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섭 작가와 <어차피 우리 집도 아니잖아> 읽기

D-29
정진영 작가님의 「밀어내기」 는 작가님의 단편집, 『괴로운 밤, 우린 춤을 추네』에 실렸던 「숨바꼭질」의 부부 확장 버전이 아닌가 생각했습니다 인서울 내집마련 문제에 있어 부동산 광풍에 올라탄 동기와 그렇지 못한 나에 대한 이야기라는 점에서요 :) "어차피 우리 집도 아니잖아? 이 집을 못 쓰게 만들 거야. 천천히. 확실하게." 제목의 문구가 그대로 등장하는 작품이네요 원래 부동산은 아내 말을 들으라는 (근거가 없는 듯하면서도 여러 사례와 배경에서 대단히 고개가 끄덕여지는) 경구가 있는데, 이 작품에서는 아내 탓을 하는 모습에 미간을 찌푸리며 읽게 되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설이라기보다 거의 픽션 그 자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 역시 임차인으로서 임대인을 '집주인'이라고 일컬을 때가 많은데요, 집의 등기부상 소유자, 명의자는 임대인이지만, 그 집에 실제로 살고 있다는 측면에서는 나야말로 진정한 집의 '주인'이라는 생각도 많이 합니다 내가 임대를 놓고 다른 사람이 살고 있는 집이 내 집일까요, 다른 사람이 소유주인 공간에 내가 세들어 살고 있는 집이 내 집일까요...
저도 정진영 작가님의 <밀어내기>는 작가님의 다른 작품 <숨바꼭질>의 연계버전인거 같아 신기하고 재미있었습니다 주인공 1명이 아닌 부부로 부동산광풍에 내몰리는 모습이 더 무섭더라구요
감사합니다^^ 오늘 북토크 다녀와서 작가님의 말씀 듣고 왜 초능력이 아니라 저주라고 하신지 알게 되었습니다^^ 자신의 얕은 지식만으로 상대를 섣불리 판단하는 잘못을 저지르지 말라는 것이지요?? 뉴스 전체 기사가 아닌 한줄 제목만 읽거나 다양한 독서가 아닌 한권의 책만 읽고 자신이 전부를 아는 것 같은 잘못을 경계해야 겠지요~
이유없이 주어진 것은 저주에 가까우니까요. 날씨가 안 좋았는데도 불구하고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사람이 책 한권 읽은 사람이니까요. ㅎㅎ
그믐 길잡이가 되어주신 수북강녕 님 너무 감사하고 그립습니다아 ❤️❤️
내가 살고 있지만 내 것이 아닌 집, 내 집이지만 내가 살 수 없는 집. 과연 어떤 집이 조금 덜 지옥에 가까울까.
어차피 우리 집도 아니잖아 p.191, 김의경 외 지음
오늘 기사여요 애완동물 사육 금지, 란 단어가 그대로 쓰이다니요;; https://naver.me/GziDmvT8
(역시 현실 고증..0ㅇ0;;)
상상은 현실을 이기기 힘든 법이죠.
전세사기는 불행한 일이지만 사회적 재난은 아니며, 사인 간에 발생한 모든 사기 사건에 국가가 개입할 수는 없다고 말한다. .......... 국토교통부가 분양가 상한제를 개편하겠다고 예고했는데, 이것도 사실상 이 재건축 사업을 살리기 위한 조치라고 했다. 건설사들의 숨통을 틔어주는 효과를 낼 거라고 했다. .......... 재건축조합과 시공사업단 간의 계약은 사인 간 거래 아닌가? 거기에 왜 국가가 개입하는 거지? 서울 아파트를 한 채씩 가진 조합원들의 이익을 왜 서울시가 챙겨줘야 하는 거지?
어차피 우리 집도 아니잖아 김의경 외 지음
"집을 사야 해. 반려동물을 키우려면."
어차피 우리 집도 아니잖아 김의경 외 지음
"그게 왜 학대야? 우리 부모가 한 짓이 학대지." 우리 부모가 한 짓? 나는 잠시 천장을 올려다보며 생각에 잠겼다. 우리 부모가 무슨 짓을 했더라? 그들은 아무 짓도 하지 않았다. 그들은 자식에게 아무런 관심이 없었다. 비단 교육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었다. 우리가 나쁜 짓을 하건 좋은 짓을 하건 어떤 반응도 없었다. 아빠는 집에 있는 날이면 방에 들어가 문을 잠그고 나오지 않았다. 엄마는 다른 엄마들이 아이에게 으레 가르쳐주는 것들을 알려주지 않았다. 식탁 예절부터 옷 입는 방법, 심지어 화장실 예절까지. p.11 우리 삶에서 반려동물을 뺀다면 무채색일 것이다. 가난하고 고된 삶에 단이와 호두가 들어와 파스텔 톤 색깔을 입히고 무늬를 만들었다. p.18 내 눈에 눈물이 차올랐다. 언니가 다가가 손을 뻗자 아기 고양이는 자지러지게 울었다. 가슴이 세차게 뛰며 눈물이 흘러내렸다. 언니가 손바닥만 한 고양이를 손으로 잡아 들어 올린 순간, 고양이는 목소리를 낮춰 작게 울었다. 언니는 아기 고양이와 눈을 맞춘 채로 환하게 웃었다. 아기 고양이를 품에 안은 언니가 사다리를 타고 내려와 땅에 발을 내디딘 순간, 나는 그만 엉엉 울고 말았다. p.44
어차피 우리 집도 아니잖아 김의경 「애완동물 사육 불가」 p.11/18/44, 김의경 외 지음
김의경 작가님의 「애완동물 사육 불가」를 재독했습니다 아이가 많은 집 > 아이가 있는 집 > 애완동물 키우는 집 은 공간을 험하게 쓰니 임대하지 않겠다는 조건, 특정 직업에 종사하는 사람에 대해서는 임대하지 않겠다는 조건 (여자 혼자 사는 집?) 등등을 떠올려 봅니다 수북강녕 책방을 창덕궁 옆으로 처음 이전했을 때, (골목 상인들이 구조하지 않고 물과 사료만 챙겨주는) 동네 고양이에게 츄르를 주었더니 손 탄다고 점잖게 조언하셨던 옷가게 사장님 생각도 났습니다 무관심과 방치라는 학대 대신 처음부터 책임질 수 있는 사랑, 까지만 주는 것은 정말 어렵지만, 가만히 생각해 보고, 신중히 살펴 보고, 조심스럽게 다가갈 일이겠지요
그 사람이 살고 있는 집의 크기와 종류를 그림자를 통해 알 수 있다는 사실은 알게 모르게 그의 생각과 행동에 영향을 주었다. 아까 본 작고 가느다란 그녀의 그림자를 떠올리며 이유를 알 수 없는 거리감과 우월감을 동시에 느꼈다. 가로등과 달빛에 비친 아내와 장모님의 그림자는 흐리고 초라했다. 갑자기 사과가 맛이 없다고 느껴진 김 대리는 아래로 던져버리고는 돌아서서 거실로 들어왔다.
어차피 우리 집도 아니잖아 정명섭 <평수의 그림자>, 김의경 외 지음
언론이 최근 들어 급증한 전세사기 사건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는데, 주로 누군가가 비참하게 죽어나간 사건들이었다. 아직 아무도 죽지 않은 곳엔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어차피 우리 집도 아니잖아 정진영 <밀어내기>, 김의경 외 지음
독해지자! 밀려나지 않으려면 밀어내야 해!
어차피 우리 집도 아니잖아 정진영 <밀어내기>, 김의경 외 지음
요즘 우리 사회 모든 면에서 이렇게 된 것 같아요. ;;; ㅠㅠ
https://www.youtube.com/watch?v=_DQ_QTtEXFM 책걸상에 <어차피 우리 집도 아니잖아>편이 업로드 되었네요.
"등기부등본은 확인 안 한 거야?" 표현은 다르지만 같은 내용의 질문들을 이후로 수없이 받았다. (중략) 그럴 때면 "나 바보 아니라고! 너희들도 내 처지에 있었으면 똑같이 당했을 거라고!"라며 고함을 치고 바닥을 내리치고 싶었다. p.56 여덟 명이 똑같이 자신들이 임차인 중에서는 제일 앞 순번으로 되어 있는 선순위 임차보증금 확인서를 갖고 있었다. 다가구주택은 등기부등본을 떼어도 그 집에 전세로 들어온 사람이 몇 명인지, 각각 전세보증금으로 얼마를 냈는지는 알 수 없다. 그래서 선순위 임차보증금 확인서를 뗀다. (중략) 그들 앞에 놓인 선순위 임차보증금 확인서 일곱 장은 모두 가짜 서류였다. p.58 경찰에서는 처음에는 사건 접수조차 제대로 해주지 않으려 했다. 아직 실제로 피해가 발생하지 않았다며. '허위 확인으로 손해가 발생하거나 비용이 증가'하지 않았다며. 그게 법이라고 했다. (중략) 희정은 생각했다. 우리야말로 '피해 호소인'이구나 하고. p.61-62 누군가가 사악하고 치밀한 설계를 했다. 집값이 계속 급등하고 있고, 빌라 가격은 아파트 가격보다 시세를 알기 어려움을, 청년들이 전세 대출로 수억 원을 쉽게 마련할 수 있음을, 다가구주택은 등기부등본만으로는 다른 임차인 현황을 알 수 없음을, 그렇게 청년들에게서 받은 보증금에 제22금융권 대출을 더해 다른 건물을 또 짓고, 이 과정을 반복할 수 있음을 간파한 누군가. p.64-65 법은 불친절했으며, 그들 편이 아닌 듯했다. 법은 일관성도 없는 듯했다. 대전 전세사기 피해자들은 아직 몰랐지만 법을 새로 만드는 방법도 있었다. 실제로 그들은 얼마 뒤에 전세사기피해지원 특별법을 만들어달라고 요구하게 된다. 그들 중 몇몇은 그 법이 만들어지는 것을 살아서 보지 못한다. p.66 아직 젊잖아. 액땜한 셈 쳐. 비싼 수업료 냈다고 생각해. 살다 보면 1,2억 원은 아무것도 아니더라. 하지만 희정과 다른 루바토빌 입주자들은 자신들의 피해를 액땜한 셈 칠 수 없었다. 국어사전에 '액'은 '모질고 사나운 운수'이고, '액땜'은 '앞으로 닥쳐올 액을 다른 가벼운 곤란으로 미리 겪음으로써 무사히 넘김'이라고 나온다. 희정과 다른 루바토빌 입주자들은 앞으로 각각 1억 원이 넘는 전세 대출을 갚아야 했다. 그들에게 닥쳐올 액은 넘겨지지 않았다. 희정이 비싼 수업료를 내고 뭔가를 배웠다면 '은행은 절대 손해보지 않는다'는 사실이었다. 전세 대출을 받을 때 은행이 요구한 서류가 얼마나 많았던가? 은행도 등기부등본을 받아가지 않았던가? 은행 역시 그 집이 깡통 전세임을 모르고 돈을 빌려줬던 것 아닌가. 은행 역시 속았지만 은행의 손실액은 단 한 푼도 없다. 대출자가 일해서 전액을 갚을 거니까. 애초에 그러려고 대출자의 재직증명서를 요구했던 것이다. 1,2억 원은 아무것도 아니라고? 은행은 아니라는데? 꼭 갚아야 한다는데? p.67-68 폭우나 폭설로 큰 피해가 발생하면 특별재난구역을 선포하고 피해자를 지원하지 않던가? 대구 지하철 참사나 태안 기름 유출 사고처럼 천재지변이 아니라 범죄나 산업재해로 발생한 피해에 대해서도 특별재난구역을 선포하지 않았던가? 전국에서 수천 건 넘게 갑자기 대규모 전세사기 사건들이 터져 나온 것은 주택금융 시스템의 실패 때문 아닌가? 공인중개사 관리가 부실하고 등기 제도에 사각지대가 있었다는 데 대해서는 정부가 책임을 져야 하지 않나? 사인 간 계약이라 정부가 나설 수 없다면 은행이나 대기업이 흔들릴 때 구제금융을 지원하는 이유는 뭔가? 은행에 돈을 맡기는 것도 고객이 사기업과 사적으로 맺는 계약 아닌가? 직원이 기업과 맺은 고용계약도, 협력 업체가 원청 업체와 맺은 납품 계약도 모두 사적인 계약 아닌가. p.68-69 피해자들이 활동을 벌이고 죽는 사람이 나오자 정부가 대책을 내놨다. 기사 제목만 보면 특단의 대책인 것 같은데 루바토빌 입주자들은 혜택을 본 게 없었다. 정부가 제공한다는 긴급 거처를 얻으려면 주택도시보증공사에서 피해사실확인서를 먼저 발급받아야 했다. 그런데 건물이 경매에 넘어간 것만으로는 그 서류를 받을 수 없고 매각 기일이 잡혀야 한다고 했다. 그들은 여전히 공공기관으로부터 피해 사실을 확인받을 수 없는 피해 호소인들이었다. 정부에서는 전세사기 피해자들은 전세 대출 만기를 연장해 주겠다고 했지만 막상 은행에서는 집주인과 연락이 돼야 한다고 했다. 건물주가 잠적한 상태라고 아무리 하소연하고 울부짖어도 은행 직원은 "전세 대출은 연장할 때 집주인과 직접 계약 사항을 확인하는 게 원칙이라서요"라는 말만 되풀이했다. 특단의 대책이라는 것들이 다 그런 식이었다. 추석에 식사 자리에서 고모가 "등기부등본은 확인하지 않았던 거냐"고 물었을 때 희정은 들고 있던 숟가락을 벽으로 세게 집어 던졌다. 자리를 박차고 집을 나서는 희정을 아버지와 어머니가 똥 씹은 얼굴로 바라보았다. 사기를 당한 것이 자기 탓이라고 생각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하지만 얼마 뒤 국회 앞에서 열린 전세사기 희생자 추모 집회에서 '당신 잘못이 아니에요'라는 손 팻말 문구를 보고 희정은 그만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목숨을 끊은 희생자를 향한 문구였지만 자신을 향한 말처럼 들렸다. 남이 그 말을 해주는 걸 듣고 싶었던 것 같았다. p.72-73
어차피 우리 집도 아니잖아 p.58~73, 김의경 외 지음
처음 다가구주택 전세계약을 하던 때가 떠오르네요. 인터넷을 통해 전세집 잘 고르는 요령 같은 정보를 겉핥기로 취한 다음, 초보인 티를 내지 않으려 애쓰며 부동산 중개인에게 등기부등본을 확인해 볼 수 있냐고 물어보았습니다. 등기부등본에 문제 없다며 중개인이 건넨 등기부등본을 보며 저는 '음 별 문제없네' 라는 듯 고개를 끄덕였습니다만 사실 저는 등기부등본을 보면서도 문제가 있는지 없는지 알 수 없었습니다. 단지 문제가 없다는 중개인의 말을 믿었고, 믿고 싶었을 뿐이었습니다. 지금 당시의 저를 생각하면 어이가 없어 헛웃음이 나오는 한편 등골이 오싹해지네요. 전세사기꾼들에게 저는 얼마나 손쉬운 먹이감이었을까요. 전세계약이 끝난 후 지금의 집으로 이사를 할 때는 월세계약을 하였습니다. 보증금도 최대한 낮추고 말이죠. 월세계약을 한 배경에는 개인적인 사정도 있었지만 당시 불거졌던 전세사기 문제도 있었습니다. 앞으로 제가 대한민국에서 전세계약을 할 날이 올까 생각해봤습니다. 아닐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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