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북플러스] 7. 무성음악_수림문학상 작가와 함께 읽어요

D-29
참전이라니 비장해서 감동이군요.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오바.
기사로부터 폰을 돌려받은 승선이 앨범 커버 이미지를 본다. 거대한 나무의 복잡하게 얽힌 줄기와 뿌리에 여러 동물의 형상이 뒤섞여 있다. 까마귀 가면을 쓴 토끼가 특히 승선의 시선을 붙든다. 까마귀 얼굴을 쓴 토끼의 시선은 맞은편 가지에 거꾸로 매달린 거미를 향해 있다. 토끼가 거미에게 관심을 가질 리 있을까? 까마귀라면 거미를 먹으니까 관심을 가지고 바라볼 수 있겠지만. 가면이야 벗으면 그만인데도 이 토끼는 가면을 벗지 않은 채 까마귀의 방식으로 거미를 욕망한다. 까마귀 가면을 쓰면 토끼가 까마귀가 되나?
무성음악 <진통제> 21p., 오선호 외 지음
위에 제가 수집한 문장에 등장하는 앨범 커버(Mastodon의 <Hushed and Grim> 앨범>) 입니다. 이 그림을 보고, 저 문장을 읽을 때... '이 작가는 무슨 생각을 하며 사는 사람일까' 궁금해지더라고요.
어쩐지 좀 음산하기는 해도 초현실적인 느낌이 들며 은근 매력있네요.
이제 오늘은 얼마 남지 않았다. 내일부턴 다르게 살게 될지 모른다고 예감하면서, 그런 예감이라면 당연히 불안에 가까워야 할 텐데 불안은 묘하게도 설렘과 잘 구분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새삼 발견한다.
무성음악 <진통제> p.11, 오선호 외 지음
날이 밝으면 내일이다. 종말은 오지 않았으니까. 내일은 내일의 일이 있을 거고, 지금은 알 수 없는 그 일로 뭔가가 달라질 거다. 승선은 그 뭔가를 습관적으로 기대한다. 정작 내일이 되면 그날은 내일이 아니어서인지 절날과 같은 반복, 혹은 더 고통스러운 날일 때가 많다.
무성음악 <진통제> p.33, 오선호 외 지음
빛이 들지 않는 그 안에서 승선은 그냥 자신이 사라졌다 믿기로 했다. 어차피 나쁜 은 언제 벌어질지 모른다. 미리 나쁜 상황을 인식하고 나쁜 채로 시간을 보내는 건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미 빚을 다 갚은 것처럼, 이미 매출이 늘어난 것처럼, 이미 모든 문제가 해결된 것처럼 믿고 지냈던 적이 있었다. 놀랍게도 그냥 그렇게 믿다 보면 해결되기도 했다. 해결되지 않아도 최소한 미리 걱정하는 것보다 나았다.
무성음악 <진통제> p.32, 오선호 외 지음
승선은 문주가 들어갔던 창고 안에 들어갔다. "무단 침입을 했죠."
무성음악 p.31, 오선호 외 지음
저는 승선이 프로 무단침입러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승선은 문주의 삶을 엿보고 싶어서 문주를 뒤따라가기도 했지만, 또 상현의 큰 귀를 보면서 그 귀에 들리는 소리가 무엇인지 알고 싶어했으니까요. 상현이 듣는 소리를 알기 위해, 어색한 사이라는 선을 순식간에 넘은 것 같아요! 상현도 승선의 휘파람 소리를 단번에 들었으니까 사실 승선에게 귀가 열려 있었던 것 같고요. 뭔가 어색한 사이에서는 더욱 상대방의 말이나 소리에 귀기울이게 되는 것 같은 경험이 있어서 이야기를 읽는데 재미있었어요.
'프로 무단침입러'라는 말에 빵 터졌네요. 재미있는 말이에요. 승선은 나름의 어려움을 이겨내고 많은 것을 이룬 사람이고 그런 사람에게 '프로'라는 호칭은 잘 어울리네요. 비록 그 뒤에 오는 말이 '무단침입러'이긴 해도요.^^ 그런데 또 한편으로 생각해보면 우리에게 정말 의미 있는 많은 것들은 무단으로 침입해야만 이룰 수 있는 건 아닐까 싶기도 해요. 무단이 아니라면 허용된 상황이라는 건데요. 다른 이들이 내게 허용해준 범위 안에서만 움직이면서 감히 내 스스로에게 의미 있는 일을 충분히 다 할 수 있으리라 기대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에브382 님께서 승선이 상현에게 선 넘는 순간을 읽어주시고 경험을 떠올리며 재미있었다고 하시니, 기쁩니다.^^
저는 오선호 작가님도 소리를 잘 들으시는 분인지 궁금하네요ㅎㅎ
글쎄요. 제가 소리를 잘 듣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잘 들으려고 노력은 합니다만. ㅎㅎ 가끔 아주 피곤할 때 이명이 있기도 한데, 혹시 그게 실제로 외부에서 들리는 소리?는 아니겠지요.
저도 옛친구를 초라한 모습으로는 마주치고 싶지 않기 때문에 문주를 피하는 승선이 이해되기도 합니다. 승선을 신고한 것은 누구일까요?? 문주일까요?? 피하다가 경찰서에서 재회를 하게되다니… 그럼에도 승선의 단단한 성격이 부러웠어요. 내일을 기대하고, 불안을 잠재우려는 성격을 가지고 있어요. 문주와 헤어지지 않았다면 더 행복한 인생을 보낼 수 있지 않았을지 생각됩니다. 저도 택시에서 승선이 노래를 들을때 같이 두 곡을 들었습니다. 승선처럼 걱정은 내려두고 노래에 집중하니 즐거웠습니다.
오 저도 승선을 신고한 게 문주인지 궁금했어요. 그렇다면 많이 슬플 것 같아요..
결과적으로는 문주가 승선을 신고한 게 맞지만, 문주로서는 그 사람이 자신의 옛 친구 승선인 줄 모르고 신고한 거여도 @에브382 님은 슬프다고 여기실까요.... (갑자기 소심해지네요.^^)
그렇다면 어쩔 수 없을 것 같아요. 문주가 끝까지 승선을알아보지 못할 가능성을 잊고 있었네요!
나는 누군가를 또렷이 기억하고 그 누군가가 내게 여러 면에서 큰 영향을 미쳤는데, 정작그 누군가는 나를 기억 못하는 관계라니... 그걸 깨닫는 순간을 맞닥뜨리면 씁쓸할 거 같아요.
제가 아는 지인 분(90세)께서 어느날 우연히 젊은 시절 사귀었던 여자친구의 전화번호를 알게 되어서 기쁜 마음에 전화를 하셨다고 합니다. 그런데 전화를 받은 분께서 지인분의 성함을 듣고 네, 라고 대답하시더니 전화를 그냥 끊으셨다면서 도대체 왜? 라고 하시며 무척 궁금해 하시더라구요. 그 말씀을 듣고, 알 수 없겠지만 저도 그 여자분의 마음이 조금 궁금해했어요.^^
매우 흥미로운 이야기네요. 90세라니. 박 작가님의 단편 소설에서 박 작가님의 섬세한 문체로 꼭 만나보고 싶은 소재네요. 그 여자분의 마음에 대한 궁금증, 꼭 나중에 풀어주세요.
아... 너무 인상적인 이야기에요. 90세가 되어도 그럴 수 있군요. 전화 받은 여자분의 심정을 상상하기 어려워요. 좋았던 기억이라면 누구의 눈치도 볼 필요 없이 좋다고 할 수 있는 연세일 것 같은데 그 나이가 되어보지 않고서 넘겨짚을 순 없겠죠. 나빴던 기억이라면 상대에게 1초도 더 내어주지 않겠다는 결단일까요? 그렇다면 @박해동 님의 지인께서 기쁜 마음으로 전화하진 않으셨을 거고요. 어렵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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