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북플러스] 7. 무성음악_수림문학상 작가와 함께 읽어요

D-29
자격이라기 보다는 용기, 세계에 대한 믿음이 있어야한다는 말씀에 동의합니다. 얼마전 시그리드 누네즈의 <어떻게 지내요>를 읽다가 인간의 재생산이 윤리적으로 옳지 않다는, 그러니까 결정권이 없는 존재를 고통스러운 세상에 내놓는 것 자체가 비도덕적이라고 믿는 '반출생주의 철학'이라는 게 있다는 걸 처음 알았어요. 제가 이 작품을 쓰면서 했던 고민이 전혀 새로운 게 아니라는 걸 다시 한번 확인하면서도, 그렇다고 저는 그런 신념으로 살고 싶지는 않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반출생주의 철학을 들여다보면요, 태어나지 않는 게 태어나는 것보다 낫다는 명제가 그들의 논리 안에서는 완벽하기에 빠져나올 수가 없더라고요. 그러나 제가 보기에는요, 태어나지 않는 것이 낫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고통을 너무나 과대평가하고 있는 것 같아요. 그 결과 그들은 좁게는 한 개인이 만들어가는 삶의 의미, 넓게는 우주와 생명이 존재한다는 사실 그 자체를 외면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고통이 너무나 고통스러운 건 맞지만 ㅠㅠ,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통이라는 게 존재/비존재를 결정지어야 하는 핵심이라고 보는 건, 존재의 목적이 오직 쾌락에 있다는 뜻이 되는데, 저는 아무리 생각해봐도 이것이 너무 얇고 실용주의적인 단견 같아 동의하기가 어려워요. 개인이 자기 삶에서 비출산을 결정하는 것은 전적으로 그 개인의 자유이자 권리이고 (이렇게 할 수 있게 된 것이 역사적으로 보면 비교적 최근의 일이므로) 해방이며 완전하게 옹호되어야 할 일입니다! 그러나 반출생주의 철학이라는 일반론에까지 나아가는 것은 (심지어 과거 철학자들의 저술이나 고대 경전 등에서 이런저런 문장들을 끌어와 그 사상을 강화하는 데 사용하면서요) 뭔가 본말이 전도되었다는 인상을 지울 수가 없네요. 그런 맥락에서 <하필이면 다해히도>에서 주인공이 보여주는 태도는 너무 멋있고 감동적입니다. 친부의 삶을 그대로 존중하고 떠나잖아요. 자신의 고통을 과장하지도 않고 섣불리 일반화하지도 않고요. 게다가 한 걸음 더 나아가 창작의 연료로 삼기까지!
역시 철학도셨던 오선호 작가님 덕에 반출생주의에 대해 더 잘 이해가 가네요. 네, 저도 주인공이 서울에 돌아가서 그 시나리오를 꼭 완성했기를 바랍니다! :)
1. '부모 자격시험'이라는 개념은 평소에도 그 필요성을 느끼고 있던 터라, 책을 읽으며 이 대목에서 깜짝 놀랐어요 ㅋㅋㅋ 저는 언급해주신 모든 역량에 더해, 아이를 바라보는 시선 역시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요즘은 아이를 미래의 보험처럼 여기거나, '내 아이만 소중하면 된다'는 태도를 가진 경우가 점점 늘어나는 것 같아요. 하지만 자식은 결코 나의 소유물이 아니라 나와는 분명히 다른 하나의 독립된 사람이고, 내 아이가 소중하다면 다른 아이들 역시 소중하다는 감각을 가질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런 시선을 지닌 사람들만이 부모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들었습니다. 2. 평생 느껴보지 못했던 '아버지'라는 인물을 만나, 면전에서 자신의 존재를 부정당하는 장면이 너무 슬펐어요. 주인공은 담담하게 털어내려는 모습을 보였지만, 만약 내가 그 상황이었다면 과연 그렇게까지 초연할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헉, 이릉님, 순서가 좀 바뀌었네요. 책에 나온 차례대로라면 <먹구름을 달리는 차 안에서> 원초이 작가님이 먼저고 다음이 박이강 작가님의 <하필이면 다행히도>인데 순서를 바꾸시는 바람에 제가 뭘 놓쳤나 순간 약간 당황했습니다. 뭐 이미 이릉님께서 정한 순서대로 읽으신 분들이 많은 것 같아 저도 이대로 읽겠습니다. ^^
날카로운 지적... 그걸 눈치채시다니, 대단하십니다. 역시 우리방 간판 옴부즈맨 다우십니다. 작가님들 개인 사정이 있어서 불가피하게 순서를 바꿨습니다. 뭐, 책 순서대로 읽고, 여기 순서 맞춰 또 읽어주셔도 됩니다. 너무 감사합니다, 감동감동~
ㅎㅎ 알고 계셨으면서 시침 뚝 떼시다닛! 그래서 사람은 정직해야합니다. 에헴~ ㅎㅎ
모든 작품, 주의 깊게 읽어주셔서 감사드려요.(최고)
제 사정 때문이었는데... 제가 자수가 늦었습니다. ㅎㅎ
ㅎㅎㅎ 독자의 눈일 때 더 잘 보이는 게 있죠. 근데 문체가 정말 깜찍하고 좋으네요. 용서해 드리겠습니다. ㅋㅋ
너그러운 용서 감사드립니다 ㅋㅋ
그렇군요. 전 원초이 작가님이 사정이 있으신가 보다 하고 혼자 생각했죠.
가만 있던 @원초이 작가님 어리둥절 하셨을까 궁금한데, 며칠 뒤 여기 등장하실 때 여쭤봐야겠네요~
1. 저도 @쪽빛아라 님 말씀처럼 아빠와 엄마의 관계를 우선시 할 것 같습니다. 서로 사랑하고 화목하면 아이가 생겨도 비슷하겠지요. 하지만 서로 사랑하지 않고 다툼이 많은 관계라면 아이가 생겨도 사랑이 갑자기 생기진 않을 것 같습니다. 2. 엄마와 딸이 헤어지는 장면이 인상깊었어요. 엄마는 미안해하는 것 같지만 딸은 해방감을 느끼는 것 같아요. 부모와 자식의 관계는 너무 붙어있어도 해로운 것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저도 부모님과는 조금 떨어져 지내는 것을 선호하는 편이고 정말로 떨어져 지내고 사이가 더 좋아졌어요. 다른 분들은 부모님과의 거리에 대해서 어떻게 느끼시는지 궁금합니다.
2 - '다른 분들은 부모님과의 거리에 대해서 어떻게 느끼시는지 궁금합니다.' 관련 -> 어렵네요... 사실 저도 부모님과 그리 친한 편이 아니라, @지니00 님과 생각이 비슷합니다. 사람마다 다를 거 같긴 합니다. 그 부분에서 제가 맞다고 생각한 적은 없어서요.
저는 부모님 그늘에서 벗어나고 싶어서 일찍 결혼한 경우인데요. 물리적 거리감은 멀어졌지만 심적 거리감은 변함이 없더라구요. 제가 개인적으로 느끼기에 부모가 아이에게서 독립을 해야 진정한 독립이 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저도 제 아이들에게서 잘 독립하기가 목표입니다! ㅎㅎ
'부모가 아이에게서 독립을 해야 진정한 독립' 이란 표현이 낯설어서 좋네요. 우리 소설 모임에 걸맞는 고품격 문학적 표현같아요. 아이가 독립이 아니라, 부모가 아이에게 독립한다는 말의 의미, 한번 생각해 보게 됩니다.
생업(?) 때문에 이제사 <하필이면 다행히도>를 읽기 시작했습니다. 시작부터 묘한 기분입니다. 경주라는 공간은, 개인적으로 20년을 살아냈던 공간이고 지금껏 그 연을 이어온 곳이라, 럭키빌딩과 프로방스, 물론 창작된 작명일테지만,가 어디쯤일까 상상하며 읽어내느라, 마치 증강현실 소설을 읽는 기분마저 들었습니다. (어쩌면 ‘나혼자 일본의 라노벨 읽는 느낌’이었네요ㅎㅎ) 엄마에게서 아빠의 존재를 처음으로 듣게 되는 장면까지 읽었는데, 작가님이 지어내는 글맛이 쫀쫀하다 싶었습니다. 건물을 사람으로 겹쳐 묘사하는 장면(93페이지)이나, 귀갓길에 김밥집과 편의점을 들르는 장면(94페이지)은, 마치 글자들이 의미를 부여한 단어들, 그리고 그 단어들로 조립된 문장들과 어떤 호흡이 만들어내는 문단이, 마치 가만히 카메라를 세워두고 롱테이크로 찍어낸 영상이 두둥실, 책의 페이지라는 2차원 위로 떠올라 3차원으로 보는 듯 했습니다. 감칠맛 이란 것에 입맛을 다셨습니다. 간만에! ps1. 마저 읽고 다시 돌아오겠습니다. ps2. 이랑 가수의 <가족을 찾아서>를 듣고 또 들었습니다. 웃다울었고, 또 웃었습니다. <늑대가 나타났다> 이후에 간만에 이랑 가수의 노래 랜덤 플레이 중입니다.
저도 @박이강 작가님 글 좋아합니다. 사람도 글도 엘레강스함 같은 게 있는 분이에요. '감칠맛'이란 표현 참 좋네요~
@Henry 님이 쓰신 표현들이 너무 입체적이라 나야말로 갑자기 4D영화관 의자에 앉아 흔들리는 느낌을 받았네요. ㅎ 감사합니다. 경주는 고등학교 때 수학여행을 간 후로 이상하게 한 번도 가보질 못하다가, 작년에 처음 여행을 갔거든요. 그때 황리단길을 시작해 여기저기를 다니며 내가 이 소설에서 경주의 정경을 잘 표현하지 못한 거 아닌가 했던 기억이 나는데, 이렇게 경주 얘기를 하시니 재밌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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