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믐연뮤클럽] 9. 죽은 자를 묻고 그 삶을 이어갈 것인가 "살아 있는 자를 수선하기"

D-29
그들은 온갖 말들로 그녀를 뒤덮다시피 하면서 그들의 애정을 그녀에게 보여 주려 들겠지. 안 돼. 아직은 그럴 때가 아니야. 그녀가 원하는 것, 그것은 기다릴 수 있는 장소다. 시간을 죽일 수 있는 장소. 그녀는 피신처를 원한다.
[그믐연뮤클럽] 9. 죽은 자를 묻고 그 삶을 이어갈 것인가 "살아 있는 자를 수선하기" 81
1. 대사와 지문이 있는 희곡 같다는 생각을 하며 읽고 있습니다. 2. 제가 이 부분까지 공감이 가는 인물은 마리안 랭베르 입니다. 아들의 사고 소식을 듣고 상황이 어떤지는 머리로는 알지만 그걸 마음으로 받아들이지 못하면서도 무너지지 않는 모습이 너무 슬퍼요. 그러면서도 주위 사람을 생각하는 마음이 무척이나 애처롭구요. 환자나 환자 가족에게 절대 하지 말아야 할 말이 80쪽에 나오네요.ㅠㅠ 이런 말은 절대 위로가 아니라 생각하거든요.
이 작품에 등장하는 많은 인물들을 보며 성숙함, 균형, 직업윤리, 일잘알 등을 생각했습니다 감정을 배제한 게 아니면서도 이성적인 사고를 병행하는, 말 그대로 심장과 두뇌가 모두 살아 있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 이 끔찍한 참사를 읽으면서도 위로와 힘이 되었거든요 마리안이 대표적인 인물입니다
팽창하는 우주, 영원히 생성 중인 우주라는 생각이 불현듯 그의 뇌리를 스친다. 세포의 죽음을 통해 변모가 일어나는 공간. 침묵이 소리를, 어둠이 빛을, 정(靜)이 동(動)을 만들어 내듯 죽음이 생명체를 만들어 내는 공간.
[그믐연뮤클럽] 9. 죽은 자를 묻고 그 삶을 이어갈 것인가 "살아 있는 자를 수선하기"
곧 갈게. 금방 갈 수 있어. 지금 어디지? (이제 그의 목소리는 투항을 선언한다. 그 목소리가 마리안과 합류했다. 행복한 사람들과 저주받은 사람들을 가르는 얇을 막을 꿰뚫었다.) 기다려.
[그믐연뮤클럽] 9. 죽은 자를 묻고 그 삶을 이어갈 것인가 "살아 있는 자를 수선하기"
그 모든 게 여기 있다. 하지만 시몽의 표정은, 그 아이 안에서 살며 사고하는 그 모든 것은, 그에게 생명력을 부여하는 그 모든 것은, 과연 그것은 전부 다 되돌아올까? (...) 〈사망〉이라는 말. 그리고 한술 더 떠서 〈죽음〉이라는 말을. 육체를 경직 상태로 굳히는 그 말들을. 그런데 시몽 랭브르의 육체는 경직되지 않았다. 바로 그게 문제다. 그 겉모습은 시체에 대해 사람들이 품는 생각에서 어긋나 있었다. 어쨌든 그의 육체는 차갑고 푸르스름하고 꼼짝 않고 있는 대신 따뜻하고 선명한 선홍색이었으며 움직임을 보이고 있었으니까.
[그믐연뮤클럽] 9. 죽은 자를 묻고 그 삶을 이어갈 것인가 "살아 있는 자를 수선하기"
즉 심정지는 더 이상 죽음의 징표가 아니며 이제부터 죽음을 입증하는 것은 두뇌 기능의 정지이다. 다른 말로 하자면, <내가 더 이상 사고하지 못한다면 나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심장의 폐위와 두뇌의 대관식(상징적 쿠데타. 혁명).
[그믐연뮤클럽] 9. 죽은 자를 묻고 그 삶을 이어갈 것인가 "살아 있는 자를 수선하기" 47
과거가 갑자기 대번에 몸집을 부풀렸다. 생명을 집어삼키는 걸귀. 그리고 현재는 가늘디가는 경계선일 뿐. 그 선 너머의 것에 대해서는 알려진 것이 하나도 없다. 전화벨 소리가 시간의 연속성을 쪼개 놓았다.
[그믐연뮤클럽] 9. 죽은 자를 묻고 그 삶을 이어갈 것인가 "살아 있는 자를 수선하기" 54
심지어 그녀에게는 주위 공간이 물질에 내재된 가공할 에너지를 가둬 두느라 표면이 살짝 부풀어 오른 듯 보이기까지 했다. 원작 쪼개지게 되면 전대미문의 파괴력으로 변화할 수 있는 내부의 그 힘. ... 온 세상이 텅 비었더랬다. 도심에 사람 그림자라고는 없었다. 주민들이 재난으로부터 스스로를 지키려고 집 안으로 숨어 버린 것만 같았다. 전쟁에서 패배하고 난 뒤 창문 뒤에 딱 달라붙어서 적군이 지나가는 것을 지켜보고 있는 것만 같았다. 저마다 전염력이 강한 불운으로부터 재빨리 비켜서 버린 것만 같았다.
[그믐연뮤클럽] 9. 죽은 자를 묻고 그 삶을 이어갈 것인가 "살아 있는 자를 수선하기" 57
하지만 여기에선 으레 이러는 것인지, 아니면 평범하다고는 하지만 이런 동작이 어떤 의도를, 시몽의 상태가 불러일으킨 배려나 그 밖의 뭔가를 드러내는 것인지 스스로에게 묻지 않을 수가 없다. 그럼에도 아무것도 듣고 싶지 않다. 아무것도 알고 싶지 않다. 아무것도. 아직은. <아드님은 살아 있습니다.> 이런 확언을 망칠지도 모를 정보는 그 어떤 것도 듣고 싶지 않다.
[그믐연뮤클럽] 9. 죽은 자를 묻고 그 삶을 이어갈 것인가 "살아 있는 자를 수선하기" 62
구덩이 저 깊은 곳에서 끌어올린 미소. 또 뵙죠. 용기를 내세요. 그러더니 온갖 소리들이 들려오는 곳으로 돌아간다.
[그믐연뮤클럽] 9. 죽은 자를 묻고 그 삶을 이어갈 것인가 "살아 있는 자를 수선하기" 64
목구멍을 넘어가는 액체의 뜨거움에 집중한다. 그만큼 첫 문장의 첫 단어가 두렵다(턱이 움직인다. 입술이 열리고 옆으로 늘어진다. 이가 드러난다. 때로 혀끝이). 그녀도 안다. 불행으로 꽉 찬 그 문장이 이제 곧 형체를 드러내리라는 것을. 그녀 안의 모든 것이 뒷걸음질을 치며 문제를 떠넘긴다. .... 꽉 막힌 이 방을, 푸르스름한 이 빛을 벗어나서 예고된 소식 앞에서 달아나고 싶다. 그녀는 용감하지 않다. 천만에. 그녀는 몸을 비비 꼬고 물뱀처럼 요리조리 달아난다. 누군가 그녀를 안심시켜 주고 그녀에게 거짓말을, 서스펜스가 있다지만 달콤한 해피엔드가 보장된 이야기를 들려준다면 자신이 지닌 건 전부 다 내줄 테다. 그녀는 지독한 겁쟁이다. 그러나 꿋꿋하게 버틴다. 흘러가는 1초 1초가 전쟁에서 얻은 전리품이고, 새롭게 열리는 1초 1초가 전진하는 운명에 제동을 걸고 있다. ... 레볼은 그녀가 알고 있음을 짐작한다. 그리고 무한한 친절함으로, 말을 꺼내기까지의 시간을 늘리는 데 동조한다.
[그믐연뮤클럽] 9. 죽은 자를 묻고 그 삶을 이어갈 것인가 "살아 있는 자를 수선하기" 67-68
그 목소리는 감언과 거리가 멀다. 묘지에서 위로한답시고 들려오는 그런 역겨운 목소리들처럼 들리지 않는다. 오히려 마리안에게 배당된 자리를 가리켜 준다. 자리를. 선을.
[그믐연뮤클럽] 9. 죽은 자를 묻고 그 삶을 이어갈 것인가 "살아 있는 자를 수선하기" 70
그에게는 결코 그 어느 것도, 그 여자 곁에 자리 잡고 앉아서 죽음이 모습을 드러내는 그 언어의 취약 지역을 함께 파 들어가면서 나아가는 것보다 더 폭력적이며 더 복잡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 ... 말 속에 자신의 육신을 새겨 넣어 그 육신이 말 속에 자리하게 하여, 의사의 선고가 공감이 되게끔 만드는 벙법. 그는 끌로 새기듯 말한다.
[그믐연뮤클럽] 9. 죽은 자를 묻고 그 삶을 이어갈 것인가 "살아 있는 자를 수선하기" 71
무슨 검사죠? 사무실 안에 곧게 뻗어 나가는 마리안의 목소리와 아직 진행 중인 검사가 있다면 그 무엇도 확정된 게 아니라는 막연한 생각. 번뜩이는 그녀의 눈빛이 레볼의 경각심을 일깨우자 그는 상황을 휘어잡고 희망에 재갈을 물리려 든다. ... "시몽이 입은 손상은 돌이킬 수 없습니다."
[그믐연뮤클럽] 9. 죽은 자를 묻고 그 삶을 이어갈 것인가 "살아 있는 자를 수선하기" 74
대답이 간결하다. 그들 네 사람 모두 자기네의 행운을, 끝내주는 행운을 의식하고 있음을 마리안에게 알려 주려는 목적의 극단적 간결함. ... 마리안 역시 뒤로 넘어가는 그 여자를 바라보면서 자신과 그 여자 사이에, 그들과 그녀 사이에 놓인 구렁텅이를, 이제 그들을 갈라놓는 그 심연을 의식한다.
[그믐연뮤클럽] 9. 죽은 자를 묻고 그 삶을 이어갈 것인가 "살아 있는 자를 수선하기" 78
그들은 온갖 말들로 그녀를 뒤덮다시피 하면서 그들의 애정을 그녀에게 보여 주려 들겠지.
[그믐연뮤클럽] 9. 죽은 자를 묻고 그 삶을 이어갈 것인가 "살아 있는 자를 수선하기" 80
이 젊은 간호사는 레볼이 그에게 무슨 소식을 알려 올 참인지 정확히 알고 있다. 그가 하려는 말을 대신할 수도 있으리라. 보다 높은 효울성을 위해 비극을 표준화해 표현하는 그 문장을. 소생의학과의 환자 한 명이 뇌사 상태입니다. 최종 선고처럼 울려 퍼지는 사실 확인이지만 천만에, 토마에게는 그 선고의 의미가 완전히 달라서 행동 개시를, 절차의 시작을 가리킨다.
[그믐연뮤클럽] 9. 죽은 자를 묻고 그 삶을 이어갈 것인가 "살아 있는 자를 수선하기" 90
❓1. 한 명의 주인공 대신, 각각의 캐릭터가 살아 있는 다수의 인물이 등장하여 저마다의 시각으로 사건을 바라보는 형식을 어떻게 읽으셨나요? 마리안이 각각의 의료인들과 접하면서 계속 고조되어 가는 감정 속에서 점점 확실히 다가오고 도망치고 싶지만 결국 마주해야하는 현실에 최대한 그녀를 배려하고 기다리면서도 거짓 선의로 포장하려고 하지 않는 자세들이었습니다. 저는 의사든 간호사든 아무리 힘든 공부와 트레이닝 그리고 업무에 시달려도 이것만큼 어렵게 다가오는 부분이 없을 것 같아요. ❓2. 이 참담하고 혼란한 상황에서, 독자로서 특히 마음이 쓰이는 또는 마음이 가는 인물이 있다면 누구였는지 궁금합니다. 저는 마리안에게 가장 마음이 가는데요. 특히 마지막에 '온갖 말들로 그녀를 뒤덮다시피 하면서 그들의 애정을 보여 주려'하는 부분이 너무 공감이 가더라구요. 제발.. 그럴 때 어설프게 도와주려고 한답시고 더 혼란과 고통을 늘리지 말아주세요.. 이렇게 더이상 해줄 수 있는 일이 없을 때는 '그들이 기다릴 수 있는 장소'가 되어 주는 게 최선입니다..
오늘은 무엇이든 예측이라는 것이 불가능하다. 토마 레미주는 대기 중이다. 앞으로 24시간 동안 언제 소생의학과에서 전화가 올지 모르니까. 그게 원칙이다. 매번 그렇듯이, 텅 비었으나 사용할 수 없는 그 시간들(어쩌면 권태의 또다른 이름일 수 있는 그 역설적인 시간들)과 타협하고 이런 대기 시간을 다스려야 하지만, 어쩔 줄을 모른 채 쉬는 것도 아니고 이 자유 시간을 활용하는 것도 아닌 대기 상태에 묶여 망설임으로 몸이 굳는다. … 그래서 휴대폰 화면에 나타난 병원 번호를 발견하자, 토마는 실망의 아픔과 위안을 동시에 느낀다.
[그믐연뮤클럽] 9. 죽은 자를 묻고 그 삶을 이어갈 것인가 "살아 있는 자를 수선하기" p. 89
작성
글타래
화제 모음
지정된 화제가 없습니다
[책나눔 이벤트] 지금 모집중!
<저 사람은 왜 저럴까?> 함께 읽기
💡독서모임에 관심있는 출판사들을 위한 안내
출판사 협업 문의 관련 안내[모임] 간편 독서 모임 만들기 매뉴얼 (출판사 용)
그믐 새내기를 위한 가이드
그믐에 처음 오셨나요?[메뉴]를 알려드릴게요. [그믐레터]로 그믐 소식 받으세요
박소해와 함께 박소해 작품 읽기
저자와 함께 읽는『허즈번즈』- 결혼 후, 남편이 한 명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됐다.박소해 작가와 <계간 미스터리> 78호 함께 읽기 [책증정][박소해의 장르살롱] 8. 한국추리문학상 황금펜상 수상작품집 2023 제17회
현대 아일랜드 문학의 보석
[소설은, 핑계고] #1. 남극(클레어 키건)<함께 읽기> 클레어 키건 - 푸른 들판을 걷다<이처럼 사소한 것들> 클레이 키건 신작 함께 읽기원서로 클레어 키건 함께 읽어요-Foster<맡겨진 소녀>
체호프를 소리내어 읽어요
[그믐밤] 45. 달밤에 낭독, 체호프 3탄 <바냐 아저씨>[그믐밤] 43. 달밤에 낭독, 체호프 2탄 <세 자매>[그믐밤] 40. 달밤에 낭독, 체호프 1탄 <갈매기>
라아비현의 북클럽
[라비북클럽]가녀장의 시대 같이 읽어보아요[라비북클럽](한강작가 노벨문학상 수상기념 1탄) 작별하지 않는다 같이 읽어요[라비북클럽] 김초엽작가의 최신 소설집 양면의 조개껍데기 같이 한번 읽어보아요[라비 북클럽] 어둠의 심장 같이 읽어보아요(완료)
도스토옙스키에게 빠진 사람들
도스토옙스키와 29일을[그믐밤] 5. 근방에 작가가 너무 많사오니, 읽기에서 쓰기로 @수북강녕도스토옙스키 전작 읽기 1 (총 10개의 작품 중에 첫번째 책)
📝 느리게 천천히 책을 읽는 방법, 필사
[ 자유 필사 ], 함께해요혹시 필사 좋아하세요?필사와 함께 하는 조지 오웰 읽기[책증정]《내 삶에 찾아온 역사 속 한 문장 필사노트 독립운동가편》저자, 편집자와 合讀하기
쏭이버섯의 읽기, 보기
모순피수꾼이름없는 여자의 여덟가지 인생왕과 사는 남자
🎁 여러분의 활발한 독서 생활을 응원하며 그믐이 선물을 드려요.
[인생책 5문 5답] , [싱글 챌린지] 완수자에게 선물을 드립니다
나의 인생책을 소개합니다
[인생책 5문5답] 42. 힐링구 북클럽[인생책 5문5답] 43. 노동이 달리 보인 순간[인생책 5문5답] 44. Why I write
우리 입말에 딱 붙는 한국 희곡 낭독해요!
<플.플.땡> 2. 당신이 잃어버린 것플레이플레이땡땡땡
편견을 넘어 진실로: 흑인문화 깊이 읽기
노예제, 아프리카, 흑인문화를 따라 - 06.모든 것이 산산이 부서지다, 치누아 아체베노예제, 아프리카, 흑인문화를 따라 - 05.대항해시대의 일본인 노예, 루시우 데 소우사노예제, 아프리카, 흑인문화를 따라 - 04.아이티 혁명사, 로런트 듀보이스노예제, 아프리카, 흑인문화를 따라 - 03.니그로, W. E. B. 듀보이스
The Joy of Story, 다산북스
필연적 혼자의 시대를 살아가며 같이 읽고 생각 나누기[다산북스/책 증정] 박주희 아트 디렉터의 <뉴욕의 감각>을 저자&편집자와 같이 읽어요![다산북스/책 증정] 『공부라는 세계』를 편집자와 함께 읽어요![다산북스/책 증정] 『악은 성실하다』를 저자 & 편집자와 함께 읽어요!
도리의 "혼자 읽어볼게요"
김홍의 <말뚝들> 혼자 읽어볼게요.박완서 작가님의 <그 많던 싱아~>, <그 산이 정말~> 혼자 읽어볼게요.마거릿 애트우드의 <고양이 눈1> 혼자 읽어볼게요.마거릿 애트우드의 <고양이 눈2>도 혼자 읽어볼게요.
유쾌한 낙천주의, 앤디 위어
[소설로 읽는 기후위기・인류세 - 우리는 왜·어떤 다른 세상을 꿈꾸는가?] 1회차-마션[밀리의 서재로 📙 읽기] 9. 프로젝트 헤일메리
모집중밤하늘
내 블로그
내 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