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믐연뮤클럽] 9. 죽은 자를 묻고 그 삶을 이어갈 것인가 "살아 있는 자를 수선하기"

D-29
예전에 알고지내는 스님과 대화하는데 갖고있던 에너지를 다써야만 마감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는데 에너지를 다 쓴다는건. 단순히 열심히 살라는 의미인지 기꺼이 살아내라는 의미인건지 잘은 모르겠지만 어쩌면 장기기증은 에너지의 이동일수도 있겠구나 싶었습니다.
지금으로서는 그들이 느끼고 있는 것은 어찌해도 번역이 불가능한 것으로서, 언어 이전의 언어로 그들을 후려친다. 공유할 수 없는 언어. 말 이전의, 문법 이전의 언어. 아마도 고통의 다른 이름일 언어.그들은 거기에서 빠져나올 수 없다. ... 그들은 스스로로부터 단절된 동시에 그들을 둘러싼 세상으로부터도 단절된 상태다.
[그믐연뮤클럽] 9. 죽은 자를 묻고 그 삶을 이어갈 것인가 "살아 있는 자를 수선하기"
책의 감정선을 무디게 하는 의문일 수 있을지도 모르나 현실적으로 중요한 문제라는 생각에 바이오 의약품의 개발처럼 단백질 구조 시뮬레이션이나 환자의 세포 배양을 통한 생체적합성이 뛰어난 바이오 인공장기에 관한 연구 등이 어느 정도까지 이루어지고 있는지도 궁금해졌습니다.
센스 앤 센서빌리티의 균형을 가지며 ^^ 저 역시 인공장기에 대한 생각을 하며 읽었습니다 문득, 장강명 작가님 단편 중에 예쁜 눈으로 갈아끼운 이야기가 떠오르는데, 작품명도 실렸던 단편집도 갑자기 기억나지 않네요 (혹시 아시는 분?!) 다른 단편 가운데 「나무가 됩시다」라는 단편이 생각나는데, 이 작품은 오히려 인간이 엽록소를 비롯한 식물 유전자를 이식받는 이야기였어요 인공장기에 관한 픽션들도 적지 않은데, 미래 시대에 인간을 정의함에 있어, 신체의 50% 이상일 경우에만 투표권을 준다거나 하는 방안이 시행되는 설정 등도 본 기억이 납니다 ;;;
당신이 보고 싶어하는 세상『표백』 『한국이 싫어서』 『그믐, 또는 당신이 세계를 기억하는 방식』 『재수사』 등의 소설과 르포집 『당선, 합격, 계급』 등을 펴내며 우리 사회에 날카로운 화두를 던지고 동시대 독자들과 부지런히 호흡해온 작가 장강명의 신작 소설집.
오! 추천해주신 책도 꼭 읽어 보겠습니다!
무디게하다뇨.. 저도 실은 이 책을 읽으면서 여러가지 찾아본 게 많은 걸요. 심지어 고령화 약물 영향 여행력 전염병 등 장기기증 뿐만 아니라 갈수록 헌혈도 줄어드는 문제 때문에 제가 아는 선생님 중 한 분은 혈액도 인공혈액을 제조하기 위한 연구를 하고 있었어요. 생명공학은 끊임없이 도전하고 있죠..
저도 비슷한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과학 기술의 발달이 이 쪽 분야에도 잘 적용이 되면 좋겠다 싶었습니다.
마리안은 손에 든 휴대폰을 꼭 쥔다. 말해 줘야 한다는 두려움. 숀의 목소리를 파괴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 지금 그대로의 숀의 목소리를 다시 들을 기회가 그녀에게 더 이상 주어지지 않으리라는, 시몽이 비가역 코마 상태에 빠지기 이전의 그 사라진 시간을 체험할 기회가 다시는 결코 주어지지 않으리라는 것에 대한 두려움. 하지만 그녀는 자신이 그 목소리의 시간 착오에 종지부를 찍고 그 목소리를 여기, 비극적 사건의 현재 속에 다시 뿌리내리게 해야 한다는 걸 안다. 그녀는 자신이 그래야만 한다는 것을 안다. 그녀가 마침내 이야기를 꺼내는 데 성공한다. 구체적이지도 정확하지도 않은 횡설수설이다.
[그믐연뮤클럽] 9. 죽은 자를 묻고 그 삶을 이어갈 것인가 "살아 있는 자를 수선하기" p.101-102
마리안이 시몽에게, 그녀의 눈에 그토록 길어 보인 적이 없었던 시몽의 그 육체에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한 가까이 다가간다. 이렇게 가까이에서 본 것이 얼마나 오랜만인지 모른다. 마리안은 아이의 숨결을 느껴 보려고 아이의 입 위로 몸을 수그리고, 아이의 심장 소리를 들어 보려고 가슴에 뺨을 갖다 댄다. 아이가 숨을 쉰다. 그것이 느껴진다. 아이의 가슴이 뛴다. 그 소리가 들린다. 그녀가 몸을 일으켜 세운다. 시몽의 머리에는 붕대가 감겨 있다. 앞모습은 그대로다. 그렇다. 그런데 표정도 그대로일까? 궁금증이 솟구쳐 오르자 아이의 이마를, 안와골을, 눈썹 선을, 눈꺼풀 밑의 눈의 형태를 꼼꼼하게 살핀다. 억센 코, 끝이 살짝 말려 올라가는 두툼한 입술. 움푹한 볼. 가느다란 수염이 돋아난 턱을 알아보겠다. 그렇다. 그 모든 게 여기 있다. 하지만 시몽의 표정은, 그 아이 안에서 살며 사고하는 그 모든 것은, 그에게 생명력을 부여하는 그 모든 것은, 과연 그것은 전부 다 되돌아올까? 그녀의 다리가 풀어지며 비틀거린다. 이동식 침대에 매달린다. 링거 병이 흔들린다. 그녀를 둘러싼 공간이 출렁인다.
[그믐연뮤클럽] 9. 죽은 자를 묻고 그 삶을 이어갈 것인가 "살아 있는 자를 수선하기" p.109-110
그들은 소생의학의 비약적 발전이 상황을 완전히 바꾸어 놓았으며 이 분야의 발전으로 죽음에 대한 정의를 새로이 내리게 되었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이러한 과학적 행위는 전대미문의 철학적 영향력을 갖는 것으로서 장기 적출 및 이식의 허용과 실현을 낳게 되리라고 장담했다.
[그믐연뮤클럽] 9. 죽은 자를 묻고 그 삶을 이어갈 것인가 "살아 있는 자를 수선하기"
예전에 그믐에서 진행했던 서윤빈 작가님의 '영원한 저녁의 연인들'이 생각나네요. 그 책에선 첫번째 생명연장까진 그렇게 비싸지 않은데, 두 번째인지 세 번째부터는 일반인들은 모을 수도 없는 금액이 책정되어 그 돈을 모으다 실패한 사람들이 남은 돈을 물려준다는 약속을 하고 아직 젊은? 사람들과의 연인관계를 맺었던 내용이었어요. 인상적이었던 게 의외로 장기재생이 더 쉽고, 근육 재생이 더 어렵다고 했던 기억이 납니다. 인공눈이 하루라도 빨리 개발돼서 제 눈에 쏙 들어갈 날을 기대해 봅니다~으악!
바깥 세상이 그 사건의 여파를 흡수하고 여진을 집어삼키고 마지막 떨림까지 남김없이 빨아먹기라도 한 듯. 충격파의 진폭이 줄어들며 길게 늘어지다가 약해져 평평한 하나의 선이 되기라도 한 듯. 공간 속으로 뻗어 나가 다른 선들 전부와 뒤섞이고 세상의 폭력을 구성하는 무수히 많은 다른 선들과 한데 합쳐져 버린 그 단순한 선. 그 슬픔과 잔해의 뭉치. 시선을 아무리 먼 곳까지 던져 보아도 아무것도 없다.
[그믐연뮤클럽] 9. 죽은 자를 묻고 그 삶을 이어갈 것인가 "살아 있는 자를 수선하기" 96
빠르게 생겨난 시몽의 이미지들이 노략질하듯 잇달아 그녀를 공격해 오면 그 파상 공격을 막아 낼 제방을 쌓고 가능하다면 그 이미지들을 각목을 휘둘러 멀리 쫓아 보내기. 하지만 그 이미지들은 벌써 추억으로 구축된다. 기억의 시퀀스들로 이뤄진 19년. 하나의 덩어리. 그 모든 것을 멀찌감치 떼놓기. 그녀가 레볼의 그 골방 같은 사무실에서 시몽을 떠올렸을 때 갑자기 들이닥쳤던 기억의 폭발이 그녀로서는 무능하게도 통제도 축소도 할 수 없는 고통을 그녀의 가슴속에 심어 놓았다. 고통을 다스리려면 기억을 뇌 속에 자리 잡게 한 뒤 초정밀 컴퓨터가 인도하는 주사기 바늘로 마비 용액을 주입해야 하리라. 하지만 그녀가 모르고 있는 것이 하나 있다. 기억은 몸 전체의 소관이라서, 그녀는 뇌 속에서 그저 행위의 동력, 기억할 수 있는 능력만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난 그 머리통 속에서 한 철 일했네.>
[그믐연뮤클럽] 9. 죽은 자를 묻고 그 삶을 이어갈 것인가 "살아 있는 자를 수선하기" 98-99
그 목소리는. 세상을 혼란에 빠트렸고 그녀의 뇌를 찢어발겼다. 그건 이전의 삶의 목소리였으니까.
[그믐연뮤클럽] 9. 죽은 자를 묻고 그 삶을 이어갈 것인가 "살아 있는 자를 수선하기" 101
시간이 어느 방향으로 흐르는지, 시간이 선적인지 아니면 훌라후프처럼 빠르게 도는 원들을 그리는지, 시간이 완결된 원들을 만드는지 아니면 소라 껍질의 나선형처럼 말리는지, 시간이 파도가 꺾이며 생성된 튜브, 그 어두운 이면으로 바다와 우주 전체를 빨아들이는 거대한 튜브의 형체를 띠는지를 어느 날엔가는 그녀가 알아야 하리라. 그렇다. 흐르는 시간이 무엇으로 이루어지는지를 그녀가 이해해야 하리라.
[그믐연뮤클럽] 9. 죽은 자를 묻고 그 삶을 이어갈 것인가 "살아 있는 자를 수선하기" 101
그녀는 자신이 그 목소리의 시간 착오에 종지부를 찍고 그 목소리를 여기, 비극적 사건의 현재 속에 다시 뿌리내리게 해야 한다는 걸 안다.
[그믐연뮤클럽] 9. 죽은 자를 묻고 그 삶을 이어갈 것인가 "살아 있는 자를 수선하기" 101
허공으로 몸을 날리기 전 돌처럼 굳어 끌어안을 때의 그런 포옹. 어쨌든 세상 끝 날의 그 무엇. 그 순간, 그것은 그 둘을 같은 시간, 정확하게 같은 시간 속에서 서로 접속하게 만드는 몸짓이자(입술끼리 부딪힌다) 둘 사이의 거리를 강조하는 동시에 없애 버리는 몸짓이기도 하다. 그 둘이 서로를 풀어 줄 때, 그 둘이 마침내 서로를 놓아줄 때, 얼이 빠지고 기진맥진한 그 두 사람은 흡사 조난자들이다.
[그믐연뮤클럽] 9. 죽은 자를 묻고 그 삶을 이어갈 것인가 "살아 있는 자를 수선하기" 104-105
숀과 마리안의 이런 모습들.. 너무 슬프고 괴롭지만 이렇게 아름답고 시적으로 표현할 수가 있을까.. 정말 작가의 문장들이 사정없이 휘몰아치는 파도처럼 마음을 쓸고가는 듯합니다.
마리안이 시몽에게, 그녀의 눈에 그토록 길어 보인 적이 없었던 시몽의 그 육체에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한 가까이 다가간다. 이렇게 가까이에서 본 것이 얼마나 오랜만인지 모른다.
[그믐연뮤클럽] 9. 죽은 자를 묻고 그 삶을 이어갈 것인가 "살아 있는 자를 수선하기" 109
아까 Holbein이나 Mantegna의 그림도 체 게바라의 사진도 보면 다 길게 늘어진 모습인데요.. 이런 모습들에서 느껴지는 건 항상 서 있거나 앉아 있거나 우리가 어떤 사람을 평상시에는 수직으로 있고 수시로 움직이는 모습을 보는 반면, 죽은 사람을 보면 살아 있을 때보다 길게 가로로 늘어져 있고 가만히 있기에 더 자세히 바라볼 수 있다는 점을 알아차리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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