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믐연뮤클럽] 9. 죽은 자를 묻고 그 삶을 이어갈 것인가 "살아 있는 자를 수선하기"

D-29
아이가 부모와 마주보는 사이 해가 서쪽으로 기울며 도시는 천천히 어스름 속에 잠긴다. 이제 그들은 어렴풋한 형체일 뿐이다. 마리안과 숀이 서로에게 다가간다. 아이는 꿈쩍도 않고 침묵을 지키며 두 눈으로 어둠만 빨아들인다 (도자기 흙처럼 희게 빛나는 아이 눈의 흰자). 숀이 아이를 들어 올린다. 그다음엔 마리안이 그들을 껴안는다(아일랜드 남쪽 항구에 세워진 조난자들을 기리는 기념비처럼 눈꺼풀을 내리고 한 덩어리가 된 세개의 육체). 그러고 세 사람은 소파로 간다. 서로 떨어지지 않고 대각선 방향으로 이동한다. 외부로부터 자신을 지키는 카피톨리움 신전의 삼신. 그곳에서 자기들의 숨결과 살 내음 속에 웅크린다(아이에게서는 브리오슈와 젤리 냄새가 난다). 재앙을 통고받은 뒤로 처음, 그들은 다시 숨을 쉰다. 그들의 폐허 한가운데에 처음으로 우묵한 공간을 짓는다. 조금이라도 그들에게 가까이 다가가고, 조금이라도 차분하게 숨죽인다면, 그들의 심장이 남아 있는 생명을 다 같이 펌프질하고 요란스럽게 두드려대는 소리를 들을 수 있으리라. 마치 민감 센서가 방실 판막이나 반월 판막에 설치되어 그로부터 초저주파를 발산하기라도 하는 것처럼. 그 파동은 공간을 질주하고 물질을 관통하여 확실하고 정확하게 일본에, 세토 내해에, 어떤 섬에, 야생의 바닷가에, 그 목재 오두막에 가 닿고, 거기에서는 인간의 심장 박동을 정리하는 작업이, 온갖 곳을 다 돌아다녔을 사람들에 의해 등록되거나 기록된, 전 세계에서 모아들인 심장의 형적을 정리하는 작업이 이루어진다. 마리안과 숀의 심장이 공동의 템포를 기록할 동안 아이의 심장은 북 치듯 뛰놀고, 그러다가 아이가 이마가 땀으로 젖은 채 갑자기 벌떡 일어선다. 왜 깜깜하게 있는 거예요? 부모의 포옹에서 벗어나 고양이처럼 빠져나가서는 방마다 돌며 불이란 불은 몽땅 켠다. 그러고는 부모를 향해 돌아와서는 똑똑하게 말한다. 배고파요.
[그믐연뮤클럽] 9. 죽은 자를 묻고 그 삶을 이어갈 것인가 "살아 있는 자를 수선하기" _p.240_
어쩌면 그때 두 아이는 서로에게 끊임없이 속삭였을지도 모른다. 널 사랑해. 그들 자신마저도 본인들이 무슨 말을 주고받고 있는지 모를 판이었지만 서로에게 그 말을, 사랑해라는 말을 하고 있다는 건 알았다. 중요한 건 그거였다(쥘리에트, 그 아이는 시몽의 심장이었으니까).
[그믐연뮤클럽] 9. 죽은 자를 묻고 그 삶을 이어갈 것인가 "살아 있는 자를 수선하기" _p.243_
(다른 언어를 배우고 나서야 자신의 언어를 알게 되었다. 그래서 그녀는 그 다른 심장도 자신을 알게 해 줄지가 궁금했다. 네 자리를 마련해 줄게, 나의 심장아, 널 위한 공간을 만들어 줄게).
[그믐연뮤클럽] 9. 죽은 자를 묻고 그 삶을 이어갈 것인가 "살아 있는 자를 수선하기" _p.257_
저녁에 살수선 봅니다아~~ 손상규 배우님이에요!! 일정이 꼬물땅 꼬물땅해서 2월에 봐야하나.. 그러면 우리 함께 보는 날 뒷풀이라도 참석 하고 싶었던 깊은 마음이 와장창... 인가.. 엉엉.. 하고 있었는데요, 다행히 성공! 꺄. 두근두근. 잘 보고 오겠습니다 :) 책도 거의 다 읽었어요 헤에 +o+
오오 손상규 배우님은 연출가로도 활약 중이셔서, 그믐에서도 다루고 있는 안똔 체홉의 희곡들을 무대에 올리는 데도 크게 공헌하시더라고요 2024년에 <벚꽃동산>을 올린 데 이어 올해는 <바냐 삼촌>을 연출한다고 합니다! (티켓 가격만 아니면 [그믐연뮤클럽] 10기 작품으로 딱인데 말이죠 :)
한때 체홉을 열심히 읽었고 꽤 오래전에 갈매기를 정동극장에서 본 기억이 있습니다. 체홉의 작품들은 매년 꾸준히 무대에 오르는 것 같은데 대부분 공연 종료 후에 알게 되어 한동안 못봤는데 말씀해주신 작품도 함께 관극할 수 있는 기회가 있으면 좋겠습니다.
2026년에는 체홉 작품을 함께 관극하거나 안똔체홉극장을 다같이 찾는 기회를 만들어 보려고 해요! 그때 꼭 오실 수 있길요 ♡♡♡
오! 늘 좋은 기획에 정말 감사드립니다. 열심히 참석하겠습니다!
1. 이 책이 기증자에 대한 마음을 새롭게 바라보게 된 계기가 되었네요. 실제로 다른 장기이식을 받은 사람들도 이렇게 생각하는지 궁금해지네요. 저도 장기기증을 할 생각은 해봤어도 제가 이식을 받는다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네요.. 2. 모든 의료시술이 이렇게까지 첩보 작전처럼 진행되지는 않지만.. (생각해보니 정말 할리우드에서 이런 걸 연출하면 다르게 보이겠죠) 전 궁금했던 점이 몇 가지 있었는데 클레르가 아르팡에게 기증자에 대해 물어보며 '기증자가 지방에 있지 않냐'고 묻는 장면입니다. 파리에 인구 밀도가 훨씬 높아서 파리에 기증자가 있을 확률이 실은 더 높을텐데 지방에 기증자가 있을 거라고 생각한 이유가 무엇일까요? 또 그 때 번역자인 그녀의 직업을 생각해도 굳이 같은 프랑스인인 아르팡에게 프랑스어가 아닌 영어로 male or female, 그리고 please!라고 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리고 클레르의 몸에 디기탈리스 꽃잎을 뿌리고 간 그 남자는 누구일까요? (꿈, 또는 환상인 걸까요?)
작가도 놀라웠지만.. 번역가분도 정말 대단했습니다. 비슷한 만연체 소설인 라슬로 크러스너호르커이의 작품은 다소 한국어 번역이 아쉬웠을 때도 가끔 있었는데 적절한 템포와 감정의 굴곡이 느껴지는 번역이었습니다.
저도 읽으면서 번역가님도 대단하다 몇 번이고 생각했습니다. 작가님의 문체에 어울리는 고풍스럽고 화려하고 낯선 단어들도 좋았고, 리듬감이 잘 살아있는 문장들도 좋았어요!
아침엔 독성이 있다는 푸크시아 꽃을 찾아봤는데 모습도 색감도 굉장히 아름다웠습니다. 가드닝 블로그가 많던데 독성 주의는 눈에 팍 띄진 않더라구요(물론 이미지 중심으로 잠깐만 봤습니다 ㅎ)
아. 푸크시아가 아니라 디기탈리스 꽃에 독성이 있다는 걸 거에요. 대부분의 약이 용량을 잘못 쓰면 독성이 있죠.. Digitalis는 영미권에서는 foxglove라고 보통 많이 말합니다. 작은 종들이 여러개 달려 있는 모양이에요.
앗 그렇군요! 사진까지 친절하게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_+
화제로 지정된 대화
[ 1.31 단체 관극 안내입니다 ] 1. 공연장은 '국립정동극장'입니다 (중구 정동길 43) https://naver.me/FjbQeKCu - 인근에 '국립정동극장 세실'이 따로 있습니다 그쪽으로 가시면 안됩니다 ㅎ - 지하 1층에 매표소와 로비, 공연장이 있으며, 주차장은 협소해 추천 드리지 않습니다 - 지하 1층 입구에 무료 물품 보관함이 있어 겉옷이나 무거운 가방 보관하시기 편리합니다 2. 함께 관극하시는 분은 현재까지 @김새섬 @하뭇 @후시딘 @프렐류드 @랄라희 @읽는사람 @여름길 @riverside @Innerpeace @Alice2023 @IlMondo @은은 @borumis @서이음 @책과사과 @물고기먹이 @흰구름 @수북강녕 입니다 # 과거 정동극장 티켓 증빙 요청하신 분이 2분인데요, 3-4장 넉넉하게 가지고 가겠습니다 # 티켓 증빙 필요하신 분들은 13:30에 매표소 앞에서 뵙겠습니다 # 다른 분들은 매표소에서 예매 내역 제시 및 티켓 교환 후 입장하시기 바랍니다 로비에서 "살수선" 책 들고 얼쩡거리는 무리에게 인사 나눠 주시면 감사합니다 ( 표준 인사말은 (쭈뼛쭈뼛) "...그믐...이세요?" 입니다! ) # 위에 기재하지 않은 분들 더 오셔도 당연히 환영입니다 3. 100분간의 관극이 끝나면 로비에 모여 주세요 - 관객들이 한꺼번에 퇴장하여 로비 바닥에 연출된 아름다운 영상을 촬영하므로 다소 혼잡합니다 - 화장실 다녀오실 분 등을 기다려 간단한 단체 사진 촬영 후 (뒷모습 촬영이니 예쁘게 하고 오세요 ㅎㅎ) 뒤풀이 장소로 이동합니다 - [그믐연뮤클럽] 9기 책갈피 카드를 나눔하고 퀴즈 정답자 선물도 증정합니다 ♡ 4. 뒤풀이 장소는 도보 3분, 260m 거리의 '정동독립맥주공장'입니다 https://naver.me/xTTK2xy7 - 술을 드시지 않는 분을 위한 무알콜 맥주와 탄산도 있습니다 - 메뉴는 피자, 치킨, 소시지 등이며, 적절한 1/n 방식으로 계산 예정입니다 - 단체 관람하시는 분 중 뒤풀이에 오시기 어려운 분은 살짝 알려 주세요 다른 날 관극하신 분, 관극하지 않으시는 분도 뒤풀이 참가 환영합니다! (20명 가까운 단체라, 사전 좌석 확보와 메뉴 주문의 이슈가 있어요 못 오시는 분은 말씀 주세요~) 👨‍👩‍👧‍👦 책도, 연극도, 이야깃거리가 무궁무진한 작품입니다 뒤풀이까지 함께, 좋은 시간 만들어요~~~ ♡
상세한 안내 감사합니다. 다행스럽게도 토요일 오후부터 날씨가 조금씩 풀린다고 하네요. 수북강녕님께서 <살아있는 자를 수선하기> 는 "고도의 집중과 상당한 에너지를 필요로 하는 밀도 높은 연극"이라고 하셨는데요, 그래서 잠깐이지만 상상을 해봤어요. 100분이라는 시간을 나 혼자서 채워야 하면 나는 어떻게 해야 되나... 생각을 해보니 정말 가슴이 답답하더라고요. 갑자기 대사가 생각나지 않으면 어떻게 하지? 대신 시간을 때워줄 누군가도 없는 상황에서, 게다가 회전러들도 많아서 대사와 상황을 나보다 더 잘 아는 관객들도 많을텐데... 저는 정말 '배우'는 못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드디어 내일이네요!!
드디어 내일이네요.
@랄라희 @프렐류드 드디어 내일이네요 :)
안녕하세요 오늘 연극 보러 가는데 뒷풀이 참여할게요~처음 연뮤 참석해보는데 맥주공장이라는 곳에 가면 되나요? 술은 못 마시지만 참석하겠습니다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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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15일, 그믐밤에 만나요~
[그믐밤] 47. 달밤에 낭독, 입센 1탄 <인형의 집>[그믐밤] 46. 달밤에 낭독, 체호프 4탄 <벚꽃 동산> [그믐밤] 45. 달밤에 낭독, 체호프 3탄 <바냐 아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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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한 번의 삶방랑자들여자에 관하여
🎁 여러분의 활발한 독서 생활을 응원하며 그믐이 선물을 드려요.
[인생책 5문 5답] , [싱글 챌린지] 완수자에게 선물을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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