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지리나 국가에 대한 맥락이 없던 17세기에 이방인들이 다양한 이름으로 불렸고 기록으로 남아있네요. 여송 (필리핀 루손섬)에서 온 스페인 사람 (여송에서 온 남쪽 오랑케), 아마항 (마카오)에서 온 포르투갈인, 흑선을 타고 온 불랑인 (프랑크인)들.
당시에는 여송에서 왔는지, 아마에서 왔는지, 어떤 배를 타고 왔는지가 중요한 지표였던거 같아요.
[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30. <항해사 흰닭, 파드레, 그리고 오렌지…>
D-29

오구오구

향팔
여송연이 여송에서 만든 담배였다니! 여송은 루손이었고… 신기합니다

롱기누스
안녕하세요!! 작년 말에 바쁘다는 핑계로 몇 달 참여하지 못하다가 올해 새롭게 들어왔습니다. YG 모임은 여전히 성황 중이네요. 보기 좋습니다. ㅎㅎㅎ. 새해 새 마음으로 함께 달려 보시죠!!

borumis
“ 포르투갈은 1530년대에 푸젠의 아모이 즉 샤먼과 닝보를 뚫고, 명에서 왜구를 토벌하는 데 불랑기포를 제공하여 거들기도 하면서 광둥의 샹산아오 즉 마카오에 슬금슬금 자리를 잡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예전부터 중국에 미운털이 박힌 불랑기라는 이름을 16세기 중반 '푸더우리자' 즉 포르투갈로 세탁하여 해적 블랙리스트에서 빠져나온 후 얼렁뚱땅 세금을 내는 식 교역의 상대로 마침내 인정을 받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
『항해사 흰닭, 파드레, 그리고 오렌지 반란군의 기이한 모험 - 16~17세기 동아시아와 유럽의 만남』 87-88, 딜런 유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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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팔
“ 우리가 옛날이야기를 들을 때 가까운 과거는 시간을 잘게잘게 쪼개지만 더 멀리 과거로 거슬러 갈수록 시대를 뭉뚱그려서 포인트만 생각을 하게 됩니다. 21세기의 우리에게 17세기와 18세기 같은 과거는 100년 단위의 옛날 일이 되어버리지만, 당연히 1650년대의 사람들에게는 한 세대 전의 1620년대의 일 역시 옛날 일이 되는 것이죠. 지금의 우리는 ‘비슷한 시기’에 조선에 표착했다고 생각하지만, 하멜에게는 그새 옷도 말도 달라진 벨테브레이가 겪은 일이 옛날 일이었을 것처럼 말입니다. 마찬가지로 1600년대의 동아시아 바다는 1620년대와는 또다른 세계가 전개되고 있었습니다. ”
『항해사 흰닭, 파드레, 그리고 오렌지 반란군의 기이한 모험 - 16~17세기 동아시아와 유럽의 만남』 62쪽, 딜런 유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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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rumis
오 저도 이 곳 밑줄쳤어요. 진짜 최근에 응답하라 1988을 보면서 최근 역사는 1988이든 1994이든 너무 다르게 느껴지는데.. 옛날 생각하면 조선 전기랑 후기 사이 500년이 흘렀는데도 비슷비슷하게 느껴지기도 하더라구요;;

향팔
맞아요. 몇백 년 전의 과거와 그 속에서 살다간 사람들을 그냥 한뭉터기로 생각하기 쉽다는 걸 이 대목을 읽고 알았네요. 책에도 써있듯이 그들도 우리처럼 각자 생생하게 숨쉬고 먹고 마시고 변화하며 살았던 사람들인 것을

향팔
“ 그런데, 여기 흥미롭게도 불랑기가 여송왕에게서 땅을 속여 빼앗는 장면에서 소가죽 한 장이라고 하고 허락은 받은 후 큰 땅을 차지하였다는 얘기가 나옵니다. 이 사건을 중국학자 티머시 브룩은 『베르메르의 모자』에서 스페인인들이 원래 로마의 서사시 『아이네이스』에 나오는 카르타고 여왕 디도의 얘기를 이용하여 소가죽 한 장 덮을 만큼의 땅을 허락받은 후 가죽을 가늘게 잘라 땅을 크게 이어 두른 후 약속이라면서 그 땅을 차지한 것으로 소개하고 있습니다. 정말 그런 속임수를 썼던 것일까요? 아니면 이 이야기는 훗날 미화되어 전해진 것일까요? ”
『항해사 흰닭, 파드레, 그리고 오렌지 반란군의 기이한 모험 - 16~17세기 동아시아와 유럽의 만남』 69쪽, 딜런 유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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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팔
“ 충격 속에서도 디도는 도주를 준비하고 친구들을 모았어요.
폭군을 심히 증오하거나 몹시 두려워하는 자들은 모두 모였어요.
그들은 출항할 준비가 되어 있던 배들을 빼앗아 황금을 실었어요.
그리하여 탐욕스런 퓌그말리온의 보물은 바다 밖으로
실려 나갔으며, 한 여인이 이 일을 이끌었지요.
그들은 지금 그대가 거대한 성벽들과 신도시 카르타고의 성채가
솟아오르는 것을 보고 있는 이곳으로 와서는 황소가죽
한 장으로 덮을 수 있는 만큼 땅을 샀어요.
그 일 때문에 이곳은 ‘황소가죽’이라고 불리지요. ”
『아이네이스』 제1권 아이네아스 일행이 카르타고에 도착하다, 베르길리우스 지음, 천병희 옮김

아이네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