이란 무엇인가 - 예일대 최고의 명강의 10주년 기념판 셸리 케이건 지음, 박세연 옮김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라는 기본 명제를 이 문장으로 반박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새로운 기억들이 누적됨에 따라 점진적으로 가치관과 인격이 변하는게 사람인 것 같아요. 이 책을 읽어가며 육체와 영혼의 존재, 인간의 자유의지를 알게됨으로서 또 다른 인격이 세워진 것처럼요~~
물리주의의 관점에서 정신에 대한 논의는 곧 육체에 대한 논의다. 좀 더 자세히 설명하면 육체가 제대로 기능할 때, 즉 조율이 잘되어 있을 때 우리의 몸이 수행할 수 있는 특정 기능에 관한 논의다. 이런 차원에서 물리주의자들은 정신을 화음과 비슷한 존재라고 생각한다. 리라를 연주할 때 조화롭고 아름다운 선율이 흘러나오는 것처럼, 물리주의자들은 인간의 몸이 제대로 기능할 때 생각과 느낌 그리고 그 밖의 다른 정신적 상태가 가능하다고 말한다. 그래서 정신은 육체가 만들어내는 화음이라고 볼 수 있다.
죽음이란 무엇인가 - 예일대 최고의 명강의 10주년 기념판 136-137쪽, 셸리 케이건 지음, 박세연 옮김
따라서 미뤄 짐작컨대 플라톤이 이원론을 대체할 만한 또 다른 대안의 가능성을 짐작했으리라고 생각한다. 아마도 물리주의의 관점에 서서, 정신이 육체에 의존하고 있으며 정신이란 육체가 제대로 작동할 때 비로소 나타날 수 있는 기능이라는 사실을 이해했을 것이다. 가령 화음이 리라에 의존하는 것처럼 정신이 우리의 육체에 의존한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바로 이런 차원에서 나는 플라톤이 『파이돈』에서 했던 주장이 이원론에 대한 물리주의적 대안을 제시하려는 놀라운 시도였다고 평가한다.
죽음이란 무엇인가 - 예일대 최고의 명강의 10주년 기념판 137쪽, 셸리 케이건 지음, 박세연 옮김
리라의 줄을 튕겨 어떤 음을 냈다고 해보자. 그러면 그 줄이 진동하면서 다른 줄도 함께 진동하도록 만든다. 이를 ‘배음(overtone)’이라고 한다. 한 줄의 진동이 다른 줄의 진동을 만들어내는, 즉 리라의 한 부분에서 발생한 사건이 다른 부분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죽음이란 무엇인가 - 예일대 최고의 명강의 10주년 기념판 141-142쪽, 셸리 케이건 지음, 박세연 옮김
이건 딴소린데, 이 대목을 읽고 웃음이 나왔어요. 저는 이 ‘배음’이라는 단어를 얼마 전에 남자친구를 통해 처음으로 알았거든요. 남자친구는 직장인밴드에서 베이스를 치는데 언제나 호시탐탐 리드보컬 파트를 노리고 있어요. (그의 말로는 밴드하는 사람은 본인 말고도 다 보컬 자리를 탐낸다고 하더군요.) 그러면서 자기도 언젠가는 ‘배음’으로 노래를 하고 말겠다며 맹렬 연습을 하는데 잘 못 들어주겠더군요. 배음이라는 것이 보컬로 치면 입체적인 발성이라나, 한 사람이 내는 소린데도 여러 사람이 내는 것처럼 깊고 다성적으로 울리는 소리라나 ㅎㅎ
저는 번역 문제가 아니라 영혼의 단순성에 대한 논리 전개에서 저는 케베스의 말대로 영혼의 소멸 가능성이 낮은 것과 불가능한 것의 차이에 대한 지적도 결과적으로 애매모호한 '거의 그렇다'는 결론을 소크라테스가 내린 것도 그렇지만 심미아스의 반박에 대해 '화음은 보이지 않는 존재가 아니다' 혹은 '화음은 소멸할 수 없는 존재다'라는 논증으로 답변하지 않은 것도 소크라테스(또는 플라톤)의 한계를 보여주는 것 같았는데요. 예전에 플라톤의 대화편들을 접할 때 처음에는 sophist들의 논리를 허물고 뒤집는 기세에 쾌감을 느끼다가 점차 갈수록 소크라테스의 논리에서도 허점들이 보이기도 하고 문제는 여기서 나왔던 Politeia/Republic (국가)와 파이돈 간의 상충하는 주장 (영혼은 세 가지 부분으로 이루어졌다 vs 부분이 없이 단순하다)이 여러가지 대화편을 읽으면 읽을 수록 나타난다는 것입니다. 대부분 그래서 다 읽고 나면 언뜻 보기에는 소크라테스가 이기고 소피스트가 진 것 같지만 실은 결론이 애매모호하고 플라톤은 정갈하고 확실한 답변을 주지 않습니다. 그래서 aporia에 빠졌다고 하죠. 케이건 교수님의 말대로 플라톤은 이런 대화들을 교육적인 도구로 쓰기 위해 일부러 소피스트들의 논쟁에서 이기고자 하는 목적(eristic)과 거리를 두고 진리를 위한 대화를 나누기 위한 dialectic 목적으로 썼을 수도 있죠.. 그리고 오감으로 인식할 수 없다는 것보다 detectable하지 않다는 정의가 요즘에는 더 적합하지 않나..하는 게 radon처럼 방사능은 오감으로 인식할 수 없지만 방사능 기기로 검출 가능하죠. 근데 만약 암흑 물질(dark matter)이나 암흑 에너지처럼 직접 어떤 기기로 검출할 수 없는 것은? 검출할 수 없지만 간접적으로 암흑물질의 분포 등이 변화하고 있는 것을 연구중이라고 하는 데 이런 것을 보면 저는 세번째 명제인 '눈(눈이 아니라 다른 오감이나 기기여도)에 보이지 않는 존재는 변하지 않는다'도 counterexample을 댈 수 있지 않을까요? 물론 암흑물질도 직접적으로는 검출 불가능하지만 중력에 의한 영향으로 간접적으로 추정 가능하다고 합니다. 마치 육체에 미치는 영향으로 영혼의 존재를 확인 가능하다는 주장처럼요. 마찬가지로 우리는 예전에는 원자가 파괴될 수 없는 가장 단순한 입자라고 생각했지만 이제는 quantum마저 바뀔 수 있는 것이라고 보죠. 실제로 영혼이 있다면 그게 정말 단순한지 변할 수 없는지의 여부에 대해서도 의심해봐야할 것 같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철학자들이 무서워졌습니다. 4장을 읽으면서까지도 물리론자와 이원론자를 끊임없이 까는 내용이라니요. 제가 암기과목으로 수학을 풀었던지라 너무 화가 나기 시작했습니다. 근데 그 한편으로는 논리의 허점이 없을거라 믿었던 물리론이 강력히 처참히 무너져서 화가 난건지도요
웅? 암기과목으로 수학을 어떻게 풀어요? 철학자도 과학자도 쌈꾼들이긴 하죠 ㅎㅎㅎ 키보드워리어처럼
ㅋㅋ 문과생들의 수학은 푸는 방법을 외우는거죠.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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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요)
저도 그렇지만 제 딸도 수학은 잘하는데 암기를 잘 못하던데.. 반대 전략도 있으면 좋겠어요;; 외국 나갔을 때는 계산기도 사용 가능하고 주기율표 등도 그대로 시험 때 보고 쓰고 오픈북 에세이시험이 많아서 편했는데 한국식 암기 시험이 더 어려워요;;
우아 이것도 신박한 방법인데요? 전 단어는 암기를 잘하는데 숫자를 암기 못해서;;;
(저도요....222 근데 저는 수학을 암기해야 한다는 현실을 용납하지 못해 그냥 수학을 포기해버렸습니다. ㅠㅠㅠㅠ 근본주의자의 최후는 수포자...! 누군가 내게 다가와 이 한 마디만 해 주었다면 수포자가 되지 않았을 것을... "수학은 암기과목이야.")
당시 어느 누구도 물리주의의 관점에 대한 제대로 된 설명을 내놓지 못할 때 이런 반론들을 제시했다는 사실은 플라톤의 천재성을 입증해주고도 남는다. 그래서 나는 진심으로 플라톤에게 찬사를 보낸다. 그러나 물리주의에 반대해 플라톤이 제기했던 다양한 반론들이 충분한 설득력을 얻지 못했다고밖에 말할 수 없다.
죽음이란 무엇인가 - 예일대 최고의 명강의 10주년 기념판 142, 셸리 케이건 지음, 박세연 옮김
144쪽의 <내가 이원론과 물리주의라는 두 가지 관점에 양다리를 걸치고 있다고 비난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건 잘못된 생각이다.> 이것도 원서에서는 It wouldn't be unreasonable at this point to accuse me of having a double standard, one for dualists, and another for physicalists. 즉 실제로는 '이 시점에서 이원론자들과 물리론자들에게 각각 다른 기준을 내가 적용한다는 이중잣대에 대해 비난해도 무리는 아니다.'라고 말한 거죠..;; 갈수록 번역에 대해 갸우뚱한 곳이 많아지네요;;
계획상 오늘까지 4장을 마쳐야 하는데, 3장 겨우 마쳤네요. 쉽지 않습니다. 철학을 별로 접해보지 못해서 인것 같기도 하고, 이런식의 선문답같은 대화에 익숙하지 않아서이기도 할 것 같습니다. 지금의 느낌은 영혼이 있는지 없는지, 지금 단계에서 아무도 증명해 낼 수 없는 미지의 분야인데, 왜 이 이야기를 이리도 길게 이방면저방면 톺아가며 이야기하는가 아리송하고, 답답한 마음입니다. 아마, 어느쪽으로 당연시하지 말고 스스로 생각하고 입장을 정리하라는 의미겠지요. 이게 이리 힘든건 아마도 주어지는 정보를 받아들이기만 하는데 익숙해져서 인것 같기도 합니다. 점차 이 논의에 익숙해지고, 알게 되는 것들이 있게되길 바라지만 어렵네요. 그래도 끝까지 잘 읽어보렵니다. 좀 늦더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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