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여수의 사랑』 : 미래가 없는 자들을 위한 2026년의 시작

D-29
화제로 지정된 대화
[1.14~1.18] 『어둠의 사육제』 깊이 읽기 미션 두 번째 단편을 시작해보려 합니다. <여수의 사랑>처럼 어둡고 힘이 듭니다. 하지만 주인공이 켜두었던 '삼십 촉짜리 백열전구'처럼, 우리의 대화가 서로에게 작은 불빛이 되었으면 합니다. (세 번째 단편부터는 문체부터 훨씬 가벼워지니, 이 단편을 함께 잘 이겨내 보아요.) Q1. 먼저, 책의 제목인 <어둠의 사육제>에 대해 이야기해보고 싶습니다. 명환은 창밖의 야경을 보며 "내가 사랑할 수 있는 건 저 야경뿐”이라고 말합니다(117p). 하지만 주인공 영진에게 그 불빛들은 사랑할 만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정확히는 아니게 되었습니다. “나 여기 숨 쉬고 있어, 나도 밥 먹고 살아가고 있어!"라고 아우성치는, 혹은 서글픈 생존의 시위처럼 느껴졌지요(115p, 127p). 이윽고 희망이 아닌 미련이라고 절규하듯 내뱉기도 합니다. 서울의 야경. 멀리서 보면 반짝이는 축제 같지만, 가까이서 보면 치열한 비명인 이 도시의 아이러니. 여러분이 바라보는 2026년의 서울(혹은 도시)은 어떤 모습인가요? 명환처럼 '(마지막) 위로'로 다가오나요, 아니면 영진처럼 '서글픈 아우성'으로 들리나요? 여러분이 느끼는 '어둠의 사육제'에 대해 자유롭게 들려주세요. Q2. 명환의 파격 제안. “집이 필요하지 않소?” “아가씨가 적격자요.” 명환은 자신이 떠나기 전, 영진에게 자신의 집을 주려고 합니다. 하지만 영진은 매번 도망치듯 거절합니다. 영진은 왜 굴러들어온 복(집)을 발로 차버릴까요? 그저 낯선 남자의 호의가 부담스러워서였을까요? 아니면 명환이 내민 손이 '구원'이 아니라, 함께 깊은 어둠 속으로 잠기자는 '유혹'처럼 느껴졌기 때문일까요? 여러분에게도 누군가의 호의나 위로가, 감당하기 벅찬 '무거운 짐'처럼 느껴져 도망치고 싶었던 순간이 있었나요? 타인의 고통 앞에서 우리가 지켜야 할 '마음의 거리'는 어디쯤일지, 영진의 선택을 보며 든 생각을 나눠주세요. Q3. 영진은 시집 속에서 "너는 음지에서 자라는 꽃과 같다... 바람이 너를 햇빛 속으로 나를 것이다"라는 아름다운 구절을 읽습니다. 하지만 이내 그 시집을 던져버립니다. “소리 내어 책을 덮었다. 있는 힘껏 불빛들을 향해 내던졌다. 베란다 창살에 부딪친 책은 내 발치에 맥없이 굴러떨어졌다." _100p 그녀는 마치 그 희망찬 문장이, 그리고 창밖의 불빛들이 자신을 조롱하기라도 한다는 듯 격렬하게 저항합니다. 여러분이 보기에 영진은 왜 '희망'을 집어 던졌을까요? 그리고, 살면서 "다 잘 될 거야", "긍정적으로 생각해"라는 말이 오히려 폭력처럼 느껴져서 화가 났던 순간이 있으신가요? 어른이 된 우리에게 '진짜 위로'란 무엇인지, 영진의 행동을 통해 이야기 나눠보면 좋겠어요.
1.1여년 전 까지 다른 곳에서 살다가 서울로 이사와서 서울이 전에 살ㄷ전 곳과 다른 것을 느낍니다. 엘리베이터에서 만나도 거의 인사를 하지 않고 무뚝뚝하고, 사람들이 보다 경쟁 속에서 살고 있다는 느낌을 많이 받습니다. 저녁 7시 정도에 미리 엄청 취해서 지하철에 탄 사람들이나 조금 맛이 간 사람들도 자주 보는 것 같습니다. 절규까지는 아니더라도 경쟁이 치열하다는 것 자주 느낍니다. 2. 그런 제안을 받아 본 적이 없거나, 좋은 줄 알았던 것이 별볼일 없는 경우가 대다수라서... 3. 조금 분위기가 다르지만 전 직장에서 상사가 먼저 퇴근하면서 굿 럭이라고 하는 걸 안 좋아했습니다. 난 모르겠고 너가 다하고 책임도 져라 하는 뜻으로 여겨져서 ...
서울로 다시 돌아가셨군요. 짧은 사이에 분위기가 바뀐 걸 느끼시나봐요. 지하철에 탄 맛간 취객은 뭔가 한강 작가님의 소설에서는 뭔가 따뜻하게 다뤄질 것 같은 느낌도 드네요. 그나저나 굿럭이라고 말하는 상사는... 본인 스스로 아주 쿨한 사람이라고 생각했을 것 같아요.
Q1.. 제가 느끼는 2026년의 도시는 황금빛 입니다.. 모두들 투자 이야기네요..ㅎ 물론 중요한 부분입니다.. 문제는 전과 다르게 '대부분' 투자 이야기 '뿐'이라는거.. 사람을 위하는 일의 세계에서도 본질적 가치에 대한 고민의 대화가 희미해지고.. 대신 투자 이야기가 반짝반짝 빛을 발하고 있지요.. 그래서.. 그믐에 오면 만나게 되는 이 한 문장이.. 새삼.. 더욱 꼭 붙들어야 할 동아줄 같습니다.. '우리가 사라지면 암흑이 찾아온다..'
뭐든 열심히 하는 한국 사람들이죠...^^ 트렌드는 계속 바뀌지 않을까 싶어요. 그리고 '우리가 사라지면 암흑이 찾아온다..'라는 슬로건이 저는 비유인 줄 알았어요. 근데 말 그대로 책 읽는 사람이 사라지면 세상이 안 좋아진다.. 더 나아가 문명이 종말한다...! 뭐 그런 늬앙스더라구요! (그믐의 탄생기 : https://ch.yes24.com/Article/Details/46489) 저는 @GoHo 님처럼 아직 그믐 모임에 많이 참여하지 않았지만, 참여할 때마다 '여러'분들의 글을 읽으며 인생 수업을 받는 듯해요. 매 수업마다 새롭게 알아가는 삶의 진실 덕분에 제 삶의 폭이 확장되는 느낌이요. 끝까지 함께해요~~
Q2.. '이지러진 달이 칠흑 같은 서편 하늘을 떠돌고 있었다. 달은 나직한 신음 소리와 함께 어둠에 물어뜯기고 있었다.' p127 '이지러진 달의 둥근 면은 핏기 없이 누리끼리했고, 베어져 나간 단면에는 검푸른 이빨 자국이 박혀 있었다. 그 깊숙한 혈흔(血痕)을 타고 번져 나온 어둠의 타액이 주변의 천체들을 집어삼키고 있었다.' p69 영진은 명환이 지닌 어둠에 삼켜지고 싶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다른 어둠을 지닌 영진은 벗어나고자 견디는 인물로 명환의 어둠이 스며들도록 자신을 놓아두고 싶지 않았을 듯..
두 주인공은 서로 다른 슬픔을 가지고 있었고, '고통'을 가지고 있다는 자체로 서로를 이해하는 데엔 실패한 것 같아요. 그럼에도 영진이 명환의 부탁에 기꺼이 자신의 베란다에 초대 아닌 초대를 하면서 명환의 가시는 길을 애도했다는 생각이 드네요. 인용해주신 문장들이 정말로, 아름답고 강렬합니다.
Q1. 제가 사는 도시의 밤은 서울보다 좀 일찍 찾아옵니다. 나름 반짝 거리지만 서울에 비할데가 아니지요. 도로의 가로등도 서울보다 한층 명도가 낮은 듯 합니다. 무엇보다 조용합니다. 서울이라면 추운 날씨라도 앞에 편의점에 그저 산책삼아 다녀 올듯도 한데 이 도시에서는 퇴근 후 바깥을 나서지 않는 게 습관이 되었네요. 아마 여기의 문화가 전반적으로 그러지 싶습니다. 나름 대도시라서 특유의 익명성, 다양성이 어우러져 안정적이라는 장점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지속적인 경제 침체의 영향인지 마치 영진이 지하철에서 발을 밟은 사람을 노려보던 그런 날선 감정이 번져나가는 도시가 되어가는 것 같아 안타까워요. 제게 서울은 어둡든 밝든 언제나 어딘가에서는 사육제가 일어나는 역동성을 지니고 있는 도시입니다. 아마 그 속에서 살지 않는 '방문객'이기게 그런 이미지를 갖고 있는 것이겠지요. 삶으로서의 서울은, 특히나 심신의 여유가 없는 사람 더 나아가 "이 세상의 끝같은 베란다에 몰린" 사람들에게 서울은 "순장된 값싼 보석"같은 밤 불빛이 둘러싸고 있는 "석관"일 수 있겠지요.
베오님의 글을 읽고, 저는 영진이 공감 능력이 상당히 높았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어요. 명환의 시나리오에 기꺼이 동참해주는 거예요. 영진이 감사한 마음으로 받고, 자신은 훌훌 떠나는, 그런 결말. 명환은 오랫동안 집을 줄 사람을 찾았고,, 그 조건에 부합하는 사람이 딱 영진이었던 거잖아요. 아마 그 모습이 자신과 같아 보였던 것 같고, 적어도 자본주의에서 돈이 있다면 최소한의 고통에서는 벗어날 수 있으니까요. 어찌됐든 영진도 '돈' 때문에 악독하게 변하기도 했으니까요.
Q2. 이건 질문이 많네요. ㅎㅎ 영진은 명환을 마주했을 때 "성냥불을 당겼을 때 피어오르는 황 냄새"와 같은 "불가항력인 파멸의 냄새"를 맡습니다. 명환이 집을 주겠다고 제안한 것은 그가 죽기로 결심했기 때문이며 영진이 제안을 거절하는 기간만큼 그의 죽음이 연기되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닫습니다.만약 영진이 그 집을 받았다면 그녀는 명환의 재산을 물려받는 수혜자가 되는 동시에 그의 자살을 방조하고 완성하는 공범이 되어야 했습니다. "내가 당신이 빈 손이 되는 것을 도우리라고 생각했는가"라고 반문하는 영진의 선택은 "피를 빨아먹는 환형동물 같은 미련"과 같은 타인의 불행으로부터 벗어나, 비록 가난하고 삭막할지언정 자신의 발로 딛는 현실을 선택한 것입니다. 타인의 고통 앞에서 지켜야 할 마음의 거리는 어렵네요. 착한 아이, 착한 어른 콤플렉스에 걸린 우리는 흔히 타인의 고통에 공감하는 것이 선(善)이라 믿지만, 영진의 사례는 감당할 수 없는 타인의 비극이 개인의 삶을 잠식하려 할 때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한 거리두기가 필요할 수도 있음을 보여줍니다. 심신이 강건한 사람이라면 명환에게 연민에서 나온 공감으로 '너는 혼자가 아니다. 내가 네 옆에 있어주겠다'라고 할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모든 사람이 그렇게 할 수는 없답니다, 그게 꼭 정답이 아닐 수도 있고요. 영진처럼 피해버리는 삶을 마냥 비난 할 수 만은 없을 것입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가벼운 호의에는 감사를 표하고 다음에 비슷하게 보답하려고 노력합니다. 감정적으로 부채를 남기지 않으려고 하는 편이지요. 그래서인지 부담스러울 정도의 큰 호의와 위로는 딱히 기억에 없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니 아마도 그런 게 필요하다는 인상을 안주는 삶을 살려고 노력한 것이 아닐까 싶네요. 그럴 리도 없겠지만 이제는 혹시라도 누가 큰 호의(특히나 재정적인 면에서)를 베푼다면 오~~ 개이득 하면서 받을 준비가 되어있습니다. ㅎㅎㅎ
'감당할 수 없는 타인의 비극이 개인의 삶을 잠식하려 할 때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한 거리두기가 필요할 수도 ..' 베오님의 통찰에 한참 들여다보게 되네요..
저도 좋았어요. "산 사람은 살아야지!" 라는 말이 생각나네요.
감정적으로 부채를 남기지 않으려 한다는 표현에.. 내 얘긴데! 하고 웃었습니다. 솔직한 답변 감사드립니다ㅎㅎ
<감당할 수 없는 타인의 비극이 개인의 삶을 잠식하려 할 때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한 거리두기> 저도 이 문장이 무척 인상적입니다
저두요...베오님이 한 번씩 '얼음송곳'처럼 쑥-쓱, 마음을 베어버리시네요
Q1. 저는 서울의 야경이 '위로'에 가깝게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야경을 볼 때마다 저는 '정말 많은 사람들이 각자의 삶을 살아가고 있구나'라는 생각을 하는데요. 내가 모르는 수많은 사람들이 태어나고, 살아가고, 사랑하고, 아프고, 웃고, 힘들어한다는 생각이 들면 뭔가 오묘한 느낌이 듭니다. 제 삶도 누군가에게는 그렇게 수많은 삶 중에 하나겠거니 싶어서요. 그리고 내가 그렇게 대단하고 특별하지 여러 사람 중 하나라는게 오히려 위로가 되기도 합니다. Q2. 제 생각에 영진이는 '명환의 자살'에 대한 책임을 지고 싶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명환이 준 집을 받는 순간 명환은 자살할 것이고, 영진은 앞으로 평생 자살을 방조했다는 죄책감을 갖고 살아갈 테니까요. 가난은 노력하면 최소한 개선할수는 있지만 죄책감은 해결되지 않습니다. 삶이 끝없는 고통의 수렁에 빠지게 되겠죠. 특히 영진이처럼 본성이 선한 사람은 더 그럴 것입니다. 다음으로 타인의 고통 앞에서 우리가 지켜야하는 마음의 거리에 대해 논하자면, 사실 이상적으로는 최대한 도와주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제 경험을 미루어보았을 때 적어도 저는 이기적으로 행동했던 것 같아요. 내가 다치지 않고, 내가 힘들지 않은 선을 넘어서까지 도움을 요청하면 잘라냈던 것 같습니다. 가끔 그 순간을 후회하기도 하지만 다시 그 때로 돌아가면 결국 똑같은 선택을 했을 것 같아요. 결론적으로 이상적으로는 타인의 고통을 품어주고 싶지만 현실에서는 나를 챙기게 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Q3. 실질적인 도움은 없이 번드르르한 위로의 말만하는 것은 오히려 기만이 아닐까 싶습니다. 물론 그 말을 한 사람은 좋은 의도겠지요. 그러나 힘든 상황에서 그런 말을 들으면 이 사람이 지금 나를 놀리나?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 이유는 이미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부단히 노력하고 희망을 가지고 살아봤지만 좌절이 반복되었기 때문입니다. 좋게좋게 생각하려는 노력을 안해봤을리가 없지요. 바뀌지 않는 상황 속에서 개인이 할 수 있는건 긍정적인 미래가 올거라고 믿고 더 열심히 하는 것뿐이니까요.. 그럼에도 안되었으니 힘들어하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진짜 위로는 그냥 그 힘듦을 알아주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상담심리에서 가장 중요한 기법 중 하나가 공감입니다. 사람들은 그저 자신의 말을 다른 표현으로 다시 한 번 말해주는 것만으로도 위안을 느낀다고 합니다. 그냥 많이 힘들었겠다, 나라도 그런 상황이라면 너무 슬펐을 것 같아라고 말해주는게 타인이 줄 수 있는 최고의 위안인 것 같습니다. (물론 금전적으로 물리적으로 상황을 해결해주는게 더 좋겠지만 그건 현실적으로 어려우니까요..!)
저는 20살 기념으로 라섹 수술을 했는데, 너무나도 만족하지만 딱 하나 아쉬운 게 야경을 볼 때에요. 저는 왜인지 모르겠는데 일부러 안경을 벗고 흐리게 비치는 세상을 보기도 했거든요. 뭐라고 정의할 수 없어진 흐린 세계가 저에게는 위로가 되었던 것 같아요.
말 한 마디로 천냥 빚을 갚는다고 하잖아요. 그 최고봉이 바로 칭찬을 너머 '공감'이라는 거잖아요? 맞나요? ㅎㅎ 저는 제 경험에 비추어 '정말 힘들 때'가 그닥 많지 않았던 것 같아요. 벅차다고 생각했던 순간에도 어찌됐든 그놈의 책임감 때문에 아득바득 살았던 것 같거든요. 그런데 지금 생각해 보면, '그때' 정말 힘들었지만 힘들다고 표현할 상대가 없었던 것 같기도 해요. 있었다면, 했을 것 같거든요. 지금 제가 힘든 것을 아내에게 툭툭 나누는 것처럼요. 반대로, 누가 나에게 힘들다고, 고민이 있다고 말한 적도 많이 없는 것 같아요. 지금은 사람을 거의 안만나다 보니 그렇기도 한데, 만약에 그런 상황이 생기면 @말티 님 말대로, '공감' 해주어야겠다고, 다른 표현으로 말해주어야겠다고 생각하게 돼요.
Q3.. '다 잘 될거야'.. '긍정적으로 생각해'.. 위로를 건네고 싶어 하는 타인의 생각일 뿐.. 차라리.. '그랬었구나..' '그렇겠구나..' 마음과 상황을 그대로 수긍해 주고 바라봐 주는 게 더 조용히 깊이 위안과 위로가 되었던 것 같습니다..
맞는 말씀이에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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