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여수의 사랑』 : 미래가 없는 자들을 위한 2026년의 시작

D-29
그외 좀 갸우뚱했던 내용 표현들 1. 두 살 무렵 강보에 싸여 기차에서 발견되었다는 구문 : 보통 강보는 태어난지 몇 달 안되는 갓난 아기를 싸는 것이지요. 두살이면 거의 뛰어다닐 시기인데 강보에 싸여서 발견되었다고 해서 .. 의아했더랍니다. 차라리 두어달 무렵이라고 했다면 여러 면에서 더 이치에 맞았을 것 같아요. 2. 늘어난 테이프의 가수가 테너라는 점 : 하바네라는 여성 소프라노인데 테너라고해서.. 아침마다 채찍처럼 자흔의 허리를 내리치던 곡이 아닌 다른 곡이라고? 그 테이프 안에 여러 곡이 있는데 그 중 테너의 다른 곡도 같이 있었나? 그렇다고 해도 갑자기 왜 테너 목소리라고 콕 집어 말했을까? 아니면 메조 소프라노의 여성 목소리가 테이프가 늘어져서 테너 같이 들렸었나? ㅎㅎㅎ 이런저런 망상을 하게 했던 대목입니다.
@베오 헉! 생각해보면 2살 애기가 강보에 과연 얌전히 싸여줄까 싶내요.. 생각도 못했습니다. 노래에 대해서는 저도 갸우뚱한 게 있었어요. 소설에 적혀있는 노래 제목으로 검색한 노랫말에는 '그대여 내게 와달라'는 식의 내용으로 해석될만한 부분이 안 보이더라고요. 또 남자 테너가 아니라 카운터테너거나 여자 소프라노 노래인 거 같은데, 이 노래가 정녕 그 노래가 맞나? 싶어 의아했었습니다. 혹시 잘 아시는 분이 계실까요...?
@진제 역자가 없는 소설에 주석이 달려 있으면 원작자가 주석을 달았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야겠죠, 그러니 카르멘의 하바네라가 맞을 겁니다. 딱 그대여 내게 와달라라는 일대일 문구는 없지만 카르멘이 유혹하는 노래니까 그렇게 해석해도 큰 무리는 없을 것 같습니다만.. 그냥 카르멘이 담긴 테이프니까 테너곡도 있었겠지 라고 넘어가려고요.ㅎㅎ https://youtu.be/BXqMAe4H8Pw?si=5D3xKLQShLoKXcKd
해당 노래 가사는 앞서 32p에서 짝사랑하는 남자가 읽었던 '시'와 연결되는 것 같은데요. 근데 책에 테너라고 되있나요? 저는 못찾았어요.
오늘 여수의 사랑을 모두 읽었는데요, 혼자라면 끝까지 읽지 못했을 것 같아요. 물론 한강 작가님 너무 좋아합니다. 그...그런데 소설 속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의 어둠이 감당하기 힘드네요 ㅠㅠ 그믐에서 함께 읽어서 다행입니다 :) mission 1. 내 몸이 먼저 반응한 문장 여수, 그 앞바다의 녹슨 철선들은 지금도 상처 입은 목소리로 울부짖어대고 있을 것이다. 여수만의 서늘한 해류는 멍든 속살 같은 푸릇푸릇한 섬들과 몸 섞으며 굽이돌고 있을 것이다. 저무는 선착장마다 주황빛 알전구들이 밝혀질 것이다. 부두 가건물 사이로 검붉은 노을이 불타오를 것이다. 찝찔한 바닷바람은 격렬하게 우산을 까뒤집고 여자들의 치마를, 머리카락을 허공으로 솟구치게 할 것이다.(p.9) 한동안 소설의 첫 문장을 수집했을 정도로 소설의 첫 문장들을 좋아합니다!ㅎㅎ <여수의 사랑>의 첫 문장을 읽으며 어둡고 슬픈 소설이겠구나 예상했는데 이 정도였을 줄은...! 아무튼 <여수의 사랑>을 다 읽고 나서도 다시 한번 읽어본 것은 바로 첫 문장이에요. 축축하고, 어둡고... 그래도 아름답습니다! :) mission 2. 여수, 상처인가요 구원인가요? 상처로 기억되는 곳이지만 동시에 구원이기도 한 곳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린 정선이 그곳에서 평생 잊을 수 없는 큰 상처를 얻었지만, 끝내 회피하지 않고 여수를 향하니까. mission 3. 정선의 '그 후'를 상상해 봅니다 p.61에서 정선이 지인들에게 연락을 하지만 닿지 못하고 '이제 이곳에서 내가 할 일은 남아 있지 않았다'라고 하는데 뭔가... 마지막으로 신변정리를 한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음.. 그곳에서 자흔은 찾지 못할 것 같고요, 아마 바다에 몸을 던지지 않을까 하고 저만의 결말을 써봅니다. 하지만 '죽음'이라는 게 끝이기만 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너무 시끄러운 고독>에서 한탸가 자신이 사랑해온 책들을 압축하는 압축기에 몸을 우겨넣었던 것처럼, 자신의 트라우마를 회피하지 않고 여수로 향하는 것 역시 상처의 근원으로 들어가겠다는, 정선 나름의 치열한 투쟁이라고 생각합니다.
깊어도 너무 깊지요. 다 읽어보니, 첫 문장에 정선의 죄책감이 강하게 배어있어서 놀랐어요. 결국, 죄책감을 둘러싼 참 고단했던 여정이었구나, 싶어요. 자흔을 만나지 않았더라면 평생 죄책감을 가리고 지우려고 힘든 삶을 살았을텐데.. 자흔을 만나 참 다행이에요. 그런데 죄책감의 결말이 플라뇌르님 말대로 '죽음'이라면, 그 이유가 어찌됐든 저는 마음이 좀 아프네요ㅠㅠ <너무 시끄러운 고독>은 읽어보질 못했는데.. 내용이 파격이에요!
단 한 순간이라도 그 사람이 보고 싶어서, 한마디라도 목소리를 듣고 싶어서 나는 불을 켜고 서가를 서성거렸어요. 아무 책이라도 붙들고 눈에 들어오지도 않는 활자들을 읽고, 또 읽고······
여수의 사랑 -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개정판 한강 지음
자흔의 스치듯 짧은 사랑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그 사람이 보고 싶어서 읽히지도 않는 책들을 읽고 또 읽는 모습이 아련하고 아득합니다
그러네요. 다시보니 더 인상적이에요. 20대 한강 작가님의 사랑 방식인가 싶어요.
그러나 무엇보다도, 더위와 눈병과 콜레라보다도 나를 괴롭혔던 것은 자흔에게서 풍겨오기 시작한 여수의 냄새였다. p47
여수의 사랑 -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개정판 한강 지음
......여수 앞바다의 해안을 따라 한없이 동쪽으로 가면 소제라는 이름의 시골 마을이 있어요. 길 여기저기에 소들이 쟁반만 한 똥을 갈겨놓은 진짜 시골이었어요. 뒷짐 진 손으로 염소를 끌고 다니는 백발 성성한 노인도 보고, 하얗고 누런 머릿수건을 동치고 탈곡하는 아낙네들, 그 옆에서 일을 거드는 상고머리 소년들도 보고...... 그렇게 한없이 올라가니까 논이 끝나는 곳에 착하고 둥글둥글하게 생긴 무덤 몇 개가 비석도 없이 길가에 돋아 있었어요. p56
여수의 사랑 -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개정판 한강 지음
자흔..이 이곳에서 마음을 쉬며 정착했으면 어땠을까.. 자흔..은 왜 어머니 품속 같은 그곳에 머물지 않고 떠나왔을까.. 자흔..이 정선..에게 과거의 고통을 마주하고 딛고 나아가게 하는 길이었기 때문일까요..
이미 제가 한 고민을 앞서 해주셨었네요. 저는 @베오 님이 설명해주신 '소설적 장치'라는 설명이 가장 그럴듯 하게 받아들여졌어요. 저에게는 영웅 서사에서 위대한 스승을 만나는 것처럼 주인공에게 꼭 필요한 "운명적인 만남"과 같은 것, 말이에요.
저 정다운 하늘, 바람, 땅, 물과 섞이면 그만이었어요, ......이 거추장스러운 몸만 벗으면 나는 더 이상 외로울 필요가 없겠지요, 더 이상 나일 필요도 없으니까요...... 내 외로운 운명이 그렇게 찬란하게 끝날 거라는 것이 얼마나 기뻤는지, 얼마나 큰 소리로 그 기쁨을 외치고 싶었는지, 난 그때 갯바닥을 뒹굴면서 마구 몸에 상처를 냈어요. 더운 피를 흘려 개펄에 섞고 싶었어요. 나를 낳은 땅의 흙이 내 상처 난 혈관 속으로 스며들어 오게 하고 싶었어요...... p57
여수의 사랑 -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개정판 한강 지음
'스물다섯 살의 나이로 세상을 등진 어린 어머니의 아련한 품속처럼, 수천수만의 물고기 비늘들이 떠올라 빛나는 것 같던 봄날의 여수 앞바다처럼 자흔의 가슴은 다사롭고 포근하였다.' p62 매일 아침 눈을 뜰 때마다.. 하루가 시작될 때마다.. 길을 잃은 기분으로 살아가는 그 깊은 외로움은.. 여수.. 가족을 삼킨 곳.. 나를 삼킨 곳.. 토악질로 고통을 마주해야 하는 곳..이라 할지라도.. 내면의 안식을 기대고 싶은 곳이었나 봅니다..
'......세상에 있는 모든 물은 바다로 흘러가고, 그 바다는 여수 앞바다하고 섞여 있어요.' p28 자흔..이.. 소제 마을의 완만한 능선에서 지는 해와 함께.. 무해한 웃음으로 정선..을 맞이해주면 좋겠다 생각했습니다.. 흰 떡살같이 고즈넉한 외로움을 그러안고 살더라도.. 서로 무해하게 기댈 수 있는 존재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여수의 사랑..은 그런 사랑이 아닐까 싶어요.. 고통.. 슬픔.. 외로움..이 모두 섞여 있지만 무해한 모습으로 위로를 건네는.. 진눈깨비를 따뜻한 온기로 품듯이..
덕분에 진눈깨비에 대한 이해를 넓힐 수 있었습니다. 제가 꼭 바라는 결말 같아서 마음이 애잔하지만 따뜻해지네요. 말씀하신 내용들이 이미지로도 그려지는 것 같아요.
저는 '자흔' 이라는 이름이.. 자흔.. 自痕.. 이렇게 다가왔었습니다.. '정선' 자신의 상처의 흔적.. 그 부스러진 흔적이 진눈깨비로 내리지만.. 결국에는 바다의 온기를 머금지요..
그녀의 머릿속에 무엇이 스쳐 가고 있는지 나는 알 수 없었다. 다만 그녀의 지치고 외로운 얼굴에 여수(麗水)가 아닌 여수(旅愁)가 어두운 그림자를 끌고 지나가는 것을 나는 보았다.
여수의 사랑 -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개정판 한강 지음
mission 1. 내 몸이 먼저 반응한 문장 짧지만 깊이 있는 글이라서 그런지 미션에 대한 답이 쉽게 떠오르지 않아서, 생각을 조금 내려놓고 단순하게 접근해 답을 남겨봅니다 ㅎㅎ.. 이 문장은 가장 먼저 언어를 다루는 방식에서 눈길이 갔습니다. 한 번 읽는 것으로 내용의 깊이를 다 헤아리고 제 생각을 정리하기 힘들 것 같아 여러 번 다시 보았는데, 그때마다 이 문장이 눈에 밟히더라고요. 여수를 麗水와 旅愁로 나누어 쓰면서, 장소의 이름이 자연스럽게 감정의 상태로 바뀌는 느낌이 들었던 것이 그 이유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뿐만 아니라 이 문장이 특히 마음에 남았던 이유는 자흔과 마주하고 있는 정선, 둘 사이의 미묘한 거리감이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정선이 (애써)느끼려는 거리감일 것 같네요. 정선은 자흔에게 늘 선을 그어버렸지만, 자흔의 얼굴 위로 지나가는 피로와 외로움만큼은 또렷하게 보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 문장이 정선이 끝까지 거리를 유지하려 하면서도 결국 스쳐 지나가는 자흔의 감정을 보게 되는 순간처럼 읽혀서 마음이 갔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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