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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30. <항해사 흰닭, 파드레, 그리고 오렌지…>
모임 유형[함께읽기]모집 인원최소 1명 / 최대 제약 없음신청 기간2026.01.06까지모임 기간2026.01.07~2026.01.31 (25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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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집 성공
모임지기의 말
참여 인원1
새해 2026년에도 서른 번째 벽돌 책 함께 읽기는 계속됩니다. 중국의 고전학자 리링은 인문학의 가치를 “쓸모없음”에서 찾았습니다. 돈벌이처럼 세상 사는 일에 도움이 되는 ‘쓸모’를 말해야 조금이라도 주목을 받는 세태와는 아주 거리가 먼 얘기죠. 저는 책 읽기도 어느 정도는 리링이 말하는 인문학의 가치와 비슷하다고 생각합니다. “쓸모없음”의 미덕이죠.
이렇게 쓸데없는 얘기를 늘어놓은 까닭은 1월에 함께 읽을 벽돌 책도 ‘쓸모’를 따지기 시작하면 절대로 손에 들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작년(2025년) 말에 나온 딜런 유의 『항해사 흰닭, 파드레, 그리고 오렌지 반란군의 기이한 모험』(뿌리와이파리)이 그 책입니다. 부제(‘16~17세기 동아시아와 유럽의 만남’)를 확인해야 책의 정체를 대충이라도 파악할 수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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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만 보면 판타지 소설 같은 이 책에 처음 눈이 간 것은 제목의 “오렌지 반란군” 때문이었습니다. 마침, 그즈음 미국의 정치학자 파리드 자카리아의 『역사는 어떻게 진보하고 왜 퇴보하는가』(부키)를 읽었습니다. 그런데 그 책에서 자카리아는 ‘최초의 자유주의 혁명’으로 17세기 초의 네덜란드 혁명을 꼽았습니다.
근대 시민 혁명의 시초로 평가받는 ‘네덜란드 혁명’에 아는 게 없구나, 생각하던 참에 이 책의 “오렌지 반란군”과 부제의 “17세기”를 보자마자 그 네덜란드 혁명이 소재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죠. 맞았습니다. 하지만 이 책은 네덜란드 혁명의 배경을 살짝 건드리고 나서, 민주주의와 자본주의의 맹아를 품었던 네덜란드가 어떻게 머나먼 동아시아의 문을 두드렸는지 살핍니다.
네덜란드가 나오면 당연히 그 나라가 독립 전쟁을 했던 스페인과 그 이웃 나라 포르투갈이 나와야죠. 실제로 동아시아에는 포르투갈, 스페인, 네덜란드가 16~17세기 교류의 주역이었으니까요. 제목의 ‘파드레’는 포르투갈, 스페인이 주도한 동서 교류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 ‘신부님’의 활약에 초점을 맞춥니다.
그럼, 알쏭달쏭한 ‘흰닭’은요? 이 책은 1653년 한국의 제주도에 표류해 억류당한 네덜란드의 하멜 일행 이야기부터 시작합니다. ‘흰닭’은 이 하멜 일행의 알려지지 않은 비극의 주인공이었답니다. 저자는 네덜란드인 하멜 일행은 도대체 왜 17세기 후반 조선에서 억류당하는 운명에 처했는지, 그 질문에 답하는 얽히고설킨 이야기를 이 책에서 풀어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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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저자 ‘딜런 유’도 언급해야겠습니다. 저자는 오랫동안 상사에서 원재료 수입 업무를 담당하다가 무역과 동서 교류의 역사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특히 16~18세기의 동양과 서양 간의 경제와 문화 교류를 파고들며 공부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니, 이 책은 30여 년에 걸쳐 저자가 주경야독한 결과물인 셈입니다.
저자가 선을 긋고 있듯이, 철저하게 주경철의 『대항해 시대』(2008) 같은 해당 분야 역사학자가 깔아놓은 ‘학술적인 연구 성과’의 바탕 위에 놓인 책입니다. 여기에다 저자가 확인한 사료 등을 최대한 활용하면서 다큐멘터리 같은 이야기를 구성했습니다. 독자는 어깨에 힘을 빼고서 저자가 공들여서 큐레이션한 동서 교류사의 한 장면을 즐기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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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도 말하듯이 이 책은 “체계적인 역사서도 아니고 오늘의 한국인에게 던지는 역사의 교훈도” 아닙니다. “지나치게 많은 정보(TMI)”에 헛웃음이 나올 수도 있습니다. (폄훼가 아니라!) 글머리에 언급했듯이 “쓸모없음”의 정수를 보여주는 책이라고나 할까요. 21세기 한국의 독자 가운데 이 책의 내용을 ‘쓸모 있게’ 이용할 재주가 있는 사람을 찾기는 어려울 테니까요.
하지만 “그저 먼저 살았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찬찬히 읽고 나면, 역사와 그것을 만드는 평범한 사람의 힘에 대한 감동이 있습니다. 덤으로, 지정학적 변화의 한복판에 서 있었던 16~17세기 동아시아, 그리고 한반도의 ‘선택’을 둘러싼 수많은 이야기가 뜻밖의 통찰도 줍니다. 새해 첫 벽돌 책으로 『항해사 흰닭, 파드레, 그리고 오렌지 반란군의 기이한 모험』을 권하는 이유입니다.
2026년의 첫 달, 우리에게 아무런 ‘쓸모’도 없을지 모를 이 기이한 모험에 기꺼이 동참해 보시겠습니까? 이 모임은 온라인 독서 플랫폼 ‘그믐’의 게시판에서 신청자의 자발적인 참여로 진행됩니다. 저는 최소한의 가이드 역할만 담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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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함께 읽은 벽돌 책(총 29권)
2023년
『아메리칸 프로메테우스』 (2023년 8월)
『권력과 진보』 (2023년 9월)
『위어드』 (2023년 10월)
『변화의 세기』 (2023년 11월)
『어떻게 살 것인가: 삶의 철학자 몽테뉴에게 인생을 묻다』 (2023년 12월)
2024년
『사람을 위한 경제학』 (2024년 1월)
『경제학자의 시대』 (2024년 2월)
『앨버트 허시먼』 (2024년 3월)
『감정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2024년 4월)
『나쁜 교육』 (2024년 5월)
『화석 자본』 (2024년 6월)
『세상이라는 나의 고향』 (2024년 7월)
『증오의 시대, 광기의 사랑』 (2024년 8월)
『메리와 메리』 (2024년 9월)
『중국필패』 (2024년 10월)
『마오주의』 (2024년 11월)
『노이즈』 (2024년 12월)
2025년
『행동』 (2025년 1월)
『호라이즌』 (2025년 2월)
『3월 1일의 밤』 (2025년 3월)
『세계를 향한 의지』 (2025년 4월)
『어머니의 탄생』 (2025년 5월)
『냉전』 (2025년 6월)
『소련 붕괴의 순간』 (2025년 7월)
『일인 분의 안락함』 (2025년 8월)
『조지 오웰 뒤에서』 (2025년 9월)
『경이로운 생존자들』 (2025년 10월)
『왜 선한 지식인이 나쁜 정치를 할까』 (2025년 11월)
『미셸 푸코: 1926~1984』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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