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믐연뮤클럽] 9. 죽은 자를 묻고 그 삶을 이어갈 것인가 "살아 있는 자를 수선하기"

D-29
책을 읽고 연극을 보며 인물들의 성숙함에 대해 계속 생각해 보게 됩니다 기증이 무조건 숭고하고 거부가 무조건 이기적이라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작품 중에도 그런 뉘앙스의 대화가 이루어지죠), 남편과 아내 간에, 또는 의사와 가족 간에 타인을 살려야 한다는 명제로 계몽하려 든다거나, 각자의 생각을 강요해 설득하려 든다거나 하는 부분이 없어서요 '가족'이라는 의미 또한 우리와 프랑스가 다를 텐데요 (요즘 다른 분야에서도 확대 가족, 동성 부부, 입양 등) 가족의 기준과 범위, 정의 또한 점차 그 경계가 모호해지는 상황에서, 프랑스 같은 경우 '개인(=고인)'에 더 집중하는 느낌도 받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연히, 물론, 루와 할머니까지, 가족의 소중함은 끝까지 언급되지만요 (갑자기 눈물이 ㅠㅠ)
시몽의 장기 적출 후에 수술실에서 코디네이터가 시몽 귓가에 함께하는 사람들의 이름을 속삭여주는 장면에서 정말 눈물 났어요.
그래서 장기 기증을 하고 나면 꼭 가족에게 이 사실을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프로세스에 나오더라고요. (장기 기증을 했다 하더라도 철회는 언제든 가능하다고 합니다.) 타인의 생명이 우선이냐, 가족의 감정이 우선이냐는 상황마다 다를 수 있고 누구도 강요할 수 없는 문제이지요. 제 생각에는 막연히 어림짐작하기에 앞서 서로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앉아서 차분히 대화를 먼저 해 보면 어떨까 싶습니다. 생각만큼 가족이 상처 받지 않을 수도 있고, 상처를 받는다 해도 그 포인트가 나의 생각과는 다른 지점일 수도 있어요.
저도 일단 가족에게 알렸지만 전부터 반대하는 입장이라서 그런지 한번 생각해 보겠다고 하더라고요. 근데 제가 단순하게 생각해서 그런 건지. 살아서는 세상에 별 도움도 주지 못했는데 죽어서라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에 장기기증을 하고 싶은 거라서요.
시몽이 결정했다면 어쩌면 더 쉬운 결정이 되었을 것 같아요 그러나 갑자기 사고로 스무살의 아들을 잃게 된 부모에게는 참 힘든 결정... 그렇게라도 아이의 존재들을 세상에 의미있게 남기고 싶을 수도 있고.. 너무 아픈 결정일 듯 합니다 찬란했던 시몽의 때를 그린 문장들이라 옮겨봤습니다
어서 오세요! [그믐연뮤클럽] 5기에서 함께 읽고 보았던 『붉은 낙엽』 역시 십대 소년을 소재로 하고 있고 관련한 부모의 결정을 그린 작품이라 연결되는 기분도 듭니다
붉은 낙엽토머스 H. 쿡의 장편 추리소설. 어느 평범한 가족에게 닥친 위기를 통해 불신과 오해, 불완전한 추리의 파괴적인 성질을 오롯이 보여주는 추리비극으로, 유괴라는 범죄가 주요 모티브로 사용되지만, 추리보다는 가족과 삶의 진실을 찾는 여정에 집중한다.
그에게 또박또박 들려줘야 할 돌이킬 수 없다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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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무스레하고 네모진 그의 얼굴이 서서히 토마를 향하더니 의견을 말한다. 둔탁한 목소리에 공간이 움푹 패는 것 같다. 열아홉 살(입술을 완전히 벌리지 않아서 또박또박 발음되지 않은 그 말들이 흘러나오자 흔들리던 그의 상체가 단단하게 덩어리를 이룬다), 그런 문제에 대해, 그에 필요한 조처를 취하는 열아홉 살 남자애들이 있나요? 그런 일이 존재하나요? (<조처를 취하다>. 그는 목소리를 쥐어짠다. 잇소리의 난사, 차디찬 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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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는 자신이 대화에 생겨난 틈이라고 파악한 것 속으로 슬그머니 비집고 들어가며 목소리를 한 톤 올려 묻는다. 왜 <시몽은 아니>죠? … 삶을 사랑한다는 것이 자신의 죽음을 고려해 보지 않았다는 걸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가까운 사람들과 그런 얘기를 나눴을 수도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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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에 죽 읽기에는 감정적으로 감당이 되지 않는 내용이라 전반적으로 속도가 잘 나지 않으나 특히 이 부분에서는 감정이 많이 격해졌던 것 같습니다. 토마의 자신의 목적 달성을 위한 전략적인 대화의 운용에, 마치 삶을 진정으로 사랑한다면 당연히 본인의 장기이식의 사전 동의와 같은 일에 진지하게 고려를 했을텐데 가장 가까운 자인 부모가 모르고 있느냐는 .. 시몽과 부모를 동시에 교묘하게 압박하는 태도가 드러나는 것처럼 받아들여졌기 때문입니다. 열아홉 살 어린 청년이 정말이지 그런 일에 미리 조처를 취한다는 것이 …
오... 저는 이 부분을 읽으며 토마의 화법이 전략적이라기보다는, 공적인 직업 윤리와 사적인 정서 교감을 모두 갖추고 있는 훌륭한 접근이라고 느꼈는데, 다르게 받아들이신다는 점이 아주 흥미롭습니다 어제 1차 관극을 하고 와서 이해도가 더 깊어진 부분은, 프랑스에서는 '뇌사 상태에서의 장기 기증은 디폴트로, 생전에 아주 강력한 거부 의사를 미리 등록해 놓지 않았다면 모두 기증해야 한다'라는 사실을 알게 된 것입니다 모든 국민을 잠재적 장기기증자로 간주하는 '자동 기증(옵트아웃)'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고 해요 거부가 디폴트이고 기증이 선택이 아니라, 기증이 의무이되 거부 의사가 분명했다면 그것을 존중하는 정도라는 거죠 그런 사실을 조심스럽게 확인하되, 불분명한 경우에 남겨진 가족의 후회가 막심하지 않도록 보호하고 이끄는 것이 토마의 역할 같습니다
네~ 작품 안에서 장기 기증 관련 법 내용을 읽으며 각기 다른 문화권에서 고인의 신체 훼손에 대한 인식이 다를 수 있을텐데 의학적인 관점에서 이에 대해 국제적으로 명시된 바가 있을 것인지, 작품의 내용과는 별개로 그에 따른 코디네이터의 접근 방식의 일종의 매뉴얼 같은 것이 있을 것인지 궁금하기도 했습니다.
매뉴얼 (또는 최소한 교육 자료) 이 있을 것 같아요 아무래도 개인의 역량에만 의지하기 보다는 필수 고지 내용과 서비스 스탠다드? 같은 것을 포함한 공통 자료가 필요하겠습니다 이번에도 함께 관극하시면 좋았을 텐데 먼저 보시는군요! 완독 후 감상과 관극 후 감상 모두 기다리겠습니다 ♡
저는 그래도 토마가 결국에는 가족들의 의견을 절대적으로 존중하고 법에 의해 장이기증의 정당성을 강화해가며 우격다짐으로 밀고 나가는 현행 절차에 제동을 거는 게 그의 방식이라고 쓴 걸로 봐서는 또 프랑스 사회의 현행과 또 별개로 독립적인 태도도 어느 정도 취하는 것 같습니다. 나라마다 조금씩 장기기증 방식이 다른데 프랑스 스페인 벨지엄 등에서는 대놓고 거부하지 않는 한 디폴트로 장기기증을 하는 opt out (presumed consent) 방식인 반면 미국, 캐나다, 독일, 일본 등은 opt in (informed consent) 방식으로 확실히 동의해야 기증이 가능한 편입니다. 한국은 뇌사상태이고 가족의 동의가 있어야 장기기능이 가능했지만 점차 가족이 없는 환자에서는 가족의 동의 없이, 그리고 뇌사 만이 아니고 life support 를 그만하고 심정지된 환자까지 장기기증의 범위를 넓히려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다고 합니다.
그래, 서핑이라니, 미친 짓이지. 정말로 위험한 미친 짓. 그리고 그녀 마리안은 어떻게 그렇게까지 강렬한 감각을 추구하는 중독 증세가 자기 집에서 점점 자라나게 내버려 두고, 자기 아들이 그 아찔함의 회오리 속으로, 배럴 파도 속으로, 그 바보 같은 짓 속으로 빠져들게 내버려 둘 수 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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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 둘 다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둘 다 아이를 보호할 줄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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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것이 후회와 내탓 같을 것 같아요ㅜㅜ
토마만이 완벽하게 부동을 유지하는 유일한 인물이다. 그 어떤 감정도 발산하지 않는다. 고통으로 마구 문댄 그들의 얼굴에서 시선을 떼지 않는다. 턱이 꿈틀거리고 어깨가 부들부들 떨리는 것도 무시한다. 피하지 않고 진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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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대담의 목적은 의향을, 시몽의 의향을 찾아내어 표현해 보는 겁니다. 두 분을 위해서 두 분이 무엇을 할까를 생각해 보는 게 아니라 아드님이라면 어떤 결정을 내렸을지를 우리 스스로에게 물어보는 거죠(토마는 잠시 숨을 멈춘다. 그는 이 마지막 말에 서린 폭격을 가늠해 본다. 그들의 육체와 자식의 육체를 근본적으로 갈라놓으며 그와 동시에 성찰을 유도하는 그 말들). … 어떻게 알아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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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말하지 않은 자는 동의한 것>이라는 단언을 듣는 일을 겪게 하지는 않겠다. … 법이 다른 결론을, 그러니까 상호성과 교환에 입각한 보다 복잡한 개념을 이끌어 낸다면, 즉 개개인이 잠재적으로 수혜자로 추정될 수 있기 때문에 사망할 경우 개개인을 기증자로 추정하는 것이 논리적이지 않는가라는 생각이라면, 그 순간 그 면담은 단순한 절차나 위선적 관례로 변해 버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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