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믐연뮤클럽] 9. 죽은 자를 묻고 그 삶을 이어갈 것인가 "살아 있는 자를 수선하기"

D-29
마침 제가 이은 문장이 수북강녕님의 이야기와 어우러지네요. 심장은, 그 마음은, 그 심박동은 어떻게 되는 걸까요 잠시 저도 궁금하던 참이었거든요.
그런데 저런 공포영화의 내용이 뭔지는 잘 모르지만 (으으 알고싶지 않아요.. 전 공포를 못 봅니다;;) 그런 특징을 이어받는다고 해도 결국 그 기관의 잠재적 기능만 이어받을 수 있을 뿐, 성격, 신념, 기호 등 우리가 보통 우리의 정체성을 결정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뇌이식이 아니면 별로 상관 없을 것 같긴 한데.. 전 이식의 밸런스는 기관의 크기와 용도, 그리고 면역 항체의 상호작용 등으로만 생각했는데 (제가 너무 상상력이 없는 T인가봐요;;) 실제 환자들이 이런 것을 걱정하고 있었다는 게 신기했어요. 하긴 저희 엄만 죽고나서도 뜨거울 것 같아서 자긴 화장되는 건 싫다고 하고.. 알부민 식품 등 몸에 좋은 것도 없고 그냥 돈 뜯어가는 거라고 설명해줘도 모두 다 믿고 사들이는 사람인 걸 보면 대부분 어느 정도 그런 생각을 갖고 있을 것 같네요.. ;; 이론과 다르게 어느 정도 그런 생각을 지울 수 없는 것도 인간인 것 같아요. 저는 감동적이긴 해도 결국에 이게 locked-in syndrome도 아니고 뇌사 상태의 사람에게 이어폰을 꽂고 마지막 말을 전달해주는 것이 무슨 소용이 있나..하지만 그래도 그걸 존중해서 멈추어 주는 것도 인간적인 것 같아요. 만날 엄만 너무 T라고 잔소리하는 F 가족들을 완벽히 이해는 못하지만 존중하려고 노력은 해봅니다.
시몽의 심장이 모르는 사람의 육체 안에서 다시 뛰기 시작하면 쥘리에트에 대한 사랑은 어떻게 되는 걸까? 그 심장을 가득 채우고 있던 그 모든 것들, 이 세상에서 첫날을 맞은 뒤로 서서히 켜를 지었을 감정들, 혹은 흥분이 솟구치거나 분노가 폭발하며 여기저기로 튀었을 감정들, 우정, 그리고 미움과 원한, 격정, 진중하고 다감한 성향은 어떻게 되는 걸까? 파도가 다가올 때면 그의 심장을 세차게 파고들던 그 짜릿함은 어떻게 되는 걸까? 그 충만한, 가득한, 터질 듯한 심장은, 그 〈풀 하트〉는 어떻게 되는 걸까?
[그믐연뮤클럽] 9. 죽은 자를 묻고 그 삶을 이어갈 것인가 "살아 있는 자를 수선하기"
저 1/25일에 관람하고 왔습니다! 정답 맞히고 싶어서 첫 문장 듣고 띠용~~~ 그 날 일하고-> 점심 배터지게 먹고 피곤해.... 연극내내 졸아서 열연하시는 배우님께 너무나 죄송스러웠습니다. 하지만, 눈만 감았지 대사는 다 들렸습니다. 책을 안 읽고 갔으면 많이 놓쳤을 것 같더라고요. 책은 조금이라도 꼭 읽고 가시는 걸 추천 드립니다!
낮공 김지현, 밤공 윤나무 배우님이었는데 어떤 회차로 보셨나요! 첫 문장 정답이 우리 모임에 이미 나왔음을 확인하셨겠네요 ㅎㅎ 그믐에서 29일 동안 각자 가능한 시간과 속도에 따라 책을 읽어가지만, [그믐연뮤클럽]에서 한날 한시에 공연장에 모여 무대를 함께 감상하기는 정말 쉽지 않은 일인데요, @소리없이 @연두냥 @꽃의요정 님처럼 따로 또 같이 공연을 관람하고 나눠 주시는 분들이 계셔서 클럽이 정말 풍성해지는 것 같아요 연뮤클럽을 처음 기획하고 지금까지 운영하면서 이런 관극이 활발히 가능하길 바라 왔는데, 실제로 구현되니 너무나 즐겁고 행복합니다 ♡
낮공을 봤습니다. 들어갈 때와 나올 때의 사진 배치가 다른 것도 좀 놀랐어요. 나올 때 사진은 왼쪽을 바라 보고 있는 사진이었어요. (이 사진은 들어갈 때 사진이에요.) 이 모든 게 다 수북강녕 님이 방도 열어 주시고, 안 보이는 곳까지 세심하게 신경 써 주시는 덕분이라고 생각해요! 그믐에서 이야기하지 않고, 그냥 제가 예매한 걸로만 봤으면 이 연극이 이렇게 특별하게 다가오지 않았을 것 같거든요.
앗 부럽습니다! 그러게요.. 첫 문장부터 귀기울여야겠어요.ㅎㅎㅎ
아이가 부모와 마주보는 사이 해가 서쪽으로 기울며 도시는 천천히 어스름 속에 잠긴다. 이제 그들은 어렴풋한 형체일 뿐이다. 마리안과 숀이 서로에게 다가간다. 아이는 꿈쩍도 않고 침묵을 지키며 두 눈으로 어둠만 빨아들인다 (도자기 흙처럼 희게 빛나는 아이 눈의 흰자). 숀이 아이를 들어 올린다. 그다음엔 마리안이 그들을 껴안는다(아일랜드 남쪽 항구에 세워진 조난자들을 기리는 기념비처럼 눈꺼풀을 내리고 한 덩어리가 된 세개의 육체). 그러고 세 사람은 소파로 간다. 서로 떨어지지 않고 대각선 방향으로 이동한다. 외부로부터 자신을 지키는 카피톨리움 신전의 삼신. 그곳에서 자기들의 숨결과 살 내음 속에 웅크린다(아이에게서는 브리오슈와 젤리 냄새가 난다). 재앙을 통고받은 뒤로 처음, 그들은 다시 숨을 쉰다. 그들의 폐허 한가운데에 처음으로 우묵한 공간을 짓는다. 조금이라도 그들에게 가까이 다가가고, 조금이라도 차분하게 숨죽인다면, 그들의 심장이 남아 있는 생명을 다 같이 펌프질하고 요란스럽게 두드려대는 소리를 들을 수 있으리라. 마치 민감 센서가 방실 판막이나 반월 판막에 설치되어 그로부터 초저주파를 발산하기라도 하는 것처럼. 그 파동은 공간을 질주하고 물질을 관통하여 확실하고 정확하게 일본에, 세토 내해에, 어떤 섬에, 야생의 바닷가에, 그 목재 오두막에 가 닿고, 거기에서는 인간의 심장 박동을 정리하는 작업이, 온갖 곳을 다 돌아다녔을 사람들에 의해 등록되거나 기록된, 전 세계에서 모아들인 심장의 형적을 정리하는 작업이 이루어진다. 마리안과 숀의 심장이 공동의 템포를 기록할 동안 아이의 심장은 북 치듯 뛰놀고, 그러다가 아이가 이마가 땀으로 젖은 채 갑자기 벌떡 일어선다. 왜 깜깜하게 있는 거예요? 부모의 포옹에서 벗어나 고양이처럼 빠져나가서는 방마다 돌며 불이란 불은 몽땅 켠다. 그러고는 부모를 향해 돌아와서는 똑똑하게 말한다. 배고파요.
[그믐연뮤클럽] 9. 죽은 자를 묻고 그 삶을 이어갈 것인가 "살아 있는 자를 수선하기" _p.240_
어쩌면 그때 두 아이는 서로에게 끊임없이 속삭였을지도 모른다. 널 사랑해. 그들 자신마저도 본인들이 무슨 말을 주고받고 있는지 모를 판이었지만 서로에게 그 말을, 사랑해라는 말을 하고 있다는 건 알았다. 중요한 건 그거였다(쥘리에트, 그 아이는 시몽의 심장이었으니까).
[그믐연뮤클럽] 9. 죽은 자를 묻고 그 삶을 이어갈 것인가 "살아 있는 자를 수선하기" _p.243_
(다른 언어를 배우고 나서야 자신의 언어를 알게 되었다. 그래서 그녀는 그 다른 심장도 자신을 알게 해 줄지가 궁금했다. 네 자리를 마련해 줄게, 나의 심장아, 널 위한 공간을 만들어 줄게).
[그믐연뮤클럽] 9. 죽은 자를 묻고 그 삶을 이어갈 것인가 "살아 있는 자를 수선하기" _p.257_
저녁에 살수선 봅니다아~~ 손상규 배우님이에요!! 일정이 꼬물땅 꼬물땅해서 2월에 봐야하나.. 그러면 우리 함께 보는 날 뒷풀이라도 참석 하고 싶었던 깊은 마음이 와장창... 인가.. 엉엉.. 하고 있었는데요, 다행히 성공! 꺄. 두근두근. 잘 보고 오겠습니다 :) 책도 거의 다 읽었어요 헤에 +o+
오오 손상규 배우님은 연출가로도 활약 중이셔서, 그믐에서도 다루고 있는 안똔 체홉의 희곡들을 무대에 올리는 데도 크게 공헌하시더라고요 2024년에 <벚꽃동산>을 올린 데 이어 올해는 <바냐 삼촌>을 연출한다고 합니다! (티켓 가격만 아니면 [그믐연뮤클럽] 10기 작품으로 딱인데 말이죠 :)
한때 체홉을 열심히 읽었고 꽤 오래전에 갈매기를 정동극장에서 본 기억이 있습니다. 체홉의 작품들은 매년 꾸준히 무대에 오르는 것 같은데 대부분 공연 종료 후에 알게 되어 한동안 못봤는데 말씀해주신 작품도 함께 관극할 수 있는 기회가 있으면 좋겠습니다.
2026년에는 체홉 작품을 함께 관극하거나 안똔체홉극장을 다같이 찾는 기회를 만들어 보려고 해요! 그때 꼭 오실 수 있길요 ♡♡♡
오! 늘 좋은 기획에 정말 감사드립니다. 열심히 참석하겠습니다!
1. 이 책이 기증자에 대한 마음을 새롭게 바라보게 된 계기가 되었네요. 실제로 다른 장기이식을 받은 사람들도 이렇게 생각하는지 궁금해지네요. 저도 장기기증을 할 생각은 해봤어도 제가 이식을 받는다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네요.. 2. 모든 의료시술이 이렇게까지 첩보 작전처럼 진행되지는 않지만.. (생각해보니 정말 할리우드에서 이런 걸 연출하면 다르게 보이겠죠) 전 궁금했던 점이 몇 가지 있었는데 클레르가 아르팡에게 기증자에 대해 물어보며 '기증자가 지방에 있지 않냐'고 묻는 장면입니다. 파리에 인구 밀도가 훨씬 높아서 파리에 기증자가 있을 확률이 실은 더 높을텐데 지방에 기증자가 있을 거라고 생각한 이유가 무엇일까요? 또 그 때 번역자인 그녀의 직업을 생각해도 굳이 같은 프랑스인인 아르팡에게 프랑스어가 아닌 영어로 male or female, 그리고 please!라고 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리고 클레르의 몸에 디기탈리스 꽃잎을 뿌리고 간 그 남자는 누구일까요? (꿈, 또는 환상인 걸까요?)
작가도 놀라웠지만.. 번역가분도 정말 대단했습니다. 비슷한 만연체 소설인 라슬로 크러스너호르커이의 작품은 다소 한국어 번역이 아쉬웠을 때도 가끔 있었는데 적절한 템포와 감정의 굴곡이 느껴지는 번역이었습니다.
저도 읽으면서 번역가님도 대단하다 몇 번이고 생각했습니다. 작가님의 문체에 어울리는 고풍스럽고 화려하고 낯선 단어들도 좋았고, 리듬감이 잘 살아있는 문장들도 좋았어요!
아침엔 독성이 있다는 푸크시아 꽃을 찾아봤는데 모습도 색감도 굉장히 아름다웠습니다. 가드닝 블로그가 많던데 독성 주의는 눈에 팍 띄진 않더라구요(물론 이미지 중심으로 잠깐만 봤습니다 ㅎ)
아. 푸크시아가 아니라 디기탈리스 꽃에 독성이 있다는 걸 거에요. 대부분의 약이 용량을 잘못 쓰면 독성이 있죠.. Digitalis는 영미권에서는 foxglove라고 보통 많이 말합니다. 작은 종들이 여러개 달려 있는 모양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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