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믐밤] 43. 달밤에 낭독, 체호프 2탄 <세 자매>

D-29
매일같이 학교에 나가 늦게까지 수업을 해서 그런지 늘 머리가 아프고, 벌써 할머니라도 된 것 같아. 실제로 학교에서 근무한 지난 4년 동안 기력도 젊음도 나날이 줄어드는 걸 느꼈어. 대신 한 가지 열망만이 갈수록 더 강해지는 것 같아…….
안톤 체호프 <세 자매>
이당시에도 교사라는 직업이 극한직업이었나라는 생각이 드네요^^
12시에 일어나 침대에서 커피를 마시고, 입을 옷을 고르는 데 두 시간을 보내는 그런 젊은 여자가 되느니, 묵묵히 일할 수 있는 황소나 말이 되는 편이 나아요……. 아, 일하지 않는 인생이란 얼마나 끔찍한가요!
안톤 체호프 <세 자매>
이 작품에서는 계속 무의미한 일상에 대해 낮게 평가하고 노동을 강조하던데 왜 일까 좀 궁금했습니다^^
그래요, 그렇겠죠. 그런 게 바로 우리의 운명이지요. 어쩔 수 없는 일입니다. 우리에게 심각하고 의미심장하며 매우 중요한 것처럼 보이는 일도, 세월이 흐르면 잊히거나 하찮아지고 말지요.
안톤 체호프 <세 자매>
방금 후세 사람들이 우리 시대를 위대한 시대로 기억할지도 모른다고 했나? 미안하지만 인간은 비천한 존재라네. 어느 시대나 그랬지……. (일어선다)나란 인간이 얼마나 보잘것없는 존재인지 보게.
안톤 체호프 <세 자매>
아버지께서는 공부로 저희를 많이 들볶으셨어요. 이건 우습기도 하고 바보 같이 들리기도 하지만,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로 살이 찌기 시작하더니, 1년 만에 이렇게 뚱뚱해졌어요. 마치 몸이 억압에서 풀려나기라도 한 것처럼 말이죠. 아버지 덕분에 우리 남매는 모두 프랑스어, 독일어, 영어를 할 줄 알아요. 이리나는 이탈리아어까지 할 수 있죠. 그동안 공부하느라고 겪었던 고생을 생각하면!
안톤 체호프 <세 자매>
이 당시 러시아도 교육열이 이렇게 높았나 신기했습니다^^
이런 시골 도시에서 3개 국어를 한다는 건 쓸데없는 사치예요. 아니, 사치라기보다는 차라리 여섯 번째 손가락처럼 불필요한 방해물이죠. 쓸 데 없는 걸 너무 많이 배웠어요.
안톤 체호프 <세 자매>
학문정진의 중요성을 학창시절에는 강조했는데 세월이 흐르다보면 모든 배움이 유용한가에 대한 의문이 들긴 했습니다^^;;
베르쉬닌 : 아니 저런! (웃는다)쓸 데 없이 너무 많이 배웠다고요! 아무리 따분하고 침울한 도시라도 지적이고 교양을 갖춘 사람은 꼭 필요한 법입니다. 거칠고 고루한 이 도시의 주민들 10만 명 가운데 여러분 같은 부류의 사람이 딱 세 명 있다고 칩시다. 물론 그들에게는 주위의 무지몽매한 대중을 이길 만한 힘이 없습니다. 세월이 흐를수록 그들도 조금씩, 조금씩 군중에게 동화되고 말겠지요. 생활이 그들을 내리누를 겁니다. 하지만 그렇게 그들이 사라진다고 해서 그들의 흔적까지 없어지는 건 아니지요. 여러분과 같은 세 사람이 끼친 영향력으로 인해 비슷한 여섯 사람이 생겨날 테고, 또 그 다음엔 열 두 사람이 생겨날 겁니다. 그런 식으로 여러분과 같은 사람들이 마침내 도시의 다수가 될 때까지 계속 늘어갈 겁니다. 그리하여 2백 년, 3백 년 뒤의 이 지상의 삶은 상상할 수 없을 만큼 아름답고 경탄할 만한 것이 될 테지요. 인간에게는 그런 삶이 필요합니다. 그런 삶을 살지 못하고 있다면, 적어도 그러한 삶을 예감하고, 열망하고, 준비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라도 인간은 자기 할아버지와 아버지가 보고 알았던 것보다 더 많은 것을 배워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안톤 체호프 <세 자매>
과한 배움의 무용성에 대한 베르쉬닌의 반론도 재미있었습니다^^
이리나: 마샤는 오늘 기분이 안 좋은가 봐요. 언니는 열여덟 살에 결혼했는데, 그때는 형부가 세상에서 가장 똑똑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대요. 하지만 지금은 아니죠. 형부는 선량하긴 하지만 그렇게 똑똑하지는 않아요.
안톤 체호프 <세 자매>
사랑하는 사림과 결혼 후 배우자 및 배우자가족들에게 이런 평가를 받는다면 슬플거 같아요~
인생이 아름답다고요……. 그래요, 하지만 겉보기에만 그런 거라면요? 우리 세 자매의 인생은 지금껏 아름답지 않았어요. 잡초가 꽃을 뒤덮듯이 인생은 우리를 짓눌러 왔지요……. 이런, 눈물이……. 안 돼. (서둘러 눈물을 닦고 미소 짓는다)일해야 해요. 일을. 우울해 하고 인생을 비관하는 건 다 노동을 몰라서 생긴 병이에요. 그동안 노동을 경멸한 데 따른 대가인 셈이죠.
안톤 체호프 <세 자매>
베르쉬닌: 그렇군요……. 하지만 내가 보기에는 민간인이든 군인이든 마찬가지 같은데요. 적어도 이 마을에서는 하나같이 재미없는 인간들뿐이거든요. 전혀 다를 게 없어요! 민간인이든 군인이든 이곳 인텔리들이 하는 말을 들어보면, 마누라가 어떻다느니, 집이 어떻고, 영지가 어떻고, 말이 어떻다느니 하면서 죄다 앓는 소리뿐이에요……. 고상한 사색에 뛰어난 러시아인들이 왜 정작 실생활에서는 그렇게 고상하지 못한 걸까요? 대체 왜? 마샤: 글쎄요, 왜 그럴까요?
안톤 체호프 <세 자매>
ㅎㅎ 사색에 뛰어난 러시아인들이 실생활에서 고상하지 못하다고 말하는 이유나 원인도 궁금해집니다^^
다른 직업을 찾아야겠어. 전신국은 나한테 안 맞아. 내가 그렇게 바라고 열망했던 것이 여긴 없어. 시(詩)가 없는, 무의미한 노동…….
안톤 체호프 <세 자매>
베르쉬닌 : (잠시 생각하더니)난 잘 모르겠군요……. 내가 보기에 세상의 모든 것은 조금씩 달라져야 하고, 실제로 우리가 보는 세상은 지금 이 순간에도 달라지고 있습니다. 200년, 300년, 아니 천년이 지나면―시간이 얼마나 걸리느냐는 중요치 않습니다―새롭고 행복한 삶이 찾아올 겁니다. 물론 우리는 그런 인생을 누릴 수 없겠지만, 그러한 삶을 위해 우리는 살고, 노동하고, 또 괴로워하는 것입니다. 네, 우리는 그런 인생을 창조하는 도정에 있습니다. 거기에 우리가 존재하는 의미가 있고, 또 우리의 행복도 있는 겁니다. (마샤가 조용히 웃는다)
안톤 체호프 <세 자매>
투젠바흐 :(그녀를 향해 손가락을 들어 올려 보이며)실컷 웃으라지! (베르쉬닌에게)200년이나 300년 뒤는커녕 100만 년 뒤라 해도 인생은 지금과 똑같을 겁니다. 우리와 전혀 무관한, 혹은 우리의 힘으로는 결코 이해할 수 없는 나름의 법칙에 따라 인생은 언제나 똑같은 모습으로 그렇게 흘러갈 겁니다. 철새들, 예컨대 학을 예로 들어 봅시다. 그것들이 머릿속으로 무슨 생각을 하건 말건 간에 그것들은 어디로, 왜 가는지도 모른 채 날고 있고, 앞으로도 그렇게 날 겁니다. 그것들이 아무리 철학적이 된다 한들 날기를 멈추지 않는 한, 그런 건 아무 소용도 없을 겁니다…….
안톤 체호프 <세 자매>
작성
글타래
화제 모음
지정된 화제가 없습니다
💡독서모임에 관심있는 출판사들을 위한 안내
출판사 협업 문의 관련 안내[모임] 간편 독서 모임 만들기 매뉴얼 (출판사 용)
그믐 새내기를 위한 가이드
그믐에 처음 오셨나요?[메뉴]를 알려드릴게요. [그믐레터]로 그믐 소식 받으세요
괴담 좋아하시는 분들 여기로!
[그믐앤솔러지클럽] 4. [책증정] 도시괴담을 좋아하신다면 『절대, 금지구역』으로 오세요 [책증정] 조선판 다크 판타지 어떤데👀『암행』 정명섭 작가가 풀어주는 조선 괴담[책증정] “천지신명은 여자의 말을 듣지 않지” 함께 읽어요!!
ifrain과 함께 천천히 읽는 과학책
[함께 읽는 과학도서] 천천히 곱씹으며 느리게 읽기 <지구의 짧은 역사> 1부[도서증정][김세진 일러스트레이터+박숭현 과학자와 함께 읽는]<극지로 온 엉뚱한 질문들>
새해에도 계속되는 시의적절
[날 수를 세는 책 읽기ㅡ2026. 2월] '이월되지 않는 엄마 ' [날 수를 세는 책 읽기ㅡ2026. 1월] '시쓰기 딱 좋은 날'
마음껏 상상해요! 새로운 나라!
[그믐밤] 44. <걸리버 여행기> 출간 300주년, 새로운 세상 상상하기
한 권의 책이 한 인간과 한 사회를 변화시킨다
[한길사 - 김명호 - 중국인 이야기 읽기] 제 1권[도서 증정] 1,096쪽 『비잔티움 문명』 편집자와 함께 완독해요[도서 증정] 소설『금지된 일기장』 새해부터 일기 쓰며 함께 읽어요!
경계를 넘나드는 이야기꾼, 정보라
[책방연희 북클럽] 정보라, 최의택 작가와 함께 <이렇게 된 이상 포항으로 간다> 읽기[박소해의 장르살롱] 5. 고통에 관하여 [책 증정] <지구 생물체는 항복하라> 읽고 나누는 Beyond Bookclub 2기
도스토옙스키에게 빠진 사람들
도스토옙스키와 29일을[그믐밤] 5. 근방에 작가가 너무 많사오니, 읽기에서 쓰기로 @수북강녕도스토옙스키 전작 읽기 1 (총 10개의 작품 중에 첫번째 책)
나의 작업실 이야기 들려줄게
문발동작업실일지 7문발동작업실일지 13
내 몸 알아가기
몸이 몹시 궁금한 사람들[한겨레출판/책 증정] 《쓰는 몸으로 살기》 함께 읽으며 쓰는 몸 만들기! 💪이제 몸을 챙깁니다 with 동네책방 숨[도서증정][작가와 함께]그리하여 사람은 사랑에 이르다-춤.명상.섹스를 통한 몸의 깨달음
🎁 여러분의 활발한 독서 생활을 응원하며 그믐이 선물을 드려요.
[인생책 5문 5답] , [싱글 챌린지] 완수자에게 선물을 드립니다
<코스모스>를 읽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
코스모스, 이제는 읽을 때가 되었다!2026년 새해 첫 책은 코스모스! 코스모스, 이제는 읽을 때가 되었다![인생 과학책] '코스모스'를 완독할 수 있을까?
나의 인생책을 소개합니다
[인생책 5문5답] 42. 힐링구 북클럽[인생책 5문5답] 43. 노동이 달리 보인 순간[인생책 5문5답] 44. Why I write
우리 입말에 딱 붙는 한국 희곡 낭독해요!
<플.플.땡> 2. 당신이 잃어버린 것
청명한 독서 기록
[독서 기록용] 콰이강의 다리 위에 조선인이 있었네전쟁과 음악_독서기록용독서기록용_작가와 작품을 분리할 수 있는가?숲이 불탈 때_독서기록용
잘 알려지지 않은 고전들
에세 시리즈 함께 읽기 1. <아이리스> - 엘레나 포니아토프스카[그믐연뮤클럽] 2. 흡혈의 원조 x 고딕 호러의 고전 "카르밀라"[도서증정-고전읽기] 셔우드 앤더슨의 『나는 바보다』
브랜드는 소비자의 마음속에 심는 작은 씨앗
[루멘렉투라/도서 증정] 나의 첫, 브랜딩 레슨 - 내 브랜드를 만들어보아요.스토리 탐험단 세번째 여정 '히트 메이커스' 함께 읽어요![김영사/책증정] 일과 나 사이에 바로 서는 법 《그대, 스스로를 고용하라》 함께 읽기
모집중밤하늘
내 블로그
내 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