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음날 오전 나는 괜찮다는 자흔을 억지로 병원에 끌고 가 엑스선 촬영을 했다. 촬영 결과를 기다리기 위해 복도 철제 의자에 나란히 앉았을 때, 그녀는 줄곧 내리깔고 있던 눈길을 들어 물끄러미 나를 바라보았다. 자흔의 눈길에는 온갖 미움과 질책과 원망 대신 형언할 수 없는 쓸쓸함이 아득하게 배어 있어서, 어깨를 맞대고 있었지만 마치 불러도 들을 수 없을 만큼 먼 곳에 떨어져 앉은 낯선 사람처럼 느껴졌다. ”
『여수의 사랑 -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개정판』 한강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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