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북플러스] 7. 무성음악_수림문학상 작가와 함께 읽어요

D-29
<하필이면 다행히도>는 전반적으로 제가 평소에 생각하는 것들과 많은 지점들이 교차가 되어, 고개를 끄덕이는 느낌으로 읽었습니다. 저는 자녀의 유무가 관건이 아니라, "혈육이라는 인연에 매이는 거"(119쪽)가 문제라고 생각해요. 가족이라는 이름 아래에선, 모든 거리를 없애버리는 것을 마치 미덕처럼 여길 때가 많으니까요. 그럴 때 아이러니하게도 고통이 싹을 틔우는 것이니까요. 혈육이라서 건강한 거리 유지가 더 어렵지만 그러하기에 더 중요한 게 아닐까 생각하게 돼요. 이 점을 저도 인식하며 체화할 수 있도록 많이 연습하는 중이구요. 그 미완성의 시나리오가 화자의 경주행을 동행하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상상하니, TV 막장 드라마에서 흔히 볼 법한 장면이 펼쳐지지 않았을까 하는 짐작을 하게 됩니다. 그러니 결국 화자에게 글이 있어서, 하필이면 다행히였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화자에게 글이 있어, 하필이면 다행이었다는 지혜 님의 지적이 참 좋네요. 글이건, 책이건, 문학이건, 그것들이 우리 삶에 가져다주는 보이지 않는 힘을 말해주시는 것 같아서요. 그리고 가족의 개념에 대해서도 우리는 많이 유연해져야 할 것 같아요. 이미 많이 변하고 있지만요. 전 혈연관계가 가족을 이루는데 필수 필요조건이라고 생각하지 않거든요.
음악을 들으나 듣지 않으나, 소설을 쓰나 안 쓰나, 삶은 흘러간다. 그리고 우리는 언젠가는 사라지게 되어있다. 그래서 음악을 듣고 소설을 쓴다. 안 듣고 안 쓰는 것과 어찌보면 크게 다를 것도 없지만, 그 이유 때문에라도 듣고 써야 할 것 같다. 어쩔 수 없이.
무성음악 124쪽, 오선호 외 지음
오늘 <작가노트>를 읽었는데, 공명하는 내용이라 문장수집했습니다. 저는 예술이 있어 참 다행이다 라고 느끼는 사람이에요. 그나마 삶의 흐름을 (크게는 아니더라도) 조금이라도 바꿀 수 있는 것은 예술이라고 믿고 있어요.
저도 @박이강 작가님 이번 작가노트 좋더라고요. 믿음 소망 사랑 중 제일은 사랑이라지만 떄론 믿음 중요하더라고요.(그러니 3개 중엔 꼽혔겠지만) 이상형 월드컵 하라면 전 셋 중에 믿음입니다.(순간순간 순위는 바뀔 듯한데 지금은 그렇습니다.) 예술의 힘, 믿습니다,
맞아요. 저도 믿습니다. 예술이 삶을 바꿀 순 없더라도 적어도 삶의 흐름은, 삶의 결은 분명 바꿀 수 있다고요.
자신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어떤 이를 부모로 만나는 건 과연 정당한 일인가. 한 사람의 삶이 그런 턱없는 우연성에 기초한다는 건 엄청난 부조리 아닌가.
무성음악 P.112, 오선호 외 지음
어릴 적 지긋지긋한 이렇게 자식들 뒷바라지도 못하면서 왜 낳았을까? 하고 원망도 하고 탓도 많이 했는데요. 살아보니 그자체가 삶이더라구요. 어느덧 제가 아이 부모가 되고 아이들이 하나 둘 커서 떠나는 모습보며 잘해준 것보다 못해준 것만 생각나는게 어쩜 이러나 저러나 100% 만족하는 삶은 없지 않나 싶네요. 내 의지로 부모를 선택해도 크게 달라질게 없을 것 같아요. 1. 부모 자격시험 이런게 생긴다면 전 엄마 아빠의 관계를 제일 먼저 볼 것 같아요. 둘이 서로 사랑한다면 그 사이에서 태어나는 아이는 당연히 사랑스러울 수 밖에 없는 존재가 아닐까 하는 애엄마의 입장입니다. 2. 우선 링크해 주신 음악을 처음 들었는데 가슴을 푹 찔린 느낌이 들고 눈물이 핑 돌더라구요. 가사가 귀를 통해 가슴을 관통한 느낌이었네요. 그리고 책을 읽었는데 음악과 연결 된 이야기같이 느껴졌어요. 엄마라는 존재는 어찌됐든 따뜻하고 포근한 존재지만 아빠는 우선 한발 물러나서 보게되는 존재이다보니 어느 날 갑자기 생긴 아빠라는 존재에게 느끼게 될 감정들이 너무나도 사실적이고 적나라하게 표현되는 글속 상황이 같이 안타깝기도 화가 나기도 당황스럽기도 했네요. 그래서 본인이 딸임을 밝히지 않은 결정을 지지해주고 싶네요.
@쪽빛아라 님도 제가 이 음악을 처음 들었을 때의 마음을 고스란히 느끼신 것 같아 반갑습니다. 그리고 이 작품을 마음으로 읽어주셔서 너무 감사해요. <가족을 찾아서>처럼 이랑의 노래는 가사의 힘이 대단한 것 같아요. 자신의 경험과 감정이, 특히 고통스러운 감정이 응축되어 꾸밈없이 발산될 때의 힘이 뭔지를 잘 보여주죠. 이랑이 쓴 책을 읽은 적이 있는데, 자신은 멋지고 슬픈 사람이 되고 싶대요. ㅎ 참 그녀에게 어울리는 말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평화로운 정오의 놀이터에서 울 듯한 표정으로 매달려 있던 늙은 남자. 내 상상 속의 아빠는 그런 모습이 아니었다. 내가 태어나기 전에 세상을 떠난 아빠는 젊은 남자였으니까. 그는 어떤 인생을 꿈꾸던 젊은이였을까.
무성음악 p.103, 오선호 외 지음
묻고 싶다. 자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어떤 이를 부모로 만나는 건 과연 정당한 일인가.
무성음악 p.112, 오선호 외 지음
옛날엔 일 년 내내 하루도 쉬지 않고 김밥을 팔고 청소를 하는 어머니의 인생이 안타까웠는데, 나이가 들고 보니까 알겠어. 어머니는 어머니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방식으로 잘 살고 가신 거라는 걸.
무성음악 p.118, 오선호 외 지음
넌 내 목숨이라고. 나처럼 무서울 정도로 많은 사랑을 받은 사람도 없을 거야. 하지만 그게 내겐 얼마나 무거운 이불을 덮고 있는 기분이었는지 모를 걸. 헤어지는 건 또 얼마나 힘들고.
무성음악 p.119, 오선호 외 지음
세상에서 가장 무조건적인 이해와 애정을 기대하게 되는 관계가 부모자식간의 관계 아닐까요. 그렇기 때문이라도 더욱, 특히 성인이 된 후론, 서로 거리를 두는 게 건강한 관계를 유지하는 데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생각해보면 저도 그걸 못해서 힘들지 않았나 싶고요. 부모님과의 관계 뿐 아니라 모든 관계가 거리조절에 실패해서 상처가 생기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믿는 순간부터 힘이 생기겠죠~!!!
@지혜님의 아이들이 부럽네요. 아이들에게서 잘 독립하기가 목표라는 멋진 엄마라니!
저의 말이 아니라, 쪽빛아라님 말씀이에요~
앗 죄송합니다 ㅠㅠ
와, @박이강 작가님의 <하필이면 다행히도>는 뭐 제가 근래 단편을 많이 읽은 건 아니지만 가장 압도적이고 오래 기억에 남을 작품은 아닌가 싶습니다. 이런 말씀 드리기가 좀 뭐하긴 하지만 제가 웬만해서 책을 잘 버리지 않고, 버리더라도 오래도록 간직하다 할 수 없이 버리는데 (모든 것엔 다 이별이 있게 마련이잖아요. 사람이든 사물이든) 이 책은 정말 이 작품 때문에 버리지 못하던가 아니면 이 작품만 따로 떼어내고 버리게 되던가 그럴 것만 같습니다. ㅎㅎ 저 미움 살 장작하고 말씀드리는 겁니다. 용서하소서. ㅠ 근데 독자에게 편애하는 작가가 생겼다는 건 엄밀한 의미에서 행복한 일 아닌가요? 다 그런 과정을 거쳐 작가가 되셨을테고요. 간단히 말해 팬이 생겼다는 말을 어렵게 하는 겁니다. ㅋ 전 이 작품을 읽자 작가의 쓸모는 바로 이런거구나란 생각을 했습니다. 인간의 문제 또는 관계의 문제를 예리하게 파고 들면서 나름의 해석하고, 이해하고, 위로하는 거요. 저는 초등학교 이후 출생의 문제에 관해선 의심해 본적은 없습니다. 그 놈의 너는 다리 밑에서 주워왔어란 말만 듣지 않았어도. 뭔말인지 아시죠? 물론 그게 결국 정체성 탐구로 이어지겠지만. 근데 어쨌든 소설에 나타나는 질문 말고도 정체성을 묻는 다양한 질문들이 앞으로 나올 수 있다는 거죠. 그럴 때 작가는 뭘 할 수 있을까를 묻게 만드는 정말 드문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지나치게 무겁지도 않고. 전 이 작품 어느 방송국에서 단막극으로 만든다고 작가님께 연락이 가지 않을까 합니다. 너무 기대는 마시고요. ㅋㅋ 암튼 잘 읽었습니다. 갠적으로 필사하고 싶은 작품입니다.
'방송국 단막극' 말씀 주셨는데, 혹 나중에 @박이강 작가님이 나레이션 같은 거 하면 꼭 들어보셔요. 목소리가 성우급이셔요. 박이강 작가님이 자기 목소리로 낭송하는 소설, 듣고싶어하는 1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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