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 수를 세는 책 읽기ㅡ2026. 1월] '시쓰기 딱 좋은 날'

D-29
어릴 적 상자는 최고의 놀잇감이자 놀잇감들의 집이었습니다. 내가 기억하는 내 첫 상자는 일곱 살쯤에 가졌던, 빨간 내복이 담겼었던, 마분지로 만들어진 넓적하면서도 납작한 종이 상자였습니다. (중략) 상자가 귀했던 시절이었고, 식구가 많은 집 막내얐던 내가 상자를 차지하는 일이란, 무엇보다 오롯이 내 것의 상자를 갖는 일이란, '어쩌다가의 떡'만 같았으니 말입니다. 상자만 보면 모아두는 건, 그때 익힌 몸의 기억일지도 모릅니다.
시쓰기 딱 좋은 날 - 정끝별의 1월 p13~14, 정끝별 지음
무엇을 넣고 보관할 수 있는 용기로서의 상자는 나뉘고 닫힘으로써 섞이고 이웃함으로써 기억되고 생각됩니다. 마치 우리들 관계처럼, 시간처럼, 기억처럼요. 나는 이미, 쌓아놓은 상자들의 꽤 긴 목록을 가지고 있습니다. 불가해한 '나'들이 담긴 그것들은 내 과거의 서랍이고 함입니다. 미래의 갑이거 궤이고 곽입니다. 내 시간의 곳집이자 내 영혼의 곳간입니다. 거기에 담긴, 아니 담길 것을 무어라 부르든, 자신의 깊은 곳에 간직해온 침묵 혹은 소음의 흔적임에 틀림이 없습니다.
시쓰기 딱 좋은 날 - 정끝별의 1월 p14~15, 정끝별 지음
세계는 상자에서 상자로의 이사이자 이주입니다. 그러니 우리도 제각각의 상자 안에서 잠시 쉬고, 잠시 울고, 잠시 자는 존재일 뿐.
시쓰기 딱 좋은 날 - 정끝별의 1월 p15, 정끝별 지음
1월 2일 (시) '우리집에 온 곰' 아이를 주려고 샀던 곰모양의 키링일까요? 작가님의 시를 보면 시베리아 툰드라에 있는 곰이 집앞에 다가와 있는것만 같네요 😂 아이가 잘 잤니? 하면서 흰곰 배를 꾹꾹 누르는 모습도 귀엽구요. 1일에 읽었던 상자와 연결되는 느낌이에요. 어릴적 소중하게 했던 것들을 떠올리게 하는 에세이와 시네요 ~
작살 이빨은 뽑아야 해 물고 싶어질지도 몰라. 갈고리 발톱도 잘아야 해 긁히면 다쳐. 그래 좋아 그렇게 진한 툰드라 냄새를 피우지 마. 가시털을 세우면 안 돼! 절대로! 그래 그래 착하지 좋아 좋아.
시쓰기 딱 좋은 날 - 정끝별의 1월 p19, 정끝별 지음
손바닥만하게 된 하얀 북극곰 꼭지에 고리를 묶어 아이 가방에 매달아주었더니 온몸을 흔들며 유치원 가는 아이를 따라나선다. 잘 잤니? 흰곰 배를 꾹꾹 누르는 아이에게 어김없이 불러주는 북극곰의 코맹맹이 노래
시쓰기 딱 좋은 날 - 정끝별의 1월 p19, 정끝별 지음
생의 팔 할을 차지하는 불행과 절망은 우리와 무관한 데서 들이닥칠 때가 많다. 그리고 남은 생의 이 할은, 풍파가 잠잠해서 다행이고 서로가 무사해서 행복임을 깨닫는 날들이다. 우리는 이 할의 다행과 행복을 꿈꾸며 추파를 던지며 산다.
시쓰기 딱 좋은 날 - 정끝별의 1월 p.37, 정끝별 지음
별들의 맨 끝에 명왕성이라는 젖은 심장이 있었다. 그러니 내가 노래하는 것은 악기이고 별이고 꽃이고, 왜소해진 명왕성의 젖은 심장이다.
시쓰기 딱 좋은 날 - 정끝별의 1월 p.34, 정끝별 지음
다행이 행복의 동의어임을 눈치채듯, 사랑이라는 게 서로에게 바닥이 되어주는 것임을 눈치챌 때도 있다.
시쓰기 딱 좋은 날 - 정끝별의 1월 36~37페이지. "추파, 춥스!", 정끝별 지음
난다]시리즈를 여러 권 만났는데 시인마다의 멋이 있어 좋았던 시리즈였어요. 그런데 정끝별 시인의 시는 오은 시인의 시처럼 단어로 세상을 나를 말하지만 뭔가 다르네요.
@처음과시작 님 안녕하세요~^^ 난다 시리즈를 여러권 보셨다니..더욱 반가운 마음이어요. 이번 1월의 책도 참 좋지요?~^^
네. 참말로 좋네요.
좋다하시니 더욱 좋은 마음입니다.~^^
와락의 순간들이 가까스로 지금-여기의 나를 나이게 한다. 와락 안겨오고 와락 떠나가는 것들, 와락 그립고 와락 슬픈 것들, 와락 엄습하고 와락 분출하는 것들, 와락 저편으로 이편의 나를 떠넘겨주는 것들, 그런 물컹하고 축축한 와락의 순간들이 밋밋하게 되풀이되는 이 삶을 울그락불그락 살아내게 한다.
시쓰기 딱 좋은 날 - 정끝별의 1월 "와락" 35P, 정끝별 지음
그렇게 잎들을 다 떨군 채 미라처럼 서 있는 저 겨울나무숲은, 얼마나 많은 바람과 햇빛과 눈비와 꽃의 기억을 간직하고 있을까요? 저 겨울나무들은 시간과 망각을 어떻게 견뎌내는 걸까요?
시쓰기 딱 좋은 날 - 정끝별의 1월 p.43, 정끝별 지음
지상에 펼쳤던 마음들을 하나씩 거둘 때마다 그 자리에 허공이 생겨났습니다.
시쓰기 딱 좋은 날 - 정끝별의 1월 p.43, 정끝별 지음
1월 4일 (에세이) 여왕처럼 키가 큰 날ㅡ '옛날이야기 하나를 들려드리겠습니다.' 지금여기~에서.... 저기 너머 저기 너머에 깃든 시간의, 생명의, 언어의 기원... 그곳을 향한 마음과 궁금함이 때로는 답답함, 불안함을 안겨주기도하는데.. 오룩은 그곳을 보고 느끼고 들었네요.. 어떤 마음이었을지? 그 이야기를 좀더 듣고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1월 5일 (에세이) 매생이굴국을 먹는날ㅡ'단짝과 단편들' 별이라는 글..참 예쁜 글이라 생각하며 읽었습니다. 와락이라는 단어를 깊이 생각해본적은 없었네요. 물컹하고 축축한 와락은 더더욱 생각해본적은 없는데.. 저의 삶에도 분명 있었을꺼에요 추파춥스~~~~ 저는 와락을 경험하고 추파춥스를 맛있게 먹으면 어떨까?하고 생각했어요. 어떤 맛이 기억이 나실까요? 좋아하는 맛은요? 저는 핑크에 아이보리빛 색이 섞여있던 추파춥스를 좋아했었어요. 집...집이 반석처럼 앉아있다.. 넓고 편편한 큰돌이라는 뜻처럼 앉아있는 집. 그 집이 있어서 다행이라는 말이 떠오르기도하면서 여러 생각들이 오고가네요. 늘인 오늘~~~~ 서핑하듯 잘 지내셨나요?
1월 6일 (에세이) 필레스트리나를 듣는 날ㅡ'나무의 미라' 소리의 묘혈, 빛의 묘혈 ~ 소리도없고, 빛도 없는 동굴같은 곳에 숨거나, 혼자만의 시간을 갖고싶었던 순간의 기억이 떠오르는 단어였어요. 허공을 만들며 떨어지는 잎들이 만들어내는 음악 소리? 그 소리는, 그 음악은 어떨까요? 겨울나무들이 시간과 망각을 어떻게 견디는지? 저도 알고싶다 생각했어요. 저는 초록초록하고 노랗고 불그레한 나무들도 좋지만, 겨울 나무의 가지가 선명하게 드러난 자태도 좋습니다. 작가가 말한 허공을 만들어낸 그 공간을 바라보는것도 좋아해요. 그렇게 만들어낸 공간, 허공을 바라보고 있는 사람이 또 있다는걸 아니 반가운 마음이 듭니다. 겨울나무를 보며 어떤 이름을 붙이고싶으세요? 겨울 나무, 나무를 보며 드는 생각과 마음은 어떤것일까요?
겨울에는 소란하던 것들이 잠잠해져서 정말 고요함을 제대로 경험할 수 있는 시간이예요. 허공이 만들어진 공간마저도 가만히 관찰하며 진실된 마음을 정리하는 것이 무척 매력적이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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