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믐연뮤클럽] 9. 죽은 자를 묻고 그 삶을 이어갈 것인가 "살아 있는 자를 수선하기"

D-29
유연한 시간표. 막중한 책임. 부족한 것투성이. 소생의학과는 닫힌 공간이며 자기만의 규칙에 복종한다. 토마는 자신이 차츰차츰 외부 세계와 단절된 채, 밤과 낮의 나뉨이 자기 안의 그 무엇에도 더 이상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장소에서 살아간다는 느낌을 받는다.
[그믐연뮤클럽] 9. 죽은 자를 묻고 그 삶을 이어갈 것인가 "살아 있는 자를 수선하기"
비통한 날에, 오 하느님, 간구합니다. 그녀는 묵주 알을 넘기듯 그 말의 음절 하나하나를 끊어 발음하면서 계속해서 속삭이고 또 속삭인다. 그녀가 입 밖으로 소리 내어 기도를 올리지 않게 된 것이 언제부터였던가? 멈추지 않고 계속 걸을 수 있다면 좋으련만.
[그믐연뮤클럽] 9. 죽은 자를 묻고 그 삶을 이어갈 것인가 "살아 있는 자를 수선하기"
돌돌 말린 플래카드가 펼쳐지면서 슬로건이 드러나듯 이 문장들이 펼쳐지며 발생하는 난폭함을 거쳐 가야만 한다. 그 말들의 대대적인 공격을, 시퍼런 멍을 남기는 그 말들의 육중한 주제를 거쳐 가야만 한다. 모호함을 질질 끌고 가는 면담은 고통의 덫일 뿐이다. (...) 토마가 장기 기증에 긍정적인 가톨릭 교회의 공식 입장을 말해 주었지만 그들은 이렇게 대꾸했다. 아니, 우린 딸아이를 두 번 죽이고 싶지 않아요 (...) 그는 늘 회피의 모호성보다 건조한 정확성을 선호하는 성향대로 물러서지 않고 장기들을 나열했다
[그믐연뮤클럽] 9. 죽은 자를 묻고 그 삶을 이어갈 것인가 "살아 있는 자를 수선하기"
장기 이식 코디네이터의 역할에 대해서 책을 읽으며 많이 알게 되었어요. 꼼꼼하고 차분한 청년, 토마 레미주가 믿음직스럽습니다. 덕분에 저도 며칠 전 장기기증 등록을 했어요. 뜻이 있으니 미리 등록해서 나중에 허둥지둥하지 않고 싶었어요. 각막만 빼고 나머지 장기는 전부 기증하겠다고 등록했습니다. 각막은 라식 수술 때문에 별로 남아 있는 거 같지 않아서요. :) 절차가 굉장히 간단하네요. 온라인으로 할 수 있고 5분도 안 걸립니다. 관심 있으신 분들은 국립장기조직혈액원 홈페이지에서 하시면 됩니다. 다 하고 나면 며칠 뒤에 이렇게 집으로 카드도 날아옵니다.
저도 신청해야지 해야지하면서 시간만 보냈는데 실천해야겠네요..
인스타그램에 올려주신 게시물을 보고 마침 살수선을 읽고 있는 우리 모임 생각을 했습니다 조금 스포하자면 마리안과 공통점이 있으십니다 ♡ 레미주는 정말, 젊은 나이답지 않게 치밀한 데다, 인간적이고 기술도 뛰어나더군요 후반부로 가면 갈수록 이 청년에게 감복하게 되었습니다
저도 전부터 하고 싶었던 거라 다음날 바로 했고, 지금 우편물 기다리고 있어요!
시몽은 너무 어렸다. 그녀는 신경질적으로 아들에게 말했더랬다.네 문신 그거 평생 돌이킬 수 없다는 건 알지?그리고 그 말이 부메랑이 되어 그녀에게 되돌아 온다. 돌이킬 수 없음 비가역
[그믐연뮤클럽] 9. 죽은 자를 묻고 그 삶을 이어갈 것인가 "살아 있는 자를 수선하기"
환생에 관한 책이었는데. 숀이 두 눈을 감은 채로 끄덕인다. 그리고 거의 들리지 않는 목소리로 덧붙인다. 에너지를 소비하는 것, 시몽에게는 그게 중요했어. 그 아이의 중심에는 육체가 있었지. 그래, 그 아이는 그런 애였어. 자기 육체 안에서 살아 있었지. 내가 보는 그 아이는 그래. 자연. 자연 안에서도 그 아이는 무서워하지 않았어. 마리안이 잠시 뜸을 들이다가 불안해하며 묻는다. 그런 거겠지? 너그럽다는 건? 난 모르겠어. 어쩌면(이제 그녀가 눈물을 흘린다).
[그믐연뮤클럽] 9. 죽은 자를 묻고 그 삶을 이어갈 것인가 "살아 있는 자를 수선하기"
예전에 알고지내는 스님과 대화하는데 갖고있던 에너지를 다써야만 마감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는데 에너지를 다 쓴다는건. 단순히 열심히 살라는 의미인지 기꺼이 살아내라는 의미인건지 잘은 모르겠지만 어쩌면 장기기증은 에너지의 이동일수도 있겠구나 싶었습니다.
지금으로서는 그들이 느끼고 있는 것은 어찌해도 번역이 불가능한 것으로서, 언어 이전의 언어로 그들을 후려친다. 공유할 수 없는 언어. 말 이전의, 문법 이전의 언어. 아마도 고통의 다른 이름일 언어.그들은 거기에서 빠져나올 수 없다. ... 그들은 스스로로부터 단절된 동시에 그들을 둘러싼 세상으로부터도 단절된 상태다.
[그믐연뮤클럽] 9. 죽은 자를 묻고 그 삶을 이어갈 것인가 "살아 있는 자를 수선하기"
책의 감정선을 무디게 하는 의문일 수 있을지도 모르나 현실적으로 중요한 문제라는 생각에 바이오 의약품의 개발처럼 단백질 구조 시뮬레이션이나 환자의 세포 배양을 통한 생체적합성이 뛰어난 바이오 인공장기에 관한 연구 등이 어느 정도까지 이루어지고 있는지도 궁금해졌습니다.
센스 앤 센서빌리티의 균형을 가지며 ^^ 저 역시 인공장기에 대한 생각을 하며 읽었습니다 문득, 장강명 작가님 단편 중에 예쁜 눈으로 갈아끼운 이야기가 떠오르는데, 작품명도 실렸던 단편집도 갑자기 기억나지 않네요 (혹시 아시는 분?!) 다른 단편 가운데 「나무가 됩시다」라는 단편이 생각나는데, 이 작품은 오히려 인간이 엽록소를 비롯한 식물 유전자를 이식받는 이야기였어요 인공장기에 관한 픽션들도 적지 않은데, 미래 시대에 인간을 정의함에 있어, 신체의 50% 이상일 경우에만 투표권을 준다거나 하는 방안이 시행되는 설정 등도 본 기억이 납니다 ;;;
당신이 보고 싶어하는 세상『표백』 『한국이 싫어서』 『그믐, 또는 당신이 세계를 기억하는 방식』 『재수사』 등의 소설과 르포집 『당선, 합격, 계급』 등을 펴내며 우리 사회에 날카로운 화두를 던지고 동시대 독자들과 부지런히 호흡해온 작가 장강명의 신작 소설집.
오! 추천해주신 책도 꼭 읽어 보겠습니다!
무디게하다뇨.. 저도 실은 이 책을 읽으면서 여러가지 찾아본 게 많은 걸요. 심지어 고령화 약물 영향 여행력 전염병 등 장기기증 뿐만 아니라 갈수록 헌혈도 줄어드는 문제 때문에 제가 아는 선생님 중 한 분은 혈액도 인공혈액을 제조하기 위한 연구를 하고 있었어요. 생명공학은 끊임없이 도전하고 있죠..
저도 비슷한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과학 기술의 발달이 이 쪽 분야에도 잘 적용이 되면 좋겠다 싶었습니다.
마리안은 손에 든 휴대폰을 꼭 쥔다. 말해 줘야 한다는 두려움. 숀의 목소리를 파괴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 지금 그대로의 숀의 목소리를 다시 들을 기회가 그녀에게 더 이상 주어지지 않으리라는, 시몽이 비가역 코마 상태에 빠지기 이전의 그 사라진 시간을 체험할 기회가 다시는 결코 주어지지 않으리라는 것에 대한 두려움. 하지만 그녀는 자신이 그 목소리의 시간 착오에 종지부를 찍고 그 목소리를 여기, 비극적 사건의 현재 속에 다시 뿌리내리게 해야 한다는 걸 안다. 그녀는 자신이 그래야만 한다는 것을 안다. 그녀가 마침내 이야기를 꺼내는 데 성공한다. 구체적이지도 정확하지도 않은 횡설수설이다.
[그믐연뮤클럽] 9. 죽은 자를 묻고 그 삶을 이어갈 것인가 "살아 있는 자를 수선하기" p.101-102
마리안이 시몽에게, 그녀의 눈에 그토록 길어 보인 적이 없었던 시몽의 그 육체에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한 가까이 다가간다. 이렇게 가까이에서 본 것이 얼마나 오랜만인지 모른다. 마리안은 아이의 숨결을 느껴 보려고 아이의 입 위로 몸을 수그리고, 아이의 심장 소리를 들어 보려고 가슴에 뺨을 갖다 댄다. 아이가 숨을 쉰다. 그것이 느껴진다. 아이의 가슴이 뛴다. 그 소리가 들린다. 그녀가 몸을 일으켜 세운다. 시몽의 머리에는 붕대가 감겨 있다. 앞모습은 그대로다. 그렇다. 그런데 표정도 그대로일까? 궁금증이 솟구쳐 오르자 아이의 이마를, 안와골을, 눈썹 선을, 눈꺼풀 밑의 눈의 형태를 꼼꼼하게 살핀다. 억센 코, 끝이 살짝 말려 올라가는 두툼한 입술. 움푹한 볼. 가느다란 수염이 돋아난 턱을 알아보겠다. 그렇다. 그 모든 게 여기 있다. 하지만 시몽의 표정은, 그 아이 안에서 살며 사고하는 그 모든 것은, 그에게 생명력을 부여하는 그 모든 것은, 과연 그것은 전부 다 되돌아올까? 그녀의 다리가 풀어지며 비틀거린다. 이동식 침대에 매달린다. 링거 병이 흔들린다. 그녀를 둘러싼 공간이 출렁인다.
[그믐연뮤클럽] 9. 죽은 자를 묻고 그 삶을 이어갈 것인가 "살아 있는 자를 수선하기" p.109-110
그들은 소생의학의 비약적 발전이 상황을 완전히 바꾸어 놓았으며 이 분야의 발전으로 죽음에 대한 정의를 새로이 내리게 되었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이러한 과학적 행위는 전대미문의 철학적 영향력을 갖는 것으로서 장기 적출 및 이식의 허용과 실현을 낳게 되리라고 장담했다.
[그믐연뮤클럽] 9. 죽은 자를 묻고 그 삶을 이어갈 것인가 "살아 있는 자를 수선하기"
예전에 그믐에서 진행했던 서윤빈 작가님의 '영원한 저녁의 연인들'이 생각나네요. 그 책에선 첫번째 생명연장까진 그렇게 비싸지 않은데, 두 번째인지 세 번째부터는 일반인들은 모을 수도 없는 금액이 책정되어 그 돈을 모으다 실패한 사람들이 남은 돈을 물려준다는 약속을 하고 아직 젊은? 사람들과의 연인관계를 맺었던 내용이었어요. 인상적이었던 게 의외로 장기재생이 더 쉽고, 근육 재생이 더 어렵다고 했던 기억이 납니다. 인공눈이 하루라도 빨리 개발돼서 제 눈에 쏙 들어갈 날을 기대해 봅니다~으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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