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믐밤] 43. 달밤에 낭독, 체호프 2탄 <세 자매>

D-29
한번씩 그믐에 올라오는 그믐달들이 참 예쁩니다^^ 나중에 <그믐> 주관하에 <그믐달 사진전시회>도 가능할 듯 합니다^^
그믐달 사진 정말 예쁘네요. ^^ 중간에 들어와 주셨지요? 그믐밤 잊지 않고 기억해 주셔서 감사했습니다.~~
분명 다이어리에 적어놨었는데 신랑이랑 낄낄거리며 티비보고 있다가 급 떠올라서 놀래서 호다닥 들어왔습니다 ㅋㅋㅋ 그래도 다른분들의 명 연기를 들을 수 있어서 너무 행복한 시간이였습니다(같이 놀던 신랑은 삐져서 째려봤지만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줌으로 만나는 대표님과 다른분들 넘넘 반가웠습니다 :D
남편 분이 물먹님 진짜 사랑하시나봐요. 티비보다 나갔다고 삐져서 째려보다니.. 저 영감탱이는 어디 갈 데도 없나 하며 불만스러워 하는 저로서는 상상할 수 없는 감정이어요 ㅋㅋㅋㅋㅋㅠㅠ
삐돌이입니다. 삐짐쟁이예요 그래도 제가 책모임, 연뮤클럽모임 간다고 하면 흔쾌히 보내줘서 넘 좋습니다 ㅋㅋㅋㅋㅋ 그날은 아빠의 독점육아의 날이예요 ㅋㅋㅋㅋ
제 아내는 TV 보고 계실 때 제가 방에 들어가면 심기가 불편해지는 거 같던데... ㅠ.ㅠ
"계실 때"에서 사랑을 뛰어넘는 지극한 경외심이 느껴집니다...ㅋㅋㅋㅋㅋ
특히 TV를 보고 게실 때 공경하면서(敬) 두려워하는(畏) 마음이 커집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책을 완독하고 낭독 모임도 마쳤지만, 세 자매에 대한 생각을 거듭하게 되네요 개미지옥입니다 ㅎㅎ 대도시에서 태어난 세 자매는 군인이었던 아버지를 따라 시골 도시로 내려온 후 다시 상경하지 못하는 지방러가 됩니다 이 설정 자체가 이들의 비극이네요 우리나라도 몇십 년 전 기준, 아버지가 군인인 자녀들이 전학을 많이 다녔고, 군부대가 주둔한 시골 기준으로는 세련된 도시(타지)에서 내려온 군인 자녀들의 매력을 기폭제로 자잘한 갈등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마샤가 (나이가 2배인) 도시남 기믹 베르쉬닌에게 끌렸던 것도, 다시 상경하면 지적 수준이 맞는 사람들이 많을 걸로 기대한 그녀의 과도한 열망에서 기인한 허상에 근거했을 듯요 올가는 교장이 되기 싫었지만 될 수밖에 없었고, 마샤는 클루이긴과의 결혼 생활이 불만스러웠지만 유지할 수밖에 없었고, 이리나는 그 누구보다 모스크바에 대한 동경이 강했지만 돌아갈 수 없었고, 안드레이는 대학교수는 커녕, 월급이 쥐꼬리만한 시의회 의원으로 살아가면서 의장과 아내의 불륜을 모른척할 수밖에 없었죠 (셰익스피어보다 더 비극적) "어머니, 누이동생 둘, 어린 남동생 하나가 오로지 내 월급 23루블만을 바라보며 살고 있어요. 먹고 마시는 데는 돈이 들지요. 차와 설탕 없이 살 수 있나요? 담배는요? 이러니 무슨 방법이 있겠습니까?" (<갈매기> p.11 메드베덴코의 대사 中) 메드베덴코의 월급이 23루블이었는데 안드레이는 박봉이면서도 200불(현재 한화 기준 5백~1천만원 수준으로 추정)을 도박에서 잃어버리고, 결국 집까지 저당잡혀 3만5천루블(수십억 가까움)의 빚을 지고 마네요 <벚꽃동산>까지 가면 러시아 근대 사람들의 '집(전재산)'과 '연금' 쌍두마차에 대한 중대 욕구와 집착, 의미 부여가 극에 달할 텐데, 집을 날려먹은 안드레이는 대체 어쩔 것인가...
저는 뜬금없이... 시골 젊은 여성들과 엘리트 대접 받는 군인들이라는 설정 때문에 <사관과 신사>가 생각납니다. 리처드 기어 진짜 멋있었어요.
사관과 신사해군 아버지 밑에서 불우한 어린시절을 보낸 잭 메이어(리처드 기어)는 해군 항공 사관학교에 입학한 후 남을 늘 감싸고 배려하는 동료 시드 월리(데이빗 키스)와 교관 폴리(루이스 고셋 주니어)를 만나 혹독한 훈련 속에서도 인간애를 느낀다. 훈련 4주째, 생도들을 위한 파티에서 제지공장에 다니는 여공 폴라(데브라 윙거)와 리넷(리사 브라운트)을 만난 잭과 시드. 폴라는 시간이 갈수록 자신이 진심으로 잭을 사랑한다는 것을 깨닫지만 이에 부담을 느낀 잭은 이별을 고한다. 월리 역시 리넷과 헤어지려 하나 리넷이 임신을 했다고 하자 자신이 원하는 삶을 찾기 위해 소위 임관 2주를 남겨놓고 자퇴를 하고 리넷에게 청혼한다. 하지만 해외에 나가 근사하게 살고 싶었던 리넷은 월리가 자퇴를 했다는 말을 듣는 순간, 거짓 임신임을 고백하며 청혼을 거절한다. 리넷의 사소한 거짓말은 월리를 절망에서 자살로 몰고 가는데...
사람은 무엇을 위해 사는지 알아야 해요. 그렇지 않다면 모든 게 허망하고 부질없어요.
안톤 체호프 <세 자매>
소설을 읽으면 모든 게 너무도 빤히 보이는데, 정작 내가 사랑하게 되니까, 누구에게서도 답을 구할 수가 없어. 결국 자기 일은 스스로 결정해야 하는 거야…….
안톤 체호프 <세 자매>
가봐야겠어. 시간이 됐어……. 이 나무는 이미 죽었지만 여전히 다른 나무들과 함께 바람에 흔들리고 있군. 마찬가지야. 내가 죽더라도 여전히 난 어떤 형식으로든 삶에 참여하게 될 거야. 안녕, 내 사랑…….
안톤 체호프 <세 자매>
D-10 이라고 보이는데 혹시 이 모임이 열흘 후에는 사라지나요?? 제가 그믐도 달밤에 낭독도 이번에 처음 알게 됐어요. 함께 '세 자매' 읽을 수 있어서 정말 즐거웠는데 다음에 다른 희곡으로 이런 시간이 또 있는지 궁금합니다.
안녕하세요. 그랬어 님. 이 모임이 사라지지는 않고요, 종료일이 지나면 더 이상 글을 남기실 수 없습니다. 물론 이 곳에 남겨진 내용들은 url 주소를 기억하시거나 '세 자매' 등 단어를 검색하셔서 언제든 다시 읽어보실 수 있습니다. 모임 하단의 i 라고 나와 있는 information 아이콘을 눌러보시면 '모임 정보' 라는 메뉴가 나오고요, 거기서 모임의 시작일, 종료일을 다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그 밖에 궁금하신 내용 있으시면 언제든 말씀 주세요. 또한 다음 번에도 그믐밤 희곡 모임이 있을 예정인데요, 꼭 그믐밤이 아니더라도 다른 모임지기들 역시 희곡 모임을 열고 계시니 편히 참여해 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친절하신 답변 감사합니다, 도우리 님. 그믐을 알게 되어서 너무 기쁩니다. 여기저기 기웃거려 봐야겠습니다. ^^
어제 올겨울 최고 한파 속에 인사동에 숙소까지 잡고 큰딸 아이와 안똔체홉극장에서 <세자매>를 보았습니다 총 러닝타임 3시간 반과 소극장에서 2번째 좌석이라 혹시라도 딸아이가 지루해하거나 잠들까봐 걱정이 됐는데 완전히 기우였습니다 😊 3시간 반이 어떻게 흘러갔는지 모를 정도로 15명 배우들의 열연과 안톤 체홉과 연출가님의 빈틈없고 재미있는 희곡과 연출은 책을 읽지 않고 온 딸아이도 극 내내 몰입시킬 정도로 재미있었습니다 극이 끝나고 나서 딸도 너무 재미있었다고 다음에도 또 안톤 체홉의 다른 연극들도 보고 싶다고 하더라구요 올 봄에 안톤 체홉의 <벛꽃동산>도 공연하더라구요. 또 보러 와야겠어요^^ ~이렇게 좋은 극장과 연극을 어떻게 알았냐고 딸아이가 물어서 @수북강녕 님과 '그믐'덕분에 알게 되었다고 했습니다. 감사합니다~😍 전 그믐의 <달밤의 낭독>에서 이미 <세자매> 희곡을 읽었고 또 지난주 토요일에 그믐 회원님과 같이 낭독도 하고 이번에 <세자매> 연극을 보니 이해가 가지 않던 내용들도 이해가 가기도 하고 극의 전개가 더 생생하게 다가왔습니다 글로 읽을 때는 둘째 마샤와 유부남 베르쉬닌 중령의 불륜이 이해가 가지 않았고 마샤의 남편이자 교사인 쿨르이긴이 불쌍해서 동정이 갔는데 눈 앞에서 극으로 보니 이해가 가더라구요😅😅 쿨르이긴은 아내의 불륜을 눈앞에서 보고도 모른체하거나 자기는 괜찮다며 자기부정의 모습을 보이고 자신 주변의 힘든 친구를 언급하며 자기 정도면 행복하다며 당면한 문제를 회피하고 자기합리화 하기에 바빴습니다 그러면서도 중간 중간 뜬금없이 자신의 지식을 뽐내며 혼자 뿌듯해합니다. 18살 어린 마샤가 선택한 남자이지만 전혀 대화가 통하지 않는 남편과 평생 살을 부대끼며 살아야하는 19세기의 러시아 여성인 미샤는 탈출구도 없는 상황입니다 마담 보봐리도 이 탈출구를 무분별한 불륜으로 풀어내는데 둘째 마샤 또한 그런 느낌이었습니다 자주 자살소동을 일으키고 무서운 대화재 때도 자신의 두 딸 아이를 화재속에 버려두고 혼자 도망나오고도 남편에게 계속 화를 내는 아내 때문에 고통스러운 삶을 이어가는 베르쉬닌 중령에게도 둘째 마샤는 잠깐이나마 숨돌리는 휴식처같은 존재같았습니다 @장맥주 님이 언급한 페라폰트의 대사 중에 "지난 겨울에 페테르부르크에서는 영하 200도까지 내려갔다더군요."라는 문장이 있는데 이건 오타일까요? 뒤에 2000명이 얼어죽었다는 말도 있는데...라는 언급도 왜 이런 상황이 나왔는지 이해가 가더라더라구요😊 연극 속에서 페라폰트는 여든살 유모 안피사와 비슷한 연세의 귀도 잘 들리지 않는 어르신입니다 그는 @수북강녕 님이 언급하신대로 1891년과 1892년 사이의 기록적 한파와 기근에 대한 두려움을 이렇게 과장해서 표현하는거 같더라구요 더구나 누가누가 그러더라는 식의 '카더라'식의 표현을 즐겨쓰며 자신의 책임은 벗어나며 최대한 과장해서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편인거 같았습니다. 한편으로는 연세가 많으신 유모 인피사나 페라폰트가 '프랑스 대혁명은 1789년에 바스타유습격으로 촉발됐죠'라는 식으로 정확한 수치와 사실을 들며 대화해도 살짝 어색할거 같긴 하더라구요😅😅 글을 쓰다보니 불현듯 4년 정도 사무실에서 같이 일하던 30대 초반 남성직원분이 떠오르네요 그분도 페라폰트식 대화법(과장법으로 잘못된 정보전달)과 카더라식 표현)과 쿨루이긴식 본인의 잘못에 있어자기합리화를 즐겨하셨는데 함께 있는 동안 저는 수면제 복용이 필요했던 아픈 기억이 떠오르네요~ㅜㅜ 안드레이와 아내 나타샤는 눈앞에서 극으로 보니 더 화가 나더라구요 모스크바 교수를 꿈꾸던 그는 그에 따른 어떤 노력 없었고 결국 점심값정도 밖에 나오지 않는다는 지방 시의원에 만족하며 클루이긴식 자기합리화를 시전합니다 그의 아내 나타샤 나중에는 자신의 집 거실로 시의장 프로토포프프를 불러 당당하게 불륜을 하구요 연극을 보면 거실에서 불륜을 하는 나타샤의 웃음소리가 들리고 안드레이는 그 옆에서 무기력하게 아이를 돌보고 있습니다 아내가 다른 남자와 함께 있는걸 방해받지 않도록 말이죠. 1막에서 모스크바를 꿈꾸며 희망에 찼던 막내 이리나의 모습은 뒤로 갈수록 무너져가고 그녀의 절규와 절망에 극은 답답하게 이어집니다 결국 그녀의 삶의 탈출구로 마지막 선택지였던 결혼마저 허무하게 실패하게 되고 자신들의 희망이 완전히 무너진 상황에서 세자매는 절규하듯 자신들의 자리에서 열심히 일을 하겠다고 외칩니다 글로 읽을때는 마지막의 비극적 상황에서 갑자기 왜 세자매가 일을 하겠다고 하는지 의아했는데 이런 생각이 들더라구요 마지막 희망마저 무너지자 자신들의 현실에 분노와 오기가 작동한게 아닌가 하는~^^;; 그러면서도 과연 그들이 꿈꾸는 삶을 모스크바에서 이룰수 있을까 회의적인 생각이 들더라구요 그들은 간절히 모스크바에서 예전 아버지가 계셨을 때의 영화를 꿈꾸지만 그들은 그냥 현실에서 해야 하는 일만 할뿐 그들의 꿈에 도달하기 위한 행동을 하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작가를 꿈꾸는 직장인이 있는데 직장을 다니면서. 자신의 글을 쓰거나 작가가 되기 위한 길을 알아보기 보다 '난 꼭 유명한 작가가 되겠어!!'하며 매번 결심만 하고 그냥 회사원으로서의 지금 주어진 일만 하는 식이지요~~ 그러다보면 안드레이처럼 제자리에서 그대로 남아 자기합리화 하며 주변에는 나타샤같은 사람들만 가득하겠지요~~~ 소극장 안에서 15명의 배우님들의 열연이 공연장을 꽉채우더라구요 신기한건 소극장임에도 한명도 어설픈 배우님이 없으셨어요 놀라운 연기력!! 바로 눈앞에서 눈물과 절규 키스신들까지 직관하니 안톤체홉의 작품이 눈과 마음에 깊게 박히는듯 하더라구요 어제 <응답하라 1988> 드라마에서 박보검의 아버지역을 한 택이 아빠 최무성님도 관객으로 오셔서 신기했습니다^^ 벛꽃이 피는 봄이 오면 안톤 체홉의 <벛꽃동산>을 관람하러 다시 안똔체홉극장을 방문해야겠습니다😍
연뮤덕들에게 '자둘매직'이라는 용어가 있는데요 '자첫' 즉 '자체 첫 공' 때는 느끼지 못했던 매력을 '자둘' 즉 '자체 두 번째 관람' 에서 더 생생하게 느낀다는 뜻입니다 자첫 때도 좋았지만 자둘 때는 더 좋았다고 하기도 하고요 무대예술의 특징상, 첫 관람에서는 극의 흐름을 따라가며 서사를 이해하는데 집중(급급)하게 되는데, 두 번째 관람에서는 (스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각 배우의 대사 하나, 눈빛 하나, 조명과 음향, 소품의 매력까지 더 잘 살필 수 있기에, 그 감동이 커진다는 것이죠 @거북별85 님이 써주신 상세한 후기를 읽으니 마치 제가 '자둘'한 기분입니다 '자둘매직'에 빠지면 답이 없어요 자셋 자넷, 그러다 회전러가 되는 것 같습니다 ㅎㅎ 여러 번의 컷!에 의한 이어붙이기나 거듭되는 재촬영으로 최고의 순간이 편집된 '영화'라는 장르와 달리, 같은 작품이라도 매 회차의 공연이 다르고 관객이 뿜어내는 열기가 다르고 관극에 임하는 내 에너지가 다른 것이 무대예술의 매력인 듯합니다 ♡
그믐 덕분에 희곡을 접해 감사했는데 @수북강녕 님 덕분에 이번에 안똔체홉극장도 알게 되어 너무 든든하고 감사합니다~😍 전에 그믐에서 함께 본 <까라마조프의 형제들> 공연도 신선하고 좋았는데 이번 안똔체홉 극장도 너무 좋더라구요~ 매번 이런 멋진 공연들을 찾아다니시는 @수북강녕 님의 안목도 부럽습니다~👍
저는 아이가 없다 보니 @수북강녕 님과 거북별85 님 처럼 자녀와 함께 공연을 보고 책을 읽고, 그렇게 같은 문화를 향유하는 관계가 정말 부럽습니다. 조카가 있긴 하나 외국에 있고 한국에 있는 조카도 아직 조용히 앉아서 무언가를 잘 이해할 수 있는 나이가 아니라 이런 점이 좀 아쉽네요. 날이 따뜻해지면 저희 어머니 손을 붙잡고 대학로를 나가봐야 될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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