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리북 클럽> 세 번째_편집자와 함께 읽는 서리북 겨울호(20호) 누가 여성을 두려워하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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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민적 삶의 가능성과 서사 탐색」서평글은 흥미롭게 읽었습니다. 저도 한강 소설 『채식주의자 』를 어떻게 읽어야 할 지 몰라서 『한강,_채식주의자 깊게 읽기」라는 책을 읽었는데, 더 이해하기 어려웠던 기억이 있습니다. 들뢰즈, 아드르노, 지젝을 인용하며 쓰여진 글이였거든요. 오카 마리의 『기억. 서사 』를 바탕으로 한강의 『작별하지 않는다 』를 이야기하는 방식이 신선했습니다. 오카 마리는 "타자가 겪은 폭력적 사건의 기억을 나누어 가져야 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사건'을 먼저 이야기해야만 한다"라고 합니다. 또한, "증언하고자 용기를 내었다 할지라도 사건을 설명할 언어가 부족하고, 이들을 위해 사건 외부에 있던 제삼자도 함께 증언해야만 한다." 라며 한강의 『작별하지 않는다 』는 사건의 기억을 나누어 갖기 위한 노력을 수행한 소설이라고 합니다. 한강이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후에 유렵 10개국에서 수용되는 양상에 대한 강의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그때 마리안 허쉬가 제시한 <포스트 메모리>라는 개념을 들었습니다. 직접 경험하지 않은 세대가 이전 세대의 트라우마적 기억을 마치 자신의 기억처럼 내면화하고 감정적으로 계승하는 현상입니다. 망각(침묵과 말할 수 없는 고통)과 기억 에서 문학적 양식으로 증언을 수행한다는 것이죠. 그 맥락에서 『소년이 온다 』도 읽어낼 수 있습니다. '당사자가 사건의 기억을 말한다는 것' 소제목에서 '위안부' 할머니들에게 증언을 통해 피해를 입증하라는 요구를 받는다는 예화를 언급합니다. 사건과 사건 표현 말하기에서 언어 사이의 단절과 괴리가 발생하는 점을 기술하는 지점에서는 언어의 폭력성과 침묵에 대해 생각할 여지를 주었습니다. 언어는 정체성을 상징한다는 생각합니다. 서평글에서도 재일조선인은 조선에서도 일본에서도 이방인, 난민과 같은 디아스포라의 위치에 놓임과 서경식의 말대로 재일조선 2세대는 모어로서의 일본어를 사용합니다. <우리 주변 '서사'들의 한계와 난민적 독해>에서 제시하는 1) 다층적 시간성, 2)대중의 내셔널리즘적 욕망과 서사의 소비는 '부조리'를 키워드로 다양하게 조명하고 있어 내셔널리즘적인 것을 상기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간토대지진, 즉 관동대지진에 대한 책임을 조선인에게 지우고 학살한 사건입니다. 무라카미 하루키 소설 『상실의 시대 』에서는 "그게 아버지의 간도대지진 때의 추억담이야"라는 문장이 있습니다. 추억담이라는 것이 "간도대지진 때 도쿄 한복판에 있으면서도 지진이 일어났다는 걸 까맣게 모르고 있었대. (...) 집에 돌아와보니 사방에 기왓장이 떨어져 있고(...)" 추억담에 분노하며 여백에 어떤 뉘앙스로 이 단어를 사용한 것인가-질문을 남겼습니다. <라이언 일병 구하기>도 너무나 미국적인 영화라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는데, 중심 내용에서 배제된 전쟁 자체의 부조리함을 감추고 개인의 주체적 선택이 부정당하는 점을 알려줘서 명쾌했습니다.
르네오즈님의 말씀에 공감이 됩니다. 저도 책은 늘 제가 가져 본 적 없는 시선으로 데려간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차원에서 20호에 수록된 당선작들은 저에게 특별한 경험으로 다가오더라구요.
지난 8월 <힐마 아프 클린트> 전시를 봤습니다. 안현배 미술사학자에게 몬드리안 보다 먼저 추상화를 그린, 잘 알려지지 않은 스웨덴 여성화가라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꼭 전시를 보라고 했고, 제가 거주하는 부산현대미술관에서 열렸습니다. 오픈하고 한 달 뒤에 갔는데도 전시 도록을 판매하지 않아 궁금했는데, 있었군요. 전시 제목이 "적절한 소환"이라는 점에서 왜 소환일까?라는 의문을 가지긴 했습니다. 전시장을 리뷰어처럼 자세히 보지는 않았지만, 기억에 남는 구조는 창을 내어 건너 편을 볼 수 있는 방이 있었습니다. 여성 화가로서 삶에 대한 이야기를 더 많이 했다고 느끼지는 못했습니다. 다만 다른 전시회와 달리 안내 책자가 2가지 타입이 있었습니다. 한 권은 QR 을 찍으면 거의 모든 작품을 볼 수 있었고요, 한 장은 펼치면 그림 한장이 됩니다. (벽에 붙여 놓았어요.) 그래서 '적절한 소환'이라는 말이 세상에 드러나지 않은 작가를 소개하는 자리구나, QR로 편리하게 접속해서 작품과 해설을 보고, 그림 한 장도 줘서 널리 알려지기를 원한다고 생각했답니다. 그러곤 집에 와서 『위대한 여성 예술가들 』(을유출판사, 절판)에 힐마를 찾아보니 <그룹 X, 1번, 재단화>가 실려 있었습니다.
오! 부럽습니다. 부산 전시를 보셨군요. 요즘 QR이나 오디오가이드를 활용한 전시 설명이 잘 되어 있어서 참 좋더라구요. 확실히 책을 직접 읽어본 분이 읽는 서평처럼 전시회를 직접 보신 분이면 글의 느낌이 다르게 와닿을 것 같아요. 하긴 보통 화가가 영매에 대한 관심이 있어서 소환이라고 생각하긴 힘들 것 같아요. 화가의 삶의 궤적을 알아보는 것도 어느 정도 중요한 관람 포인트같습니다. 다만 그게 여성이라는 이유 때문에 작품보다 더 관심의 비중이 과하게 쏠리는 걸 걱정한 듯합니다. 안그래도 궁금했던 여성 화가였는데 우리나라에서 처음 선보인 전시회를 이번 페미니즘 특집에서 다룬 게 참 좋네요.
부산에서 열려서 가보지 못했는데 부럽습니다!!! 힐마의 그림과 서사를 통해서 우리나라 여성 작가들의 지금을 짚으신 점이 참 좋았어요. 현시원 선생님이 말씀하신 작가분의 전시가 열리면 꼭 참여하고 싶어졌습니다.
미리 브뤼노 라투르의 리뷰를 읽었는데.. ㅎㅎㅎ 질문하고 싶은 게 많아서 나중에 한꺼번에 묻겠습니다. 실은 그믐에서 STS 책들을 읽으면서 브뤼노 라투르의 책들을 꽤 읽어봤는데 그 중 홍성욱 교수님이 번역하신 책도 있었습니다. 판도라의 희망: https://www.gmeum.com/meet/2501 젊은 과학의 전선: https://www.gmeum.com/meet/2520 과학에 도전하는 과학: https://www.gmeum.com/meet/2458 브뤼노 라투르의 과학 인문학 편지: https://www.gmeum.com/meet/2479 안타깝게도 이번 리뷰에서 나온 '존재양식의 탐구'는 아직 안 읽었네요. 그런데 솔직히 말해서 판도라의 희망 및 젊은 과학의 전선 등은 영어로 읽지 않았으면 어떤 부분은 무슨 소린지 모를 정도로 번역이 이상했습니다. ㅜㅜ (그래서 인터넷에서 검색해서 일부러 영어 스캔본을 찾아 읽었습니다) 이번 책은 그렇지 않기를 바라고 있긴 한데..;; '과학에 도전하는 과학'에서 홍성욱 교수님이 직접 쓰신 글을 읽으면 잘 이해가 가고 브뤼노 라투르의 영어판 책은 이해가 가는데 왜 브뤼노 라투르의 한글 번역본은 이렇게 이해하기 어렵게 번역했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브뤼노 라투르가 말한 translation의 문제가 이런 것일까요?
과학에 도전하는 과학 - 과학기술학(STS)을 만든 사람들흔히 과학은 객관적이고 단일하며 보편적이라 여겨진다. 과학기술학(STS)은 이에 도전한다. 과학기술학자들은 ‘진리’는 왜 진리라 여겨지는지, ‘법칙’은 어떻게 법칙이 되었는지에 의문을 가지고 그 맥락을 들여다본다.
판도라의 희망 - 과학기술학의 참모습에 관한 에세이휴머니스트와 서울대학교 홍성욱 교수가 기획한 과학, 기술, 사회를 생각하는 STS collection 시리즈 세 번째 책으로, 과학전쟁에서 공격받았던 라투르가 고뇌 끝에 보여주는 과학학(과학기술학)과 과학에 대한 생각을 담고 있다.
브뤼노 라투르의 과학인문학 편지 - 인간과 자연, 과학과 정치에 관한 가장 도발적인 생각모순과 미스터리로 가득 찬 과학의 속살을 들여다보다. 과학과 인문학을 넘나드는 통합적 사유의 새로운 패러다임. ‘논란 속의 과학’을 단순한 찬성이나 반대에서 벗어나 정치-사회적 관계까지 포괄하는 인문학의 지평에서 새롭게 바라보게 하는 책이다.
젊은 과학의 전선 - 테크노사이언스와 행위자 - 연결망의 구축있는 그대로의 과학지식 생산과정을 분석한 작업의 결과물이다. 이것은 과학자들이 어떻게 보다 더 강력한 레토릭을 구사하며, 더욱 더 강고한 요새를 점령하려 애쓰고, 어떻게 이질적인 행위자들 사이의 네트워크를 크게 확장시키는가에 대한 추적 보고서다.
번역은 반역이라는 말이 맞는 듯한 순간들이 있죠! 그래도 어려운 책에 바투 다가가게 해주는 역할이 서평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모임 안녕하세요, 독자님들! 벌써 그믐 모임의 마지막 주차에 접어들었습니다...!! 책을 받아 보신 후 단숨에 읽으신 독자님도 계시고, 조금씩 독서를 음미하신 독자님들도 있는 것 같습니다. 각자의 독서 방식으로, 감상을 나누는 재미가 모임의 가장 큰 강점이라는 생각입니다. 4주차는 홍성욱 선생님이 '고전의 강' 코너에 쓰신 『존재양식의 탐구』전사를 읽을 차례입니다! 책 자체도 어렵고, 다루는 이론도 복잡하다 보니, 20호와 21호에 걸쳐 서평이 실릴 예정입니다. 전사(前史)인 만큼 큰 틀에서 이해하고 읽으면 좋을 내용이 담겼습니다. 조금씩 읽다 보면, 매듭이 탁! 풀리는 지점을 만나실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또 하나의 글은 '창간 5주년 기념호 원고 미리 읽기'입니다. 3월 출간 예정인 5주년 창간기념호는 편집위원 선생님들의 특집 리뷰를 중심으로, 지나온 5년과 앞으로의 5년을 예감합니다. 각자의 전장에서 써 내려가신 서평은 모임 기간에 편집이 되면 미리 읽기가 가능하겠지만, 일정상 마지막 주차는 '고전의 강'으로 채워야 할지도 모른다는 말씀 올립니다! 2026년, 올해의 첫달 마지막 주인 만큼 독자님들의 이야기를 풍성하게 들려주세요!
아하~! 그래서 이번 기사를 읽으면서 정작 이 책에 대한 내용은 별로 없는 것 같고 그 전사(prehistory)에 있는 이론만 많은 듯 한 게 그런 이유군요. 마침 21호부터 구독 신청해서 다행입니다. 저도 reference를 이전에 '지시'로 번역했다가 이번에 '참조'라고 번역한 이유가 궁금했는데, 다른 의미로 쓰인 걸까요? 그리고 203쪽에서 ANT가 '인식론보다 존재론에 방점을 찍는 것'이라고 했는데 이게 구체적으로 무슨 의미일까요? 과학이 '묘사하는' 것보다 테크노사이언스가 '만들어 내는' 세계에 주목한다는데, 테크노사이언스가 만들어내는 것은 우리가 인식하는 것 또한 포함되는 것 아닐까요? 그리고 204쪽에서 '존재자가 이해관계를 따라 행동하는 것이 아니라 네트워크의 연결과 단절이 이해관계를 만들어낸다.'고 했는데, 이 문장이 이해가 안 가요. 안그래도 판도라의 상자에서도 파스퇴르 이전에는 세균이 존재하지 않았고 람세스2세가 결핵균으로 죽었다고 할 수도 없다는 이런 비실재적 주장도 이해가 안 갔는데.. 우리가 그것을 과학적으로 이해/파악/발견하기 전에는 세균이나 결핵균이 없었다는 것은 마치 너의 이름으로 부르기 전에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는 김춘수의 시처럼 존재론보다는 인식론적 주장이 아닌가요? '관계적' 존재론이라고는 하지만 결국 관계는 인식을 통한 것 아닐까요?
홍성욱, 『존재양식의 탐구』 서평 『존재양식의 탐구』라는 거대한 산을 오르는 데 큰 도움이 되는 서평이었습니다. 『존재양식의 탐구』는 라투르에 대한 어느 정도의 지식이 있어도 이해하기 어려운 책입니다. 홍성욱 교수님도 말씀하셨지만 행위자네트워크 이론가로서의 라투르와 존재론의 철학자로서의 라투르는 그 결을 상당히 달리 하기 때문입니다. 홍교수님은 이 글에서 후자를 상세히 설명하면서 『존재양식의 탐구』의 전사라고 할 만한 이론적 궤적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특히 라투르에게 영향을 미친 여러 학자들의 이론도 소개해주어서 개념들의 계보를 알 수 있게 해주었습니다. 다음 편에 『존재양식의 탐구』를 본격적인 다룬다고 하니 큰 기대를 안고 기다리겠습니다. 한 가지 간단한 질문이 있습니다. reference 를 참조라고 번역하셨는데 『판도라의 희망』이나 『존재양식의 탐구』에서 지시로 번역되어 있습니다. 어떤 차이인지 궁금합니다.
또, 209쪽 주석에서 '양상(modality)이 양식(mode)에서 나온 것(mode--> modal-> modality)임을 상기해보면, 그의 이런 논의와 '존재양식의 탐구 '사이에 있는 희미한 연결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는데 이 의미를 이해 못 했어요. 양상이 양식에서 나왔기 때문에 양상은 진리조건을 다르게 하는 양식이라는 것인가요?
217쪽의 이 문장 또한 이해가 안 갔는데요. 일단 그레마스의 발화 개념이 무엇인지도 모르지만, '부재의 흔적이 현재를 가능하게 하는 과정'이 무슨 소린지 모르겠습니다. 그레마스의 발화 개념을 '부재의 흔적이 현재를 가능하게 하는 과정'으로 재해석하고 발화에 대한 이러한 재정의에 근거해서 세계를 구성하는 존재들이 각기 다른 방식으로 자신을 드러내는 다양한 '발화 체제(regimes of enunciation'를 탐구했다
그리고 간단한 약어에 대한 질문인데요. 221쪽의 변신(MET)는 무엇의 약자인가요? PRE는 preposition 전치사를 가리키는 것 같은데.. 혹시 metamorphosis? 그리고 마지막 질문이 제가 계속 브뤼노 라투르나 기타 STS 책을 읽으면서 궁금했던 건데요. 이런 세계가 왜 필요한가요? 21호에서 더 구체적으로 나올까요?
21호에 이어서 리뷰가 연재될 예정이지만, 아직 원고 입수가 안 된 상태여서 저도 자세한 말씀은 드리기 어려울 듯합니다 ㅠㅠ
아, 넵! 갑자기 제가 제일 궁금했던 질문으로 끝나서... 투비 컨티뉴드 같은 예고편같아서요.^^ 실은, 그믐에서 판도라의 희망 읽었을 때부터 (https://www.gmeum.com/meet/2501 ) 홍성욱 교수님께 묻고 싶은 게 많아서;; 이번 모임에서 필자에게 질문할 수 있는 걸 가장 기대했거든요. 질문이 많아서 죄송합니다. 제가 이런 기본 철학적 지식이나 이해력이 많이 딸려서..;;천천히 기다리겠습니다!
21호에 이어지는 리뷰에서는 궁금증이 해소되실지 궁금합니다! 혹 리뷰에 나오지 않은 질문들은 홍성욱 선생님께 따로 질문해서 알려드리도록 하겠습니다!
metamorphosis (변신) 맞습니다
황희선, 『모든 것의 새벽』 서평 <인상 깊은 구절> 우리가 단순히 “‘사회적 불평등의 기원은 무엇인가?’가 아니라 '사회적 불평등의 기원에 관한 질문의 기원은 무엇인가?'라고 묻는다면" 계몽주의는 유럽 고유의 발명품이 아니라 주로 예수회 선교사였던 유럽인들과 이들을 감명시킨 달변가 아메리카 선주민들 사이의 대화에서, 즉 유럽의 사회 제도에 대한 선주민 비평(indigenous crigitue)의 효과로 출현했다는 점이 시사된다. 저자들에 따르면 이런 대화를 통해 당시 유럽의 도덕 신학적 우주에서는 상 상할 수 없던 평등이라는 관념이 서구로 유입되었다. (160-161쪽) 저자들은 책 초반부에 이렇게 적었다. 평등을 '성취'한 삶은 어떤 모습일지 구체적인 상을 바로 떠올리기 힘들다고. 불평등은 역사 적 필연이라는 신화가 그 이유의 일부다. 억압이 발생하는 지점이 다. 불가능해 보이는 것은 상상력의 영토에서 밀려나는 것이다. ( 164쪽) 인류 전체의 가능성을 시야에 두고 볼 때 우리가 추구할 수 있는 사회의 형태는 생각보다 훨씬 다양하고 그 모두가 불평등한 모습도 아니라는 것이다. ( 164쪽)
함께 읽기 기록 | 공기를 읽는 시간 이번 《서울리뷰오브북스》 겨울호를 조금 천천히 읽었습니다. 속독이 몸에 밴 저에게 정독은 여전히 기술이 아니라 태도에 가까운 일입니다. 그래서, 속도와 효율이 기준이 된 시대에, 2026년의 나는 의도적으로 읽는 속도를 늦추고 있습니다. 서리북 이번 호의 「편집실에서」는 그런 저의 읽기 방식을 다시 확인하게 했습니다. ‘잡지는 공기(公器)’라는 문장 때문에 모임에 문을 두드렸고, 이 잡지가 어떤 입장을 주장하기보다 서로 다른 사유가 함께 숨 쉬는 조건을 만들고자 한다는 편집의 윤리를 분명히 읽을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번 호가 ‘여성’을 다루는 방식 역시 선언이 아니라 질문에 가깝게 느껴졌습니다. 2015년에서 2025년까지의 10년은 이미 정리된 과거라기보다, 여전히 감당해야 할 시간에 가깝기에 이 시기... 사건이 연속된 시간이기보다는, 보이지 않던 구조와 인식의 층위가 더 이상 외면될 수 없게 된 시간이 아니었나 싶어 안타까운 시간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도 이 10년은 사회의 변화와 분리되지 않은 채 지나왔기에 이번 호의 표지에 등장하는 보라색 깃발을 보며, 저는 자연스럽게 기르치는 아이들을 떠올렸습니다. 어제 아이들이 좋아하는 색 중 하나인 보라색 옷을 입고 갔는데, 아이들이 "보라색, 보라색, 내가 좋아하는 보라색" 등 좋아하는 색이라고 표현하더군요. 그래서 이 색이 더 이상 투쟁의 언어로만 남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어지네요~ 미래의 아이들, 특히 미래의 여성들이 맞이할 시간 속에서 보라색이 경고가 아니라 가능성을 가리키는 색이기를 바라며, 아이들과 함께 맞이할 10년 뒤를 함께 떠올립니다. 이 잡지가 던지는 질문들이 현재를 설명하는 데서 멈추지 않고, 미래의 읽기와 사고로 이어질 수 있을지를 생각해 봅니다. 천천히 읽는다는 것은, 지금의 답을 정리하기보다 앞으로의 질문을 남겨두는 일일지도 모르겠습니다. ㅡ 느리게 읽은 처음의 글
예전에 '스피드리딩'이라는 속독 기술에 대해 배우게 되었는데, 속독도 어떤 때는 필요하지만.. 갈수록 정보가 범람하는 세상에서 속독보다 정독이 진정 필요한 때가 온 게 아닌가 싶었습니다. 특히 정보는 범람하는데 소통은 단절되거나 에코챔버처럼 메아리치다 고립되어 가는 현대사회에서 정독하면서 스스로 또는 서로에게 질문하고 소통하는 게 갈 수록 중요해질 것 같아요. @illisu 님의 사려깊은 기록에 대해, 그리고 여성을 이번 호에서 다루는 방식에 대해 읽으며 저도 많은 생각으로 이어지는데, 저도 더이상은 투쟁의 언어와 선언으로만 고독하게 울리지 않고 함께 다른 이들과, 그리고 미래와 소통하고 토론하며 나아갈 길을 모색하는 변화를 책들과 이 책들을 읽고 소통하는 독자들과 함께 찾아가고 싶어지네요. 우주리뷰상 수상작을 쓰신 분이 한강 작가의 작품을 통해 아이들에게 어떻게 역사에 대해 가르칠까 고민하다 이 책을 읽게 되었다고 하시던데 @illisu 님도 아이들을 선생님으로서 정말 미래 세대의 가능성을 염두에 둔 글 같아서 그런 선생님들에게 배우는 아이들의 미래가 한층 더 밝을 것이라고 희망을 품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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