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믐밤] 43. 달밤에 낭독, 체호프 2탄 <세 자매>

D-29
링크로 연결해 주신 기사 잘 읽었습니다. 배우들의 사진 속에서도 마샤가 누구인지 잘 보이네요.^^ 관극과 관람된 해프닝이 수북강녕 님은 쩔쩔매셨겠지만 그저 멀찍이서 읽는 저로서는 재미있었습니다. ㅎㅎ
와아, 배우님들과 함께 대기하는 신기한 경험!! 공연장 가까이 가면서 공연 시작된 거 알고 얼마나 놀라셨을지... ㅎㄷㄷㄷ 사진만 보면 그렇게 작은 것 같은 느낌은 들지 않는 것 같아요. 보고싶다아 :)
옛날에 선돌극장에서 <안티고네>를 보면서 이렇게 작은 극장은 어떻게 유지되는 걸까 궁금했었는데 50석 극장이라니... 어떻게 유지될까요? 어쨌든 몰입감은 엄청날 것 같습니다!
마샤:  어머니 얼굴이 어땠는지 조금씩 기억이 흐려져 가요. 우리들도 그런 식으로 다른 사람들에게서 잊혀가겠죠. 베르쉬닌:  그래요, 그렇겠죠. 그런 게 바로 우리의 운명이지요. 어쩔 수 없는 일입니다. 우리에게 심각하고 의미심장하며 매우 중요한 것처럼 보이는 일도, 세월이 흐르면 잊히거나 하찮아지고 말지요. (사이)  흥미로운 건 미래에 무엇이 고상하고 중요한 것으로 남을지, 무엇이 하찮고 우스꽝스러운 것으로 남을지 그 누구도 확언할 수 없다는 겁니다. 코페르니쿠스나 콜럼버스의 발견도 처음에는 쓸모없고 우스꽝스러운 것으로 보이지 않았습니까? 반대로 어떤 바보가 휘갈겨 쓴 공허한 헛소리가 오히려 진리처럼 보일 때도 있지요. 그러니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지금의 우리 생활도 미래엔 이상하고, 불편하고, 어리석고, 모호한 것으로, 심지어 사악한 것으로 여겨질지도 모릅니다……. <1막> 중에서
안톤 체호프 <세 자매>
안똔체홉학회 페이스북에도 여러 대사나 장면이 올라와 있네요 https://www.facebook.com/acas2014/
안드레이:  모스크바 레스토랑의 큰 홀에 앉아 있으면, 내가 아는 사람도, 나를 아는 사람도 없지. 그러면서도 조금도 자신이 서먹서먹하게 느껴지지 않아. 그런데 여기서는 모두가 나를 알고, 또 나도 그들 가운데 모르는 사람이 없는데, 서로 남남이나 다를 바 없거든……. 이방인……. 외로운 이방인 신세지.
안톤 체호프 <세 자매> <2막> 중에서
이 마음을 알 것만 같네요...ㅜ
투젠바흐:  (그녀를 향해 손가락을 들어 올려 보이며)  실컷 웃으라지! (베르쉬닌에게)  200년이나 300년 뒤는커녕 100만 년 뒤라 해도 인생은 지금과 똑같을 겁니다. 우리와 전혀 무관한, 혹은 우리의 힘으로는 결코 이해할 수 없는 나름의 법칙에 따라 인생은 언제나 똑같은 모습으로 그렇게 흘러갈 겁니다. 철새들, 예컨대 학을 예로 들어 봅시다. 그것들이 머릿속으로 무슨 생각을 하건 말건 간에 그것들은 어디로, 왜 가는지도 모른 채 날고 있고, 앞으로도 그렇게 날 겁니다. 그것들이 아무리 철학적이 된다 한들 날기를 멈추지 않는 한, 그런 건 아무 소용도 없을 겁니다……. (......) 마샤:  인간에겐 신앙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없다면 찾아야 하고요. 신앙이 없으면 우리 인생은 공허할 뿐이니까요……. 학이 왜 날아가는지, 아이들이 무엇 때문에 태어나는지, 하늘에 왜 별이 있는지 모르고 살아간다는 것은……. 사람은 무엇을 위해 사는지 알아야 해요. 그렇지 않다면 모든 게 허망하고 부질없어요.
안톤 체호프 <세 자매> <2막> 중에서
베르쉬닌: 요 전날에 어느 프랑스 장관의 옥중일기를 읽었습니다. 파나마 사건으로 유죄판결을 받은 인물이죠. 감옥 창문으로 새들을 바라보면서 느꼈던 감격과 기쁨을 묘사하더군요. 예전에 장관으로 있었을 때는 그런 새 따위에는 관심도 없었는데 말이지요. 물론, 자유의 몸이 된 지금은 다시 예전처럼 새 따위는 그의 눈에 들어오지도 않을 겁니다. 이와 마찬가지로 당신도 모스크바에 살게 되면 모스크바를 느끼지 못하게 될 겁니다. 우리에게 행복은 없어요, 행복해질 수도 없고. 그저 행복에 대한 갈망만 있을 뿐.
안톤 체호프 <세 자매> <2막> 중에서
페라폰트의 대사 중에 "지난겨울에 페테르부르크에서는 영하 200도까지 내려갔다더군요."라는 문장이 있는데 이건 오타일까요? 뒤에 2000명이 얼어죽었다는 말도 있는데...
저도 잘 모르겠네요. 일단 오타일 것 같기도 하지만 아닐 수도 있고요... 팩트 체크해보자면 영하 200도까지 내려가면 2000명이 아니라 러시아 전 인구가 얼어 죽을 것 같아요. 오타가 아니라면 소설 속에서 저자인 체홉이 일부러 과장했을 수도 있고요. 대사를 뱉은 사람이 페라폰트인 것으로 보아 지식이 높지 않은 이가 그냥 마을에 퍼진 소문을 그대로 믿고 옮긴 것일지도...
저도 소문 쪽으로 마음이 기우네요. ^^
앗 저도 이 부분 읽고 웅?해서 화씨인가.. 이런 생각을 하며 찾아봤는데 "화씨 200°F는 남극 기지 사우나 온도 93℃로 안내되기도 합니다." 라는 걸 읽었고요 ㅋㅋ 이어 영하 200도도 검색해봤는데 천왕성이 젤 먼저 나오더라고요. 영하 200도가 넘는 천왕성에 지하바다가 있다는 기사였어요!! 결국 세 자매와 관련 없는 기사만 읽고 과장이네? 뻥이네? 요런 생각을 하며 넘겼습니다..;;;
영하 200도와 2천명이라고 (제 옆에서 대기하시던) 페라폰트 배우님이 분명히 대사 하시더라고요 :)
잠시나마 동서문화사를 의심했던 저 자신을 반성합니다. (동서문화사에 데인 적이 워낙 많아서... ^^;;;)
페라폰트는 기본적으로 과장이 심한 것 같아요 “모스크바에서 어떤 상인들이 블린을 먹었는데, 글세 그둥 한 사람이 그걸 마흔 조각이나 먹다가 죽었다는 거예요. 마흔 갠지, 쉰 갠지, 잘 기억나지는 않습니다만.” p.103 핫케이크 대먹방도 아니고요, 거 참 ㅋㅋ 저도 동서문화사 버전으로는 이제 펼쳤는데요, 올가가 안드레이를 오빠라고 부르고, 안드레이가 세 자매를 동생들이라 칭해서 당황하는 중이에요 :)
예전에 인류는 온 존재를 원정과 침략과 승리로 가득 채우며 전쟁에만 몰두했습니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은 이제 쓸모없어졌습니다. 남은 건 무엇으로도 채울 수 없는 거대한 공허뿐이지요. 인류는 그 공허를 메울 무언가를 열심히 찾고 있고, 또 틀림없이 찾아낼 겁니다.
안톤 체호프 <세 자매>
세월이 흘러 우리도 영원히 사라지고 우리를 기억해 줄 사람도 없겠지. 우리 얼굴도 목소리도 그리고 우리가 몇 사람이었는지도 아무도 기억하지 못할 거야. 하지만 우리의 고통은 우리 뒤에 살게 될 사람들을 위한 기쁨으로 변할 테고, 지상에는 행복과 평화가 찾아올 거야. 그리고 그때가 되면 지금의 우리를 감사의 마음으로 기억해 주겠지.
안톤 체호프 <세 자매>
@프렐류드 @거북별85 연극 '세 자매'는 1월 31일 막공일까지 목,금,토,일 각 1회차씩 상연하고 모든 일자에 잔여석이 남아 있답니다 (두 분 모두 예약 대기라고 하셔서 찾아보니 다 자리가 있더라고요?!)
ㅎㅎ 감사합니다~~다시 바로 들어가 1월 22일 7시로 예약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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