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여수의 사랑』 : 미래가 없는 자들을 위한 2026년의 시작

D-29
[3번 질문] 열등감을, 괴로움을, 슬픔을, 변화의 초석으로 삼아오기도 했음을 방금 깨달았습니다. 밑바닥을 찍어야만 다시 도약할 수 있듯, 그런 고통을 딛고 이전과 다른 방향을 찾아 여태껏 발전해온 제가 있었네요. 참 신기해요. 저는 제가 부족한 사람인 거 같아 자존감이 확 떨어졌던 적이 있는데, 신기하게도 그 슬픔 가운데서 원동력을 얻어 모자라다고 생각했던 부분에 과감히 도전하고, 발전하고, 돌이켜보면 그렇게까지 괴로워하지 않았어도 됐을 일이라고 회상하기도 합니다. 안 찾아오면 제일 좋겠지만... 올해도 아마 높은 확률로 제게 찾아올 그 깊은 밤, 절망으로 점철된 가장 어두운 시간이 지날 무렵, 새벽과 빛과 또 다시 태어난 제가 있길 바랍니다. 상처가 아물고 더 단단해진 제가 있을 거라 믿습니다.
그믐에서 자주 봬요~ㅎㅎ 마음 같아선 웰다잉오디세이 두 번째 시간에 참여하고 싶지만, 일단은 세 번째 시간 <이반일리치의 죽음>을 노려보고 있습니다.
죽은 사람들의 방에서는 환하게 불빛이 새어 나오고 있었는데, 앓는 사람들의 방은 어두웠다. 마치 하나하나의 창이 지쳐 눈을 감은 것 같았다. 덫에 걸린 수많은 짐승들이 새벽을 기다리며 잠을 청하고 있는 것 같았다. p225
여수의 사랑 -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개정판 한강 지음
Q3.. 살아 있다.. 고통을 느끼다.. 희망을 갖다.. 감각과 감정을 벼리는.. 그래서 단단한 깊이를 갖는 사람이고 싶네요..
인규는 올해 들어 서른 살이 되었다. 그런데 그의 치아는 칠십 노인의 그것보다도 부실했다. 인규는 찬물로 양치할 수 없었다. 시거나 단 음식을 먹으면 잇속이 참을 수 없을 만큼 아릿해 곧바로 미지근한 물에 헹구어내야 했다. 아침에 일어나면 떡니부터 어금니까지 가볍게 밀고 당기기만 해도 모조리 건들리곤 했다. 그 이유를 인규는 알고 있었다. 주먹을 불끈 쥘 때면 그는 곧 욕설을 내뱉으 사람처럼 이를 악물고 있었다. 잘 때면 바드득바드득 이를 갈았다. 웃을 때도 이를 악물고 웃었다.
여수의 사랑 -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개정판 p.204, 한강 지음
저는 한강 작가님의 인물 설정이 조금 과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고 생각했는데요. 아래 영상을 보면서 그럴 수 있겠구나, 하고 생각을 고쳐 먹었습니다. https://youtube.com/shorts/hpYhPP1NlV8?si=82wL3-cOxGCePgG_
저는 한강 작가님의 글을 보면.. 온몸의 세포 하나하나로 이야기들의 고통과 감정을 느끼는 분 같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렇게 자신을 관통하는 고통을 문장 문장에 꼭꼭 박아 글을 쓰시는 것 같아요..
정말로요. 몸을 다 바쳐서 쓰신다는 느낌이요.
Mission 1. 돌이켜보면 저는 한동안 도피에 가까운 행동을 해왔던 것 같습니다. 지금보다 더 어리고 여렸던 시절에는 정신적으로 극한에 몰렸을 때마다 피어싱을 하나씩 더 늘리곤 했습니다. 살면서 귀와 얼굴에 열 번 넘게 구멍을 냈네요.. 뚫는 순간의 통증에 집중하면서 스트레스를 잊기도 했고, 반짝이는 피어싱을 바라보며 해소되는 감정도 분명 있었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나약해 보이고 싶지 않다는 마음도 컸던 것 같습니다. 어쩌면 저를 보호하기 위한 일종의 방어기제였을지도 모르겠네요.. 지금은 그런 방식에 더 이상 미련이 남아 있지 않아서 하나둘 피어싱을 빼고 다니고 있습니다. 대신 요즘의 저는 치유든 도피든 스스로를 극단으로 몰아붙이는 행동을 거의 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힘든 순간이 와도 “아 액땜 제대로 하네” 하고 받아들이는 쪽에 가까워졌습니다. 이게 회복탄력성이 좋아진 건지 아니면 뭔가 내려놓게 된 건지는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만, 예전처럼 자해에 가까운 도피에서 벗어났다는 점 하나만큼은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싶습니다. 여담이지만 이런 성격 때문인지 요즘은 종종 사람이 아닌 것 같다는 말을 듣기도 합니다..ㅎㅎㅎ
피어싱 이야기는 뭔가, 제게 굉장히 이국적으로 다가오네요. 종종 사람이 아닌 것 같다는 말의 근원이 어쩌면 @JIN 님의 남다른 과거에서 찾아볼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AI와 진지하게 얘기를 나눌만한 사안인지는 모르겠으나 '현재'를 이해하는 데 '과거'는 충분히 도움이 되는 것 같습니다. 물론, '현재'가 꿈꾸는 것을 '과거'가 온전히 이해하는 지는 잘 모르겠지만요.
Mission 2. 희망을 담아 말하자면 화해였으면 좋겠지만.. 아마도 형언하기 어려운 절망에 더 가까웠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가장 먼저 떠오른 생각은 “왜 이제서야”였을 것 같습니다. 지난 20년 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다가 왜 이제 와서 이런 고백을 하는지에 대한 원망과 혼란이 동시에 밀려왔을 것 같습니다. 어쩌면 인규는 조금만 더 일찍 솔직해졌다면, 서로의 고통을 보듬을 기회라도 있었을 텐데 그 시간조차 허락되지 않았다는 사실 앞에서 더 깊은 상실감을 느꼈을 것 같네요..
엄마도 새로운 남편, 새로운 자식을 통해 회복하고 싶은 마음이 컸던 것 같아요. 훗날 자궁 안에 혹이 커다랗게 발견될 줄 알았을까요? @진제 님이 말하신 것처럼 그게 '진규'라고 느끼는 환상적 경험을 하신 것 같아요. 결국, 평생동안 도피를 해온 것이죠. 자기도 몰랐던 눌려진 고통이 자기 안에 있었으리라 생각합니다.
Mission 3. 인규가 다시 달리기 시작하는 마지막 장면에서 저는 아주 희미하지만 분명한 ‘밝은 정표’를 느꼈습니다. 지금의 자신을 이대로 끝내고 싶지는 않다는 미약한 소망이 전해지는 것 같았습니다. 저는 제 생각컨데 삶에서 가장 어두운 시기를 비교적 이른 나이에 겪은 편인 듯합니다. 당시에는 그 시간이 끝나지 않을 것처럼 느껴졌고 매일을 버티는 것만으로도 벅찼던 기억이 납니다. 그래서 인규가 “다시 태어나고 싶다”고 생각하며 달리는 장면이 완전히 낯설게 느껴지지는 않았습니다. 지금의 저는 그 시기를 지나왔다고 말할 수는 있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었다고 확신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분명한 것은 그때의 경험 이후로 조금 더 용감해지려고 애쓰며 살아가고 있다는 점입니다. 도전을 피하지 않으려 하고, 실패 앞에서도 예전만큼 쉽게 무너지지는 않으려고 합니다. 그래서 이 질주의 끝에서 마주하게 될 ‘다시 태어난 나’는 완전히 새로워진 모습이라기보다는.. 여전히 흔들리면서도 멈추지 않으려는 사람에 가까울 것 같습니다..ㅎㅎ
거리를 달릴 때 귀밑으로 느껴지는 차가운 밤바람과, 자신의 내부에서 솟구치는 속력만을 인규는 사랑하고 있었다.
여수의 사랑 -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개정판 한강 지음
새벽은 고통을 멎게 해줄 것이었다. 박명 속에서 신의 얼굴을 한 사냥꾼이 걸어올 것이었다.
여수의 사랑 -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개정판 한강 지음
그가 살아 있음을 느낄 수 있는 순간은 달릴 때뿐이었다. 그때만은 별들의 운행이 그의 귀에만 거대한 음향을 들려주는 것 같았다.
여수의 사랑 -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개정판 한강 지음
1. 머릿속이 복잡하고 괴로울 때 수영을 하곤 했습니다. 물 속에서 숨이 차도록 계속 레인을 돌다보면, 복잡한 생각이 정리되는 느낌이었습니다. 한번에 여러 생각이 나는 것이 아니라, 힘들다, 숨이차다라는 생각이 다른 생각을 잡아먹어 또렷히 문제를 바라 볼 수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도피라기 보다는 다른 문제에 휘둘리지 않고 문제를 똑바로 직시할 수 있게 해주는 치유인것 같습니다. 2. 원래 인규는 진규를 생각하는 사람이 자신만일 것이라고 확신했습니다. 그래서 자신이 죽으면 진규의 죽음도 완전해질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어머니의 절규를 듣고 죽음 완전성이 훼손되는 기분이 들었을 것 같습니다. 인규는 어쩌면 어머니가 진규를 가슴에 평생 묻어오고 고통스러워했는지 전혀 몰랐을지도 모릅니다. 인규가 원한 방식은 아니었겠지만 어머니의 속마음을 들은 후, 그것이 계기가 되어 대화가 이루어진다면 동병상련의 마음으로 화해가 이루어지지 않을까요 3. 여수의 사랑이라는 단편의 질주를 끝내고 나면 슬픔이라는 감정을 더 잘 이해하게 되지 않을까 합니다. 작년까지의 저는 항상 안타까운 사연을 들으면 '안타깝기는 한데,,, 어쩔 도리가 없다.'라는 식의 생각을 하곤 했습니다. 피상적인 공감에 그친 것이었죠. 왜냐하면 대화로는 완벽히 내면의 이야기까지 알 도리가 없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소설은 주인공의 내막을 낱낱히 알게 되므로 더 높은 수준의 공감에까지 이르게 된 것 같습니다. 이런 높은 수준의 공감의 경험은 앞으로 현실에서 완전히 이해할 수 없는, 이해하기 어려운 사연, 대화를 들었을 때 '내가 모르는 어떤 일이 있었을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을 줄 것 같습니다.
저도 동병상련의 마음으로 화해가 이뤄지길 바라고 있어요. 그렇게 무심하던 어머님이 사무실로 전화를 거셨던 순간이 어머님 방식의 화해의 시작이지 않았을까요?
화제로 지정된 대화
[1.26~1.28] 다섯 번째 단편, <진달래 능선>, 타오르는 불꽃 앞에서 안녕하세요, 내로입니다. 다섯 번째 단편은 <진달래 능선>입니다. 한겨울 밤, 마당에서 멀쩡한 나무를 뽑아 태우는 남자와 그 불빛을 바라보며 자신의 죄책감을 떠올리는 또 다른 남자. 차가운 겨울바람과 뜨거운 불꽃이 공존하는 이 소설은, 우리가 상실을 어떻게 견디고 애도하는지를 묵직하게 보여줍니다. 타오르는 진달래 불꽃 앞에서, 우리가 함께 나누고 싶은 이야기입니다. — [Mission 1. 태우는 것인가요, 보내주는 것인가요?] 집주인 황씨는 죽은 딸이 좋아하던 정원 나무들을 매일 밤 하나씩 불태웁니다. 그는 미친 것이 아니라, 꿈속에서 "나무 한 그루 없는 추운 벌판"에 서 있는 딸에게 나무를 '옮겨 심어주는(보내는)' 중이라고 믿습니다. 현실에서는 파괴처럼 보이지만, 그에게는 가장 간절한 사랑의 방식인 이 행동. 여러분은 황씨의 기이한 애도를 어떻게 보셨나요? 남겨진 사람들이 떠난 이를 기억하고 슬픔을 견디는 방식 중, 여러분의 기억에 남는 인상적인 애도의 풍경이 있다면 나눠주세요. — [Mission 2. 당신에게도 '진달래 능선'이 있나요?] 주인공 정환에게 '진달래 능선'은 폭력적인 아버지로부터 동생 정임과 함께 도망쳤던 곳이자, 결국 동생을 버리고 홀로 내려온 죄책감의 장소입니다. 그곳은 붉은 꽃이 만발한 아름다운 곳이면서, 동시에 평생 그를 괴롭히는 아픈 기억의 공간이죠. 여러분의 삶에도 떠올리면 그립고 아름답지만, 한편으로는 도망치고 싶거나 미안해지는... 그런 이중적인 감정이 얽힌 장소나 기억이 있나요? 여러분의 마음속 '진달래 능선'은 어떤 모습인지 들려주세요. — [Mission 3. 찾지 못할 것을 알면서도 헤매는 마음] 정환은 성인이 된 후, 사라진 가족을 찾아 전국을 떠돕니다. 하지만 집은 헐렸고, 어머니와 동생에 대한 기록은 어디에도 없었죠. 찾을 수 없다는 것을 예감하면서도 그는 멈추지 못했고, 그 과정에서 몸과 마음이 병들어갑니다. 우리의 인생도 정환의 여정과 닮아있지 않을까요? 명확한 답이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혹은 실패할 것을 알면서도 우리는 무언가를 끊임없이 찾아 헤맵니다. 빈손으로 끝날지라도 계속해서 찾아 헤매는 그 과정 자체를 우리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요? '찾기'를 멈추지 않는 여러분의 삶을 응원하며 질문을 던집니다.
1. 잘 모르겠습니다. 특별하게 추모하는 것은 보지 못했습니다. 2. 장소라기보다는 사람들입니다. 특히 초등학교 동창들. 만나면 반갑지만 제 초등학교 생활에 흑역사가 많아 그 사실을 아직 기억하는 친구가 있을까봐 두렵고 피하고 싶기도한 존재들입니다. 3. 인생자체가 아무런 의미나 목적은 없는 것 같습니다. 다만 사는 동안 충실하게,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하면서 사는 것이 후회가 가장 적을 것 같습니다. 특히 인류의 긴 역사 동안 꾸준히 살아남은 예술이나 문학을 접하고 즐기는 것이 인류 역사에서 많은 시행오류를 통해 얻은 결론이라 가장 효율적이고 후회가 없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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