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고 온 여름

D-29
나만 일방적으로 애쓰는 것도 다 자기 욕심이다. 상대방은 그럴 마음이 없는데 그러는 건 그냥 낭비다.
이 작가는 눙치다, 열없다, 라는 말을 잘 쓴다.
항상 겸손해라 누가 뭐라고 해도 비난할 자격이 없다. 자신이 그런 운명에 취했으면 자기도 그럴 것이다. 별수 없다. 자긴 타고난 인성이 안 그렇다고. 그런 인성까지 운명일 수 있으니, 건방을 떨어선 안 된다. 자기가 좀 살기 편하면 그냥 운이 좋아서 그런 것뿐이다. 고냥 고맙게 여기며 겸손하게 주어진 역할만 그저 다해라. 남이 자기처럼 못하는 거 이해를 못 하겠다며, 그런 시건방 떨지 말고.
이 작가는 장편보다 단편이 더 나은 것 같다. 단편은 팽팽한데 장편은 뭔가 늘어진다는 느낌이다.
사흘/4일 ‘사흘’은 4일이 아니라 3일이다. 4일에 해당하는 순우리말은 ‘나흘’이다. 이거 잘못 쓰면 자신이 문해력(文解力)에 문제 있다는 말에 힘을 보탤 수도 있다. 표로 한번 정리해 보자. 1일 2일 3일 4일 5일 하루 이틀 사흘 나흘 닷새 6일 7일 8일 9일 10일 엿새 이레 여드레 아흐레 열흘 누구에게나 하루는 24시간씩 공평하게 주어진다. 전국 육상 선수권 대회가 오늘과 내일 이틀에 걸쳐 올림픽 경기장에서 열린다. 이달 사흘에 읍내에서 오일장이 선다는군. 여름 학회가 나흘에 걸쳐 지리산 호텔에서 열릴 예정이다. 김 화백은 그 일을 마치는 데 닷새밖에 안 걸렸다. 두 사람은 엿새 동안 격일로 삼일씩 숙직을 하기로 했다. 김 씨가 떠나고 이레가 되는 날 그녀에게서 편지 한 통이 날아왔다. 태우는 여드레 동안 그 동굴에서 생쌀만 먹으며 살았다. 저는 다음달 아흐레가 출산 예정일입니다. 수지는 웬일인지 열흘이 넘도록 나에게 전화 한 통 하지 않았다.
이렇게 태어난 사람이 이렇게 살고 저렇게 태어난 사람은 저렇게 사는 거다. 자기가 어떻게 살 것인지 정해 그걸 실천해야 한다.
나는 모든 걸 차단하고, 즉 독서에 방해되는 걸 차단하며 이 세상을 사는 것 같다. 오늘도 읽고 있는 책에 세 번 감사의 절을 올렸다.
새 아버지가 착하지만 과연 그런 사람이 있을까. 뭔가 강하게 믿는 것이 아니라며. 현실에서 찾아보기 힘들다. 아마 필름 사진을 찍으며 그렇게 살기로 결심한 것인지도 모른다. 자기만 빠지는 그런 개 있어야 자기 루틴대로 사는 법이다. 아마 출사를 하면 자기만의 시간을 보내는 게 그런 걸 가능하게 하는지도 모른다.
건물도 그렇고 일본은 대체로 정갈하고 깨끗한데 뭔가 중국은 지저분하고 더럽다는 느낌이, 냄새 날 것 같은 느낌이 강하게 든다.
트로트 경연은 화려한데 원래 노래가 느끼하고 토할 것 같은 이미지가 드는 게 트로트인데 왜 그렇게 화려하게 꾸미는지 이해가 안 간다. 꼭 천박한느낌이다. 그래 다른 일반인들은 외면한다. 그것 때문에.
나는 글 읽고 쓸 때가 가장 편안하다.
날아가다/날라가다 ‘날아가다’가 맞다. ‘날라가다’는 표준어가 아니다. 틀리기 쉬운 다른 것도 함께 알아보자. × ○ 눌르다 누르다 서둘르다 서두르다 일르다 이르다 저질르다 저지르다 그녀를 만나면 울적하던 마음이 흔적도 없이 날아가 버린다. 정화는 승강기에 타자마자 닫힘 버튼을 누른다. 새들은 별로 서두르는 기색도 없이 천천히 허공을 비행하고 있었다. 내가 유리창을 깬 범인이라는 사실을 남에게 이르면 널 가만 안 둘 테야. 그녀는 잘못을 저지른 사람처럼 무척 조심스러웠다.
연예인은 제발 걱정하는 게 아니다. 이미지로만 먹고 사는 인간들이다.
이 작가는 지명 같은 것도 잘 안 알려진 것만 사용한다.
건드리다/건들이다 결론적으로 ‘건들이다’라는 말은 없기 때문에 ‘건드리다’가 맞다. 그런데 ‘건들다’는 ‘건드리다’의 줄임말이라 ‘건드리지 마’와 ‘건들지 마’는 둘 다 맞는 표현이지만 ‘건들이지 마’라고는 쓰지 않는다. 탁자 위에 있는 꽃병을 슬쩍 건드렸는데 그만 꽃병이 땅바닥으로 떨어져 깨져 버렸다. 경험 없는 분야는 건드리지 않는 것이 좋겠어.
벌이다/버리다/벌리다 이들의 차이를 간단히 알아보자. 벌이다 일을 계획하여 시작하거나 펼쳐 놓다 버리다 내던지거나 없어지게 하다 벌리다 벌어지게 한다. 동네 사람들이 이장님 댁에서 오늘 술판을 벌일 것이라고 합니다. 첫사랑이 다시 돌아올 거라는 기대는 버려라. 그는 두 팔을 활짝 벌려 기지개를 켜면서 의자에서 일어났다.
코로나를 배경으로 한 소설이라 마스크 쓰는 걸 당연시 여긴다.
기하와 재하가 나이 들어선 그 성격이 반대로 바뀌었다. 아니 본래 모습으로 돌아갈 것인지도 모른다.
토요신문은 중앙일보하고 한국일보는 나오는데, 한겨례와 경향은 발행을 안 하는 것 같다. 돈이 없는 것 같다.
그래도 기록은 남겨야 보잘것없는 시간이지만 그래도 그것을 사진으로 남기면 뭔가 기록이 남는다. 이 지구상에 한때 머물다 간 희미한 표시로. 그것조차 없이 살다 간 인간들도 수두룩하다. 과연 그게 산 것이라고 말하기는 힘들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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