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믐연뮤클럽] 9. 죽은 자를 묻고 그 삶을 이어갈 것인가 "살아 있는 자를 수선하기"

D-29
팽창하는 우주, 영원히 생성 중인 우주라는 생각이 불현듯 그의 뇌리를 스친다. 세포의 죽음을 통해 변모가 일어나는 공간. 침묵이 소리를, 어둠이 빛을, 정(靜)이 동(動)을 만들어 내듯 죽음이 생명체를 만들어 내는 공간.
[그믐연뮤클럽] 9. 죽은 자를 묻고 그 삶을 이어갈 것인가 "살아 있는 자를 수선하기"
곧 갈게. 금방 갈 수 있어. 지금 어디지? (이제 그의 목소리는 투항을 선언한다. 그 목소리가 마리안과 합류했다. 행복한 사람들과 저주받은 사람들을 가르는 얇을 막을 꿰뚫었다.) 기다려.
[그믐연뮤클럽] 9. 죽은 자를 묻고 그 삶을 이어갈 것인가 "살아 있는 자를 수선하기"
그 모든 게 여기 있다. 하지만 시몽의 표정은, 그 아이 안에서 살며 사고하는 그 모든 것은, 그에게 생명력을 부여하는 그 모든 것은, 과연 그것은 전부 다 되돌아올까? (...) 〈사망〉이라는 말. 그리고 한술 더 떠서 〈죽음〉이라는 말을. 육체를 경직 상태로 굳히는 그 말들을. 그런데 시몽 랭브르의 육체는 경직되지 않았다. 바로 그게 문제다. 그 겉모습은 시체에 대해 사람들이 품는 생각에서 어긋나 있었다. 어쨌든 그의 육체는 차갑고 푸르스름하고 꼼짝 않고 있는 대신 따뜻하고 선명한 선홍색이었으며 움직임을 보이고 있었으니까.
[그믐연뮤클럽] 9. 죽은 자를 묻고 그 삶을 이어갈 것인가 "살아 있는 자를 수선하기"
즉 심정지는 더 이상 죽음의 징표가 아니며 이제부터 죽음을 입증하는 것은 두뇌 기능의 정지이다. 다른 말로 하자면, <내가 더 이상 사고하지 못한다면 나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심장의 폐위와 두뇌의 대관식(상징적 쿠데타. 혁명).
[그믐연뮤클럽] 9. 죽은 자를 묻고 그 삶을 이어갈 것인가 "살아 있는 자를 수선하기" 47
과거가 갑자기 대번에 몸집을 부풀렸다. 생명을 집어삼키는 걸귀. 그리고 현재는 가늘디가는 경계선일 뿐. 그 선 너머의 것에 대해서는 알려진 것이 하나도 없다. 전화벨 소리가 시간의 연속성을 쪼개 놓았다.
[그믐연뮤클럽] 9. 죽은 자를 묻고 그 삶을 이어갈 것인가 "살아 있는 자를 수선하기" 54
심지어 그녀에게는 주위 공간이 물질에 내재된 가공할 에너지를 가둬 두느라 표면이 살짝 부풀어 오른 듯 보이기까지 했다. 원작 쪼개지게 되면 전대미문의 파괴력으로 변화할 수 있는 내부의 그 힘. ... 온 세상이 텅 비었더랬다. 도심에 사람 그림자라고는 없었다. 주민들이 재난으로부터 스스로를 지키려고 집 안으로 숨어 버린 것만 같았다. 전쟁에서 패배하고 난 뒤 창문 뒤에 딱 달라붙어서 적군이 지나가는 것을 지켜보고 있는 것만 같았다. 저마다 전염력이 강한 불운으로부터 재빨리 비켜서 버린 것만 같았다.
[그믐연뮤클럽] 9. 죽은 자를 묻고 그 삶을 이어갈 것인가 "살아 있는 자를 수선하기" 57
하지만 여기에선 으레 이러는 것인지, 아니면 평범하다고는 하지만 이런 동작이 어떤 의도를, 시몽의 상태가 불러일으킨 배려나 그 밖의 뭔가를 드러내는 것인지 스스로에게 묻지 않을 수가 없다. 그럼에도 아무것도 듣고 싶지 않다. 아무것도 알고 싶지 않다. 아무것도. 아직은. <아드님은 살아 있습니다.> 이런 확언을 망칠지도 모를 정보는 그 어떤 것도 듣고 싶지 않다.
[그믐연뮤클럽] 9. 죽은 자를 묻고 그 삶을 이어갈 것인가 "살아 있는 자를 수선하기" 62
구덩이 저 깊은 곳에서 끌어올린 미소. 또 뵙죠. 용기를 내세요. 그러더니 온갖 소리들이 들려오는 곳으로 돌아간다.
[그믐연뮤클럽] 9. 죽은 자를 묻고 그 삶을 이어갈 것인가 "살아 있는 자를 수선하기" 64
목구멍을 넘어가는 액체의 뜨거움에 집중한다. 그만큼 첫 문장의 첫 단어가 두렵다(턱이 움직인다. 입술이 열리고 옆으로 늘어진다. 이가 드러난다. 때로 혀끝이). 그녀도 안다. 불행으로 꽉 찬 그 문장이 이제 곧 형체를 드러내리라는 것을. 그녀 안의 모든 것이 뒷걸음질을 치며 문제를 떠넘긴다. .... 꽉 막힌 이 방을, 푸르스름한 이 빛을 벗어나서 예고된 소식 앞에서 달아나고 싶다. 그녀는 용감하지 않다. 천만에. 그녀는 몸을 비비 꼬고 물뱀처럼 요리조리 달아난다. 누군가 그녀를 안심시켜 주고 그녀에게 거짓말을, 서스펜스가 있다지만 달콤한 해피엔드가 보장된 이야기를 들려준다면 자신이 지닌 건 전부 다 내줄 테다. 그녀는 지독한 겁쟁이다. 그러나 꿋꿋하게 버틴다. 흘러가는 1초 1초가 전쟁에서 얻은 전리품이고, 새롭게 열리는 1초 1초가 전진하는 운명에 제동을 걸고 있다. ... 레볼은 그녀가 알고 있음을 짐작한다. 그리고 무한한 친절함으로, 말을 꺼내기까지의 시간을 늘리는 데 동조한다.
[그믐연뮤클럽] 9. 죽은 자를 묻고 그 삶을 이어갈 것인가 "살아 있는 자를 수선하기" 67-68
그 목소리는 감언과 거리가 멀다. 묘지에서 위로한답시고 들려오는 그런 역겨운 목소리들처럼 들리지 않는다. 오히려 마리안에게 배당된 자리를 가리켜 준다. 자리를. 선을.
[그믐연뮤클럽] 9. 죽은 자를 묻고 그 삶을 이어갈 것인가 "살아 있는 자를 수선하기" 70
그에게는 결코 그 어느 것도, 그 여자 곁에 자리 잡고 앉아서 죽음이 모습을 드러내는 그 언어의 취약 지역을 함께 파 들어가면서 나아가는 것보다 더 폭력적이며 더 복잡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 ... 말 속에 자신의 육신을 새겨 넣어 그 육신이 말 속에 자리하게 하여, 의사의 선고가 공감이 되게끔 만드는 벙법. 그는 끌로 새기듯 말한다.
[그믐연뮤클럽] 9. 죽은 자를 묻고 그 삶을 이어갈 것인가 "살아 있는 자를 수선하기" 71
무슨 검사죠? 사무실 안에 곧게 뻗어 나가는 마리안의 목소리와 아직 진행 중인 검사가 있다면 그 무엇도 확정된 게 아니라는 막연한 생각. 번뜩이는 그녀의 눈빛이 레볼의 경각심을 일깨우자 그는 상황을 휘어잡고 희망에 재갈을 물리려 든다. ... "시몽이 입은 손상은 돌이킬 수 없습니다."
[그믐연뮤클럽] 9. 죽은 자를 묻고 그 삶을 이어갈 것인가 "살아 있는 자를 수선하기" 74
대답이 간결하다. 그들 네 사람 모두 자기네의 행운을, 끝내주는 행운을 의식하고 있음을 마리안에게 알려 주려는 목적의 극단적 간결함. ... 마리안 역시 뒤로 넘어가는 그 여자를 바라보면서 자신과 그 여자 사이에, 그들과 그녀 사이에 놓인 구렁텅이를, 이제 그들을 갈라놓는 그 심연을 의식한다.
[그믐연뮤클럽] 9. 죽은 자를 묻고 그 삶을 이어갈 것인가 "살아 있는 자를 수선하기" 78
그들은 온갖 말들로 그녀를 뒤덮다시피 하면서 그들의 애정을 그녀에게 보여 주려 들겠지.
[그믐연뮤클럽] 9. 죽은 자를 묻고 그 삶을 이어갈 것인가 "살아 있는 자를 수선하기" 80
이 젊은 간호사는 레볼이 그에게 무슨 소식을 알려 올 참인지 정확히 알고 있다. 그가 하려는 말을 대신할 수도 있으리라. 보다 높은 효울성을 위해 비극을 표준화해 표현하는 그 문장을. 소생의학과의 환자 한 명이 뇌사 상태입니다. 최종 선고처럼 울려 퍼지는 사실 확인이지만 천만에, 토마에게는 그 선고의 의미가 완전히 달라서 행동 개시를, 절차의 시작을 가리킨다.
[그믐연뮤클럽] 9. 죽은 자를 묻고 그 삶을 이어갈 것인가 "살아 있는 자를 수선하기" 90
❓1. 한 명의 주인공 대신, 각각의 캐릭터가 살아 있는 다수의 인물이 등장하여 저마다의 시각으로 사건을 바라보는 형식을 어떻게 읽으셨나요? 마리안이 각각의 의료인들과 접하면서 계속 고조되어 가는 감정 속에서 점점 확실히 다가오고 도망치고 싶지만 결국 마주해야하는 현실에 최대한 그녀를 배려하고 기다리면서도 거짓 선의로 포장하려고 하지 않는 자세들이었습니다. 저는 의사든 간호사든 아무리 힘든 공부와 트레이닝 그리고 업무에 시달려도 이것만큼 어렵게 다가오는 부분이 없을 것 같아요. ❓2. 이 참담하고 혼란한 상황에서, 독자로서 특히 마음이 쓰이는 또는 마음이 가는 인물이 있다면 누구였는지 궁금합니다. 저는 마리안에게 가장 마음이 가는데요. 특히 마지막에 '온갖 말들로 그녀를 뒤덮다시피 하면서 그들의 애정을 보여 주려'하는 부분이 너무 공감이 가더라구요. 제발.. 그럴 때 어설프게 도와주려고 한답시고 더 혼란과 고통을 늘리지 말아주세요.. 이렇게 더이상 해줄 수 있는 일이 없을 때는 '그들이 기다릴 수 있는 장소'가 되어 주는 게 최선입니다..
오늘은 무엇이든 예측이라는 것이 불가능하다. 토마 레미주는 대기 중이다. 앞으로 24시간 동안 언제 소생의학과에서 전화가 올지 모르니까. 그게 원칙이다. 매번 그렇듯이, 텅 비었으나 사용할 수 없는 그 시간들(어쩌면 권태의 또다른 이름일 수 있는 그 역설적인 시간들)과 타협하고 이런 대기 시간을 다스려야 하지만, 어쩔 줄을 모른 채 쉬는 것도 아니고 이 자유 시간을 활용하는 것도 아닌 대기 상태에 묶여 망설임으로 몸이 굳는다. … 그래서 휴대폰 화면에 나타난 병원 번호를 발견하자, 토마는 실망의 아픔과 위안을 동시에 느낀다.
[그믐연뮤클럽] 9. 죽은 자를 묻고 그 삶을 이어갈 것인가 "살아 있는 자를 수선하기" p. 89
처음이라 잘 몰라서 여쭤봅니다. 연극보고 뒷풀이하는 일정 나온 공지는 어떻게 보는건지 잘 못찾겠어요. 31일 2시 공연 예매했는데 맞나요?
1/31(토) 14시 공연 단체관람, 맞습니다! 우리 모임 화면 아래 부분에 불이 타오르는 듯한 아이콘을 누르시면 '화제 모음' 글만 보실 수 있습니다 글을 올릴 때 모임지기(와 특정한 목적에 의해 모임지기가 지정한 참가자)는 '화제로 지정'할 수 있기 때문에, 주요 진도, 뒤풀이 공지 등은 제가 작성할 때부터 연노란색 바탕으로 눈에 띄게 올리고, 이후에 다른 글이 많이 쌓이더라도 해당 아이콘을 누르시면 바로 확인하실 수 있는 시스템입니다!
[리디] 살아 있는 자를 수선하기 - 레볼은 오래전부터 거기에서 또 다른 것을 길어 올리고 있다. 자기 존재에 대한 적나라한 의식 말이다. 그건 권력에 대한 의식이나 과대망상적 흥분이 아니다. 정확히 그 반대다. 그러니까 그의 동작들을 제어하고 그의 결정들을 걸러 내는 명철함의 작용. 냉정함의 분출.
[그믐연뮤클럽] 9. 죽은 자를 묻고 그 삶을 이어갈 것인가 "살아 있는 자를 수선하기"
작성
글타래
화제 모음
지정된 화제가 없습니다
[책나눔 이벤트] 지금 모집중!
저자와 함께 읽는『허즈번즈』- 결혼 후, 남편이 한 명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됐다.
💡독서모임에 관심있는 출판사들을 위한 안내
출판사 협업 문의 관련 안내[모임] 간편 독서 모임 만들기 매뉴얼 (출판사 용)
그믐 새내기를 위한 가이드
그믐에 처음 오셨나요?[메뉴]를 알려드릴게요. [그믐레터]로 그믐 소식 받으세요
괴담 좋아하시는 분들 여기로!
[그믐앤솔러지클럽] 4. [책증정] 도시괴담을 좋아하신다면 『절대, 금지구역』으로 오세요 [책증정] 조선판 다크 판타지 어떤데👀『암행』 정명섭 작가가 풀어주는 조선 괴담[책증정] “천지신명은 여자의 말을 듣지 않지” 함께 읽어요!!
그믐이 자신 있게 고른 이 시대의 고전
[그믐클래식 2025] 1월, 일리아스 [그믐클래식 2025] 2월, 소크라테스의 변명·크리톤·파이돈·향연[그믐클래식 2025] 3월, 군주론 [그믐클래식 2025] 4월, 프랑켄슈타인
ifrain과 함께 천천히 읽는 과학책
[함께 읽는 과학도서] 천천히 곱씹으며 느리게 읽기 <지구의 짧은 역사> 1부[도서증정][김세진 일러스트레이터+박숭현 과학자와 함께 읽는]<극지로 온 엉뚱한 질문들>
새해에도 계속되는 시의적절
[날 수를 세는 책 읽기ㅡ2026. 2월] '이월되지 않는 엄마 ' [날 수를 세는 책 읽기ㅡ2026. 1월] '시쓰기 딱 좋은 날'
마음껏 상상해요! 새로운 나라!
[그믐밤] 44. <걸리버 여행기> 출간 300주년, 새로운 세상 상상하기
계속계속 책읽기 by Kiara
2024.01.19. <콜카타의 세 사람> 메가 마줌다르2024.01.17. <참 괜찮은 눈이 온다 _ 나의 살던 골목에는> 한지혜2024.01.16. <이 별이 마음에 들어> 김하율2024.01.14. <각자 도사 사회> 송병기2026.01.01. <아무튼, 데모> 정보라2026.01.02. <버드 캐칭>
한 권의 책이 한 인간과 한 사회를 변화시킨다
[한길사 - 김명호 - 중국인 이야기 읽기] 제 1권[도서 증정] 1,096쪽 『비잔티움 문명』 편집자와 함께 완독해요[도서 증정] 소설『금지된 일기장』 새해부터 일기 쓰며 함께 읽어요!
경계를 넘나드는 이야기꾼, 정보라
[책방연희 북클럽] 정보라, 최의택 작가와 함께 <이렇게 된 이상 포항으로 간다> 읽기[박소해의 장르살롱] 5. 고통에 관하여 [책 증정] <지구 생물체는 항복하라> 읽고 나누는 Beyond Bookclub 2기
도스토옙스키와 함께 하기
도스토옙스키와 29일을[그믐밤] 5. 근방에 작가가 너무 많사오니, 읽기에서 쓰기로 @수북강녕
함께 읽은 논어 vs 혼자 읽은 논어
[벽돌책 독파] 주자와 다산의 대결 <두 개의 논어> 편집자와 함께 읽기 《논어》 혼자 읽기
🎁 여러분의 활발한 독서 생활을 응원하며 그믐이 선물을 드려요.
[인생책 5문 5답] , [싱글 챌린지] 완수자에게 선물을 드립니다
<코스모스>를 읽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
코스모스, 이제는 읽을 때가 되었다!2026년 새해 첫 책은 코스모스! 코스모스, 이제는 읽을 때가 되었다![인생 과학책] '코스모스'를 완독할 수 있을까?
희곡 함께 읽을 친구, 당근에선 못 찾았지만 그믐에는 있다!
플레이플레이땡땡땡
김규식의 시대
[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31. <김규식과 그의 시대> (1)[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20. <3월 1일의 밤>
소설로 읽는 인류세
[소설로 읽는 기후위기・인류세 - 우리는 왜·어떤 다른 세상을 꿈꾸는가?] 1회차-마션[소설로 기후위기/인류세 읽기] 『야성의 부름』 잭 런던, 1903.
브랜드는 소비자의 마음속에 심는 작은 씨앗
[루멘렉투라/도서 증정] 나의 첫, 브랜딩 레슨 - 내 브랜드를 만들어보아요.스토리 탐험단 세번째 여정 '히트 메이커스' 함께 읽어요![김영사/책증정] 일과 나 사이에 바로 서는 법 《그대, 스스로를 고용하라》 함께 읽기
모집중밤하늘
내 블로그
내 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