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몇 년전까지는 어느 순간 좋은 선배 (또는 리더)를 만나 훌륭한 일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생각을 가지고 살아왔지만, 나이가 든 현재는 그런 기회가 없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고 하루하루를 버티는 삶 (그 날 하루에 충실한 삶)을 살고 있습니다.
2. 현재는 제가 진정으로 원하는 일이 아닌 버티는 삶을 살고 있으니 비겁한 타협에 가까운 삶을 살고 있다고 생각됩니다.
3.사실 어디로 가는 티켓인지에 달렸는데, 현재 마음은 아주 나쁘지 않으면 현재를 벗어나 떠나고 싶은 마음이 더 강합니다.
한강, 『여수의 사랑』 : 미래가 없는 자들을 위한 2026년의 시작
D-29

마키아벨리1
내로
어쩌면 하루에 충실한 삶이 최선의 삶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드네요. 그 이상으로 애써 살려고 하면 유지가 힘들고, 또 그 이하로 산다고 해도 만족감이 떨어질 것 같거든요. 그리고, 실례가 안된다면 마키아벨리님의 진정으로 원하는 일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마키아벨리1
현재는 전공을 잘 못 살리고 있어서 (나이 때문에 쉽지 않을 것 같지만) 전공을 살릴 수 있는 기회가 있었으면 합니다.
내로
기회를 자체적으로 만들기가 어려워 좋은 상황이 찾아와야 하는 전공이신 것 같군요. 아무쪼록 때가 찾아들기를 바랍니다.
말티
1. 나를 살게하는 환상은 ‘이상적인 미래‘인 것 같습니다. 언젠가는 경제적으로 여유롭고, 충분히 쉴 때는 쉬며, 가족과 함께 행복하게 살게 될거라는 환상이자 희망이 저를 살아가게 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요즘은 내가 생각했던 시점에 상상대로 살고 있지 않다면 어떨까?하는 생각도 가끔합니다.
2. 세상에 무뎌지고 적응해가는 과정을 저는 ‘성숙’이라고 생각합니다. 청춘의 열정과 무모함은 청춘일 때 가장 빛나는 것 같아요. 그게 사회에 자리잡을 나이를 넘어서까지 유지된다면 주변 사람에게 피해를 주는 경우가 있기 때문입니다. 경제적인 안정이 없는 상태에서 꿈만 좇는다면 부모님으로부터 경제적 독립을 하지 못하는 30대가 되기도 하구요. 40대에 이미 꾸린 가정을 책임지지 못하거나, 노년이 되어 노후를 책임지지 못해 자녀에게 부양 받아야하는 경우 등등…이 있겠죠. 나의 이상을 위해 주변인을 희생하는 건 꿈의 실현보다는 이기주의인 것 같아요. (물론 스스로 모든 것을 책임지고, 누구에게도 피해를 주지 않은채 꿈을 찾아 떠나는 건 문제가 아닙니다.) 이와 관해 2026년의 제 모습에 대해 생각해보자면, 저는 성인이 되기 전부터 껍질을 순순히 받아들였던 것 같습니다. 사회에서 살아가기 위해서 내가 하고싶은것을 적절히 포기하고 해야하는 것 중 제일 하고 싶은 것을 선택해왔습니다. 그리고 사실 그것에 만족하는 것 같아요. 타협하고 살아왔지만, 그것이 비겁한 것이 아니라 성숙한 것이라고 여겨왔기 때문입니다.
3. 한 번 쯤은 떠날 것 같습니다. 뭔가 굉장히 라이트한 접근이기는 하지만, 하루 정도 의무에서 벗어난다고 큰일나지는 않더라구요(?) 물론 현실로 돌아와서 수습하는데 조금 애는 먹겠지만, 그렇게라도 숨통을 틔워놓아야 다시 껍질 속에서 살아갈 수 있는거 아닐까요. 원래는 절대 떠나지 않고 관성적으로 사는 편이었는데, 몇 번 일탈을 해보니까 그게 주는 묘한 해방감이 있더라구요. 그런 경험 때문에 저는 아마 열차를 타고 떠날 것 같습니다.
진제
@말티 정말로 내게 중요한 것, 이상적인 미래를 위해 필요한 것을 염두에 두고, 타협과 무모함 사이 중용의 덕을 이루신 것 같아 부럽습니다. 저는 제 가까운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면서까지 소신대로 살지는 말아야겠다 다짐하지만... 아직 남아있는 크고 작은 욕심들이 눈에 밟히네요. 무턱대고 빳빳이 고개 들고 사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을 지키기 위해 숙일 줄도 아는 모습이 참 아름다운 것 같습니다. 인생은 버릴 것과 그러지 말아야 할 것을 고민해야 하는 선택의 연속인 거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말티
좋은 말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타인과의 관계에 민감하고 함께 잘 살고 싶은 사람이라 더더욱 이렇게 생각하는 것 같아요. 하지만 개인차가 분명히 있는 거 같습니다. 모두가 각자의 이유로 다르게 살아가니까, 저와 달리 열정을 더 좇는 삶에서 찾을 수 있는 가치도 있을 것 같아요. 그게 궁금하기 도 합니다.
GoHo
'떠나리라는 것 때문에 동걸은 견딜 수 있었던 것이다. 이 세계에 속하지 않았으므로 그는 강할 수 있었다. 단 한 번의 탈출로 자신의 인생을 완성시켜줄 야간열차가 있으므로 그는 어떤 완성된 인생도 선망할 필요가 없었다. 살아가며 곳곳에서 만나게 되는 오욕들에게도 그는 무신경할 수 있었다.' p175
Q1..
동걸의 떠남과 반대로 저는 멈춤입니다..
언젠가는 세상과 연결된 모든 것을 멈추고..
대문을 닫고..
'고요'와 '평안'만이 감도는 내 울타리 안에서..
진정한 '안빈낙도(安貧樂道)'의 삶을 꿈꾸지요..
세상은 너무 혼잡하고 소란스러워요..ㅎ

진제
어릴 땐 돈 많고 힘 있는 삶을 꿈꿨던 거 같은데, 이젠 돈 없고 힘 없어도 되니 오로지 평안한 삶을 간절히 소망하게 됩니다... 뭐가 옳고 그른 건지 판단하는 것도 힘들고, 옳다고 믿는 길을 흔들림 없이 나아가는 건 더 힘든 것 같아요. 기상천외한 불행과 범죄 들이 세상에 넘쳐나기도 하고요.
내로
언제든 멈출 수 있다는 생각이, @GoHo 님을 나아가게 하는 것 같기도 합니다.
그런데 그림에 감탄이 나왔어요. 직접 그리신 건가요?
GoHo
하.. 그림 설명이 빠졌네요..
채수철 작가의 '집으로 가는 길' 이라는 작품입니다..
'안빈낙도'라는 제목으로 그린 작품들도 많습니다..
작가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작품은 좋아합니다.. ^^
GoHo
첫 번째.. 채수철 작가 '안빈낙도'
두 번째.. 이왈종 작가 '안빈낙도'


내로
두 분 모두 이름부터 예사롭지 않네요. 이왈종 작가님은 서귀포에 미술관이 있으시네요? 제주도에 넘어가면 꼭 가봐야겠어요. (제가 3월에 제주도로 이사를 가요..^^ tmi..)
GoHo
제주도.. 좋은 곳으로 가시네요..
오래전 아주 짧은 여행 중 길에서 마주한 제주 분들의 인심에 많이 감사했었습니다..
그런 이웃들 만나시길 바래요~^^
그리고..
왈종미술관 -> 이중섭미술관.. 도보로도 가깝네요..
(저는 둘다 아직 못가봤지만..)
이중섭미술관은 27년 2월 재개관 예정으로 공사중이라네요..

GoHo
Q3..
저는 무모함이 별로 없는 사람..
나무 같다.. 라는 말을 듣는.. 늘 그자리에 있는..
주어진 편도 티컷을 손에 쥐고 있다면..
2026년의 청량리역에서는 과감히 열차를 타겠습니다..
낯설음이 주는 새로움으로 에너지를 전환하고 싶어지네요..
내로
무모함, 이라고 하시니 아래 영상의 부부가 떠올랐어요.
일단.. 저는 그들처럼 못합니다..ㅎㅎ
https://www.youtube.com/watch?v=tp485oF6b-0
GoHo
모든 창에 불이 꺼질 때 야간열차는 떠난다.
..
제 정수리로 어둠을 짓부수며 야간열차는 무서운 속력으로 새벽을 향해 미끄러져 간다. p145
『여수의 사랑 -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개정판』 야간열차, 한강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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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로
“ 나는 여전히 껍데기였다. 모든 것은 꿈이었다. 이 새벽, 출근하기 위해 머리를 감는 선주, 아침 밥상, 주름살투성이의 어머니, 석유곤로에 데워진 세숫물, 아랫목에서 뒤척이는 동걸의 분신, 그것이 현실이었다. ”
『여수의 사랑 -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개정판』 p182, 한강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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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Ho
“ 나는 모든 것에 실망하고 있었고 그 실망을 견디기 위해 모든 것을 빈정거리고 있었다. 나에게 정열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어디에도 그것을 부려둘 데가 없었다. 정열이 달구어질수록 나는 그것을 짐스러워하고 있었다. p150 ”
『여수의 사랑 -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개정판』 야간열차, 한강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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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Ho
“ 대화 중간중간에 함부로 박혀 있던 욕설이 제거된 녀석의 말씨에서 어딘가 모르게 기성세대의 냄새가 나고 있었다. 내가 나의 무력한 젊음이 헐거워 견디지 못할 때 동걸은 이토록 몸에 꼭 끼는 생활을 치러내고 있었다고 생각하자 나는 더욱 외로운 생각이 들었다. p157 ”
『여수의 사랑 -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개정판』 야간열차, 한강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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