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30. <항해사 흰닭, 파드레, 그리고 오렌지…>

D-29
응아이를 찾아내는 과정을 살펴보면 문득 이런 씁쓸한 생각도 듭니다. 뭐랄까, 20세기 초반 동아시아가 그저 생존이 더 급급하던 시기에 '어이, 너네가 스스로 할 수 없으면 잠시 옆으로 비켜 있어줄래'하며 조연과 주연이 바뀌어버린 그런 느낌이랄까요. 정작 그 상황을 누가 먼저 만든 건가는 차치하고 말입니다.
항해사 흰닭, 파드레, 그리고 오렌지 반란군의 기이한 모험 - 16~17세기 동아시아와 유럽의 만남 157, 딜런 유 지음
후난성 카이펑부의 이츠러예족. 중국 한복판에서 몇백년 살고 있던 유대인이 자신의 종교를 지키면서 유학자가 되어 관리가 되고 마테오 신부를 찾아간 일의 여파가.. 13세기 추방령이 있었던 잉글랜드에 유대인들이 다시 들어갈 기회가 되고 홍콩 상하이로 뻗어나가 국제금융의 큰손이 되었다는 얘기라니요! 게다가, 유대인 디아스포라 역사를 한번 훝으면서, 베니스의 상인 사일록 세파딤 유대인이라고 살짝 언급해 주시는 박식함과 센스. 시대와 장소를 넘나 들며 얽힌 이야기들. 감탄하게 됩니다.!
Aida 님의 정리로 한 눈에 들어와요! 저도 매우 감탄하며 읽었습니다!
첸치쿠징을 보내달라는 이유 중 하나는 이들 외계인이 어쩌면 병을 치료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것이었습니다. 핀투는 왕에게 자신은 의사가 아니라며 대신 그가 중국에서 가져온 영험한 식물을 바칩니다. 이 식물을 물에 달여벅은 왕은 30일이 지나자 2년 만에 마침내 일어나 걸을 수 있게 됩니다. 실은 일본에는 원래부터 인삼이 자생하지도 않았고 이때는 아직 조선이나 중국으로부터 수입이 되지도 않았던 시절입니다. 그래서 중국에서 가져온 이 약용 식물은 아마도 인삼이 아닌가 하고 추정하고 있습니다.
항해사 흰닭, 파드레, 그리고 오렌지 반란군의 기이한 모험 - 16~17세기 동아시아와 유럽의 만남 96p, 딜런 유 지음
예수회의 눈에는 과학은 우주 속에서 드러나는 신의 섭리를 이해하는 과정이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선교와 과학 연구와 교육이 분리된 다른 분야가 아니었습니다.
항해사 흰닭, 파드레, 그리고 오렌지 반란군의 기이한 모험 - 16~17세기 동아시아와 유럽의 만남 97p, 딜런 유 지음
스페인과 포르투갈의 왕실은 기본적으로 기독교의 이름을 걸고 이슬람과의 전쟁을 통해 형성된 국가들이었습니다. 그래서 선교의 방침도 '정복적 선교'랄까요. 우선 점령하고 기독교로 개종시킨다는 방침을 시행하고 후원했습니다. 남아메리카에서 행해진 이런 방식의 점령과 식민지화, 강제 개종의 패턴은 잘 알려져 있습니다.
항해사 흰닭, 파드레, 그리고 오렌지 반란군의 기이한 모험 - 16~17세기 동아시아와 유럽의 만남 딜런 유 지음
역시 시대적인 한계입니다만, 발리냐노도 아프리카인, 말레이 인도네시아와 아메리카의 원주민 심지어 무굴 제국의 인도인들은 신앙을 받아 들일 수는 있지만 사제가 되기에는 지적으로 영적으로 부족하다고 믿었습니다. 물론 인도인들에 대한 태도는 이후 인도 생활이 길어지면서 조금 수정되기는 했습니다만 기본적인 태도는 크게 바뀌지 않았다고 합니다.
항해사 흰닭, 파드레, 그리고 오렌지 반란군의 기이한 모험 - 16~17세기 동아시아와 유럽의 만남 딜런 유 지음
그런데 근세 유럽인들이 유럽 바깥에서 처음으로 마주친 고도로 발달한 비기독교 사회인 중국와 일본은 '젠티 비앙카' 즉 '백인'이라고 판단했습니다. 선교의 방침에 대해 포르투갈 왕의 동의를 얻어낸 발리냐노는 이후 일본과 중국에 기존의 포르투갈 왕실의 이해관계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선교정책을 시행할 수 있게 됩니다. 일본의 예수회는 그래서 나가사키에 신학교를 세워 사제를 양성하고 심지어 로마에 소년 대사를 파송하는 작업들을 할 수 있었습니다.
항해사 흰닭, 파드레, 그리고 오렌지 반란군의 기이한 모험 - 16~17세기 동아시아와 유럽의 만남 딜런 유 지음
이 부분을 읽으며 왜 아프리카인 말레이 인도네시아와 아메리카의 원주민 심지어 무굴 제국의 인도인들은 사제가 되기에는 지적으로 영적으로 부족하다고 생각하면서 중국과 일본은 사제 양성이 가능하다고 판단했는지 이유가 궁금합니다^^
@거북별85 당시 유럽인들이 보기에, 중국과 일본 사회는 아프리카나 아메리카 등에 비해 문자라든지 정치, 행정, 종교, 생활양식 등등 문화 면에서 고도로 문명이 발달했다고 판단, ‘웅 이동네 사람들은 잘만 가르치면 우리랑 수준이 쫌 맞겠는데?’ 라고 생각한 게 아닐까요. (반면 아프리카나 아메리카 등의 문화와 문명에 대해서는 몹시 후진 동네라는 편견을 갖고 있었을 테고요.)
아!! 너무 오랫만에 들어와서ㅜㅜ 그렇잖아도 당시 유럽인들이 이렇게 생각한 기준이 무엇이었을까 어떤 요인으로 이런 생각을 했을까 궁금했습니다^^ 요즘은 아프리카나 아메리카 원주민의 역사나 문화에 대한 연구가 계속 발전하고 있을까요????
최근의 동향은 잘 모르겠지만 아무래도 16,17세기의 인식보다는 훨씬 나아지지 않았을까요. 저는 잉카에는 기록 문화가 없었다고 알고 있었는데, 몇년 전에 읽은 책에서 잉카 사람들은 “매듭을 지은 끈”을 이용해 기록을 했다고 해서 깜놀랐던 적이 있어요. 아니 뭐 단순 정보나 수량 계산 같은 건 그렇다 쳐도 심지어 “제국의 역사”까지 이걸로 적었다는 거예요 ㄷㄷ 어떻게 하면 그게 가능한지는 자세히 안 나와 있어서 아직도 궁금해하는 중이에요 ㅎㅎ 아, 그리고 마야 문자는 너모 귀엽게 생겼더라고요. 예전에 한때 열심히 살 적엔 독서일기도 쓰고 그랬는데, 거기 올려뒀던 사진 공유해봅니다.
과학과 기술로 본 세계사 강의선사시대의 인류가 최초의 돌 도구를 만든 때로부터 원자폭탄에 이르기까지 과학, 기술과 관련된 역사적 내용들을 집대성한 책. 인류 역사의 수레바퀴를 돌리는 계기와 동력으로서의 과학과 기술의 역사적 의미가 무엇인지를 설명했다. 또한 시대의 문화적 편견에 사로잡힌 과학과 기술에 대한 시각과 그로 인한 오해들을 바로 잡고자 했다. 2000년 세계역사학회 최고도서상 수상작.
ㅎㅎ @향팔 님의 지식에 놀랍고 감사드립니다. 매듭 끈으로 제국의 역사를 썼다니 놀랍습니다. 가끔 혼자 하는 상상인데 실제 놀라운 고도의 문화가 존재했는데 오늘날 그 어떤 기록도 남지 않아 아무도 모를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곤 하거든요... 어린 시절 가끔 보았던 영화를 보면 아메리칸 인디언들이나 흑인 노예들이 너무 몽매하게 나와서 실제 그랬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거북별85 님 말씀대로 정말 그럴 수도 있을 듯해요. 제가 지식은 전혀 없고 다 어디서 주워들은 얘기인데 당시 아메리카 대륙에 쳐들어간 스페인인들이 저 마야 문자로 쓴 코덱스 책들을 보고 악마의 책이라고 싹 다 불질러 없애버려서 몇 권 남지 않았다는 썰을 들은 적이 있어요.
어머 정말 이렇게 귀여운 문자인가요? 무슨 이모티콘으로 써도 될 듯..^^
그런데 베이징으로 갈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기 위해 고위 관리들을 만나는 과정에서 어느 날 '귀신들린 손자를 좀 봐주십사'하는 청을 받습니다. 루지에리가 이 손자를 보니 귀신이 들린 게 아니라 그때나 지금이나 동아시아의 가장 거대한 목표인 과거시험의 중압감에 짓눌려 우울증에 빠진 것이었습니다. 물론 현대적인 정신과 치료를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만, 루지에리는 광증이 아니라 우울증이라는 진단을 내리고 이 청년의 과거시험에 대한 중압감을 줄여주는 방법을 써서 증상을 호전시켰다고 합니다. 그러니 과연 영험한 천축승려라는 소문이 퍼지게 됩니다.
항해사 흰닭, 파드레, 그리고 오렌지 반란군의 기이한 모험 - 16~17세기 동아시아와 유럽의 만남 딜런 유 지음
재미있는 이야기였습니다. 옛날에 귀신들린 사람들에게서 귀신을 쫓아준 전래동화같은 이야기들이 있는데 어쩌면 우울증에 빠진 사람을 치료했을 수도 있다는 사실이 흥미로웠습니다.
이산을 위미하는 '디아스포라(diaspora)'라는 말이 처음 사용된 것은 이 바빌로니아에 의한 유다 완국의 해체, 포로, 분산, 재배치를 말합니다. 그래서 이후 스스로를 같은 신세로 인식한 흑인 노래들에 의해흑인 영가로 "바비론 강가에 앉아 우리는 울었지, 시온을 기억하면서"라는 구절이 자주 불리는 모티프가 되기도 할 것이다. 70년대 인기 그룹이었던 보니엠의 <리버스 오브 바빌론 Rivers of Babylon>이라는 곡에도 "바이 더 리버스 오브 바빌론, 데어 위 샛 다운, 예에, 위 웹트, 웬 위 리멤버 자이언 By the rivers of Babylon, there we sat down, ye-eah, we wept, when we remember Zion"이라는 구절이 있습니다.
항해사 흰닭, 파드레, 그리고 오렌지 반란군의 기이한 모험 - 16~17세기 동아시아와 유럽의 만남 170, 딜런 유 지음
앗, 본문 '의미'였는데 '위미'라고 오타가 났네요. 그믐은 다른 건 다 좋은데 29분만 지나면...엉엉. 암튼 이 부분 읽고 많이 웃었습니다. 아무래도 작가님이 위트와 유머가 넘치시는 분 같습니다. 사실 영단어의 한글 표기는 지금은 잘 안하지 않나요? 그런데 어찌 아시고 옛 추억을 소환해 주시네요. 사실 저 학교 때만해도 영어 단어 빨리 암기하려고 야매로 저렇게 한글로 써 두곤 했거든요. 특히 팝송은 더더욱. 지금은 촌스럽다고 저렇게 안하는데. ㅋㅋ 그래서 생각난 김에 이 곡 링크하고 갑니다. 한창 때 정말 많이 들었던 곡이죠. 거의 매일 라디오만 틀으면 한 번 이상은 들을 수 있는 곡! https://www.youtube.com/watch?v=7r_MvglKxhs&list=RD7r_MvglKxhs&start_radio=1
앗 저도 이 부분 읽으면서 추억소환되서 흥얼흥얼~댔는데 ㅋㅋㅋ 링크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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