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믐연뮤클럽] 9. 죽은 자를 묻고 그 삶을 이어갈 것인가 "살아 있는 자를 수선하기"

D-29
@수북강녕 저도 같은 부분 필사했었는데...읽으면서 숨이 멎는 것 같았어요. 하....생각만해도 끔찍하고 세상이 무너지는 느낌일것 같아요.
이 장면, 작가가 실제 경험한 것이 아닐까싶게 생생하고 인상 깊었어요.
@후시딘 맞아요. 경험하지 않고 이런 글을 썼다면 정말 놀랍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읽으면서 심장이 쿵 내려앉는 느낌이었네요.
레미주는 자기 사무실로 들어가 지체 없이 녹색 서류 파일을 연다. 그는 주의 깊게 서류들을 넘겨 보면서 그 일에 빠져든다. 수치들을 외우고 데이터들을 비교한다. 차츰차츰 시몽의 육체가 어떤 상태인지에 대한 판단이 또렷이 형성된다. 일종의 우려가 그를 엄습한다. 앞으로 밟아 나갈 절차의 단계들과 지표들을 익히 알고 있다 해도, 그 절차가 기름칠이 잘 되어 있는 소형 기계 장치와 얼마나 다른지 또한 잘 알고 있어서다. 그건 정해진 문장들을 읊조린다고, 체크 리스트의 각 항목에 사선으로 줄을 긋는다고 굴러가는 톱니바퀴가 아니다. 그것은 미지의 세계이다. 그러고 나서 그는 목청을 틔우고 생드니에 있는 의학국에 전화를 건다. 이제 그 단계까지 갔다.
[그믐연뮤클럽] 9. 죽은 자를 묻고 그 삶을 이어갈 것인가 "살아 있는 자를 수선하기" p.94-95
마리안 랭브르뿐 아니라, 독자로서도 벌써 숨이 가쁩니다 아직 준비가 되지 않았다구요 ㅠㅠ 싱싱한 청년 시몽에게 닥친 엄청난 사고에 어안이 벙벙한 상태인데 벌써 코디네이터의 등장이라니요 (하지만 레미주에 대한 신뢰는 이 작품에서 너무나 중요한 부분입니다)
23페이지의 페요테(선인장)를 찾아봤는데 먹을 수도 있다는 꽃이 어여쁩니다 ㅎ
그녀가 가방을 움켜쥐면서 돌아섰다. 그 자리에서 꼼짝 않고 있던 딸아이와 맞닥뜨렸다. 오, 루. 아이는 영문도 모른 채 끌어안는 대로 자신을 내맡겼지만, 아이의 마음속의 모든 것은 어머니를 향해 묻고 있었고, 어머니는 질문을 비껴갔다. 실내화 신어. 스웨터 챙기고. 가자. 마리안은 계단 통로를 향해 난 문이 등 뒤에서 쾅 닫힐 때 불현듯(선뜩한 칼날로 긋기) 다음번에 다시 자물쇠에 열쇠를 꽂을 때면 시몽에 대해서 정확하게 알게 되리라는 생각을 했다. 한 층 아래. 마리안은 어떤 아파트 문 앞에서 초인종을 눌렀다. 다시 한 번 눌렀다(일요일 아침이라 아직 잔다). 그러고 나니 어떤 여인이 문을 열어 줬다. 마리안이 그녀에게 속삭였다. 병원. 사고. 시몽. 심각하대요. 상대방은 눈이 휘둥그레져서 고개를 끄덕이고 다정하게 대꾸했다. 루는 우리가 돌볼게요. 잠옷 바람의 여자아이는 아파트 안으로 들어섰다. 열린 문틈으로 엄마에게 살짝 손을 흔들었다. 그러다가 갑자기 생각이 바뀌어 문밖 계단참으로 달려 나가며 소리쳤다. 엄마! 그러자 마리안이 빠르게 계단을 되짚어 올라왔다. 딸아이의 키와 같은 높이가 되게 무릎을 굽히고 아이를 꼭 끌어안았다. 그러더니 아이의 두 눈을 깊숙이 들여다보면서 오싹한 그 후렴구를 되뇐다. 시몽. 서핑. 사고. 갔다 올게. 곧 돌아올게. 아이는 눈도 깜박이지 않았다. 어머니의 이마에 뽀뽀를 하고 이웃집으로 들어갔다.
[그믐연뮤클럽] 9. 죽은 자를 묻고 그 삶을 이어갈 것인가 "살아 있는 자를 수선하기"
'병원, 사고, 시몽' '시몽, 서핑, 사고' 이렇게 단어로만 나열된 부분에서 엄청난 상황을 정말 잘 표현했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1. 다양한 인물들이 세밀화를 그리듯 섬세하고 격정적이고도 긴박한 묘사문과 함께 등장하니 따라가기에 숨이 가쁩니다. 읽는 속도가 작가의 필력을 따라잡지 못해서 헉헉 거리고 있어요. 캐릭터라이징이 플롯을 압도하면서도 더 강력하게 만드는 소설같아요. 연극에서는 인물이 다른 인물로 변화하는 순간을 어떻게 표현할지 너무 궁금합니다! 2. 저는 시몽의 여동생, 자식을 잃은 부모 곁에 홀로 남아 부모의 슬픔을 평생 지켜볼 아이에게 마음이 쓰였습니다. 다른 인물들에 비해 짧은 등장이긴 했지만 ‘루’ 가 느꼈을 불안과 지금 이 순간만큼은 조용히 엄마가 시키는 대로 따라야 한다는 본능적인 판단들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다운 행동들이 복합적으로 ‘루’의 감정을 담고 있는 것 같았어요.
정말 그렇죠? 다수의 작품에서 주인공 외 인물들이 납작하게 그려지기 마련인데, 이 작품은 묵직한 주제와 엄청난 사건을 둘러싸고 다양한 인물이 하나하나 살아 움직이는 모습이에요 아이를 잃었을 때 부모의 심정에 대해서 생각해 본 적은 많은데 (아이를 잃었을 때 남겨진 부부관계에 대해서도요), 형제를 잃은 경우는 잘 생각해 본 적이 없네요 말씀해 주셔서 루에 대해서도 다시 한번 살펴봅니다
네~ 이 소설을 왜 연극으로 만들었는지 이해가 되는 생생한 인물들이에요. 배우 한 사람이 다양한 캐릭터들을 마치 변검처럼 휙휙 가면을 바꾸어 가며 연기할 거라 상상하니 기대가 됩니다! 각 인물들이 전형적이지 않으니 미세한 차이로 진정성을 획득하려는 노고도 따르겠어요.
스포일러가 될 수도 있지만 큰 스포일러가 아님을 우선 확인하고, 예전 상연 버전의 숏클립 링크를 올려 봅니다 연극 보고 오셔서 보셔도 되고, 미리 보셔도 되고, 선택은 자유입니다~! https://youtu.be/fXrXmEL8bZ4
보는 김에 8분 요약 영상까지 다 보았습니다 ㅎㅎ 오~미니멀한 영상과 조명 연출이 배우의 연기를 확장시켜 이성과 감성을 오가게 만드네요! 서술자로서, 극 중 인물로서 움직이는 배우와 함께 영상과 조명도 같이 연기하는 듯 합니다!
스크린과 음향을 강력하게 쓰는 장면이 있는 걸로 아는데, 요약 영상에는 해당 내용을 반영하지 않은 것 같아요 실제 관극에서 많은 분들이 상당한 충격을 받으시는 듯합니다 ;
그들은 온갖 말들로 그녀를 뒤덮다시피 하면서 그들의 애정을 그녀에게 보여 주려 들겠지. 안 돼. 아직은 그럴 때가 아니야. 그녀가 원하는 것, 그것은 기다릴 수 있는 장소다. 시간을 죽일 수 있는 장소. 그녀는 피신처를 원한다.
[그믐연뮤클럽] 9. 죽은 자를 묻고 그 삶을 이어갈 것인가 "살아 있는 자를 수선하기" 81
1. 대사와 지문이 있는 희곡 같다는 생각을 하며 읽고 있습니다. 2. 제가 이 부분까지 공감이 가는 인물은 마리안 랭베르 입니다. 아들의 사고 소식을 듣고 상황이 어떤지는 머리로는 알지만 그걸 마음으로 받아들이지 못하면서도 무너지지 않는 모습이 너무 슬퍼요. 그러면서도 주위 사람을 생각하는 마음이 무척이나 애처롭구요. 환자나 환자 가족에게 절대 하지 말아야 할 말이 80쪽에 나오네요.ㅠㅠ 이런 말은 절대 위로가 아니라 생각하거든요.
이 작품에 등장하는 많은 인물들을 보며 성숙함, 균형, 직업윤리, 일잘알 등을 생각했습니다 감정을 배제한 게 아니면서도 이성적인 사고를 병행하는, 말 그대로 심장과 두뇌가 모두 살아 있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 이 끔찍한 참사를 읽으면서도 위로와 힘이 되었거든요 마리안이 대표적인 인물입니다
팽창하는 우주, 영원히 생성 중인 우주라는 생각이 불현듯 그의 뇌리를 스친다. 세포의 죽음을 통해 변모가 일어나는 공간. 침묵이 소리를, 어둠이 빛을, 정(靜)이 동(動)을 만들어 내듯 죽음이 생명체를 만들어 내는 공간.
[그믐연뮤클럽] 9. 죽은 자를 묻고 그 삶을 이어갈 것인가 "살아 있는 자를 수선하기"
곧 갈게. 금방 갈 수 있어. 지금 어디지? (이제 그의 목소리는 투항을 선언한다. 그 목소리가 마리안과 합류했다. 행복한 사람들과 저주받은 사람들을 가르는 얇을 막을 꿰뚫었다.) 기다려.
[그믐연뮤클럽] 9. 죽은 자를 묻고 그 삶을 이어갈 것인가 "살아 있는 자를 수선하기"
그 모든 게 여기 있다. 하지만 시몽의 표정은, 그 아이 안에서 살며 사고하는 그 모든 것은, 그에게 생명력을 부여하는 그 모든 것은, 과연 그것은 전부 다 되돌아올까? (...) 〈사망〉이라는 말. 그리고 한술 더 떠서 〈죽음〉이라는 말을. 육체를 경직 상태로 굳히는 그 말들을. 그런데 시몽 랭브르의 육체는 경직되지 않았다. 바로 그게 문제다. 그 겉모습은 시체에 대해 사람들이 품는 생각에서 어긋나 있었다. 어쨌든 그의 육체는 차갑고 푸르스름하고 꼼짝 않고 있는 대신 따뜻하고 선명한 선홍색이었으며 움직임을 보이고 있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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