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 수를 세는 책 읽기ㅡ2026. 1월] '시쓰기 딱 좋은 날'

D-29
1월 3일 에세이를 읽으며 잠깐 제 이름에 깃든 의미를 살펴봤습니다.^^ 어릴 땐 부모가 지어준 이름이 맘에 안들었는데 지금은 꽤 괜찮은 이름이네, 만족하며 살고 있어요. 하지만 그믐에서 제가 지은 이름 - 닉네임으로 소통하니 더 자유롭고 즐거워요.
그래도 언젠가 별의 발끝에, 벌의 꿀이 묻어나왔으면 한다.
시쓰기 딱 좋은 날 - 정끝별의 1월 p.24, 정끝별 지음
제 소중한 걸 부려놓고는 홀연 거두어 제 습성에 맞는 곳으로 자리바꿈을 한, 나의 너와 너와 너를 풀어내 여기 두서없이 앉혀놓는다. 내게 잠시 머물렀다 이만 총총 사라지는 숱한 나의 너들의 목록이랄까.
시쓰기 딱 좋은 날 - 정끝별의 1월 p9, 정끝별 지음
기다림 속에서 예측과 기대의 지평선을 지켜보는 지칠 줄 모르는 사냥꾼의 시선을. 경계하면서도 의심 없이 바라보고 그렇게 사랑하라는 것을. 그렇게 너와 너와 나는 나를 먼 곳으로 끌고 가고, 나는 너와 너와 너를 멀리서 끌고 온다. 나를 나이게 하는 오늘의 너는, 내일 떠날 내가 그토록 연연했던 어제의 사랑이었으니, 그래서 빠진 것처럼, 그러나 빠져나가는 것처럼.
시쓰기 딱 좋은 날 - 정끝별의 1월 p9, 정끝별 지음
1월 1일 (에세이) '상자를 여는 마음' 저에게는 '상자'라고 하면 물건들을 모아놓은 공간 그 이상의 의미를 가지지 않았는데요. 작가님에게 '상자'는 영화나 드라마에서 나오는 '타임캡슐'같은 느낌이였을까요? 저에게 어릴적 소중한 것이 무엇이었을지 떠올려봤는데요. 물건중에서는 소중하다고 느낀건 가방이였던 것 같아요. 어릴적 학교에 등교하면서 매던 파란색 가방이 잠시 생각나서 추억에 잠겼네요 ㅎㅎ 어릴적 여러분이 소중해 하던 물건은 무엇이었는지 궁금하네요 ~~
어릴 적 상자는 최고의 놀잇감이자 놀잇감들의 집이었습니다. 내가 기억하는 내 첫 상자는 일곱 살쯤에 가졌던, 빨간 내복이 담겼었던, 마분지로 만들어진 넓적하면서도 납작한 종이 상자였습니다. (중략) 상자가 귀했던 시절이었고, 식구가 많은 집 막내얐던 내가 상자를 차지하는 일이란, 무엇보다 오롯이 내 것의 상자를 갖는 일이란, '어쩌다가의 떡'만 같았으니 말입니다. 상자만 보면 모아두는 건, 그때 익힌 몸의 기억일지도 모릅니다.
시쓰기 딱 좋은 날 - 정끝별의 1월 p13~14, 정끝별 지음
무엇을 넣고 보관할 수 있는 용기로서의 상자는 나뉘고 닫힘으로써 섞이고 이웃함으로써 기억되고 생각됩니다. 마치 우리들 관계처럼, 시간처럼, 기억처럼요. 나는 이미, 쌓아놓은 상자들의 꽤 긴 목록을 가지고 있습니다. 불가해한 '나'들이 담긴 그것들은 내 과거의 서랍이고 함입니다. 미래의 갑이거 궤이고 곽입니다. 내 시간의 곳집이자 내 영혼의 곳간입니다. 거기에 담긴, 아니 담길 것을 무어라 부르든, 자신의 깊은 곳에 간직해온 침묵 혹은 소음의 흔적임에 틀림이 없습니다.
시쓰기 딱 좋은 날 - 정끝별의 1월 p14~15, 정끝별 지음
세계는 상자에서 상자로의 이사이자 이주입니다. 그러니 우리도 제각각의 상자 안에서 잠시 쉬고, 잠시 울고, 잠시 자는 존재일 뿐.
시쓰기 딱 좋은 날 - 정끝별의 1월 p15, 정끝별 지음
1월 2일 (시) '우리집에 온 곰' 아이를 주려고 샀던 곰모양의 키링일까요? 작가님의 시를 보면 시베리아 툰드라에 있는 곰이 집앞에 다가와 있는것만 같네요 😂 아이가 잘 잤니? 하면서 흰곰 배를 꾹꾹 누르는 모습도 귀엽구요. 1일에 읽었던 상자와 연결되는 느낌이에요. 어릴적 소중하게 했던 것들을 떠올리게 하는 에세이와 시네요 ~
작살 이빨은 뽑아야 해 물고 싶어질지도 몰라. 갈고리 발톱도 잘아야 해 긁히면 다쳐. 그래 좋아 그렇게 진한 툰드라 냄새를 피우지 마. 가시털을 세우면 안 돼! 절대로! 그래 그래 착하지 좋아 좋아.
시쓰기 딱 좋은 날 - 정끝별의 1월 p19, 정끝별 지음
손바닥만하게 된 하얀 북극곰 꼭지에 고리를 묶어 아이 가방에 매달아주었더니 온몸을 흔들며 유치원 가는 아이를 따라나선다. 잘 잤니? 흰곰 배를 꾹꾹 누르는 아이에게 어김없이 불러주는 북극곰의 코맹맹이 노래
시쓰기 딱 좋은 날 - 정끝별의 1월 p19, 정끝별 지음
생의 팔 할을 차지하는 불행과 절망은 우리와 무관한 데서 들이닥칠 때가 많다. 그리고 남은 생의 이 할은, 풍파가 잠잠해서 다행이고 서로가 무사해서 행복임을 깨닫는 날들이다. 우리는 이 할의 다행과 행복을 꿈꾸며 추파를 던지며 산다.
시쓰기 딱 좋은 날 - 정끝별의 1월 p.37, 정끝별 지음
별들의 맨 끝에 명왕성이라는 젖은 심장이 있었다. 그러니 내가 노래하는 것은 악기이고 별이고 꽃이고, 왜소해진 명왕성의 젖은 심장이다.
시쓰기 딱 좋은 날 - 정끝별의 1월 p.34, 정끝별 지음
다행이 행복의 동의어임을 눈치채듯, 사랑이라는 게 서로에게 바닥이 되어주는 것임을 눈치챌 때도 있다.
시쓰기 딱 좋은 날 - 정끝별의 1월 36~37페이지. "추파, 춥스!", 정끝별 지음
난다]시리즈를 여러 권 만났는데 시인마다의 멋이 있어 좋았던 시리즈였어요. 그런데 정끝별 시인의 시는 오은 시인의 시처럼 단어로 세상을 나를 말하지만 뭔가 다르네요.
@처음과시작 님 안녕하세요~^^ 난다 시리즈를 여러권 보셨다니..더욱 반가운 마음이어요. 이번 1월의 책도 참 좋지요?~^^
네. 참말로 좋네요.
좋다하시니 더욱 좋은 마음입니다.~^^
와락의 순간들이 가까스로 지금-여기의 나를 나이게 한다. 와락 안겨오고 와락 떠나가는 것들, 와락 그립고 와락 슬픈 것들, 와락 엄습하고 와락 분출하는 것들, 와락 저편으로 이편의 나를 떠넘겨주는 것들, 그런 물컹하고 축축한 와락의 순간들이 밋밋하게 되풀이되는 이 삶을 울그락불그락 살아내게 한다.
시쓰기 딱 좋은 날 - 정끝별의 1월 "와락" 35P, 정끝별 지음
그렇게 잎들을 다 떨군 채 미라처럼 서 있는 저 겨울나무숲은, 얼마나 많은 바람과 햇빛과 눈비와 꽃의 기억을 간직하고 있을까요? 저 겨울나무들은 시간과 망각을 어떻게 견뎌내는 걸까요?
시쓰기 딱 좋은 날 - 정끝별의 1월 p.43, 정끝별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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