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리북 클럽> 세 번째_편집자와 함께 읽는 서리북 겨울호(20호) 누가 여성을 두려워하랴

D-29
조지 오웰의 아내에 대한 서평에서는 작가와 작품을 분리할 수 없는가?라는 질문을 한 반면 여성 화가들의 전시에서는 왜 작품보다 여성 화가의 '삶의 이야기'가 주목받는지 따져볼 만한 질문인데 혹시 이번 힐마 클린트 전시와 이마고 문디 서평에서도 작품보다 화가의 삶에 대한 이야기가 더 비중이 많지 않았나요? 개인적으로 힐마 클린트의 작품이 다른 추상 작가들과 다른 점 등 서평에서 작품 세계에 대해 더 다루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우주리뷰상 수상작 2편은 다음주에 읽을 거니 일반리뷰 (그런데 4편밖에 안 보이는 것 같은데 6편은 어느 것일까요?)를 읽어 보았습니다. 그런데 가장 앞의 크러스너호르커이 라슬로의 (우랄 알타이 가설이 지금은 한물갔지만 우리나라처럼 성이 앞에 오고 된소리를 쓰는 공통점이 재미있네요) 리뷰를 읽어봤는데 헝가리어와 헝가리문학 헝가리역사 등에 대해 새로운 것을 많이 배웠고 크러스너호르커이의 최신작에 대해서도 많은 분석을 했는데 아직 내용을 전혀 몰라서 그런 걸까요? 작품 분석에 대한 내용을 읽으면서 리뷰어가 무슨 얘기를 전하려는지 잘 이해가 안 가는 부분이 많았습니다. (예를 들어 케르테스 임레의 수상 소식을 듣고 왜 그런 반응이었던 건지..? 제가 역사적 배경을 잘 몰라서 그런지 의아한 부분들이 좀 많았는데 아무 설명 없이 그냥 넘어가더라구요) '죔레가 사라지다' (이 서평을 쓰신 당시에는 아직 가제여서 제목이 좀 다르네요)에서 데리 티보르의 작품을 주석으로 설명하며 이와 비교하는데 티보르의 작품도 죔레의 작품도 아직 국내에 안 나온 시점에서 국내 독자가 이 서평을 읽으면 혼란스러울 것을 고려해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그리고 가끔은 본론에 비해 정말 지엽적인 내용을 너무 과하게 덧붙여 설명하기도 하고 다소 산만한 느낌을 주는 리뷰였습니다. 그동안 헝가리어 원전이 번역 안되고 중역된 것도 헝가리 문학이 충분히 알려지지 않은 것도 아쉬워서 그런지 너무 많은 것을 한꺼번에 담으려고 한 인상을 줍니다. 저도 실은 사탄탱고를 한국어와 영어 두 언어로 읽으면서 영어번역은 그래도 좋았는데 한국어번역이 조금 아쉽긴 했습니다(반면 영역은 작가가 번역가 George Szirtes를 직접 골라서 그런지 원래 시인이어서 그런지 사탄탱고의 영역이 호평받고 다른 작품들도 많이 번역했습니다). 이번 '죔레가 사라지다'는 국내 최초 헝가리어 원전 번역이라고 하니 기대가 됩니다.
크러스너호르커이의 리뷰에서는 작품 분석에서 구체적으로 무슨 얘기를 하는지 못 이해한 부분이 많은 것 같은데요.. 케르테스 임레의 수상 소식을 접한 부분도 그렇고, 데리 티보르의 작품도 그렇고 죔레가 사라지다에 대한 서평 부분이 좀 이해가 안 갔습니다. 제가 사탄탱고만 읽고서 작가의 작품세계나 헝가리 문학에 대해 너무 무지해서 그런 것일 수는 있지만.. 아 그리고 여기 서평 쓰신 분이 죔레가 사라지다의 번역가 분이시던데요..(이번에 은행나무 에세 시리즈 찾아보다 뒤늦게 깨달았습니다;;) 서평에서 나온 가제에서 바뀐 이유가 있을까요? 그리고 국내 최초 원전 번역인데 헝가리어와 크러스너호르커이의 작품 특성 상 원전 번역에서 주의를 기울이거나 특히 어려웠던 점이 있었을까요?
@모임 일반 리뷰를 포함해 우주리뷰상 당선작들에 대해서 궁금하신 사항 있으시면 댓글로 남겨 주세요!
특집 리뷰에 대한 짧은 생각을 SNS에 올려보았습니다 :D @borumis 적어주신 댓글을 읽으니 생각정리가 되는 것 같아서 좋습니다! https://www.instagram.com/p/DTeGjYzkrA_/?utm_source=ig_web_copy_link&igsh=MzRlODBiNWFlZA==
오오 저도 인스타계정이 있긴 한데..;;; 전 이상하게 인스타에는 긴 글을 못 쓰겠더라구요..;; 수정하기도 쉽지 않고;; 나중에 완독 후 블로그에 올려볼게요~
자세하고 깊은 리뷰입니다 ㅠㅠ 감사합니다..!!
데이비드 그레이버를 처음 알게 된 것은 Bullshit Job을 통해서였다. 안그래도 좀 자극적인 제목에 재미있게 쓰기는 했지만 생각보다 내용이 없는 것 같아서 그냥 popular social science 작가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웬 걸 그 이외에도 많은 저서들이 눈에 띄기 시작했고 그 중 그가 59세의 나이에 쓰고 얼마 안 가 세상을 떠난 이 유작 '모든 것의 새벽'은 뭔가 결이 많이 다른 책같아 보였다. 그리고 그의 죽음을 예견하듯.. 첫번째 장은 '작별 인사'로 시작한다. 이 '작별 인사'는 농경사회와 불평등의 문명 이전 좀더 '순수한' 시대와의 작별 뿐 아니라 이런 순수한 시대에서 농경과 문명이 불평등을 낳게 했다는 '단순한' 관점과 작별을 고하겠다는 의지 또한 보여주는 것같다. 그의 전작에서 했듯이 그는 통상적으로 받아들여온 bullshit을 깨부수는 아나키스트의 인류학자로 잘 알려진 듯하다. 그리고 '사피엔스' 등 빅 히스토리로 유명해졌지만 뭔가 불평등한 역사를 정당화하거나 다소 일반화/단순화한다는 비판을 받은 유발 하라리나 여태까지의 인류 역사를 진보의 방향으로 낙관적으로 예견하는 스티븐 핑커와는 다소 다른 방향으로 접근하고 이어서 앞으로 나아갈 방향도 다른 비전을 제시하는 것 같아서 요즘처럼 초양극화가 심해지고 있는 시점에서 정말 읽어보고 싶은 책이다.
무엇에 '대항'하는지도 중요하지만, 무엇을 '위해서'인지도 중요한 법이다.
서울리뷰오브북스 20호 164, 한승혜 외 지음
저도 서평을 읽으면서 이 문장이 가장 기억에 남았습니다!
인류 전체의 가능성을 시야에 두고 볼 때 우리가 추구할 수 있는 사회의 형태는 생각보다 훨씬 다양하고 그 모두가 불평등한 모습도 아니라는 것이다.
서울리뷰오브북스 20호 164, 한승혜 외 지음
올란도 패터슨의 '노예제와 사회적 죽음'도 오랫동안 책장에 묵혀둔 책인데 이 서평을 통해 도전해보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그런데 서평을 읽으면서 조금 아쉬웠던 점은 인용된 부분들이었는데 이것은 서평가의 문제라기보다는 어쩌면 그 번역가나 작가의 문제일지 모르겠는데 그 인용된 문장들의 문맥을 더 봐야 이해할 것 같다. (예: '물질주의 권력 이디엄'의 산물이 무슨 얘기인지 모르겠는데 이는 책의 1장 Idiom of Power에서 권력 이디엄이란 사회적이고 인지적으로 수용 가능한 형태로 해석되는 주요 방식을 얘기하는 듯하다. 사회적으로는 이 권력 이디엄은 양극성을 갖고 나타나는데 하나는 그 강제적 권력을 공개적으로 인정하지만 사회적인 방법으로 인간화시키는 것이고 또 다른 쪽은 이런 강제성을 아예 숨기고 부정하는 것이다. 이와 좀 다르지만 작가는 직접적으로 권력에 의존하고 투명한 권력관계가 공개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을 personalistic idiom of power, 반면 권력 의존관계를 노동 산물의 사회적 관계로 숨기려는 것을 materialistic idiom of power라고 정의내린 것 같다. 이런 배경지식과 개념을 모른 채 읽으니 서평을 읽으면서 갸우뚱한 부분이 많았다. 그 외에도 개념의 문제는 아니지만 21쪽에서 제프리 밀러의 비판을 인용했는데 괄호 안의 (좋음)과 (매우 나쁨)이 제프리 밀러의 생각인지 저자의 생각인지 아니면 서평가의 생각인지 그리고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잘 몰라서 어리둥절했을 때가 있다. 이런 인용된 부분들의 번역이 복잡하고 매끄럽지 않은 점은 어쩌면 작가의 글 자체가 좀 복잡해서 그런 것일 수도 있겠다. 하지만 아직 책을 읽지 않고 문맥을 모르는 상태에서 서평을 읽는 독자들은 더 혼란스러울 수 있겠다. 하지만 작가의 글의 구성과 요점을 잘 정리해주고 이 글의 지나치게 평면적인 비교 분석 방식을 세 갈래로 분류하여 비판한 점, 그리고 이와 맞닿아서 1부를 벗어나며 재산이 아니라 사회적 죽음에 중점을 둔 논지가 흐려진 점이 평면적 분석에 있었다는 지적 또한 예리한 것 같다. 안 그래도 빅토르 위고가 흑인 노예가 해방되도 없어져도 여전히 남아 있다는 노예제 '매춘'은 빈곤에 의한 self-slavery도 있겠지만 또한 상황에 따라서는 권력에 의한 강제적인 면도 있을 것이고 이를 구분해서 분석해야 할 것 같다.
비교 분석의 방식이 지나치게 평면적인 점은 못내 아쉽다. 저자의 서술에서 '평면화'는 세 갈래로 나타난다. 첫째는 지리적 또는 역사적으로 인접한 사회들을 그들 사이의 상호 작용을 무시하고 독립 관측치처럼 다루는 문제고, 둘째는 동일 사회 내부의 제도 변천을 하나의 단면에 포개어 버리는 문제며, 세 번째는 사회 발전과 노예제 변천의 상호 작용을 노예제의 이해에 반영하지 못하는 문제다.
서울리뷰오브북스 20호 172, 한승혜 외 지음
요컨대 문제는 비교 분석 자체가 아니라 비교의 전략이다. 여러 노예제를 시기, 장소, 사회의 발전 수준에 따라 일차적으로 분류한 뒤 이 분류를 염두에 두고 사회가 시간에 따라 변화하는 궤적을 찾아 공시적 유형과 통시적 변천을 함께 제시했다면 노예제의 본질을 묻는 저자의 문제의식에 더 설득력 있게 답할 수 있었을 것이다.
서울리뷰오브북스 20호 173, 한승혜 외 지음
고전은 완성품이 아니라 디딤돌이자 주춧돌이며 번역은 고전을 박물관에 봉인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에 되살려 내는 신호탄이다.
서울리뷰오브북스 20호 176, 한승혜 외 지음
실은 이번 20호의 서평 중 가장 관심이 없었던 책이 그래픽 크리틱일 것이다. 미술은 순수미술 정도면 좀 읽고 봤지만 디자인에 대해서는 거의 아는 게 없고 디자인에 대한 크리틱에 대해서는 더더욱 문외한인 나로서는 이걸 읽으면서 거의 이해하거나 공감하는 부분이 없을 것이라고 미리 단정내렸다. 하지만 웬걸? 서평가의 첫 문장부터 아직 책을 읽지도 않은 내게 어느 정도 이해가 가는 실정이다. 디자인계는 SNS처럼 약간 피상적이고 한시적이며 유행에 민감한 그런 얄팍함 때문에 글이나 책의 세계, 그것도 단순한 광고카피 정도의 글 외에는 무슨 상관이 있나하는 선입견이 앞선 나를 일깨워준 서평이었다. 처음에 텍스트의 부재에 대한 공감을 얻지만 그 후 또 이것은 소수에 국한된 문제이고 여태까지 관심받지 못했던 점을 지적하지만 이에 맞서 도전한 작가 전가경에 대해 꽤 자세하게 (실은 처음에 관심을 끌다가 이 부분에서 다소 이렇게 주석에 작가의 인터뷰까지 자세히 다룰 필요가 있을까?했다. 하지만 이어서 이 책을 쓰게 된 동기와 이 책의 부족한 점에 대해 비판하면서 왜 작가의 이런 배경까지 들어간 지 어느 정도 짐작이 되었다) 다루었다. 어쩌면 작가의 페미니스트 역사관이나 계급 의식 부족 등은 여성으로서 그리고 어느 정도 엘리트적인 성장환경에서 비롯된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또한 그런 그녀가 쌓아온 활동과 환경들은 이런 책을 쓰고 연구를 계속 진행하는 동기가 되기도 했을 것이다. 그리고 어쩌면 디자인 크리틱 뿐만 아니라 다른 곳에서도 이런 역사 구축과 정치적 서사의 비판점이자 앞으로 나아가야 할 새로운 방향을 서평가는 제시하면서 마무리한다. 개인적으로는 나같은 디알못으로서도 공감할 수 있고 그 비판점 또한 다른 곳에서도 적용될 수 있다고 생각해서 예상치 못한 곳에서 보석을 발견한 serendipity의 발견이었다.
'텍스트 없음'은 한국 그래픽 디자인계에 꾸준히 제기되어 온 화두다. '텍스트' 자리를 비평, 역사, 담론, 이론, 연구, 필자 등으로 바꿔도 무방하다.
서울리뷰오브북스 20호 179, 한승혜 외 지음
SNS 기반의 관심 경제 사회가 되면서 디자인 관련 정보를 얻거나 작업물에 대한 사람들의 의견을 체감하기는 과거 그 어느 때보다 수월해졌다. 그러나 만남이 끝나면 사라지는 대화나 하트의 개수, 타임라인 뒤편으로 즉각 밀려나 버리는 글만으로는 채워지지 않는 구멍이 있는 것이다. 그 구멍 속에는 이 일을, 그 일을 하고 있는 나를, 내가 만든 작업물을, 나와 작업물이 속한 세계를 누군가가 진지한 시선으로 자세히 보고 읽고 기록해 주기를, 그럼으로써 이 모든 것이 잊히지 않고 가치 있는 것으로 남기를 바란다는 욕망이 있다. 분량은 시선에 담긴 성의의 바로미터다.
서울리뷰오브북스 20호 180, 한승혜 외 지음
실은 이것은 가끔 올라오는 인터넷 한줄평들이나 별점을 보면서도 느끼는 것이다. 서리북에 나온 서평 정도는 아닐지라도 어느 정도 '재미있어요' '참 좋아요' '별로에요' '개판이에요' 그런 정도로 사춘기 자식과 나눌 법한 단답식 평을 보면 숨이 턱 막히는 욕망.. SNS 세대는 안 느끼나? 요즘에는 챗gpt 등 AI로 인해 거의 위키피디아 복붙한 듯한 요약 및 감상문들이 올라오는데 분량은 많지만 이 또한 성의가 없어 보인다..;; 하긴 책 자체를 안 읽는 이 시대에는 그런 한줄평이나 별점이나 좋아요도 감지덕지인가..
문제는 이것이 근원적인 감정일지언정 다수의 욕망은 아니라는 점이다. 정확하게 말하면 궁극적으로 불멸을 지향하는 이 헛되고 장구한 욕망을 충족할 일차적 수단으로 본인이 하는 일과 그에 대하여 타인이 쓴 글을 떠올리는 사람은 소수다. 그 욕망으로 말미암아 스스로 글을 쓰는 사람은 거기서도 일부다. .... 그렇기에 '텍스트 없음'이란 수는 적지만 세대를 이어가며 어쩐지 꾸준히 발생하고 있는, 아무튼 텍스트는 중요한 것이라고 빋는 사람들이 욕구 불만을 견디지 못하고 튀어나와서 이어 부르는 작은 돌림 노래였다.
서울리뷰오브북스 20호 180, 한승혜 외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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