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에 가려졌던 썰물 진 뻘 위로 수십 개의 거대한 닻들이 파묻혀 있었던 것이었다. 굵은 바윗돌이 즐비한 산기슭까지 띄엄띄엄 꽂힌 그것들은 붉은 녹으로 얼룩져 있었다.
그것은 마치 수많은 목선들이 이곳에 닻을 내렸다가 썩어 가고 남은 풍경 같았다. 오랜 항해 끝에 돌아왔으나 정박할 곳을 찾지 못하고 끝내 뭍에서 떠밀린 배들이 닻을 버려둔 채 망망대해 속으로 사라지고 난 흔적 같기도 했다.
거대한 무덤 같았다. p294
”
『여수의 사랑 -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개정판』 붉은 닻, 한강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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