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30. <항해사 흰닭, 파드레, 그리고 오렌지…>

D-29
최근에 <옥스퍼드 세계사>를 읽었는데 세계사의 시대 구분을 할 때 글로벌 기후 변동을 기준으로 놓더군요. 인용해주신 소빙기도 엄청 중요하고요. 제가 학교에서 역사를 배울 때만 해도 석기 청동기 철기나 고대 중세 근대 등의 구분만 배웠던 걸로 기억하는데 말이죠. 세계사를 보는 패러다임이 예전과는 많이 달라진 것 같아요. 역사도 과학처럼 교과서를 계속 다시 써야 하는 학문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옥스퍼드 세계사영국 옥스퍼드대 출판부에서 펴내는 '도판과 함께 읽는 옥스퍼드 역사 시리즈(The Oxford Illustrated History)'의 세계사 편이다. 저자는 펠리페 페르난데스아르메스토 외 10인이고, 각종 사진과 도표 일러스트 등이 150여 컷 삽입되어 있어 보는 재미가 있다.
일러스트레이티이드 된 역사책이라니 더더욱 재밌겠어요~
네, 재미있어요! 그런데 제가 지금껏 알던 세계사 통사랑은 스타일이 많이 달라 낯설기도 하고, 챕터별 저자가 각각 달라서 책에 적응하는 데 시간이 걸렸답니다. 하지만 좋은 책인 것만은 분명합니다.
오 이 책 읽어보고 싶어 찜해놓은 책인데 비싸보여서;;; 아직 엄두를 못 낸 책인데 재미있나봐요. 막 장바구니에 넣고 싶은 충동이 뿜뿜합니다.
저도 얼마전에 읽으려고 담아두었던 책인데 먼저 읽으셨다니 궁금해져요. 이번 책에서 중세와 근대 사이 ‘근세’를 다루는 것도 재밌더라구요~
이제부터 들려드리는 이야기는 370여 년 전 한국의 해안에 불시착하여 17세기 전 지구적 소빙기의 혹독한 겨울을 넘기기 위해 이야기를 들려주고 밥을 얻어먹었다던 자삼들, 그 사람들처럼 넓은 바다를 건너 지구의 이쪽저쪽을 왔다갔다 하면서 자신과 다른 사람들을 만나고 때로는 싸우고 때로는 인연을 맺었던 바로 그런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항해사 흰닭, 파드레, 그리고 오렌지 반란군의 기이한 모험 - 16~17세기 동아시아와 유럽의 만남 딜런 유 지음
하멜의 일기에 따르면 처음에 64명이 배에 올랐다가 난파 직후 살아남은 자가 겨우 36명이었습니다. 이 가운데 처음 하멜과 같이 탈출한 일행이 8명이고 이후 네덜란드 상관이 있던 데지마에서 바쿠후를 통해 정식으로 남은 인원의 송환을 요구하여 조선에서 대마도를 거쳐 나가사키로 귀환한 일행이 7명입니다. 차이가 무려 21명입니다. 이 21명은 결국 조선땅에 몸을 묻은 것이죠. 귀환한 사람들의 이름은 하멜이 모두 별도로 보고했지만 죽은 이들의 이름은 거의 남아 있지 않습니다. 조선에 표착한 후에 유명을 달리한 사람들의 이름 중에 몇 안되지만 이름이 남겨진 사람으로 헨드릭 얀서라는 항해사가 있습니다.
항해사 흰닭, 파드레, 그리고 오렌지 반란군의 기이한 모험 - 16~17세기 동아시아와 유럽의 만남 딜런 유 지음
이 글의 기리시단, 혹은 길리시단은 원래 크리스천을 의미하는 포르투갈어 크리스탕을 일본에서 한자로 옮겨 쓰던 표기입니다
항해사 흰닭, 파드레, 그리고 오렌지 반란군의 기이한 모험 - 16~17세기 동아시아와 유럽의 만남 29, 딜런 유 지음
일본어로는 절지단, 절사단이라는 부정적인 표현을 사용했었는데, 조선은 길할 길 자를 사용하여 오히려 나쁘지 않은 어감으로 표현하고 있다는 부분도 인상적입니다 (연암 박지원의 보고서에 등장하는 부분, 29)
그쵸. 같은 음이라도 어떤 의미의 한자를 쓰는지에 따라 느낌이 완전 다르네요..
2장의 제목, 동중국해의 템페스트: 백계와 호탄만의 기이한 조우. 를 보며, 이 기이한 제목의 맥락을 이해하는것이 쉽지 않았네요 ㅎㅎ 작가님의 작가적 창의성이 돋보이는 재밌는 제목 같아요. 뒤로 가면서도 제목을 해독하는 재미가 있습니다. 동중국해, 남중국해 등의 표현을 뉴스에서 종종 보는데, 역사적으로 왜 이부분이 중요한지도 뒤로가면서 잘 나오네요. 저는 백계, 흰닭이 얼굴이 하얗고 닭처럼 생겨서 그리 불렀나 했는데 ㅋㅋ 핸드릭이라뇨. 정말 재밌게 읽었습니다.
이에 일본 민중들이 그 설을 한 번 듣고서 염세적인 생각에 휩쓸리어 제 몸뚱이 보기를 표류하는 뗏목이나 부러진 갈대 줄기처럼 여겨, 세상일에 구애받지 않고, 사는 것이 즐거운 줄도 모르며, 칼에 죽거나 형에 죽는 것을 도리어 자신의 영화로 여겼다.
항해사 흰닭, 파드레, 그리고 오렌지 반란군의 기이한 모험 - 16~17세기 동아시아와 유럽의 만남 p.28, 딜런 유 지음
길리시단에 대한 연암 박지원 보고서가 흥미롭습니다. 당시 일본과 공조체제가 만들어질 정도다고 하니 서학에 대한 경계심이 어땠을지 상상이 되었어요.
오늘 분량에서 헨드릭 얀손이 ‘백계야음사이은’으로 이어지는 이야기가 재밌어요. 글의 호흡이 따라가기 편해서 잘 읽힙니다. 작가님 오셔서 반갑습니다. :)
동감입니다. 저자께서 고운당필기, 연암집, 연경재전집, 지영록 등의 고문서 원문과 네덜란드 이름 관행까지 직접 파헤쳐가며 ‘백계야음사이은’의 의미를 추적하는 과정이 너무 재밌었어요. 글도 친절해서 잘 읽히고요. 책 뒤의 ‘더 자세히 읽어보시려면’을 열어보니 ‘야음사이은’의 해석은 기존 연구들과 무관한 저자의 의견이라 써 있네요. 독창성에 더욱 감탄했습니다.
기존 연구들과 무관하다지만.. 백계와 흰닭의 연관성도 그렇고 야음사이은이란 단어를 읽고 잘 모르는 저도 응? 얀슨이란 성과 비슷하네? 생각했거든요. 얀슨은 영어의 존슨과 같은 어원의 아주 흔한 이름이고.. 영어이름에도 Jackson, Johnson, Henson, Paulson(또는 Paulsen) 등 누구누구의 아들 식으로 -son자로 끝나는 성이 많으니 가능성이 높은 것 같아요. 말이 안 통해서 26명 익사하고 36명 생존했다는 것을 몸짓으로 표현한 걸 추리하는 것 같이 외국어의 통역 과정에서 와전된 것을 추리해내는 과정이 너무 재미있어요. 이래서 앞에서 그렇게 자세히 표기에 대해 미리 알려주셨구나..하고 감탄했어요.
동아시아 바다에 정기적으로 등장한 유럽인들은 그보다는 영혼을 담보로 맡긴 채 목숨을 걸고 바다로 나가 일확천금을 꿈꾸던 드리머들에 가까웠습니다.
항해사 흰닭, 파드레, 그리고 오렌지 반란군의 기이한 모험 - 16~17세기 동아시아와 유럽의 만남 딜런 유 지음
저도 TMI, 평범한 사람들의 얘기에 끌립니다.! 역사는 세상에 대한 영향력의 크기로 기술되기에, 그 속에서 저 같은 범인들은 디테일과 다른 시선과 각도의 서사는 언제나 생각의 저변을 넓혀주는 것 같아 좋습니다. '백계야음사이은', '흰듥얌신' '호탄만'과 캡틴.. 의미를 알아가는 재미가 쏠쏠했습니다.. 특히 '흰듥얌신'은 꽤 비슷하게 한글로 표기했다는 생각도 들고 자꾸 발음해보게 되네요 ㅋㅋ 효종 시절 배경에 대해 미리 여기서 읽고 도움되었어요. 이 시절에 표류자 정보/송환에 대해 국제공조체제가 있었다는 것이 신선한 정보였습니다.. 전쟁을 두번씩이나 했는데도 말이죠..
일반적으로 남만인이라도 표류한 사람이라면 돌려보내는 것이 유교적 세계의 관행이지만, 문제는 1627년이 바로 정묘호란의 해. 당시 한창 후금의 공세로 이미 밀리기 시작한 명나라 조정으로 보내는 것은 불가능한 상황이었다는 것입니다 . 그래서 이들을 부산으로 보내 왜관에 통보하고 인수할 것을 요청합니다. 그런데 뜻밖에도 왜관을 운용하고 있던 대마도에서는 이들을 ‘자신들이 모르는 사람들이라서 인수를 할 수 없다.' 라고 대답을 합니다.
항해사 흰닭, 파드레, 그리고 오렌지 반란군의 기이한 모험 - 16~17세기 동아시아와 유럽의 만남 딜런 유 지음
저도 책 읽으면서 흰듥핸드륵 흰듥얌신 흰닭얀서 핸드륵얌신 핸드륵야음사이은 몇번이나 쭝얼쭝얼댔는지 모릅니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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