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섭 작가와 <어차피 우리 집도 아니잖아> 읽기

D-29
요즘 우리 사회 모든 면에서 이렇게 된 것 같아요. ;;; ㅠㅠ
https://www.youtube.com/watch?v=_DQ_QTtEXFM 책걸상에 <어차피 우리 집도 아니잖아>편이 업로드 되었네요.
"등기부등본은 확인 안 한 거야?" 표현은 다르지만 같은 내용의 질문들을 이후로 수없이 받았다. (중략) 그럴 때면 "나 바보 아니라고! 너희들도 내 처지에 있었으면 똑같이 당했을 거라고!"라며 고함을 치고 바닥을 내리치고 싶었다. p.56 여덟 명이 똑같이 자신들이 임차인 중에서는 제일 앞 순번으로 되어 있는 선순위 임차보증금 확인서를 갖고 있었다. 다가구주택은 등기부등본을 떼어도 그 집에 전세로 들어온 사람이 몇 명인지, 각각 전세보증금으로 얼마를 냈는지는 알 수 없다. 그래서 선순위 임차보증금 확인서를 뗀다. (중략) 그들 앞에 놓인 선순위 임차보증금 확인서 일곱 장은 모두 가짜 서류였다. p.58 경찰에서는 처음에는 사건 접수조차 제대로 해주지 않으려 했다. 아직 실제로 피해가 발생하지 않았다며. '허위 확인으로 손해가 발생하거나 비용이 증가'하지 않았다며. 그게 법이라고 했다. (중략) 희정은 생각했다. 우리야말로 '피해 호소인'이구나 하고. p.61-62 누군가가 사악하고 치밀한 설계를 했다. 집값이 계속 급등하고 있고, 빌라 가격은 아파트 가격보다 시세를 알기 어려움을, 청년들이 전세 대출로 수억 원을 쉽게 마련할 수 있음을, 다가구주택은 등기부등본만으로는 다른 임차인 현황을 알 수 없음을, 그렇게 청년들에게서 받은 보증금에 제22금융권 대출을 더해 다른 건물을 또 짓고, 이 과정을 반복할 수 있음을 간파한 누군가. p.64-65 법은 불친절했으며, 그들 편이 아닌 듯했다. 법은 일관성도 없는 듯했다. 대전 전세사기 피해자들은 아직 몰랐지만 법을 새로 만드는 방법도 있었다. 실제로 그들은 얼마 뒤에 전세사기피해지원 특별법을 만들어달라고 요구하게 된다. 그들 중 몇몇은 그 법이 만들어지는 것을 살아서 보지 못한다. p.66 아직 젊잖아. 액땜한 셈 쳐. 비싼 수업료 냈다고 생각해. 살다 보면 1,2억 원은 아무것도 아니더라. 하지만 희정과 다른 루바토빌 입주자들은 자신들의 피해를 액땜한 셈 칠 수 없었다. 국어사전에 '액'은 '모질고 사나운 운수'이고, '액땜'은 '앞으로 닥쳐올 액을 다른 가벼운 곤란으로 미리 겪음으로써 무사히 넘김'이라고 나온다. 희정과 다른 루바토빌 입주자들은 앞으로 각각 1억 원이 넘는 전세 대출을 갚아야 했다. 그들에게 닥쳐올 액은 넘겨지지 않았다. 희정이 비싼 수업료를 내고 뭔가를 배웠다면 '은행은 절대 손해보지 않는다'는 사실이었다. 전세 대출을 받을 때 은행이 요구한 서류가 얼마나 많았던가? 은행도 등기부등본을 받아가지 않았던가? 은행 역시 그 집이 깡통 전세임을 모르고 돈을 빌려줬던 것 아닌가. 은행 역시 속았지만 은행의 손실액은 단 한 푼도 없다. 대출자가 일해서 전액을 갚을 거니까. 애초에 그러려고 대출자의 재직증명서를 요구했던 것이다. 1,2억 원은 아무것도 아니라고? 은행은 아니라는데? 꼭 갚아야 한다는데? p.67-68 폭우나 폭설로 큰 피해가 발생하면 특별재난구역을 선포하고 피해자를 지원하지 않던가? 대구 지하철 참사나 태안 기름 유출 사고처럼 천재지변이 아니라 범죄나 산업재해로 발생한 피해에 대해서도 특별재난구역을 선포하지 않았던가? 전국에서 수천 건 넘게 갑자기 대규모 전세사기 사건들이 터져 나온 것은 주택금융 시스템의 실패 때문 아닌가? 공인중개사 관리가 부실하고 등기 제도에 사각지대가 있었다는 데 대해서는 정부가 책임을 져야 하지 않나? 사인 간 계약이라 정부가 나설 수 없다면 은행이나 대기업이 흔들릴 때 구제금융을 지원하는 이유는 뭔가? 은행에 돈을 맡기는 것도 고객이 사기업과 사적으로 맺는 계약 아닌가? 직원이 기업과 맺은 고용계약도, 협력 업체가 원청 업체와 맺은 납품 계약도 모두 사적인 계약 아닌가. p.68-69 피해자들이 활동을 벌이고 죽는 사람이 나오자 정부가 대책을 내놨다. 기사 제목만 보면 특단의 대책인 것 같은데 루바토빌 입주자들은 혜택을 본 게 없었다. 정부가 제공한다는 긴급 거처를 얻으려면 주택도시보증공사에서 피해사실확인서를 먼저 발급받아야 했다. 그런데 건물이 경매에 넘어간 것만으로는 그 서류를 받을 수 없고 매각 기일이 잡혀야 한다고 했다. 그들은 여전히 공공기관으로부터 피해 사실을 확인받을 수 없는 피해 호소인들이었다. 정부에서는 전세사기 피해자들은 전세 대출 만기를 연장해 주겠다고 했지만 막상 은행에서는 집주인과 연락이 돼야 한다고 했다. 건물주가 잠적한 상태라고 아무리 하소연하고 울부짖어도 은행 직원은 "전세 대출은 연장할 때 집주인과 직접 계약 사항을 확인하는 게 원칙이라서요"라는 말만 되풀이했다. 특단의 대책이라는 것들이 다 그런 식이었다. 추석에 식사 자리에서 고모가 "등기부등본은 확인하지 않았던 거냐"고 물었을 때 희정은 들고 있던 숟가락을 벽으로 세게 집어 던졌다. 자리를 박차고 집을 나서는 희정을 아버지와 어머니가 똥 씹은 얼굴로 바라보았다. 사기를 당한 것이 자기 탓이라고 생각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하지만 얼마 뒤 국회 앞에서 열린 전세사기 희생자 추모 집회에서 '당신 잘못이 아니에요'라는 손 팻말 문구를 보고 희정은 그만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목숨을 끊은 희생자를 향한 문구였지만 자신을 향한 말처럼 들렸다. 남이 그 말을 해주는 걸 듣고 싶었던 것 같았다. p.72-73
어차피 우리 집도 아니잖아 p.58~73, 김의경 외 지음
처음 다가구주택 전세계약을 하던 때가 떠오르네요. 인터넷을 통해 전세집 잘 고르는 요령 같은 정보를 겉핥기로 취한 다음, 초보인 티를 내지 않으려 애쓰며 부동산 중개인에게 등기부등본을 확인해 볼 수 있냐고 물어보았습니다. 등기부등본에 문제 없다며 중개인이 건넨 등기부등본을 보며 저는 '음 별 문제없네' 라는 듯 고개를 끄덕였습니다만 사실 저는 등기부등본을 보면서도 문제가 있는지 없는지 알 수 없었습니다. 단지 문제가 없다는 중개인의 말을 믿었고, 믿고 싶었을 뿐이었습니다. 지금 당시의 저를 생각하면 어이가 없어 헛웃음이 나오는 한편 등골이 오싹해지네요. 전세사기꾼들에게 저는 얼마나 손쉬운 먹이감이었을까요. 전세계약이 끝난 후 지금의 집으로 이사를 할 때는 월세계약을 하였습니다. 보증금도 최대한 낮추고 말이죠. 월세계약을 한 배경에는 개인적인 사정도 있었지만 당시 불거졌던 전세사기 문제도 있었습니다. 앞으로 제가 대한민국에서 전세계약을 할 날이 올까 생각해봤습니다. 아닐 것 같습니다.
@장맥주 장강명 작가님의 「마빈 히메이어 씨의 이상한 기계」는 『스위트 홈』에서 만난 실제 사례들 그 자체였습니다 『스위트 홈』의 오프라인 북토크에 오신 이철빈 전세사기 피해대책위 공동위원장님께, 소설 속에 나오는 희정의 여의도 국회 앞 폭행 장면을 들며 이런 일 있었냐고 문의 드렸더니 '우리 얘기 같다'고도 하셨던 기억이 납니다 "등기부등본 확인 안 했어?" 라는 말은 마치, 술을 마시고 어두운 골목을 걸어가다 폭행을 당한 젊은이에게 "그러니까 술을 마시지 말았어야지! 그런 길로 가지도 말았어야지!" 라고 타박하는 느낌입니다 우리 사회는 대개 힘없는 피해자에게서 피해의 원인을 찾고 그를 탓하며 잘못된 제도(와 그걸 만든 자)를 보호하려 들죠 '픽션이 현실에 발을 붙인다'는 문장을 포함해 작가 노트를 읽으며, 2022년 겨울, 양재도서관에서 만났던 작가님의 강연 '문학의 힘, 독서의 힘' 시간을 다시 한번 떠올렸습니다 『분노의 포도』도 다시 읽어봐야겠어요! (심각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이 단편을 읽으며 희정과 301호 형부와의 러브라인을 예상한 것은, 제게 뿌리깊게 주입돤 불륜?의 프레임 때문일까 싶네요 후후)
분노의 포도 / 생쥐와 인간이주노동자들의 고난과 애환 <분노의 포도>는 발표되자마자 베스트셀러에 올라, 연간 43만 부가 팔려나갔다. 곧바로 영화화되어 큰 호평을 받았다. <생쥐와 인간>은 1937년 출판된 중편으로, 스타인벡은 이 작품으로 일약 문단에서 주목받는 작가가 되었다. 희곡적 성격이 강한 작품으로서, 각 장 첫머리는 희곡에서의 배경설명 역할을 한다.
꼼꼼히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그 프레임이... 아주 무서운 프레임입니다. 저한테도 내장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만 역시 어떤 프레임도 분량 압박을 버티지는 못하는 거 같습니다! (아무 말 ^^)
저도 작가 노트 읽으면서 분노의 포도를 알게 되고 읽고 싶어졌어요! 그리고 정명섭 작가님의〈평수의 그림자〉를 읽으면 평범에 보이던 평수 씨, 그리 풍족하지 않은 아내의 경제적 배경이 별로 문제되지 않던 편안한 평수 씨가 점점 부동산 광기 속에 젖어들면서 자기를 잃어 가고 결국 관계를 잃어가는 과정 속에 놓이는 것 같아 씁쓸했습니다. 주변을 돌아보면 10여 년 전만 해도 꽤 교류가 있고 좋다 느꼈던 친구들이 부동산 문제로, 아이 양육 문화를 이슈로 다른 사람이 된 듯한 느낌을 받곤 했는데요. 평범한 사람들이 사회의 그림자 속에 빨려들어가서 귀여웠던 모습을 다 잃어가고 나아가서 그 사회가 더 나빠지는 데 구조적으로 얽히게 되는 이야기로도 느껴져서 싸하게 다가왔어요. 그림자라는 장치에 대해서는 북토크 때도 이야기를 더 듣고 싶습니다. 그림자가 살짝 이상해보였던 경험은 어떤 건지 궁금해요. 다른 일 때문에 김동춘 선생님의 『고통에 응답하지 않는 정치』 를 함께 읽었는데요. 진영 가릴 것 없이 거의 반 세기 동안 '주택 소유'를 목표로 설정해온 주택 정책 속에서, 그래서 더더 병리적으로 주택 소유에 집착하도록 만드는 문화 속에서 구성원 전체가 너무 많은 고통을 짊어지는 맥락을 더 이해할 수 있었어요. 함께 읽으면 '평수 씨'를 비롯해 평범한 사람들이 이루고 있는 광기의 사회 맥락을 더 이해할 수 있게 되네요!
고통에 응답하지 않는 정치1987년 민주화 이후의 노동·교육·사회 정책을 연구하며, 지구화와 신자유주의라는 파고 속에서 정권 교체에 성공한 역대 민주진보 대통령과 집권 민주당이 시장력의 확대에 맞서는 사회력을 제대로 형성하지 못한 원인을 역사정치적 과정에서 살핀다.
<어차피 우리 집도 아니잖아> 완독을 했습니다. 우리 생활과 밀접한 소재를 가진 이야기여서 흡입력있게 읽히면서도 한 편씩 읽고 나서 생각하는 시간을 안 가질 수 없게 만드는 책이었습니다. 다른 분 의견들처럼 저도 작가노트가 있어 더욱 좋았습니다. 특히 정진영 작가님의 작가노트는 소설만큼이나 강렬한 인상을 받았습니다. 소설을 좀 더 소화한 후 짧더라도 감상글을 남겨보도록 하겠습니다. 참, 정명섭 작가님의 소설 중 "달이 참 곱네. 벌써 그믐달이 떴어." 라는 구절이 있는데 보통 이럴 때 '보름달'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않나요? 북클럽 '그믐'에 대한 정명섭 작가님의 일종의 샤라웃처럼 느껴져 슬며시 웃음이 나왔었습니다. 아닐 수도 있겠지만요.
손으로 입을 가린 채 웃는 장모님의 모습이 갑자기 한심해 보였다. 평생 번듯한 집 한 채 장만하지 못하고 사위의 집을 탐내는 옹졸하고 욕심 많은 노인네로 느껴졌다. 그래서 따라 웃지 않고 도로 거실로 들어왔다. 그리고 아내가 깎은 사과를 집어 먹었다. 어릴 때부터 사과를 유독 좋아했던 그는 열심히 씹으면서 장모님에 대한 생각을 지우려고 노력했다. 갑자기 사람들의 그림자가 다르게 보이면서 생각도 달라져 가고 있다는 사실에 마음이 더 없이 복잡했다. (중략) 아내를 바라보던 김 대리는 흠칫 놀랐다. 거실 안으로 들어온 달빛이 아내에게 그림자를 만들어준 것이다. 아내의 그림자는 대략 20평대 중반의 아파트였는데 흐릿하게 보였다. '이 집이 전세가 아니고 자가인데 왜 흐릿하게 보이지?' 그러다가 이 이파트를 살 때 아내가 보탠 돈이 적었다는 것이 떠올랐다. 마침 장모님이 아파서 병원비를 써야 했고, 일을 하지 못한 상황이었다. 아내는 몇 번이고 미안하다는 말을 했고, 김 대리는 괜찮다고 하고 넘어갔다. 하지만 이제 아내의 그림자를 보면서 생각이 뒤틀렸다. 기껏 대학까지 나오고 공부를 하고도 아직까지 정규직이 되지 못한 채 계약직 사서를 전전하고 있다는 사실이 새삼 한심하게 느껴진 것이다. 모녀가 똑같다는 생각까지 하는 순간, 김 대리는 너무 나갔다는 생각에 숨을 크게 들이쉬었다. 방금까지 든 생각을 날려버리고는 사과를 열심히 씹어 먹었다. 하지만 그럴수록 아내의 그림자가 더욱 눈에 들어왔다. 이해할 수 없지만 아내와 장모님의 행동 하나하나가 마음에 들지 않고 위선적으로 보였다.
어차피 우리 집도 아니잖아 p.131, 김의경 외 지음
저는 문학이 우리 사회의 가장 낮고 어두운 곳을 비추는 등불이어야 한다고 믿습니다. (중략) 피해를 입은 분들에게 진심으로 위로의 말을 건넵니다. 결코 여러분의 잘못이나 욕심 때문에 벌어진 일이 아니라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습니다.
어차피 우리 집도 아니잖아 작가 노트 p.148-149, 김의경 외 지음
작가님이 오프라인 북토크에서 이 말씀을 하시는 것을 들으며 늘 생각에 잠기곤 했습니다 조세희 작가님의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을 함께 언급하셨던 기억이 납니다 ♡ 피해를 입은 것이 피해자 잘못이 아니라고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남이 (계속, 끊임없이) 그 말을 해주는 걸 듣고 싶었던 모양입니다 ♡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 개정판한국 현대문학의 대표적인 고전으로 평가받는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은 1970년대 난장이로 상징되는 도시 노동자들의 모습을 담고 있다. 개정판에서는 판형과 표지를 새로이 하고, 오늘날의 표기법에 맞게 일부 단어와 문장을 다듬었다.
@수북강녕 잘 기억하고 계시네요. 조세희 선생님은 제가 파주에서 바리스타로 일할 때 종종 오셔서 얘기를 나눈 적이 있습니다. 정말 존경스러운 분이셨어요.
📢 정명섭 작가와 함께하는 <어차피 우리 집도 아니잖아> 오프모임 안내 *독서모임처럼 다정하고 편안한 자리입니다. *그믐 모임에 참석하지 않으셔도 신청 가능합니다. *책은 다 읽으시면 좋고, 읽지 않으셔도 참석 가능합니다. *다만, 책은 지참하시고 참석해주세요. 📅 일시: 2026년 1월 16일 (금) 오후 1시 📍 장소: 책방연희 홍대 (마포구 와우산로 35길 3. B1) 💸 참가비: 무료 📍신청하기: https://naver.me/FkLzFjax
함께 책 읽기 모임이 끝나기 3일 전입니다. 오프라인 모임에 오지 못하시더라도 책 읽은 총평을 남겨주세요:) 그리고 책방연희에서 이처럼 소설을 작가 또는 편집자와 함께 읽는 북클럽을 매월 진행할 예정입니다. 꾸준히 관심과 참여 부탁드려요👍
저도 끝까지 여러분과 함께 하겠습니다. 궁금하신 건 뭐든 물어봐주세요.
A는 신혼집을 자가로 마련하자고 고집을 피웠다는 아내를 원망했다. 나는 그런 A를 위로하면서도 제 팔자 제가 꼰다며 속으로 비웃었다. 집을 사려는 나를 제지했던 아내가 A의 아내보다 현명했다는 생각은 덤이었다. (중략) 앉아서 내 10년 치 연봉을 벌어들이는, 근로소득을 우습게 만드는 지금의 세상이 과연 올바른가. 그럴 때면 세상은 정반합의 원리로 돌아간다는 말을 속으로 되뇌며 쓰린 마음을 달랬다. 시간은 걸리겠지만, 균형은 언젠간 맞춰진다면서. 그게 정의라고. 하지만 아무리 마음을 다잡으려고 해도 A의 활짝 핀 얼굴을 떠올리면 속에서 천불이 났다. 더불어 결혼 전 집을 사자는 내 의견에 반대했던 아내를 향한 불만도 마음 한편에 켜켜이 쌓였다. (중략) 나와 아내는 매일 서로를 헐뜯으며 싸웠다. 나는 결혼할 때 집을 사자는 의견에 반대했던 아내를 책망했고, 아내는 늦게라도 집을 사겠다고 달려들었다가 복층 빌라 전세에 혹한 나를 몰아세웠다. 집안 돌아가는 꼴이 엉망진창이니 업무가 손에 잘 잡히지 않았고 잔 실수도 늘었다. 둘 다 회사에서 좋은 소리를 못 듣는 날이 많아졌다. 내가 살고 있지만 내 것이 아닌 집, 내 집이지만 내가 살 수 없는 집. 과연 어떤 집이 조금 덜 지옥에 가까울까.
어차피 우리 집도 아니잖아 정진영 「밀어내기」 中, 김의경 외 지음
시장에는 혼란하지만 놀랍게도 분명하고 과학적으로 꼼꼼한 질서가 있었다. 가격을 조절하는 손이 있다고 해도 믿을 만큼 절묘했다. (중략) 많은 집을 쫓아다니며 어떤 결정도 내리지 못하고 있었지만, 흠이 있다던 집들에도 누군가는 살고 있었다. 못 살 집은 아니라는 뜻이었다. 사실 나는 오직 내 한 몸 누워 쉴 수 있는 어떤 공간이 필요할 뿐이었다. 집을 사고 그 집을 통해 돈을 불려 또 다른 집을 사는 방식의 경제적 부흥은 원한 적 없었을 뿐 아니라 그런 시스템에 관심을 둔 적도 없었다. (중략) 우리도 돈만 있으면 하지. 근데 또 사장님처럼은 못 하지. 우리한테는 똑소리 나는 와이프가 없거든. 그치, 안목이 좋긴 좋아. 웬만한 부동산 뺨치지, 우리 와이프가. 이거 봐요, 이 아파트는 월세도 바로 나갈 줄 알았다니까. 워낙에 뷰가 좋잖아. 교수님 집 고르는 솜씨가 정말 똑소리가 나. 돈도 공부라니까. 공부를 많이 하면 아무래도 눈이 트이나봐.
어차피 우리 집도 아니잖아 최유안 「베이트 볼」 中 , 김의경 외 지음
최유안 작가님의 「베이트 볼」을 읽으며 다른 어느 작품보다 마음이 무거웠어요 (그러고 보니 「애완동물 사육 불가」 외에는 희망이 잘 잡히지 않는 현실들입니다) 과소평가 (또는 과대평가) 된 아파트는 없다, 는 게 부동산 커뮤니티에 늘 나오는 정설입니다 '보이지 않는 손(어쩌면, 실제로는 거대하게 형성된 자연스러운 작전 세력)' 덕분에 이루어진 적정한 시장가가 반영되었다는 거죠 일반론은 전혀 아니나, 직업 특징상 '여교사'라는 직군이 이재에 밝은 경우가 적지 않은데요, 이 작품에서는 '여강사' 와이프가 부동산을 제대로 굴리는 모습과, 또다른 '여강사'가 전혀 그렇지 못한 모습을 대조적으로 보여 흥미롭게 읽었습니다 역시 부동산 문제는 아내 말을 들어야 한다는 경구를 또 한번 떠올리네요 아내가 되기 전의 여자가 부동산에 허술한 데 반해 아내가 된 여자는 그렇지 않다는 점에도 주목하면서 (일반론은 전혀 아닙니다), 예전에 읽었던 『부동산은 어떻게 여성의 일이 되었나』라는 책도 떠올렸습니다
부동산은 어떻게 여성의 일이 되었나남편과 자녀에게 충실한 가정경제 관리자가 되기 위해 부동산에 뛰어든 중산층 여성들의 주거생애사를 분석하고 계급 상승의 욕망과 젠더 권력의 격전지로서 부동산의 작동 원리를 해명한다.
<어차피 우리 집도 아니잖아>는 읽고 난 후 저 스스로에게 많은 질문을 하게 해준 책이었습니다. <애완동물 사육 불가>는 내가 만약 다가구주택의 주인이라면 주인공 자매와 같은 세입자를 선뜻 받아들일 수 있을까? 반려견의 짖음 문제와 고양이들에게 먹이를 주는 것으로 다른 세입자가 불편을 호소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마빈 히메이어 씨의 이상한 기계>, <밀어내기>는 전세 사기로 인한 피해를 국가가 보상을 해주어야 하는 걸까? (개인적으로는 최소한의 구제방안과 안전장치는 마련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보상을 해준다면 어디까지 보상을 해야 할까? 왜 국가가 사인 간에 발생한 사기 사건에 세금을 들여 보상을 해주어야 하냐는 의견에는 뭐라 답해야 할까? (특히 집이 있는 사람의 경우는 반발이 심하겠죠) 한국에서만 제도적으로 정착했다는 전세라는 제도가 우리사회에서 효용이 다한 것은 아닐까? 국가가 전세금을 낮은 금리에 대출을 해주는 것이 과연 좋은 정책인가? 낮은 금리에 전세대출을 받으면 집주인들은 전세금을 높이는데 결국 집주인들에게만 좋고 집 값만 높이는 것 아닐까? <평수의 그림자>는 나도 평수와 같은 능력을 가지게 된다면 평수와 비슷하게 변해가지 않을까? 이런 능력을 가지고서 주변 사람의 대한 태도가 전혀 달라지지 않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등등 어느 것 하나 명확한 답을 찾지는 못했지만 질문만으로도 의미가 있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독서시간보다 독서를 통해 파생된 생각을 하는 시간이 더 길었던 책이었습니다. '월급사실주의' 동인의 다음 앤솔로지도 기대합니다. @정명섭 @장맥주 님은 다음 '월급사실주의' 앤솔로지의 소재로 생각하고 있는 것들이 무엇인지 궁금하네요.
저도 @다크호스 님과 같은 고민이 들었습니다 <애완동물사육불가>에서 집주인과 세입자의 입장차가 명확하게 갈리어 그부분이 서로의 이해와 조율이 필요하지않을까 하는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단지 지저분해서 내집이 망가져서 라기 보다 주위 세입자나 이웃들의 불편함이나 항의도 집주인으로서는 무시 못할 문제일테니까요~ 이렇게 소설을 통해 서로의 입장차를 인식할 수 있는 것도 문학의 힘인거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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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플.땡> 2. 당신이 잃어버린 것플레이플레이땡땡땡
편견을 넘어 진실로: 흑인문화 깊이 읽기
노예제, 아프리카, 흑인문화를 따라 - 06.모든 것이 산산이 부서지다, 치누아 아체베노예제, 아프리카, 흑인문화를 따라 - 05.대항해시대의 일본인 노예, 루시우 데 소우사노예제, 아프리카, 흑인문화를 따라 - 04.아이티 혁명사, 로런트 듀보이스노예제, 아프리카, 흑인문화를 따라 - 03.니그로, W. E. B. 듀보이스
The Joy of Story, 다산북스
필연적 혼자의 시대를 살아가며 같이 읽고 생각 나누기[다산북스/책 증정] 박주희 아트 디렉터의 <뉴욕의 감각>을 저자&편집자와 같이 읽어요![다산북스/책 증정] 『공부라는 세계』를 편집자와 함께 읽어요![다산북스/책 증정] 『악은 성실하다』를 저자 & 편집자와 함께 읽어요!
도리의 "혼자 읽어볼게요"
김홍의 <말뚝들> 혼자 읽어볼게요.박완서 작가님의 <그 많던 싱아~>, <그 산이 정말~> 혼자 읽어볼게요.마거릿 애트우드의 <고양이 눈1> 혼자 읽어볼게요.마거릿 애트우드의 <고양이 눈2>도 혼자 읽어볼게요.
유쾌한 낙천주의, 앤디 위어
[소설로 읽는 기후위기・인류세 - 우리는 왜·어떤 다른 세상을 꿈꾸는가?] 1회차-마션[밀리의 서재로 📙 읽기] 9. 프로젝트 헤일메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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