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여수의 사랑』 : 미래가 없는 자들을 위한 2026년의 시작

D-29
1. 머릿속이 복잡하고 괴로울 때 수영을 하곤 했습니다. 물 속에서 숨이 차도록 계속 레인을 돌다보면, 복잡한 생각이 정리되는 느낌이었습니다. 한번에 여러 생각이 나는 것이 아니라, 힘들다, 숨이차다라는 생각이 다른 생각을 잡아먹어 또렷히 문제를 바라 볼 수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도피라기 보다는 다른 문제에 휘둘리지 않고 문제를 똑바로 직시할 수 있게 해주는 치유인것 같습니다. 2. 원래 인규는 진규를 생각하는 사람이 자신만일 것이라고 확신했습니다. 그래서 자신이 죽으면 진규의 죽음도 완전해질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어머니의 절규를 듣고 죽음 완전성이 훼손되는 기분이 들었을 것 같습니다. 인규는 어쩌면 어머니가 진규를 가슴에 평생 묻어오고 고통스러워했는지 전혀 몰랐을지도 모릅니다. 인규가 원한 방식은 아니었겠지만 어머니의 속마음을 들은 후, 그것이 계기가 되어 대화가 이루어진다면 동병상련의 마음으로 화해가 이루어지지 않을까요 3. 여수의 사랑이라는 단편의 질주를 끝내고 나면 슬픔이라는 감정을 더 잘 이해하게 되지 않을까 합니다. 작년까지의 저는 항상 안타까운 사연을 들으면 '안타깝기는 한데,,, 어쩔 도리가 없다.'라는 식의 생각을 하곤 했습니다. 피상적인 공감에 그친 것이었죠. 왜냐하면 대화로는 완벽히 내면의 이야기까지 알 도리가 없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소설은 주인공의 내막을 낱낱히 알게 되므로 더 높은 수준의 공감에까지 이르게 된 것 같습니다. 이런 높은 수준의 공감의 경험은 앞으로 현실에서 완전히 이해할 수 없는, 이해하기 어려운 사연, 대화를 들었을 때 '내가 모르는 어떤 일이 있었을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을 줄 것 같습니다.
저도 동병상련의 마음으로 화해가 이뤄지길 바라고 있어요. 그렇게 무심하던 어머님이 사무실로 전화를 거셨던 순간이 어머님 방식의 화해의 시작이지 않았을까요?
화제로 지정된 대화
[1.26~1.28] 다섯 번째 단편, <진달래 능선>, 타오르는 불꽃 앞에서 안녕하세요, 내로입니다. 다섯 번째 단편은 <진달래 능선>입니다. 한겨울 밤, 마당에서 멀쩡한 나무를 뽑아 태우는 남자와 그 불빛을 바라보며 자신의 죄책감을 떠올리는 또 다른 남자. 차가운 겨울바람과 뜨거운 불꽃이 공존하는 이 소설은, 우리가 상실을 어떻게 견디고 애도하는지를 묵직하게 보여줍니다. 타오르는 진달래 불꽃 앞에서, 우리가 함께 나누고 싶은 이야기입니다. — [Mission 1. 태우는 것인가요, 보내주는 것인가요?] 집주인 황씨는 죽은 딸이 좋아하던 정원 나무들을 매일 밤 하나씩 불태웁니다. 그는 미친 것이 아니라, 꿈속에서 "나무 한 그루 없는 추운 벌판"에 서 있는 딸에게 나무를 '옮겨 심어주는(보내는)' 중이라고 믿습니다. 현실에서는 파괴처럼 보이지만, 그에게는 가장 간절한 사랑의 방식인 이 행동. 여러분은 황씨의 기이한 애도를 어떻게 보셨나요? 남겨진 사람들이 떠난 이를 기억하고 슬픔을 견디는 방식 중, 여러분의 기억에 남는 인상적인 애도의 풍경이 있다면 나눠주세요. — [Mission 2. 당신에게도 '진달래 능선'이 있나요?] 주인공 정환에게 '진달래 능선'은 폭력적인 아버지로부터 동생 정임과 함께 도망쳤던 곳이자, 결국 동생을 버리고 홀로 내려온 죄책감의 장소입니다. 그곳은 붉은 꽃이 만발한 아름다운 곳이면서, 동시에 평생 그를 괴롭히는 아픈 기억의 공간이죠. 여러분의 삶에도 떠올리면 그립고 아름답지만, 한편으로는 도망치고 싶거나 미안해지는... 그런 이중적인 감정이 얽힌 장소나 기억이 있나요? 여러분의 마음속 '진달래 능선'은 어떤 모습인지 들려주세요. — [Mission 3. 찾지 못할 것을 알면서도 헤매는 마음] 정환은 성인이 된 후, 사라진 가족을 찾아 전국을 떠돕니다. 하지만 집은 헐렸고, 어머니와 동생에 대한 기록은 어디에도 없었죠. 찾을 수 없다는 것을 예감하면서도 그는 멈추지 못했고, 그 과정에서 몸과 마음이 병들어갑니다. 우리의 인생도 정환의 여정과 닮아있지 않을까요? 명확한 답이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혹은 실패할 것을 알면서도 우리는 무언가를 끊임없이 찾아 헤맵니다. 빈손으로 끝날지라도 계속해서 찾아 헤매는 그 과정 자체를 우리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요? '찾기'를 멈추지 않는 여러분의 삶을 응원하며 질문을 던집니다.
1. 잘 모르겠습니다. 특별하게 추모하는 것은 보지 못했습니다. 2. 장소라기보다는 사람들입니다. 특히 초등학교 동창들. 만나면 반갑지만 제 초등학교 생활에 흑역사가 많아 그 사실을 아직 기억하는 친구가 있을까봐 두렵고 피하고 싶기도한 존재들입니다. 3. 인생자체가 아무런 의미나 목적은 없는 것 같습니다. 다만 사는 동안 충실하게,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하면서 사는 것이 후회가 가장 적을 것 같습니다. 특히 인류의 긴 역사 동안 꾸준히 살아남은 예술이나 문학을 접하고 즐기는 것이 인류 역사에서 많은 시행오류를 통해 얻은 결론이라 가장 효율적이고 후회가 없을 것 같습니다.
예술이 긴 역사를 통해 얻은 결론이라는 설명이 인상 깊어요. 결국 살아남은 것들에는 힘이 있지요. 돈과 명예를 중심으로 삶이 정형화 되어간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그 정형성에서 탈피하고 도전하는 힘도 예술이 주는 것 같아요. 예술은 내가 상상하지 못한 것들을 보게 하니까요.
초중등 기억이 왜그렇게 오래가는지 모르겠습니다. 최근에도 중학교 때 친구들 괴롭히고 다니던 나쁜 친구가 기억이 나서 좀 짜증이 났네요..ㅎㅎ 그 친구에게... 깊은 사연이 있는 거겠죠...하..ㅠㅠ
제 친구들을 보면 중요한 일에 한해서겠지만 과거 일은 잘 기억하는 반면 최근 일을 잘 잊어버리는 것 같다는 느낌을 많이 받습니다.
1. 기이하기보다는 슬프게 보았습니다. 얼마나 딸한테 미안하고 그리웠으면 그런 행동을 할까 싶어서요.. 애도 사례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펫로스를 겪은 가족의 이야기인데요. 유튜브에서 강형욱 훈련사가 이야기하는 영상을 봤습니다. 15년 정도 키우던 강아지가 떠나고, 어머니와 자녀들은 펑펑 울고 슬퍼했는데 아버지는 울지 않았다고 합니다. 하지만 술 마시고 들어오면 허공에 대고 자꾸 강아지에게 말을 걸고, 소파에 앉으면 무의식적으로 강아지를 쓰다듬는 행동을 하셨다고 하더라구요. 슬픔을 토해내고 해소하는게 아니라 속에 눌러담으며 더욱 문드러지는 슬픔을 겪는거죠. 영상을 보면서 저도 눈물이 고였던 기억이 납니다. 2. 제게는 딱히 그런 장소는 없는 것 같습니다. 장소에 크게 의미를 부여하지 않아서 그런 것 같습니다. 3. 실패할 것을 알면서도 도전하는 과정이 저는 꼭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선택을 할 때 저는 후회할 것 같은가?를 먼저 생각하는데요. 주로 '이걸 안하면 후회할 것 같은가?' 쪽에 가깝습니다. 기회라는 건 항상 오는 것이 아니니까 기회를 얻었을 때 잡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잘 안될 것 같아도 도전하는 편입니다. 안해보고 그때 할 걸, 이렇게 생각하는 것보다는 실패하는 편이 후련하니까요. 제작년쯤에 진로를 다른 길로 틀면서 자꾸 회의감이 들 때 장기하의 '해'라는 노래를 자주 들었습니다. 장기하 노래는 항상 그렇듯 뭔가 우스꽝스러우면서도 직관적이고 철학적인데요. 이 노래가 찾지 못할 것을 알아도 찾아 헤매는 마음에 용기를 주는 것 같습니다.
아, 아버님의 오랜 습관이 정말 안타깝게 느껴져요. 어떤 영상인지 추천해주시면 보고 싶습니다. 그리고, '후회할 것 같은가?'라는 말티님만의 무기 같은 질문이 지혜롭게 느껴져요. 도전하지 않음으로써 오는 여러번의 후회가 누적된 결과이실 것 같아요. 어떤 경험들이셨는지 궁금해요. 장기하의 '해'라는 노래 추천도 감사드립니다. 내일 드라이브하며 들어볼게요^^
https://youtube.com/shorts/EMVWNapWh0g?si=fWBW1vZDqBihRU8A 펫로스 영상은 이 영상입니다! 사실 저는 도전하지 않아서 후회했던 적은 많이 없는 것 같은데, 할까말까 할 때 했던 경험들이 제게 항상 긍정적으로 남아서 이런 가치관을 가지게 된 것 같습니다.
요정식탁에 나오셨었군요. 풀버젼으로 봐야겠어요^^ https://www.youtube.com/watch?v=A_wwkMOE34A
저도 곁다리에서 용기를 얻어볼까 하여 찾아봤습니다.. [ 장기하 - 해 : 할건지말건지 ] https://youtu.be/5xciSoXLk98?si=0lEAVggpY6bgPg0g 겸해서 떠오르는 묘비명이 있기에..
묘비명이 너무 위트있고 재밌네요ㅋㅋㅋㅋ 감사합니다ㅎㅎ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우물쭈물하다가 기회를 놓치는 것 같네요.
[진달래 능선] Q2.. 어렸다고 할 수 있는 시절.. **'동'에 살다가 **'리'로 이사를 갔습니다.. 마을까지 숲길을 걸어야 했고 주변으로도 논.밭.산.. 그리고 하늘.. 그래서 **'골'이라고도 불렀던.. 여러가지 사정이 어두운 시절이었습니다.. 그래도 그 산길 가에 코스모스가 피면 하늘 보며 걷는 그 꽃길이 좋았고.. 가을에 색깔이 변해가는 벼들의 물결이 좋았고.. 눈이 오면 발이 푹푹 빠지는 온천지 고요하고 하얀 세상이 좋았습니다.. 그래서 버틸수 있었고 또 그래서 그 어두웠던 그림자가 싫은 곳이기도 합니다..
일전에.. 그런 말씀을 하셨었죠. 나만의 울타리 안에서 '안빈낙도' 하고 싶으시다고요. 그런데 말씀하신.. 어린시절 체험했던 꽃길, 벼들의 물결, 고요하고 하얀 세상.. 그런 곳이 모인 '골'이 바로 @GoHo 님이 꿈꾸시는 장소의 바탕을 이루는 걸까요?
그렇기도 하죠.. 그곳의 밝았던 부분들.. 좋았던 풍경들.. 하지만 더 근원적으로는 조금 더 먼 시간대로 내려가야 합니다.. 외할머니와 살았던 꼬꼬마시절의 저를 감싸주던 풍경과 정서라고나 할까요..ㅎ
왜 그런 시절은 '최초의 기억'으로만 잠깐 남아있는지 모르겠어요. 흙흙. 요즘에 아이들은 사진과 영상으로 너무나도 많이 남겨져 있어서... 과연 그 아이들이 크면 저희만큼 그 시절을 추억하고, 아련하지만 아름답게 합리화(?) 할 수 있을 지 모르겠어요. 그리고, 지금껏 나누었던 모든 질문의 답이 30년 뒤에는 완전히 다른 형태로 바뀌어있을 것 같아서 궁금하기도, 두렵기도 하네요. 그때도 살아있다면... 그믐이 존재한다면.. 그들과 독서토론을 꼭 해보고 싶어요. 2056년판 미래가 없는 자들을 위한 독서모임, 이랄까요..ㅎㅎ 참여율이 극히 적을 것 같긴 해요. 그때는 '재미'를 무한으로 생성하고 제조하는 시대가 될 것 같아서..ㅠㅠ
[진달래 능선] Q1.. 저라면 황씨..와는 조금 다른 방식으로 애도의 시간을 견딜 것 같습니다.. 오히려 더 집요하게 진달래꽃을 피우려고 했을 것 같습니다.. 꽃무리를 거두어 아이에게 덮어주었을 것 같습니다.. 그 꽃에 아이가 담겨 있는데.. 그 곳에 아이의 生의 흔적이 있기에.. 파괴가 아닌 채움으로 그곳을 물들이고 싶었을 겁니다.. '한없이 넓고 황량한 벌판에, 나무 한 그루 없는 곳에 그 아이가 서 있소.' p259 애도하는 이의 마음이 아이가 서 있는 곳 아닐까 싶습니다.. ... 기억에 남는 특별한 애도의 방식은 없지만.. 제가 바라는 애도의 방식은 있습니다.. 가볍고.. 밝고.. 웃음과 수다가 있는.. 그리고 애도의 시간이 길지 않기를..
"애도하는 이의 마음이 아이가 서 있는 곳 아닐까 싶습니다.." 이 마음이 코옥 박히면서, @말티 가 알려주신 15년 함께했던 강아지를 허공에서 매만지던 아버지가 떠오르네요. 그 아버지의 마음이 전이된 오랜 습관이 참..
[진달래 능선] Q3.. 삶은 빛과 같아서 그런 것 같습니다.. 직진 밖에 할 수 없는.. 역행 할 수 없는.. 빛도 삶도 직진으로 이어지는 소멸을 향해 갑니다.. 직진해야 하는 우주적 운명이기에.. 나아가기 위한 날개짓들을 하며 살아가는 게 아닐까 싶네요.. 그리고 이상하게도.. '정환은 자신의 희망을 함부로 다루고 소모했다. 한데 이상한 것은 그것이 죽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p245 희망이라는 씨앗불이 가늠되지 않는 거리에서 늘 깜빡거리고 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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