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다 보면, ‘아는 만큼 보인다’ 같은 경구가 새삼 다가올 때가 많습니다. 연말에 차에 진심인 언론계 선배가 저서를 한 권 보내주셔서 읽을 일이 있었습니다. 김소연의 『茶가 일상』(아트레이크). (저는 커피, 차 등 기호품에 문외한입니다) 마침 그 책을 읽을 때 『항해사 흰닭, 파드레, 그리고 오렌지 반란군의 기이한 모험』도 병행 독서 중이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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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茶가 일상』을 펼치면 뜬금없이 ‘포르투갈’ 얘기가 나옵니다. 왜 ‘Cha’가 아니라 ‘Tea’일까? 이 책의 설명을 한번 들어보세요. 중국의 차는 애초 실크로드를 통해서 중앙아시아, 페르시아를 거쳐서 확산했습니다. 그 길목에 있는 나라는 모두 ‘차’라는 단어를 받아들여서 ‘Cha’와 비슷한 발음으로 굳어졌습니다.
- 한국(차), 일본(cha), 러시아(chay), 페르시아(chāy), 아랍(shāy)
대항해 시대 이후, 육로 대신 해로로 차가 유럽으로 퍼지는 과정에서도 처음에는 ‘Cha’가 대세였답니다. 왜냐하면, 포르투갈의 교역지는 마카오였고, 마카오에서 사용하는 광둥어에서는 ‘Cha’와 비슷한 발음을 사용했으니까요. 그래서 포르투갈어에서는 지금도 ‘Cha’와 비슷한 발음이 통용된다는군요.
- 포르투갈(chá)
그런데 동아시아 해상 교류의 주도권이 포르투갈에서 네덜란드로 넘어갔지요? 네덜란드의 교역지는 푸젠성 샤먼이었습니다. 그런데 푸젠성에서 사용하는 민난어는 차를 ‘테(Te)’로 발음했고, 네덜란드인이 사용한 ‘thee’라는 단어가 유럽 전역으로 퍼져서 지금 영어의 ‘Tea’가 되었다는 이야기입니다.
- 네덜란드(thee), 영국(tea), 프랑스(thé), 독일(Tee), 이탈리아(t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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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의 ‘Cha’와 ‘Tea’ 발음의 분화가 『항해사 흰닭, 파드레, 그리고 오렌지 반란군의 기이한 모험』에서 다루는 16~17세기 동아시아 해양 교류의 역사와 맞물린다는 점이신기했다고나 할까요. 사실, 차가 어느 곳에서는 ‘Cha’이고 어느 곳에서는 ‘Tea’인지를 한 번쯤은 궁금해했었던 것 같고, 그 설명도 들었던 기억도 있습니다. 그 자세한 맥락을 알고서야 고개를 끄덕인 것이죠.
정말로, 아는 만큼 보입니다. :)
茶가일상 - 차 한잔에 이렇게 재미있는 역사 문화 예술 영화 스토리가?카페에서 메뉴판 한구석에 보일락말락 자리 잡은 차(cha) 혹은 티(tea)를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커피 대신 무심코 선택했던 그 한잔의 차 속에 우리가 알지 못한 흥미진진한 스토리가 숨어있다면? 『茶가일상』은 ‘영화’라는 키워드로 차 한잔에 담긴 방대한 역사, 문화, 예술에 얽힌 이야기를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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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로 지정된 대화
YG
내일 1월 12일 월요일은 3장을 계속해서 읽습니다. 3장 '허풍선이 남자의 모험'~'나카사키의 탄생'까지 읽습니다. 89쪽부터 114쪽까지입니다.
포르투갈과 함께 이 책의 중요한 행위자 '파드레'가 등장하고, 앞으로도 반복해서 나오는 동아시아 교역 품목 가운데 중요한 '은'이 '왜은(일본 은)'으로 처음 등장합니다. 그 유명한 나가사키가 어떻게 역사에 전면 등장하는지도 나오고요. 특히 '은' 대목은 유심히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세트] 바벨 1~2 세트 - 전2권스물여섯 살의 나이에 세계 3대 SF 문학상 중 네뷸러상과 로커스상을 석권한 R. F. 쿠앙의 대표작. 가장 유력한 수상 후보 중 하나였으나 석연치 않은 정치적 이유(검 열 스캔들)로 후보 명단에서 제외됐던 휴고상까지 거머쥐었다면 『바벨』 한 작품으로 세계 3대 SF 문학상 석권이라는 진기록을 세웠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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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구오구
“ 중세를 벗어나서 막 피어나기 시작하던 과학혁명의 여명기에 예수회 출신 과학자들의 이름을 과학사 책에서 보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닐 정도입니다. 예수회의 눈에는 과학은 우주 속에서 드러나는 신의 섭리를 이해하는 과정이었던 것입니다. ”
『항해사 흰닭, 파드레, 그리고 오렌지 반란군의 기이한 모험 - 16~17세기 동아시아와 유럽의 만남』 97, 딜런 유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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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구오구
“ 결국 인도로 가게 된 사람은 로율라의 학생시절부터 동료이며 같이 예수회를 창립한 멤버이자 가장 신뢰하는 프란시스코 사비에르 신부였습니다. 그리하여 사비에르 신부는 인도-아시아 선교의 임무를 맡고 1541년 리스본에서 포르투갈의 배를 타고 출발하게 됩니다 ”
『항해사 흰닭, 파드레, 그리고 오렌지 반란군의 기이한 모험 - 16~17세기 동아시아와 유럽의 만남』 98, 딜런 유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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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구오구
이 갑작스러운 왜은의 흐름은 실은 1526년 시마네현의 이와미에서 '이와미긴잔'이라는 초대형 은광산이 발견된 데서 시작된 것이었습니다
『항해사 흰닭, 파드레, 그리고 오렌지 반란군의 기이한 모험 - 16~17세기 동아시아와 유럽의 만남』 103, 딜런 유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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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구오구
“ 이처럼 나가사키는 처음에는 예수회와 포르투갈 상인의 독점적 자치영토로 시작을 했습니다. 물론 나중에는 도요토비 히데요시에게 빼앗기고 에도 바쿠후 직속령으로 19세기까지 가게 됩니다만, 그건 또 조금 나중 얘기입니다 ”
『항해사 흰닭, 파드레, 그리고 오렌지 반란군의 기이한 모험 - 16~17세기 동아시아와 유럽의 만남』 113, 딜런 유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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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구오구
“ 중세를 벗어나서 막 피어나기 시작하던 과학혁명의 여명기에 예수회 출신 과학자들의 이름을 과학사 책에서 보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닐 정도입니다. 예수회의 눈에서 과학은 우주 속에서 드러나는 신의 섭리를 이해하는 과정이었던 것입니다… 단적으로 우리 가 동아시아 고유의 전통이라고 믿고 있는 음력이 실은 이들 유럽인 예수회 선교사들이 만든 것이라고 하면 아시겠지요. 코임브라 대학의 이름이 조선에까지 알려질 정도로, 예수회는 포르투갈이 동아시아에 진출한 근세 기간에 포르투갈과 함께 가톨릭 선교를 주도한 곳입니다. ”
『항해사 흰닭, 파드레, 그리고 오렌지 반란군의 기이한 모험 - 16~17세기 동아시아와 유럽의 만남』 97, 딜런 유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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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구오구
오구오구님의 문장 수집: "결국 인도로 가게 된 사람은 로율라의 학생시절부터 동료이며 같이 예수회를 창립한 멤버이자 가장 신뢰하는 프란시스코 사비에르 신부였습니다. 그리하여 사비에르 신부는 인도-아시아 선교의 임무를 맡고 1541년 리스본에서 포르투갈의 배를 타고 출발하게 됩니다"
사비에르 신부가 이끄는 예수회는 무작정 종교를 강요하지 않고 일본의 예법 등을 존중하며 지배층에 접근하는 '소프트랜딩' 전략을 썼군요. 규슈의 다이묘들이 서양의 무기와 무역 이익을 얻기 위해 기독교로 개종하면서, 작은 어촌이었던 나가사키를 예수회에 기증하고..
안심동당 은, 일본 이와미 은광(石見銀山) 등에서 쏟아져 나온 고순도의 은이 얼마나 많았는지, 일본이 세계 은 생산량의 3분의 1을 차지할 정도 였다고 배웠는데, 대략 1만톤의 은이 중국으로 유입되었다고합니다.
이 부분을 읽으며, 요즘 경제뉴스를 불태우고 있는 은이 생각나네요 ㅋ 16-17세기의 은, 지금도 핫한 주제입니다 ㅎ
오구오구
YG님의 대화: 제가 올해(2026년) 1월부터 한 달에 한 번 <중앙일보> 주말판(<중앙선데이>)에 SF를 한 권씩 소개하는 연재를 시작하게 되었답니다. 마침 '은'이 등장하는 SF라서 링크와 함께 드립니다. 재미있게 읽으세요.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353/0000054206
잘 읽었습니다. 소개해 주셔서 쿠앙의 옐로 페이스를 굉장히 재밌게 읽었어요. 스토리 달인같이 느껴지더군요. SF를 그닥 좋아하지 않지만 바벨도 읽어봐야겠어요 ㅎ
은 마법 혁명이라니. 마법과 혁명이 어울리는 단어일수 있군요 ㅎ
조금 다른 얘기지만 어제 남편과 이야기하면서 AI 시대에 뒤떨어져보이는 유럽이 어느순간 치고 올라올수 있지않을까, 걔네들은 언어, 사고, 논리, 이런거에 강하잖아. 교육 시스템도 그렇고.. 뭐 그런 이야기를 해봤습니다. 유럽이 망했다는 내용을 유튜브에서 많이 본것 같아서요 ㅋ
밥심
YG님의 대화: 제가 올해(2026년) 1월부터 한 달에 한 번 <중앙일보> 주말판(<중앙선데이>)에 SF를 한 권씩 소개하는 연재를 시작하게 되었답니다. 마침 '은'이 등장하는 SF라서 링크와 함께 드립니다. 재미있게 읽으세요.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353/0000054206
작년에 낸 책의 연장선이라 보면 되겠네요. 앞으로 실릴 연재물 도 잘 읽도록 하겠습니다. <바벨>은 안그래도 대출 예약해두었어요. 제가 판타지물은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요즘은 sf와 판타지의 경계가 애매모호한 경우도 많더라구요. <바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