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북플러스] 7. 무성음악_수림문학상 작가와 함께 읽어요

D-29
저는 승선이 프로 무단침입러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승선은 문주의 삶을 엿보고 싶어서 문주를 뒤따라가기도 했지만, 또 상현의 큰 귀를 보면서 그 귀에 들리는 소리가 무엇인지 알고 싶어했으니까요. 상현이 듣는 소리를 알기 위해, 어색한 사이라는 선을 순식간에 넘은 것 같아요! 상현도 승선의 휘파람 소리를 단번에 들었으니까 사실 승선에게 귀가 열려 있었던 것 같고요. 뭔가 어색한 사이에서는 더욱 상대방의 말이나 소리에 귀기울이게 되는 것 같은 경험이 있어서 이야기를 읽는데 재미있었어요.
'프로 무단침입러'라는 말에 빵 터졌네요. 재미있는 말이에요. 승선은 나름의 어려움을 이겨내고 많은 것을 이룬 사람이고 그런 사람에게 '프로'라는 호칭은 잘 어울리네요. 비록 그 뒤에 오는 말이 '무단침입러'이긴 해도요.^^ 그런데 또 한편으로 생각해보면 우리에게 정말 의미 있는 많은 것들은 무단으로 침입해야만 이룰 수 있는 건 아닐까 싶기도 해요. 무단이 아니라면 허용된 상황이라는 건데요. 다른 이들이 내게 허용해준 범위 안에서만 움직이면서 감히 내 스스로에게 의미 있는 일을 충분히 다 할 수 있으리라 기대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에브382 님께서 승선이 상현에게 선 넘는 순간을 읽어주시고 경험을 떠올리며 재미있었다고 하시니, 기쁩니다.^^
저는 오선호 작가님도 소리를 잘 들으시는 분인지 궁금하네요ㅎㅎ
글쎄요. 제가 소리를 잘 듣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잘 들으려고 노력은 합니다만. ㅎㅎ 가끔 아주 피곤할 때 이명이 있기도 한데, 혹시 그게 실제로 외부에서 들리는 소리?는 아니겠지요.
저도 옛친구를 초라한 모습으로는 마주치고 싶지 않기 때문에 문주를 피하는 승선이 이해되기도 합니다. 승선을 신고한 것은 누구일까요?? 문주일까요?? 피하다가 경찰서에서 재회를 하게되다니… 그럼에도 승선의 단단한 성격이 부러웠어요. 내일을 기대하고, 불안을 잠재우려는 성격을 가지고 있어요. 문주와 헤어지지 않았다면 더 행복한 인생을 보낼 수 있지 않았을지 생각됩니다. 저도 택시에서 승선이 노래를 들을때 같이 두 곡을 들었습니다. 승선처럼 걱정은 내려두고 노래에 집중하니 즐거웠습니다.
오 저도 승선을 신고한 게 문주인지 궁금했어요. 그렇다면 많이 슬플 것 같아요..
결과적으로는 문주가 승선을 신고한 게 맞지만, 문주로서는 그 사람이 자신의 옛 친구 승선인 줄 모르고 신고한 거여도 @에브382 님은 슬프다고 여기실까요.... (갑자기 소심해지네요.^^)
그렇다면 어쩔 수 없을 것 같아요. 문주가 끝까지 승선을알아보지 못할 가능성을 잊고 있었네요!
나는 누군가를 또렷이 기억하고 그 누군가가 내게 여러 면에서 큰 영향을 미쳤는데, 정작그 누군가는 나를 기억 못하는 관계라니... 그걸 깨닫는 순간을 맞닥뜨리면 씁쓸할 거 같아요.
제가 아는 지인 분(90세)께서 어느날 우연히 젊은 시절 사귀었던 여자친구의 전화번호를 알게 되어서 기쁜 마음에 전화를 하셨다고 합니다. 그런데 전화를 받은 분께서 지인분의 성함을 듣고 네, 라고 대답하시더니 전화를 그냥 끊으셨다면서 도대체 왜? 라고 하시며 무척 궁금해 하시더라구요. 그 말씀을 듣고, 알 수 없겠지만 저도 그 여자분의 마음이 조금 궁금해했어요.^^
매우 흥미로운 이야기네요. 90세라니. 박 작가님의 단편 소설에서 박 작가님의 섬세한 문체로 꼭 만나보고 싶은 소재네요. 그 여자분의 마음에 대한 궁금증, 꼭 나중에 풀어주세요.
아... 너무 인상적인 이야기에요. 90세가 되어도 그럴 수 있군요. 전화 받은 여자분의 심정을 상상하기 어려워요. 좋았던 기억이라면 누구의 눈치도 볼 필요 없이 좋다고 할 수 있는 연세일 것 같은데 그 나이가 되어보지 않고서 넘겨짚을 순 없겠죠. 나빴던 기억이라면 상대에게 1초도 더 내어주지 않겠다는 결단일까요? 그렇다면 @박해동 님의 지인께서 기쁜 마음으로 전화하진 않으셨을 거고요. 어렵네요.
엇, 저는 이해 갈 것 같은데. 사람도 자꾸 만나야 친해지지 어색해서 그런 거 아닐까요? 그냥그렇다고요. ㅋ
어색할 수 있겠네요. ^^ 자주보는 사람하고는 할 이야기가 있는데 친구사이도 오랜기간이 개입되면 어색할 때가 있어요. ㅎㅎ 저는 귀찮아서 아닐까 짐작했었어요.^^
범죄와 수사로 넘어가면 장르가 달라지기에 ^^ 자세히 쓰지 않고 넘어가려 했었는데 @지니00 님의 날카로운 질문에 딱 걸렸네요. 쓰지 않은 부분에 정답은 없으니 읽으시는 분 마음대로 생각하시면 됩니다. 다만 제가 생각했던 정황은 다음과 같습니다. 작업실에 누군가 침입했다는 사실을 알아챈 문주는 침입자와 대면하는 위험을 택하기보다는 그 자리를 피했습니다. 그리고 CCTV에 녹화된 영상을 증거로 경찰서에 신고를 했지요. 영상에는 승선의 얼굴이 또렷하게 찍혔지만 문주는 승선을 알아보지 못했기에 경찰에게 범인을 찾아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경찰은 승선이 타고 온 차량 번호를 조회하여 승선을 간단히 특정할 수 있었지요. 경찰서에서 문주와 승선이 재회할 수도 있겠지만, 안 하고 넘어갈 수도 있겠죠. 승선이 절도나 기물 파손을 한 것은 아니니 중형을 받을 것도 아니고, 굳이 문주와 대면하여 합의할 것도 없지 않을까? 라고 생각했습니다. 문주가 승선을 끝내 못 알아보는 까닭은 세월 탓이겠죠? 평범하게 생겼으나 화려하게 꾸민 중년 여성을 보고 그녀의 중학생 때 얼굴을 찾아내고 알아보기란 쉽지 않은 것 같아요. 승선이 문주를 매번 한눈에 알아보는 까닭은 사실, 제가 이 소설에 쓰지 않았고 이 소설 안에서는 전혀 중요한 내용이 아니지만, 문주의 키가 눈에 띄게 크기 때문이에요.
진통제라는 말에 반응하듯 승선은 고통을 의식하고 만다.
무성음악 진통제, p18, 오선호 외 지음
내일은 내일의 일이 있을 거고, 지금은 알 수 없는 그 일로 뭔가가 달라질 거다.
무성음악 진통제, p33, 오선호 외 지음
승선에게 문주는 고통이었을까요. 진통제였을까요. 승선은 자신답게 살지 못한다고 느끼는 순간마다 당당한 모습의 문주를 떠올리죠. 승선이 떠올리는 문주는 자신의 모습을 부끄럽게 여기게 하는 동시에, 자기 검증을 통해 나아가기 위한 진통제이기도 하지 않았을까 생각이 들었습니다.
@르누아르 님의 통찰에 완전히 동의해요. 승선에게 문주는 자신이 살아보지 못한 삶을 상징하는 존재이겠지요. 과거는 돌이킬 수 없기에 살아보지 못한 삶을 떠올리면서 고통스럽지 않을 수 없겠고요. 그러나 그런 고통이란, 우리가 떠맡은 실제 삶에서 무수히 부딪히는 죽고 사는 문제의 고통에 비하면 오히려 고통을 잠시 잊게 만들어주는 진통제에 가까울 거라고, @르누아르 님의 글을 읽고서 다시 생각해 봅니다.
화제로 지정된 대화
좀 가벼운 질문을 제가 하나 해도 될까요? 제가 도무지 결론을 내릴 수 없었던 부분이라 여러분들의 의견을 듣고 싶습니다. Q. 승선과 상현은 결국 사귈까요? (둘 중 누가 다시 만나자고 할지, 다시 만난다면 그 만남이 잘 이어질지, 아니면 아예 서로 연락하지 않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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