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올겨울 최고 한파 속에 인사동에 숙소까지 잡고 큰딸 아이와 안똔체홉극장에서 <세자매>를 보았습니다
총 러닝타임 3시간 반과 소극장에서 2번째 좌석이라 혹시라도 딸아이가 지루해하거나 잠들까봐 걱정이 됐는데 완전히 기우였습니다 😊
3시간 반이 어떻게 흘러갔는지 모를 정도로 15명 배우들의 열연과 안톤 체홉과 연출가님의 빈틈없고 재미있는 희곡과 연출은 책을 읽지 않고 온 딸아이도 극 내내 몰입시킬 정도로 재미있었습니다 극이 끝나고 나서 딸도 너무 재미있었다고 다음에도 또 안톤 체홉의 다른 연극들도 보고 싶다고 하더라구요 올 봄에 안톤 체홉의 <벛꽃동산>도 공연하더라구요. 또 보러 와야겠어요^^
~이렇게 좋은 극장과 연극을 어떻게 알았냐고 딸아이가 물어서 @수북강녕 님과 '그믐'덕분에 알게 되었다고 했습니다. 감사합니다~😍
전 그믐의 <달밤의 낭독>에서 이미 <세자매> 희곡을 읽었고 또 지난주 토요일에 그믐 회원님과 같이 낭독도 하고 이번에 <세자매> 연극을 보니 이해가 가지 않던 내용들도 이해가 가기도 하고
극의 전개가 더 생생하게 다가왔습니다
글로 읽을 때는 둘째 마샤와 유부남 베르쉬닌 중령의 불륜이 이해가 가지 않았고 마샤의 남편이자 교사인 쿨르이긴이 불쌍해서 동정이 갔는데 눈 앞에서 극으로 보니 이해가 가더라구요😅😅
쿨르이긴은 아내의 불륜을 눈앞에서 보고도 모른체하거나 자기는 괜찮다며 자기부정의 모습을 보이고 자신 주변의 힘든 친구를 언급하며 자기 정도면 행복하다며 당면한 문제를 회피하고 자기합리화 하기에 바빴습니다 그러면서도 중간 중간 뜬금없이 자신의 지식을 뽐내며 혼자 뿌듯해합니다. 18살 어린 마샤가 선택한 남자이지만 전혀 대화가 통하지 않는 남편과 평생 살을 부대끼며 살아야하는 19세기의 러시아 여성인 미샤는 탈출구도 없는 상황입니다 마담 보봐리도 이 탈출구를 무분별한 불륜으로 풀어내는데 둘째 마샤 또한 그런 느낌이었습니다
자주 자살소동을 일으키고 무서운 대화재 때도 자신의 두 딸 아이를 화재속에 버려두고 혼자 도망나오고도 남편에게 계속 화를 내는 아내 때문에 고통스러운 삶을 이어가는 베르쉬닌 중령에게도 둘째 마샤는 잠깐이나마 숨돌리는 휴식처같은 존재같았습니다
@장맥주 님이 언급한 페라폰트의 대사 중에 "지난 겨울에 페테르부르크에서는 영하 200도까지 내려갔다더군요."라는 문장이 있는데 이건 오타일까요? 뒤에 2000명이 얼어죽었다는 말도 있는데...라는 언급도 왜 이런 상황이 나왔는지 이해가 가더라더라구요😊
연극 속에서 페라폰트는 여든살 유모 안피사와 비슷한 연세의 귀도 잘 들리지 않는 어르신입니다
그는 @수북강녕 님이 언급하신대로 1891년과 1892년 사이의 기록적 한파와 기근에 대한 두려움을 이렇게 과장해서 표현하는거 같더라구요 더구나 누가누가 그러더라는 식의 '카더라'식의 표현을 즐겨쓰며 자신의 책임은 벗어나며 최대한 과장해서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편인거 같았습니다.
한편으로는 연세가 많으신 유모 인피사나 페라폰트가 '프랑스 대혁명은 1789년에 바스타유습격으로 촉발됐죠'라는 식으로 정확한 수치와 사실을 들며 대화해도 살짝 어색할거 같긴 하더라구요😅😅 글을 쓰다보니 불현듯 4년 정도 사무실에서 같이 일하던 30대 초반 남성직원분이 떠오르네요 그분도 페라폰트식 대화법(과장법으로 잘못된 정보전달)과 카더라식 표현)과 쿨루이긴식 본인의 잘못에 있어자기합리화를 즐겨하셨는데 함께 있는 동안 저는 수면제 복용이 필요했던 아픈 기억이 떠오르네요~ㅜㅜ
안드레이와 아내 나타샤는 눈앞에서 극으로 보니 더 화가 나더라구요 모스크바 교수를 꿈꾸던 그는 그에 따른 어떤 노력 없었고 결국 점심값정도 밖에 나오지 않는다는 지방 시의원에 만족하며 클루이긴식 자기합리화를 시전합니다
그의 아내 나타샤 나중에는 자신의 집 거실로 시의장 프로토포프프를 불러 당당하게 불륜을 하구요 연극을 보면 거실에서 불륜을 하는 나타샤의 웃음소리가 들리고 안드레이는 그 옆에서 무기력하게 아이를 돌보고 있습니다 아내가 다른 남자와 함께 있는걸 방해받지 않도록 말이죠.
1막에서 모스크바를 꿈꾸며 희망에 찼던 막내 이리나의 모습은 뒤로 갈수록 무너져가고 그녀의 절규와 절망에 극은 답답하게 이어집니다 결국 그녀의 삶의 탈출구로 마지막 선택지였던 결혼마저 허무하게 실패하게 되고 자신들의 희망이 완전히 무너진 상황에서 세자매는 절규하듯 자신들의 자리에서 열심히 일을 하겠다고 외칩니다
글로 읽을때는 마지막의 비극적 상황에서 갑자기 왜 세자매가 일을 하겠다고 하는지 의아했는데 이런 생각이 들더라구요
마지막 희망마저 무너지자 자신들의 현실에 분노와 오기가 작동한게 아닌가 하는~^^;;
그러면서도 과연 그들이 꿈꾸는 삶을 모스크바에서 이룰수 있을까 회의적인 생각이 들더라구요 그들은 간절히 모스크바에서 예전 아버지가 계셨을 때의 영화를 꿈꾸지만 그들은 그냥 현실에서 해야 하는 일만 할뿐 그들의 꿈에 도달하기 위한 행동을 하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작가를 꿈꾸는 직장인이 있는데 직장을 다니면서. 자신의 글을 쓰거나 작가가 되기 위한 길을 알아보기 보다 '난 꼭 유명한 작가가 되겠어!!'하며 매번 결심만 하고 그냥 회사원으로서의 지금 주어진 일만 하는 식이지요~~ 그러다보면 안드레이처럼 제자리에서 그대로 남아 자기합리화 하며 주변에는 나타샤같은 사람들만 가득하겠지요~~~
소극장 안에서 15명의 배우님들의 열연이 공연장을 꽉채우더라구요 신기한건 소극장임에도 한명도 어설픈 배우님이 없으셨어요 놀라운 연기력!!
바로 눈앞에서 눈물과 절규 키스신들까지 직관하니 안톤체홉의 작품이 눈과 마음에 깊게 박히는듯 하더라구요
어제 <응답하라 1988> 드라마에서 박보검의 아버지역을 한 택이 아빠 최무성님도 관객으로 오셔서 신기했습니다^^
벛꽃이 피는 봄이 오면 안톤 체홉의 <벛꽃동산>을 관람하러 다시 안똔체홉극장을 방문해야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