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북플러스] 7. 무성음악_수림문학상 작가와 함께 읽어요

D-29
이 장면에서 재민과 탁진이 키득거렸다는 대목이 있어서 둘이 짜고 우언을 벌칙에 당첨시킨 것 같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우언이 음료를 사러갔을 때, 탁진의 무언가(아마 눈빛이나 웃음을 거둔 모습?)를 보고 재민은 묘한 감정의 기류를 깨달은 것 같아요. 세 사람의 관계가 미묘하게 달라진 장면이라 인상 깊었어요. 특히 탁진이 어떻게든 우언을 탱글우드에 데려가 왈츠를 춘 점, 우언이 재민과의 사이에 우산 크기 만큼의 거리가 있다고 느낀 점도 세 사람의 관계를 재밌게 잘 보여준 것 같아요. 끝까지 보고 깨달았어요. 탁진이 항상 웃고 있었다는 것도 사실 우언을 좋아하니까 우언이 그렇게 느낀 것 아닐까? 하고요. -저는 읽으면서 재민이 단순히 둘의 친구였는지, 아니면 재민 역시도 또 다른 감정을 느끼고 있었는지 궁금했어요. 재민은 관찰자일 뿐인가요?
남자 셋이 모이면 무슨 일이 일어날까. 그런 생각을 한 적이 있었는데 셋의 마음이 짠!하고 일치하기는 어려울거라는 나름의 판단을 한 것 같아요. 사실 비둘기가 우언이 앉은 방향으로 날아간 건 정말 우연이겠지만. 맞아요. 재민이 뭔가 이상지류(?)를 감지한 건 맞아요. 이렇게 잘 읽어주시는 독자님을 뵙다니... 새삼 감사해요. 그렇죠. 좋아하는 사람을 보면 그냥 입꼬리가 올라가잖아요. 자신도 모르게요. 우언보다는 탁진이 조금 더 적극적이었지 않나 싶어요. 재민은 친구 이상으로 넘어가지는 않았어요. 우언과 탁진이 뭔가 이상하다고 짐작하고 알고 있지만 자신의 취향은 그렇지 않아 조심스러웠을 거예요. 그래서 나중에야, 탁진이 죽은 다음에야 말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저도 그런 경험이 있는데요. 분명 어떤 사실을 알지만, 추측하지만 그게 정말 맞을까봐 차마 말하지 못하는. 그래서 . 기다리고 기다리다 막바지까지 상대가 말하지 않으면 그제야 물어보는 소심함. 그런 것에서 벗어나고 싶은데 잘 안되네요.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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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닷없이 탁진이 우겼던 왈츠의 정의가 떠올랐다. 왈츠는 보디랭귀지야. 처음엔 무슨 말인지 몰랐다. 빙빙 돌면서 사랑을 찾는 게 왈츠라는 설명은 나중에 들었다.
무성음악 38쪽, 오선호 외 지음
탁진은 그저 웃기만 했다. 입을 벌리지 않고. 마지막까지 지구를 지킬 거라더니. 완벽한 거짓말쟁이가 되겠다더니. 곳곳에 뚫린 구멍을 다 막을 거라더니. 나는 죽어서까지 웃는 건 반칙이라고 꿍얼댔다. 절을 하고 일어서다가 오른발을 또 접질렸다. 죽을 것 같았다.
무성음악 39쪽, 오선호 외 지음
"지구", "거짓말쟁이", "구멍"의 의미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봅니다. @오선호 작가님의 말처럼 탁진이 입을 벌리지 않고 웃는 게, "비밀이 새어 나오기라도 할까 봐 그랬"다면, 지구는 그 비밀일 수도 있고, 결국 그 비밀은 우언에 대한 사랑일테니, 지구는 사랑 또는 사랑하는 우언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주홍글씨"가 두려워 우언에 대한 사랑을 숨겨야 하고 이성과 결혼까지 하며 "완벽한 거짓말쟁이"가 되려 했지만, 탁진의 마음에 그리고 그의 삶에 구멍이 생기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었을 거예요. 탁진의 사랑은 사회는 커녕 우언에게 조차 온전히 받아들여지지 못했으니까요. "구멍을 다 막"기 위한 방법 혹은 "구멍을 다 막"는 데 실패한 결과가 탁진의 죽음이었을까요. 우언의 말처럼 "죽어서까지 웃는 건 반칙"이네요. 주홍글씨가 전멸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면, 그 흔적이라도 희미해지길 그래서 탁진이 입을 벌리고 웃고, 울어야할 때 울 수 있길 그의 빈소를 상상하며 생각해봅니다. 그래야 우언의 발목도(탁진은우언에게 아킬레스건 같은 존재겠죠.) 낫고 그의 가슴의 구멍도 막아질 수 있겠죠.
@지혜 님 이렇게 깊이 꼼꼼하게 읽어주시니 감동이네요. 지구에 생긴 구멍은 아무리 감추려해도 흔적이 남기 마련일 거예요. 그 구멍에 비밀이 있을지 아님 어떤 다른 것이 있을지 어쩌면 탁진 자신도 잘 몰랐을까요? 모른척 하고 싶었을까요? 사랑하는 우언에게까지 비밀로 남겨야 하는 사랑. 사랑은 늘 아픔을 남기고 탁진은 어쩌면 그 아픔을 사랑이라고 착각했을 지도 모르죠. 우언도 탁진과 마찬가지구요. 장례식장에 갈 때마다 영정 사진을 보게 되잖아요. 그런데 웃고 있는 사진이 대부분이더라구요. 그때 생각했죠. 아~ 죽어서도 웃다니, 행복했나보네. 아니지. 그렇지 못해서 죽어서라도 웃는 걸까. 또는 죽어서도 웃어야하다니 참 서늘한데. 뭐 그런 생각들요. 그런 저의 소소한 경험도 소설에 반영 된 것 같아요. @지혜 님 말씀처럼 지구에서 주홍글씨가 사라질 날은 아마도 현재로서는 없을 것 같아요. 끝까지 비밀스러움을, 해결되지 않은 무언가를 남기고 간 탁진을 불러와 다시 왜 그랬냐고 물어보고 싶어지네요. 소설에서 묻지 않기로 한 건 완벽한 대답이란 존재하지 않을 것도 같아서 였어요, ㅎㅎ 거짓말쟁이로 남겨 두려고요. 그리고 그 구멍을 자주 들여다보려구요.
우재탁이 체험한 탱글우드에서의 차이콥스키 <1812 서곡>이 어땠을까 궁금해하다가, 아래 유튜브 영상을 찾았어요. 탱글우드는 아지만, 장면 중간 중간에 비치는 자유로운 관객들의 모습, 특히 음악에 심취해 있는 혹은 우비 입은 관객들의 모습이 1993년 그 때의 탱글우드와 비슷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네요. https://youtu.be/1KzF1KgaREo?si=XI0RZAUxB4bY1v3A "차이콥스키의 자살"과 탁진의 죽음을 연결하며 찾아보니, 차이콥스키가 또 다른 탁진이었네요. 앞으로는 차이콥스키를 들을 때마다 탁진을 떠올릴 것 같습니다.
@지혜 님이 올려주신 유 투브 영상 잘 보았습니다. 야외 음악당의 공기와 바람과 나무 내음과 그리고 내리는 비까지.... 차이콥스키의 <1812 서곡>에 녹아들었을 것 같은 분위기네요. 음악을 듣는 사람들은 그 분위기에 푹 젖었을 것 같고요. 탱글우드로 그런 분위기였을 거예요. ^^ 그렇죠..... 차이콥스키와 탁진. 닮은 지점이 있어요...
연주자와 관객들의 표정이 자유롭고 음악으로 충만해진 것 같아요. 좋은 영상 찾아주셔서 고맙습니다. 오스트리아 빈에서는 평일 저녁에도 시청 같은 곳에서도 클래식 연주 공연을 하고 사람들은 와인 한잔 들고 길거리공연 보듯이 편하게 본다는.. 기억인지 누군가에게 들은 말인지.. 떠오르면서 우재탁의 모습이 눈에 그려지는 것 같습니다.
우리가 알만한 세계적인 오케스트라 리허설을 개방해 놓는다고 하더군요. 우리나라도 그렇게 하는데가 있다고 들었습니다. 어찌보면 그게 본 공연보다 더 재밌을 수 있는데 그거 한번을 못 보네요. ㅠ
리허설... 서로 맞춰가는 과정을 보는 재미가 있을 듯 해요. 서로 조심스럽게 부족한 부분을 메꿔가는 거 .. 좋네요.
음악 리허설은 한 번도 본 적은 없는데 연극 리허설은 많이 봤습니다. 재밌어요. 어떤 면에선 본공연 보다 더 인간적이고 자유롭죠.
그쵸. 서로의 미숙함이 적나라하게 드러나잖아요. .인간적이고 자유로운 분위기, 그리고 무엇보다 리허설이 좋은 건 다시 할 기회가 또 있다는 거죠. 저는 그런 것도 좋아요.
오 궁금하네요. 연극 리허설이라니... 어떤 느낌일지 궁금하네요. 연극 리허설이 일반 대중에게도 공개되기도 하는건가요..? 사실 음악 리허설은 악기 조율하는 소리도 듣고 하는데, 연극 리허설은 상상도 못해봐서 굉장히 신선하게 여겨지네요~
악기 조율대신 공연장을 빙빙 돌며 자기 대사 외우고, 장난 치고, 농담 따먹기하고 할 거 다하죠. 긴장 풀려고. 연출과 FD들 끊임없이 대화하고. 가장 한가한 사람은 작가죠. 있어도 그만이고, 없어도 그만인 사람. 가장 먼저 치고 빠지는 존재죠. 경험상. ㅋㅋ
공연장 빙빙 돌며. 라는 말이 참 재미있게 들리네요. 저도 긴장되면 집안에서 한 번 빙빙 돌아봐야 겠어요. 연극 리허설에서는 작가가 제일 한가하군요. 공들여 미리 대본을 썼으니 그럴 수도 있겠어요. ㅎㅎ
와 신기하네요. 오히려 날것의 느낌이 들면서 인간적이기도 하겠어요. 직접 옆에서 많이 겪어보셨군요^^ 저는 워낙 연극에도 공연에도 문외한이라 리허설을 할 것이란 생각조차도 해보지 못했었는데... (알고나니 당연해보이네요ㅋ) 참 한 회차의 연극/공연이 하나하나 엄청난 연마의 결정체라는 것이 새삼 또 존경스럽고요ㅎㅎ
그쵸. 직접 옆에서 보면 그들의 열기가 느껴질 것 같아요. 자신의 배역에 얼마나 진심인지도 알 것 같구요. 그러고 보니 사람은 연극무대에서 자신의 배역을 연습(?) 공연하는 배우라는 말이 새삼스럽게 떠오르네요.
언제인지 기억나지 않지만 광화문 교보 문고에 갔다가 세종 문화회관 뒷길을 걷고 있는데 음악소리가 났어요. 아마도 점심을 위한 연주(?)인 듯했는데 점심을 먹고 잠시 쉬며 음악을 듣는 것 같았어요. 참 좋은 프로그램이다. 그런 생각을하며 저도 잠시 멈춰서서 들었던 기억이 나는데요. 지금도 그런 게 있나. 궁금해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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