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북플러스] 7. 무성음악_수림문학상 작가와 함께 읽어요

D-29
탱글우드 축제가 실제로 있는 행사였군요. 너무 낭만적이다는 생각을 하며 읽었어요. 우리나라에도 정말 많은 음악 축제가 있지만 늘 사람이 너무 많아 좀 지치는 기분인데 왠지 탱글우드 축제는 좀더 여유로울 것 같은 느낌도 들고요. 저는 세 친구가 보스턴에서 찰스강을 따라 함꼐 달리던 그 순간이 오히려 가장 아름다웠던 순간 같기도 했어요. 이 부분이 가장 저에게 생생하게 와 닿으면서 혹시 작가님이 보스턴 유학 경험이나 여기서 달리기를 하셨던 순간이 있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드네요.
사실 저는 탱글우드 라는 단어가 좋았어요. 뭔가 엉망으로 뒤섞였는데 나름의 질서가 있는 그럼 느낌을 받았거든요. 그런데 거기서 음악축제까지? 그것도 저렴한 가격으로 갈 수 있다고? 이런 축제가 점점 많아지면 좋겠다고 바래봅니다. 축제를 즐기는 방식은 각양각색인데 그 공기에 낭만이 가득하다는 건 공통적인 듯해요. 찰스강은 참 다양한 모습으로 우재탁에게 다가왔을 텐데 무엇보다 그들을 뭉치게 만들어줬죠. 그들이 같이 달리면서 던진 농담,을 떠올리면 벙긋 웃음이 나오기도 해요. ^^ @Alice2023 님은 혹시 달리기 좋아하시나요? 저는 찰스 강가를 달리기까지는 못해봤고 자주 걸었어요.나무와 풀, 지나가는 사람들, 차들, 바람과 하늘을 보면서 저는 걷기를 조금 더 선호하는 편이에요. ㅎㅎ
<진통제>에 관해 언급하기에는 좀 늦었지만, 몇 자 남깁니다. 이곳을 며칠 들어오지 못했더니, 여기 남겨주신 글들을 모두 따라 읽느라 많은 시간이 걸렸네요. ㅎ 오선호 작가님의 <진통제> 정말 잘 읽었어요. 저는 다 읽은 후에 바로 다시 읽는 경우는 절대 없는데, 재독을 할만큼 이 이야기를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은유와 비유로 읽히는 단서들이 가득하고 섬세한 이야기들의 겹침 방식이 거칠지 않고 우아하여, 저에게는 매혹적이 글이라서요. 연초에 <진통제>를 만난 건 큰 행운이구나 라고 느낄 정도로요. 할 말이 많지만, 두 가지만 언급하면 1) 저는 문주가 승선이 언급하는 "임시 상태"가 아닌 "진짜 자기 삶"(12쪽)의 상징으로 여겨졌어요. "승선이 알았던 문주는 사라진 옛날의 문주이고 이제 문주라는 사람이 실제로 누구인지 알 수 없게 된 지 오래여서 승선이 떠올리는 문주는 진짜 문주가 전혀 아닌데도 말이다."(28쪽)라는 문장처럼, 승선의 주위에 문주라는 그림자가 있는 건 문주 그 사람 자체가 아니니까요. 자신의 삶을 임시 상태로 여기는 승선에게, 자신이 원하고 선택한 삶 즉 자신에겐 허락되지 않았던 "자기 자신으로"(12쪽) 사는 진짜 삶의 다른 이름이 문주라고 여겨졌어요. 2) 이제 안정된 경제 사정으로 더 이상 임시 상태의 삶을 살지 않아도 되는데도 여전히 그 반복을 하고 있던 승선이 "무단 침입"을 계기로, 그가 바라마지 않았던 진짜 삶을 선택하지 않을까 상상해봅니다. "나중에 혹시 미대생이 된다면 그건 승선 자신이지 문주일 거라고는 생각해 본 적 없었"(26쪽)던 승선이기에, 특히 무단 침입한 장소가 문주의 작업실인 점을 연결해볼 때, 무단 침입으로 인해 "경찰 조사를 받으러 나가야 하는 날이 내일"(13쪽) 후에는 그가 아마도 그림을 시작하게 되지 않을까 상상해봅니다. 그 "내일"은 그가 매일 기대하기만 했던 내일과는 다른 "내일"이니까요. 무단 침입을 행하며, 비로서 임시 상태와 진짜 삶 사이에 승선 스스로 그어놓았던 선을 넘게 된 게 아닐까하는 생각이고, 그러므로 앞으로 승선은 선 넘은 삶을 살 것이라는 예상을 하게 됩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승선과 상현은 앞으로도 계속 만날 것 같습니다. 승선이 "선 넘는 말"(16쪽)을 할 수 있는 사람, 선 넘는 행동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상현이기 때문에, 승선에게 의미있는 사람이니까요. 더욱이 "이 사람의 귀를 보고 귀에 관해 생각하고 이야기를 나누는 게 문주 일을 외면하는 데 도움이 될까 싶은 거"(18쪽)라고 승선이 생각할 정도로 상현은 진통제의 역할을 담당하기도 하니까요. 사족으로, 저는 처음에 승선을 맞닥뜨렸을 때 인명이라고 생각 못하고 배를 타다의 뜻인 승선으로 읽었어요. ㅎㅎ 그러다, 작가 노트에서 "이동 수단"(34쪽)이 언급되는 것을 보고, 내심 반가웠습니다. 승선은 임시 상태의 삶을 기항지처럼 여겼을 것 같아요. 내 목적지는 이 곳이 아니야 라고 하면서요. 이제 승선은 진짜 삶을 목적지로 향하게 되었으니, 무단 침입을 통해 키의 방향을 바꾸게 된 것이죠. 진짜 삶도 핑크 빛이기만 하진 않을테니(승선이 중년이니 이러한 이치는 알만한 나이고요.), 늘 진통제는(음악 넓게는 예술은) 제 역할을 할 것이고요. 잘 읽었습니다~ "여전히 임시라면 이 삶은 애초에 임시였던 적이 없는 거다. 연극이 지금까지 이어져 온 게 아니다. 내려올 무대가 없으니 연극이 아니었던 거다."(30쪽)
음감회에도 오셨었죠? 소설을 읽어주시고 이렇게 자세히 글까지 남겨주셔서 저는 정말 몸 둘 바 모르게 감격(!)했습니다. 지금껏 소설을 쓰면서 혼자 느끼는 기쁨만으로도 충분하다 여기며 살아왔거든요. 그런데 누군가가 이토록 깊고 정확하게 이해해준다는 건 정말 차원이 다른 기쁨이네요. 승선이 그림을 시작한다는 @지혜 님의 상상은 제가 막연하게 그려봤던 엔딩 이후의 상황보다 훨씬 더 멋져요. 신승선에게 당장 그림을 그리라고 채근하고 싶을 만큼요.^^ 승선의 이름이 배를 탄다는 말과 겹치는 것에 대해서는 저 혼자 은밀하게 의미를 부여하며 즐겼는 줄 알았는데(심지어 이 소설을 쓰면서 쓴 쪽글/메모 중에는 승선이 충동적으로 배를 타고 떠나는 내용도 있었어요.), 그걸 알아보고 그 의미를 읽어내는 독자가 있다는 사실에 너무 놀랐습니다. @지혜 님 같이 눈 밝은 독자의 존재를 알게 되니 앞으로 더 열심히 써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되네요. 감사합니다.
네~ 음감회에 갔어요. 책을 읽은 후였다면, 작가님께 인사라도 드렸을텐데 아쉽네요. 그리고 작가님이시니, 승선에게 채근해주세요~ "내일" 후에는 "매일 아침 어김없이 승선의 몸을 일으키는 의무, 책임, 생존의 논리와 무관하게 매혹되는 무언가를 맞닥뜨릴 때"(28쪽)는 "충동적으로 배를 타고 떠나"도 좋다고 덧붙이시면서요. 작가님의 내일의 이야기들도 기다리겠습니다~
산 사람은 살아야 한다지만 가까운 이의 죽음을 온전히 슬퍼할 시간도 없이 부드러움과 날카로움이 담긴 단어를 찾는 주인공을 보며 많은 생각을 하게 됩니다.
저도 그 문장을 쓰면서 여러번 멈칫거렸어요. 사는게 무언지......우언은 아마 슬픔은 가슴 바닥으로 밀어넣고 흙투성이가 된 윗부분을 먼저 해결하려 한 것 같아요. 집에 돌아가면 그대로 쓰러져서 일어나지도 못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했던 기억이 나네요.
어디서 날아왔는지 젖은 벚꽃이 뺨에 내려앉았다. 벚꽃의 전생이 내 뺨에 날인되었다. 나는 벚꽃을 떼어 냈다. 흐르는 빗물에 떨어뜨렸다. 과거로 넘어가는 벚꽃을 지켜봤다.
무성음악 탱글우드 p.55~56, 오선호 외 지음
소설에 이런 문장 있으면 좋은 것 같습니다. 마치 드라마에서 슬로우모션이면서 몽환적이면서 샤랄라거리는 장면이 생각납니다. 하하
BGM도 들리는 듯 하고요ㅎㅎ
그러셨군요. 떨어지는 벚꽃을 보며 우언은 어쩌면 탁진을 생각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
부드러운 빗방울이 가슴을 두드렸다. 풀잎이 나직이 환호하며 몸을 뉘었다. 촛불이 온몸을 흔들며 하늘로 올라갔다. 마주 잡은 손끝으로 마주치는 눈빛으로 흔들리는 숨결로 우리는 서로를 느꼈다. 빗방울이 촛불이 음악이 세계가 같이 돌았다.
무성음악 P.46, 오선호 외 지음
이 문장에서 제가 다 설렜네요. 동성이라 서로 사랑하는 감정을 느끼고도 외면하는 모습에 맘이 아리기도 했구요.
저는 지하철을 타고 다니는데요. 환승을 할때면 종종 길거리 공연을 하는 가수분들을 만나요. 얼마전에는 '톱'으로 연주를 하는분을 뵌 적 있는데요. 날카로운 톱니 사이로 너무 아름다운 소리가 나서 한참 서 있었어요. 극고 극은 통한다는 말을 실감했고 저도 쪽빛아라 님처럼 마음이 꿈틀했어요.
저는 음악축제보다 30년전쯤 안양에서 가수 수와진이 길거리 공연하던 모습이 떠올랐네요. 한창 놀기 좋아하던 철없던 시절인데도 그앞을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한동안 서서 듣다 돌아가곤 했던 기억이 납니다. 이상하게 맘이 포근해졌던 추억이라 책보면서 당시 기억이 떠오르더라구요.
나는 죽음은 이해를 요구하지 않는다. 그냥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하고 싶었다.
무성음악 p.54, 오선호 외 지음
눈은 계속 쌓였고 치워놓은 눈은 벽이 되어 갔다. 이틀 동안 내린 눈이 연구실에서 기숙사로 통하는 뒷길을 지웠다. 누군가 만들어 놓은 눈사람도 허리까지 눈에 파묻혔다.
무성음악 p.49, 오선호 외 지음
예전에는 겨울이 되면 눈이 펑펑 내려서 쌓이기도 했는데 제가 사는 동네에는 몇 년째 쌓인 눈을 볼 수가 없어요.ㅜㅜ 누군가 만들어 놓은 눈사람도 허리까지 눈에 파묻혔다, 라는 문장이 향수를 불러 일으킵니다. 너무 좋아요~
눈은 차가운데 어쩐일인지 제게는 따스한 느낌이 있어요. @박해동님이 사시는 동네가 궁금해지네요. 몇년째 쌓인 눈을 볼 수 없는 곳.... 그런 곳은 또 다른 매력적인 무언가가 있을 것 같은데요. 요즘은 정말 눈이 귀한 손님이 된 듯 해요. 저는 가끔 울릉도 같은 곳에 갔다가 눈때문에 배를 타지 못하고 고립되는 상상을 해요.
A1. "우재탁"처럼 저도 20대 때 유학을 했었는데요. 제가 있던 도시에서 차로 1시간 가령 떨어진 휴양 도시에서 세계적으로 유명한 재즈페스티벌이 열려요. 유학 시절에는 저도 우언처럼 "경제적 여유는 물론이고 시간적, 심적 여유 또한 없"(43쪽)어서, 그 페스티벌을 즐기지는 못했어요. 그 아쉬움에 언젠가는 가보자 하고 지금까지 생각하게 되네요. 당시 제가 유학했던 곳에는 한국인 유학생이 거의 없어서, 우재탁이 마냥 부러워요. 혼자가 아니었기에 탱글우드도 갈 수 있었던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 페스티벌이라는 게 혼자는 영 흥이 살지 않으니까요. "잔디밭에 앉아 자유롭게 음악을 즐기는 사람들"(52쪽)은 뉴욕에서 봤던 적이 있어요. 여름의 음악페스티벌이었는데, 그때의 음악은 전혀 생각나지 않고 사람들의 자유로운 분위기, 함께 같던 친구들만 기억에 남아있네요. A2. 저는 예전에는 클래식을 찾아 듣는 사람이 아니었는데, 작년 하반기부터 청각에 예민해지면서 클래식을 찾아 듣고 있어요. 하나에 빠지면 줄곧 하나면 파는 취향이라, 요즘 독서 BGM은 라인홀트 글리에르(1875-1956, 우크라이나), 가브리엘 포레(1845-1924, 프랑스), 에릭 사티(1866-1925, 프랑스)가 주를 이룹니다. 이 시기를 흠모하는 중이에요. 그 중 광고 음악으로 사용되어 가장 유명하다고 할 수 있는 에릭 사티의 Gymnopedies No.1 공유합니다. https://youtu.be/pIbXrpy4EHY?si=8WDU1vwznkvNq6If A3. 1) 김수영 작가님께, 읽으면서 찰스강 주변 우재탁이 달리는 장소가 매우 생생하게 묘사되는데, 보스턴에 거주했던 적이 있으신가요? 요즘은 해외 레지던시 프로그램도 많으니 작가님도 레지던시로 보스턴에 계셨던 게 아닐까 생각도 해보았습니다. 2) 탁진의 빈소를 채운 곡이 "서곡(Ouverture)"인 점이 인상적인데요, (상투적이지만) 죽음이라는 끝과 서곡이라는 시작이 경계를 이루기도 해서요. 3) 글을 읽은 후, 저도 "부드러움과 날카로움이 담긴 단어는 뭘까"(58쪽)를 계속 생각하게 되는데요. 빗방울, 벚꽃을 생각하다가, 작가 노트에서 "어둠을 동강 낸 섬광이 허공을 가르며 쏟아진다."(59쪽)라는 문장에 '빛'이구나 라고 생각하게 되었어요. 우언은 어떤 답을 찾았을지 궁금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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