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여수의 사랑』 : 미래가 없는 자들을 위한 2026년의 시작

D-29
사물들은 제자리로 돌아가 있었다. 못 견디게 괴롭던 모든 것들은 세월이 지나자 상처 입은 나의 몸 위로 굴러가 그들이 박힐 자리에 박히고 있었다.
여수의 사랑 -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개정판 한강 지음
나는 시계탑 앞에 서서 기다렸다. 내가 놓쳐온 모든 것을 기다리듯이 나는 기다렸다. 내가 사랑하지 않았고 다만 경멸하여 흘려버린 젊음을 기다리듯이 묵묵히 기다렸다. 기다림만이 나를 속죄해주기라도 하는 것처럼 나는 기다리고 기다렸다.
여수의 사랑 -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개정판 한강 지음
화제로 지정된 대화
[1.23~1.25] 네 번째 단편, <질주>, 멈추면 비로소 무너질 것 같아서 안녕하세요, 내로입니다. 우리는 벌써 네 번째 정거장인 <질주>에 도착했습니다. 이번 소설의 주인공 인규는 우리 모임의 소갯말 “미래가 없는 자들"의 전형처럼 보입니다. 동생의 죽음을 방관했다는 죄책감을 덮기 위해, 그는 스스로에게 독(청산가리)을 삼키는 상상을 하며 '비정한 껍질'을 만들었습니다. 그는 자신을 "덫에 걸린 짐승"이라 여기며, 그저 새벽을 기다릴 뿐이라고 생각하죠.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는 매일 밤 심장이 터질 듯 달립니다. 죽지 못해 사는 것 같으면서도, 온몸으로 살아있음을 확인하려는 그의 질주는 우리에게 묻습니다. "희망이 없는데도 우리는 왜 멈추지 않는가?" 오늘부터 우리는 인규의 거친 숨소리를 따라가며, 도저히 멈출 수 없는 우리 각자의 '질주'에 대해 이야기해 보려 합니다. 3일, 훅 지나가니 놓치지 말고 함께 <질주>해요! — Mission 1. 살기 위한 질주인가요, 도망치기 위한 질주인가요? 인규는 매일 밤 심장이 터질 때까지 달립니다. 그는 "오로지 그때에만 영혼이 가련한 몸뚱이를 빠져나갈 수 있었다"고 느낍니다. 그에게 달리기는 자신이 살아있음을 느끼게 해주는 유일한 생존 본능이자, 동시에 현실을 잊기 위한 처절한 자해이기도 합니다. 여러분에게도 머릿속이 복잡하고 괴로울 때, 나를 극한으로 몰아붙이는 행동이 있나요? 미친 듯이 청소를 하거나, 워커홀릭처럼 일에 파묻히거나, 혹은 근육이 터질 때까지 운동하는 것… 여러분의 그 행동은 나를 살리기 위한 '치유'인가요, 아니면 나를 잊기 위한 '도피'인가요? — Mission 2. "다시 너를 낳고 싶다" 인규의 어머니는 지난 20년 동안 죽은 동생 '진규'의 이름을 입 밖으로 내지 않았습니다. 인규는 그런 어머니를 비정하다고 원망하며 자신만의 성벽을 쌓았죠. 하지만 수술을 앞두고 공포에 질린 어머니는 빗속에서 전화를 걸어 오열합니다. "다시 너를 낳고 싶다 진규야! 돌아오겠느냐? 나에게 돌아오겠느냐?" 평생 비정해 보였던 어머니의 이 무방비한 고백을 들었을 때, 인규가 느낀 감정은 무엇이었을까요? 어머니 역시 지옥 속에 살고 있었다는 사실 앞에, 인규의 원망은 '화해'가 되어 녹아내렸을까요, 아니면 더 깊은 '절망'으로 그를 덮쳤을까요? — Mission 3. "이 밤이 끝날 무렵, 다시 태어나고 싶다" 소설의 끝에서 인규는 병원을 뛰쳐나와 다시 달리기 시작합니다. “이 밤이 끝날 무렵, 자신도 어디선가 다시 태어나고 싶다고 생각했다." 우리의 실험도 이와 비슷하지 않나요? “새해를 가장 슬픈 마음으로 시작한다"는 것은, 절망에 주저앉기 위함이 아니라, 그 바닥을 치고 '새로운 나'로 다시 태어나기 위함일 것입니다. 혹시 인규의 마지막 뒷모습에서, 한강 작가가 말한 '밝은 정표(情表)'를 발견하셨나요? 이 질주의 끝에서 우리가 마주하게 될 '다시 태어난 나'는 어떤 모습일지, 여러분의 이야기를 자유롭게 들려주세요.
1. 아파트 헬스장에서 거의 매일 운동을 하는데, 날이 갈수록 편해지지 않고 힘이 더 들지만 동후 느끼는 피로함 속에서 느끼는 상쾌함 때문에 운동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우선적으로는 건강을 위한다는 생각으로 헬스장에 들어가긴 하지만, 운동하는 순간은 다른 일을 잊으면서 스트레스 해소가 되는 타입이라 말씀하신 두 가지가 모두 충족된다고 생각됩니다. 2. 어머니의 마음 속도 타들어가는 것을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그 고백을 듣는 다른 사람들은 모두 절망에 빠지게 되는, 참으로 잔인한 말이라 생각합니다. 3. 이 이야기가 이 책에서 가장 흥미로왔습니다. 슬픈 책이라 하셨지만 이 책의 주인공들은 나약하지는 않아 언젠가는 새로운 삶을 시작할 수 있는 힘이 있다고 느꼈습니다. 제가 다시 태어난다면 어떤 모습일지는 상상이 가지 않지만, 지금보다는 직장이나 전공에 연연하지 않고 투자나 경제에 더 관심을 두면서 제 자신에 더 충실하게 살 것 같습니다.
날이 갈수록 편해지지 않는다는 말씀에 매우 공감해요. 저는 수영 3년 차인데 여전히 숨이 트이지 않아서 초반 10~15분은 헥헥거리면서 겨우 이어나가는 것 같아요. 끝난 후 찌뿌둥함마저도 상쾌하죠^^ 사실 이번 질주편 읽으면서 <심진석>씨가 생각났어요. "달릴 때 무슨 생각해요?" 라는 질문이었는데, 정말 순수하게 "그냥 달려! 계속 달려!" 라고, 답변하셨던 것 같아요. https://youtu.be/vYy6QUHVbJo?si=fSVzzvZ88rMd9NqH
Q1.. 머리속이 복잡하고 마음이 힘들때.. 저는 극한(?)의 고립을 택하는 편입니다.. 겨울잠 자는 곰처럼 오래오래 잠을 자거나.. 도서관이나 서점 한구석 조용한 자리에서 고립된 하루를 보냅니다.. 동動이 아닌 정靜으로 비워내는 시간.. 도피를 통한 치유..라고나 할까요..
1. 저는 생각이 많고 괴로울 때 무언가 극한으로 몰아붙이는 행동은 안하는 것 같습니다. 잠시 괴로움을 미뤄두고 (회피하고) 그냥 할 일을 하는 것 같아요. 아무렇지 않게 할 일을 하고 사람들을 만나다가 더 이상 감정이 동요하지 않는 것 같으면 그때 차분히 문제상황을 직면하거나, 주변 사람 혹은 AI에게 문제 해결을 위한 상담을 요청하는 것 같습니다. 도피가 곧 치유로 이어지기 때문에 제 행동은 도피이자 치유이지만, 일차적으로는 도피에 가까운 것 같아요. 사실 감정적으로 너무 지친 상태에서는 치유를 시도하기가 어려운 스타일이라, 일단 도피를 하는거죠. 2. 더 깊은 절망이 되었을 것 같아요. 인규는 평생 혼자만 진규의 죽음에 대한 책임을 짊어지고 살았다고 생각했는데, 어머니가 죽을 때가 되니 이제 와서 뻔뻔하게 지금껏 자기도 책임을 나눠졌다고 말하는 느낌이랄까요... 어머니는 진규의 어머니지만 동시에 인규의 어머니로서 자식이 느꼈을 슬픔과 고통을 알아주고, 함께 보듬어주었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어머니가 진규를 잊은 것처럼 (사실은 잊지 못했겠지만) 행동했기 때문에 인규는 진규의 상실을 더더욱 극복하지 못한 채로 나이 들어버린 것 같거든요. 차라리 어머니가 끝까지 진규를 언급하지 않고 죽었다면 인규는 어머니와 의붓아버지를 원망하며 차갑게만 살 수 있었는데. 어머니가 진규에 대한 그리움을 고백함으로써 인규는 한 번 더 무너졌을 것 같아요. 그래서 소설 시점에서의 인규는 더 절망하지 않았을까 합니다. 하지만 인규에게도 시간이 흐르고, 인규가 상처를 극복할 쯤이 되면 부모에게 자식이 어떤 의미인지 생각할 것 같은데요. 그때 쯤에는 어머니의 행동을 이해하고 (어머니도 그 당시 매우 어렸고 미성숙했을 수 있다는 것을 받아들일 때 쯤...?) 오히려 어머니가 진규를 그리워했었다는 게 치유의 시작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결론적으로 시점에 따라 절망인지 화해인지가 다를 것 같습니다! 3. 지금까지 읽은 단편들의 주인공들은 정말 고단한 삶을 살아온 것 같아요. 가난 때문에, 가족 때문에, 주변인물 때문에 삶이 곤두박질치고 그것을 이상적으로 극복해내지 못하여 약간은 뒤틀린 모습들을 가지고 있는데요. 나의 상처를 직면하고 이해하고 용서하며 극복하는 이상적인 성장은 그만큼이나 어려운 것 같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럴 것 같기도 하구요. 제가 살면서 가장 어려움을 겪는 것, 인생의 숙제라고 여기는 것이 바로 타인의 다양성을 이해하고 존중하는 것인데요. 왜 그런지 모르겠지만 그냥 그려러니하고 내버려두는게 너무 어렵더라구요. 지금 이 질문에 답하며 제가 한강의 소설집을 읽으며 어떤 것을 얻었을까, 생각했을 때 변화의 실마리가 보이는 지점은 도무지 이해가 안되는 사람들도 각자 삶의 고통을 이상적으로는 이겨내기 힘들었을 수 있겠구나, 내가 그 사람처럼 살아본게 아니니까 왜 그러는지 깊은 이유는 알 수 없겠구나. 그러나 분명 각자의 사정이 있었지 않았을까? 하고 사람들을 이해하는데 필요한 하나의 방법을 얻을 수 있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도무지 이해가 안되는 사람들도 각자 삶의 고통을 이상적으로는 이겨내기 힘들었을 수 있겠구나, 내가 그 사람처럼 살아본게 아니니까 왜 그러는지 깊은 이유는 알 수 없겠구나. 그러나 분명 각자의 사정이 있었지 않았을까?' 굉장히 공감했습니다.. 아울러 자기우월에 빠져 사는 사람들이 이런 각성을 통해 다른 사람들의 삶과 힘듬을 이해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저는 무의식 중에 인규를 나처럼 생각했던 것 같아요. 엄마의 그 말에 엄마를 용서할 수 있었고, 진정한 홀로서기를 곧바로 시작하는 미래를 상상했어요. 그런데 말티의 이야기를 읽고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인규는 여전히 과거의 죄책감과 고통 속에서 (시)달리고 있는 어린아이라는 것을요. 말티의 예상대로, 인규가 치유되기를 바랍니다.
[질주] Q2.. 감히.. 동생의 죽음을 함부로 묻어버린.. 애초에 없던 아이처럼 살아온 어머니가.. 수술을 앞두고 가장 나약해진 모습이 되어서야 동생을 찾아 부르짖는 것에 대해 분노를 느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어쩔 수 없이 자신이 어머니를 이해하게 되리라는 것도 알고 있었을 것입니다.. 어머니의 처절한 부르짖음은 인규의 가슴에 차지하고 있던 동생 진규가 빠져나가는 계기가 되었을 것도 같습니다.. 그제야 또 다른 누군가를 살필 수 있는 마음을 갖게 되지요.. 어쩌면 인규의 달리기는 자신을 향하는 것이 아니었을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때 동생에게 달려갔더라면.. 지킬 수 있었을 텐데.. 그 지옥 같은 미련이 인규를 달리게 했던 게 아닐까.. 그래서.. 인규는 어머니에게 달려갑니다.. 또다시 지킬 수 있는 존재를 놓치지 않기 위해서..
아.. 덕분에 인규의 마음을, 그의 달리기를 새로이 들여다보게 됩니다. 깊은 성찰에 감사드립니다.
[1번 질문] 저는 워낙 유리멘탈이라... 미래가 없는 것 같은 기분을 확 풀어내는 좋은 방법을 아직 모릅니다. 우울이 심하지 않을 때는 한숨 자면서 뇌를 초기화시킵니다. 기분이 한결 낫습니다. 그 상황에서 잠시 떨어져 관조할 수 있어 좋습니다. 슬픔이 심할 때는 인간에게 주어진 커다란 축복, 망각을 기다립니다. 다만 그 선물이 도착할 때까지 버텨야하니, 미친 듯이 청소하기도 하고, 워커홀릭마냥 일정표를 온갖 스케줄로 가득 채우기도 했네요. 침대에서 한 발자국도 안 나온 적도 있었고요. 평소 안 보는 유튜브에 확 빠져버리기도 하고, 혼자 명상의 시간을 가지기도 합니다. 망각이 나를 찾아올 때까지, 우울함이 나를 집어삼키지 못하게 달음박질하는 기분이었던 저를 발견합니다. 요새는 달리기에 어떻게든 발 붙여보려고 노력하는 중인데, 숨 쉬는 거랑 몸을 움직이는 일에만 집중하다보니 확실히 몸 건강에 정신건강까지 좋더라고요. 한때 내 인생의 모든 것을 망가뜨릴 것만 같았던 순간들도 이제는 흐릿하게 남아, 덜 아플 수 있는 지금이 참 감사합니다. 돌이켜보면 그토록이나 괴로워하지 않아도 됐을 것을, 그 고통이 영원히 끝나지 않을 거라고 비관하지 말 것을... 하는 생각도 듭니다.
덜 아플 수 있는 지금이 참 감사하다는 사실은, 아파본 사람만이 할 수 있는 말이에요. 그죠? 저는 단순한 고름이었는데.. 쉽게 짜면 해결될 것을 왜 그리 오래 묵혀두었는지 후회가 되었던 적도 있어요. 그래서 그런지, 지금은 지금 이 순간에 무엇이 옳은 선택인지 집중하려고 애쓰고 있어요. 그러기 위해 '맑은 컨디션'을 만드는 나만의 루틴이 필요한 것 같아요. 진제님의 시행착오가 애잔하면서 아름답고 멋지게 느껴지네요.
[2번 질문] a) 인생은 멀리서 보면 희극이고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라는 말이 있잖아요. 겉으론 멀쩡해보여도, 누구나 '진규'같은 아픔을 하나씩은 가슴에 묻고 사는 거 같아요. 자꾸만 진규 어머니 뱃속의 혹이 갓난아이의 머리의 심상으로 표현되는 걸 봤는데, 진규 어머니께선 그것이 자신을 죽이는 혹임에도 후회와 슬픔 때문에 '다시 진규를 낳고 싶다'는 표현을 쓰며 수술을 거부하신 건 아닐까 싶습니다. 그 감정을 무어라 표현해야 할진 모르겠지만, 인규는 '동병상련'하기에 어머니를 향해 달려갔다고 생각해요. b) 껍질이 깨지는 순간, 여전히 그 시절에 머물러있던 어린 인규가 드디어 세상을 향해 고개 내밀지 않았을 조심스레 추측해봅니다. 그래서 어린 시절에 못한 원망을 이제서야 쏟아낼 거 같습니다. 왜 그랬어. 왜 진규를 그렇게 대강 묻었어. 왜 진규를 잊자고 한 거야. 왜... 왜 그랬어... 육중한 원망을 밖으로 내보내지 않고 버티던 댐에 꽤나 큰 균열이 생겼습니다. 틈이 벌어지고 사이로 참아왔던 울분이 콸콸 쏟아지면, 충분히 빠질 때까지 비워내고 나면, 그제야 화해하지 않을까요. 어머니도 힘들어하셨구나. 나만 그런 게 아니었어. 그동안 내색하지 않으셨던 것뿐이었구나... 하고 안아주지 않을까요?
혹과 진규를 대응시킨 거라면, 놀랍도록 치명적인 설정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얼마 전 제 아내도 자궁내막종 수술을 했어요. 수술이야 워낙 기술이 발전했다보니 잘 진행되었지만 마취가 깨고 회복하는 그 3시간 남짓한 시간들 속에서 추워하고 고통스러워하는, 마취약을 넣으려해도 몸에 맞지 않아 토를 하고 통증을 참아내는 아내가 가여웠습니다. 자궁에서 자라는 모든 혹에 대해 알지 못하지만, 크기가 지속적으로 커지다 보니 무조건 수술을 해야한다고 들었습니다. 정말로 인규의 어머니는 자신의 혹이 자라듯 진규에 대한 죄책감이 커져간 것이, 그 '진규를 다시 낳고 싶다'는 외침으로 이어진 게 아닌 가 생각해요. 인규도, 인규 어머니도 오랜 시간 서로 연민하지 못하고 버텨왔다는게 안타까워요.
[3번 질문] 열등감을, 괴로움을, 슬픔을, 변화의 초석으로 삼아오기도 했음을 방금 깨달았습니다. 밑바닥을 찍어야만 다시 도약할 수 있듯, 그런 고통을 딛고 이전과 다른 방향을 찾아 여태껏 발전해온 제가 있었네요. 참 신기해요. 저는 제가 부족한 사람인 거 같아 자존감이 확 떨어졌던 적이 있는데, 신기하게도 그 슬픔 가운데서 원동력을 얻어 모자라다고 생각했던 부분에 과감히 도전하고, 발전하고, 돌이켜보면 그렇게까지 괴로워하지 않았어도 됐을 일이라고 회상하기도 합니다. 안 찾아오면 제일 좋겠지만... 올해도 아마 높은 확률로 제게 찾아올 그 깊은 밤, 절망으로 점철된 가장 어두운 시간이 지날 무렵, 새벽과 빛과 또 다시 태어난 제가 있길 바랍니다. 상처가 아물고 더 단단해진 제가 있을 거라 믿습니다.
그믐에서 자주 봬요~ㅎㅎ 마음 같아선 웰다잉오디세이 두 번째 시간에 참여하고 싶지만, 일단은 세 번째 시간 <이반일리치의 죽음>을 노려보고 있습니다.
죽은 사람들의 방에서는 환하게 불빛이 새어 나오고 있었는데, 앓는 사람들의 방은 어두웠다. 마치 하나하나의 창이 지쳐 눈을 감은 것 같았다. 덫에 걸린 수많은 짐승들이 새벽을 기다리며 잠을 청하고 있는 것 같았다. p225
여수의 사랑 -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개정판 한강 지음
Q3.. 살아 있다.. 고통을 느끼다.. 희망을 갖다.. 감각과 감정을 벼리는.. 그래서 단단한 깊이를 갖는 사람이고 싶네요..
인규는 올해 들어 서른 살이 되었다. 그런데 그의 치아는 칠십 노인의 그것보다도 부실했다. 인규는 찬물로 양치할 수 없었다. 시거나 단 음식을 먹으면 잇속이 참을 수 없을 만큼 아릿해 곧바로 미지근한 물에 헹구어내야 했다. 아침에 일어나면 떡니부터 어금니까지 가볍게 밀고 당기기만 해도 모조리 건들리곤 했다. 그 이유를 인규는 알고 있었다. 주먹을 불끈 쥘 때면 그는 곧 욕설을 내뱉으 사람처럼 이를 악물고 있었다. 잘 때면 바드득바드득 이를 갈았다. 웃을 때도 이를 악물고 웃었다.
여수의 사랑 -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개정판 p.204, 한강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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