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믐밤] 43. 달밤에 낭독, 체호프 2탄 <세 자매>

D-29
어제 올겨울 최고 한파 속에 인사동에 숙소까지 잡고 큰딸 아이와 안똔체홉극장에서 <세자매>를 보았습니다 총 러닝타임 3시간 반과 소극장에서 2번째 좌석이라 혹시라도 딸아이가 지루해하거나 잠들까봐 걱정이 됐는데 완전히 기우였습니다 😊 3시간 반이 어떻게 흘러갔는지 모를 정도로 15명 배우들의 열연과 안톤 체홉과 연출가님의 빈틈없고 재미있는 희곡과 연출은 책을 읽지 않고 온 딸아이도 극 내내 몰입시킬 정도로 재미있었습니다 극이 끝나고 나서 딸도 너무 재미있었다고 다음에도 또 안톤 체홉의 다른 연극들도 보고 싶다고 하더라구요 올 봄에 안톤 체홉의 <벛꽃동산>도 공연하더라구요. 또 보러 와야겠어요^^ ~이렇게 좋은 극장과 연극을 어떻게 알았냐고 딸아이가 물어서 @수북강녕 님과 '그믐'덕분에 알게 되었다고 했습니다. 감사합니다~😍 전 그믐의 <달밤의 낭독>에서 이미 <세자매> 희곡을 읽었고 또 지난주 토요일에 그믐 회원님과 같이 낭독도 하고 이번에 <세자매> 연극을 보니 이해가 가지 않던 내용들도 이해가 가기도 하고 극의 전개가 더 생생하게 다가왔습니다 글로 읽을 때는 둘째 마샤와 유부남 베르쉬닌 중령의 불륜이 이해가 가지 않았고 마샤의 남편이자 교사인 쿨르이긴이 불쌍해서 동정이 갔는데 눈 앞에서 극으로 보니 이해가 가더라구요😅😅 쿨르이긴은 아내의 불륜을 눈앞에서 보고도 모른체하거나 자기는 괜찮다며 자기부정의 모습을 보이고 자신 주변의 힘든 친구를 언급하며 자기 정도면 행복하다며 당면한 문제를 회피하고 자기합리화 하기에 바빴습니다 그러면서도 중간 중간 뜬금없이 자신의 지식을 뽐내며 혼자 뿌듯해합니다. 18살 어린 마샤가 선택한 남자이지만 전혀 대화가 통하지 않는 남편과 평생 살을 부대끼며 살아야하는 19세기의 러시아 여성인 미샤는 탈출구도 없는 상황입니다 마담 보봐리도 이 탈출구를 무분별한 불륜으로 풀어내는데 둘째 마샤 또한 그런 느낌이었습니다 자주 자살소동을 일으키고 무서운 대화재 때도 자신의 두 딸 아이를 화재속에 버려두고 혼자 도망나오고도 남편에게 계속 화를 내는 아내 때문에 고통스러운 삶을 이어가는 베르쉬닌 중령에게도 둘째 마샤는 잠깐이나마 숨돌리는 휴식처같은 존재같았습니다 @장맥주 님이 언급한 페라폰트의 대사 중에 "지난 겨울에 페테르부르크에서는 영하 200도까지 내려갔다더군요."라는 문장이 있는데 이건 오타일까요? 뒤에 2000명이 얼어죽었다는 말도 있는데...라는 언급도 왜 이런 상황이 나왔는지 이해가 가더라더라구요😊 연극 속에서 페라폰트는 여든살 유모 안피사와 비슷한 연세의 귀도 잘 들리지 않는 어르신입니다 그는 @수북강녕 님이 언급하신대로 1891년과 1892년 사이의 기록적 한파와 기근에 대한 두려움을 이렇게 과장해서 표현하는거 같더라구요 더구나 누가누가 그러더라는 식의 '카더라'식의 표현을 즐겨쓰며 자신의 책임은 벗어나며 최대한 과장해서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편인거 같았습니다. 한편으로는 연세가 많으신 유모 인피사나 페라폰트가 '프랑스 대혁명은 1789년에 바스타유습격으로 촉발됐죠'라는 식으로 정확한 수치와 사실을 들며 대화해도 살짝 어색할거 같긴 하더라구요😅😅 글을 쓰다보니 불현듯 4년 정도 사무실에서 같이 일하던 30대 초반 남성직원분이 떠오르네요 그분도 페라폰트식 대화법(과장법으로 잘못된 정보전달)과 카더라식 표현)과 쿨루이긴식 본인의 잘못에 있어자기합리화를 즐겨하셨는데 함께 있는 동안 저는 수면제 복용이 필요했던 아픈 기억이 떠오르네요~ㅜㅜ 안드레이와 아내 나타샤는 눈앞에서 극으로 보니 더 화가 나더라구요 모스크바 교수를 꿈꾸던 그는 그에 따른 어떤 노력 없었고 결국 점심값정도 밖에 나오지 않는다는 지방 시의원에 만족하며 클루이긴식 자기합리화를 시전합니다 그의 아내 나타샤 나중에는 자신의 집 거실로 시의장 프로토포프프를 불러 당당하게 불륜을 하구요 연극을 보면 거실에서 불륜을 하는 나타샤의 웃음소리가 들리고 안드레이는 그 옆에서 무기력하게 아이를 돌보고 있습니다 아내가 다른 남자와 함께 있는걸 방해받지 않도록 말이죠. 1막에서 모스크바를 꿈꾸며 희망에 찼던 막내 이리나의 모습은 뒤로 갈수록 무너져가고 그녀의 절규와 절망에 극은 답답하게 이어집니다 결국 그녀의 삶의 탈출구로 마지막 선택지였던 결혼마저 허무하게 실패하게 되고 자신들의 희망이 완전히 무너진 상황에서 세자매는 절규하듯 자신들의 자리에서 열심히 일을 하겠다고 외칩니다 글로 읽을때는 마지막의 비극적 상황에서 갑자기 왜 세자매가 일을 하겠다고 하는지 의아했는데 이런 생각이 들더라구요 마지막 희망마저 무너지자 자신들의 현실에 분노와 오기가 작동한게 아닌가 하는~^^;; 그러면서도 과연 그들이 꿈꾸는 삶을 모스크바에서 이룰수 있을까 회의적인 생각이 들더라구요 그들은 간절히 모스크바에서 예전 아버지가 계셨을 때의 영화를 꿈꾸지만 그들은 그냥 현실에서 해야 하는 일만 할뿐 그들의 꿈에 도달하기 위한 행동을 하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작가를 꿈꾸는 직장인이 있는데 직장을 다니면서. 자신의 글을 쓰거나 작가가 되기 위한 길을 알아보기 보다 '난 꼭 유명한 작가가 되겠어!!'하며 매번 결심만 하고 그냥 회사원으로서의 지금 주어진 일만 하는 식이지요~~ 그러다보면 안드레이처럼 제자리에서 그대로 남아 자기합리화 하며 주변에는 나타샤같은 사람들만 가득하겠지요~~~ 소극장 안에서 15명의 배우님들의 열연이 공연장을 꽉채우더라구요 신기한건 소극장임에도 한명도 어설픈 배우님이 없으셨어요 놀라운 연기력!! 바로 눈앞에서 눈물과 절규 키스신들까지 직관하니 안톤체홉의 작품이 눈과 마음에 깊게 박히는듯 하더라구요 어제 <응답하라 1988> 드라마에서 박보검의 아버지역을 한 택이 아빠 최무성님도 관객으로 오셔서 신기했습니다^^ 벛꽃이 피는 봄이 오면 안톤 체홉의 <벛꽃동산>을 관람하러 다시 안똔체홉극장을 방문해야겠습니다😍
연뮤덕들에게 '자둘매직'이라는 용어가 있는데요 '자첫' 즉 '자체 첫 공' 때는 느끼지 못했던 매력을 '자둘' 즉 '자체 두 번째 관람' 에서 더 생생하게 느낀다는 뜻입니다 자첫 때도 좋았지만 자둘 때는 더 좋았다고 하기도 하고요 무대예술의 특징상, 첫 관람에서는 극의 흐름을 따라가며 서사를 이해하는데 집중(급급)하게 되는데, 두 번째 관람에서는 (스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각 배우의 대사 하나, 눈빛 하나, 조명과 음향, 소품의 매력까지 더 잘 살필 수 있기에, 그 감동이 커진다는 것이죠 @거북별85 님이 써주신 상세한 후기를 읽으니 마치 제가 '자둘'한 기분입니다 '자둘매직'에 빠지면 답이 없어요 자셋 자넷, 그러다 회전러가 되는 것 같습니다 ㅎㅎ 여러 번의 컷!에 의한 이어붙이기나 거듭되는 재촬영으로 최고의 순간이 편집된 '영화'라는 장르와 달리, 같은 작품이라도 매 회차의 공연이 다르고 관객이 뿜어내는 열기가 다르고 관극에 임하는 내 에너지가 다른 것이 무대예술의 매력인 듯합니다 ♡
그믐 덕분에 희곡을 접해 감사했는데 @수북강녕 님 덕분에 이번에 안똔체홉극장도 알게 되어 너무 든든하고 감사합니다~😍 전에 그믐에서 함께 본 <까라마조프의 형제들> 공연도 신선하고 좋았는데 이번 안똔체홉 극장도 너무 좋더라구요~ 매번 이런 멋진 공연들을 찾아다니시는 @수북강녕 님의 안목도 부럽습니다~👍
저는 아이가 없다 보니 @수북강녕 님과 거북별85 님 처럼 자녀와 함께 공연을 보고 책을 읽고, 그렇게 같은 문화를 향유하는 관계가 정말 부럽습니다. 조카가 있긴 하나 외국에 있고 한국에 있는 조카도 아직 조용히 앉아서 무언가를 잘 이해할 수 있는 나이가 아니라 이런 점이 좀 아쉽네요. 날이 따뜻해지면 저희 어머니 손을 붙잡고 대학로를 나가봐야 될까 싶습니다.
따뜻한 봄. 어머니와 @김새섬 님의 행복한 대학로 나들이 기원합니다~ 그리고 추운 이 겨울도 무사히 지나시길 바랍니다~🙏🙏🙏 가끔 딸아이와의 책 읽는 이야기를 그믐에서 언급하곤 하는데 생각해 보면 매우 감사한 일입니다^^ 종종 말했지만 전 어렸을때부터 지금까지 저와 책이나 공연 또는 전시회에 관해 대화를 나누거나 같이 보러 갈 사람이 친구든 가족이든 아무도 없었거든요~^^;; 그래서 그믐이 항상 너무 고마운 존재랍니다❤️ 그러다 저의 노~~~력도 있었지만 타고난 성향이 책 대화가 가능한 자녀가 생겨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나이가 들수록 보면 가족들끼리 사랑하지만 서로 대화가 통하지는 않는 집들이 정말 많거든요 . <마담 보바리>에서 보바리와 남편이나 안톤 체홉 <세자매>에서 둘째 마샤와 남편 쿨루이긴처럼 말이죠... 아이들은 독립된 존재들이라 곧 부모의 곁을 떠나 자신들의 세상을 찾아갈테구 그렇게보면 부부끼리 서로 대화가 통하는게 제일 좋을거 같더라구요~ 그 점에서는 장작가님 책들이든 <암과 책의 오디세이>에서 장작가님과 @김새섬 님의 모습이 항상 너무 좋아 자꾸 보게 된답니다^^ 가족이라도 서로 사랑하고 대화가 즐거운 관계는 노~~~~력만으로 가능할까?? 라는 생각도 문득 들었습니다. 뜬금없지만 가족이나 친구와 즐거운 시간을 갖고 자연스럽게 미소를 지었다면 감사해야 할거 같아요^^
안똔체홉극장에서 관극 후 보내 주시는 설명 자료들을 받고, 그믐에서 몇몇 분이 따로 또 같이 관극했다는 소식을 포함해 수북강녕 책방 인스타에 올리면서 극장도 태그해 공유 드렸더니, '올가' 역을 하신 정연주 배우님과 '솔료느이' 역을 하신 정신분석가 이강원 배우님이 인스타 팔로우를 해주셨어요 ♡ 덕분에 '소설시장 페스티벌'이라는 연극제를 알게 되어, 다음 주에 또 보러 가기로 했네요 『호밀밭의 파수꾼』『이방인』『빈처』『마음』 등 4편의 작품이 4주간 공연되는 페스티벌이더라고요! ('회전러'에서 '다작러'가 되는 경우 ㅎㅎ)
좋은 극장과 프로그램 소개해 주셔서 감사해요. 수북강녕 님은 역시 그믐의 보물이십니다!
상세한 관극기 감사합니다. 안똔체홉 극장의 칭찬이 자자하네요. 못 봤지만 왠지 여러분들께서 올려주신 글만 읽어도 꼭 직접 본 것 마냥 생생하네요. <벛꽃동산> 도 땡깁니다. ^^
전에 @김새섬 님과 그믐에서 <까라마조프 형제들> 공연보고 행복하게 회원분들과 하이볼 마시던 시간들은 제게 소중하고 행복한 추억으로 남아있답니다~❤️ 책과 공연은 지친 일상을 밝고 신선하게 환기시켜주는 소중한 경험입니다~~~
화제로 지정된 대화
다음 그믐밤인 2월 16일은 우리 민족의 큰 명절, 설날입니다. 이번에는 잠시 낭독의 숨을 고르고, 대신 다른 방식으로 특별한 시간을 준비했습니다. <걸리버 여행기> 출간 300주년을 기념해, 걸리버가 발을 디뎠을 법한 미지의 나라들을 마음껏 상상해 보려 해요. 기발하고 요상한 나라부터 진지하거나 엉뚱한 나라까지, 여러분의 상상력이 닿는 곳이라면 어디든 환영합니다. 아래 링크를 통해 조금 더 자세한 설명을 읽어보실 수 있으니, 설레는 마음으로 함께해 주세요. https://www.gmeum.com/gather/detail/3345
저는 이따 오후에 병원에 가서 MRI 검사를 합니다. 본디 일요일은 병원의 모든 시설이 거의 문을 닫는데, 요즘 MRI 인기(?)가 하도 높아 예외적으로 거의 매일 검사실을 돌리는 것 같아요. 날이 추우니 옷을 따뜻하게 입고 다녀오겠습니다. 댁에 계신 분들도 책과 함께 편안한 일요일 되세요.~~~
겨울나기에 대한 @김새섬 대표님의 분투를 팟캐스트에서 잘 듣고 있습니다 요 며칠 기온이 많이 내려갔는데 따숩게 다녀오셨길 바라요 내일 월요일도 많이 춥다는데 모두 감기 조심하시고 훈훈하게 보내시길요! 상반기 그믐밤 중 "바냐 아저씨"와 "벚꽃 동산"을 읽을 즈음, 이 작품들이 좀더 대중적인 공연 무대에 오르는 시기와도 맞아떨어질 것 같습니다 "국립극단은 5월22~31일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원작에 한국적 변주를 더한 조광화 연출의 <반야 아재>를 선보인다. 데뷔 35년 차를 맞는 조광화는 과감한 연출과 감각적인 미장센으로 다양한 화제작을 만들어왔다. 원작에 혼란스러운 시대상과 현대적 감각을 더해 새로운 울림을 전할 예정이다. LG아트센터는 손상규 연출로 오는 5월7~31일 <바냐 삼촌>을 올린다. 전도연 출연의 <벚꽃동산>, 이영애 출연의 <헤다 가블러>에 이은 세 번째 직접 제작 연극이다. 연극계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 창작집단 양손프로젝트 멤버이자 배우로 활동해 온 손상규는 연출가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정밀한 해석과 미니멀한 스타일로 호평받은 그가 내놓을 이야기도 관심을 모은다." (출처: 경향신문) 체홉과 셰익스피어는 1년 365일 내내 어디선가 공연되고 있는 것 같아요, 정말!
매번 고급 정보 감사합니다~ @수북강녕@수북강녕 님께서 책과 공연 정보들을 끊임없이 공유해주시는게 퍼도퍼도 없어지지않는 전래동화 속 요슐항아리 같습니다^^
제가 사는 도시를 포함 미국의 꽤 많은 주에 눈폭풍이 와서 12개의 주에선 비상사태도 선포되었어요. 화요일까지 휴교여서 계획에도 없던 긴 주말을 보내고 있습니다. 다음 모임 신청도 했고, 체홉의 글은 하나씩 읽으면서 주말을 마무리 중입니다. 그믐밤 함께 글을 읽고 시간을 나눈 기억이 오래 갈 것같습니다. 날이 춥습니다. 모두 건강 챙기시고 다음 모임때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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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러분의 활발한 독서 생활을 응원하며 그믐이 선물을 드려요.
[인생책 5문 5답] , [싱글 챌린지] 완수자에게 선물을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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