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북플러스] 7. 무성음악_수림문학상 작가와 함께 읽어요

D-29
생업(?) 때문에 이제사 <하필이면 다행히도>를 읽기 시작했습니다. 시작부터 묘한 기분입니다. 경주라는 공간은, 개인적으로 20년을 살아냈던 공간이고 지금껏 그 연을 이어온 곳이라, 럭키빌딩과 프로방스, 물론 창작된 작명일테지만,가 어디쯤일까 상상하며 읽어내느라, 마치 증강현실 소설을 읽는 기분마저 들었습니다. (어쩌면 ‘나혼자 일본의 라노벨 읽는 느낌’이었네요ㅎㅎ) 엄마에게서 아빠의 존재를 처음으로 듣게 되는 장면까지 읽었는데, 작가님이 지어내는 글맛이 쫀쫀하다 싶었습니다. 건물을 사람으로 겹쳐 묘사하는 장면(93페이지)이나, 귀갓길에 김밥집과 편의점을 들르는 장면(94페이지)은, 마치 글자들이 의미를 부여한 단어들, 그리고 그 단어들로 조립된 문장들과 어떤 호흡이 만들어내는 문단이, 마치 가만히 카메라를 세워두고 롱테이크로 찍어낸 영상이 두둥실, 책의 페이지라는 2차원 위로 떠올라 3차원으로 보는 듯 했습니다. 감칠맛 이란 것에 입맛을 다셨습니다. 간만에! ps1. 마저 읽고 다시 돌아오겠습니다. ps2. 이랑 가수의 <가족을 찾아서>를 듣고 또 들었습니다. 웃다울었고, 또 웃었습니다. <늑대가 나타났다> 이후에 간만에 이랑 가수의 노래 랜덤 플레이 중입니다.
저도 @박이강 작가님 글 좋아합니다. 사람도 글도 엘레강스함 같은 게 있는 분이에요. '감칠맛'이란 표현 참 좋네요~
@Henry 님이 쓰신 표현들이 너무 입체적이라 나야말로 갑자기 4D영화관 의자에 앉아 흔들리는 느낌을 받았네요. ㅎ 감사합니다. 경주는 고등학교 때 수학여행을 간 후로 이상하게 한 번도 가보질 못하다가, 작년에 처음 여행을 갔거든요. 그때 황리단길을 시작해 여기저기를 다니며 내가 이 소설에서 경주의 정경을 잘 표현하지 못한 거 아닌가 했던 기억이 나는데, 이렇게 경주 얘기를 하시니 재밌네요.
4D영화관 의자에 앉혀드렸다니, 놀라지 않으셨으려나요? ^^;; 고등학교 수학여행 때 다녀온, 그때의 경주에 대한 기억(?)만으로 이 소설을 쓰셨군요 ㅎㅎ 어쩌면 경주가 아니어도 되는 소설이기도 한데, 왜 경주를 소설의 배경으로 하셨을지 갑자기 궁금해졌습니다.
특별한 이유는 없었어요. ㅎ 경주는 왠지 느낌도 좋고, 고즈넉한 지방 소도시 이미지에 어울린다고 느꼈던 것 같아요.
그런 특별한(!) 이유가 있었군요. 어쩌면 김밥집 아주머니가, 뭐가 제일 맛있냐는 질문에 무심하게 "다 똑같아. 한 줄? 두 줄?" 했던 그 장면처럼, 그런 느낌의 어떤 도시인 경주가 '한 줄'이 되었나 보군요. 답변 감사합니다^^
ㅎㅎㅎ 찰떡같은 비유네요. 네, 바로 그겁니다.
하필이면 또는 다행히도 그 두 사람. 바로 그 지점에서 불가항력적으로 운명 지워진 하나의 삶은 출발한다.
무성음악 <하필이면 다행히도> p.96, 오선호 외 지음
아이들 어릴 때, 한밤 중에 열이 철철 끓는데 시럽 해열제를 약과 함께 주는 하얗고 조그마한 플라스틱 숟가락에 담아서 먹이며, 어찌할 바를 몰라 발만 동동 구르던 순간을 기억했습니다. "아빠도 아빠가 처음이라. 미안해.." @박이강 작가님의 <하필이면 다행히도> 속 자신의 존재를 모르는 아빠를 만나러 가는 딸의 이야기가, 제겐 스릴러 처럼 읽혔습니다. 이야기가 끝날 때 까지 손에 땀을 쥐고 딸을 알아볼까, 아빠에게 먼저 자신을 들어낼까, 하는 조바심과 안타까움으로 조용히 카페 그녀가 바라다 보이는 자리에서 숨죽이며 그녀 한번, 창밖 건너편 한번, 번갈아 보며 읽어내려갔습니다. 확실히 이야기가 다른 이야기로, 대화가 생각으로 오가는 경계가 보이진 않는데, 읽다보면 자연스레 읽어낸 문장들이 머릿 속에서 이리저리 자리를 찾아 흐르고, 자연스레 편집되면서 실시간으로 뇌 안쪽 어두운 벽면에 영사기로 보여주는 듯 했습니다. 신기하게도. 그렇게 다 읽고 나서는, 엉뚱한 생각들이 또아리를 틀며 꼬리에 꼬리를 물었습니다. 자녀가 부모를 선택할 수 없듯, 부모도 자녀를 선택할 수 없는 거 아닌가? 어릴 적 잘 사는 친구네 놀러가서는 여기가 우리집이고 제네 부모님이 우리 부모면 어떨까 하는 상상을 하기도 했습니다. 그런가 하면, 주변에서 그렇게 십 수 년을 노력해도 아이를 갖지 못하는 이들도 있고, 하룻밤 실수(?)로 들어선 아이로 깊어진 고민에 격랑의 시간을 보내는 이들도 있습니다. 어찌 보면, 우리는 살면서 과연 무엇을 선택이나 할 수 있는 존재들인가 싶어질 지경입니다. 인구절벽의 작금의 현실에 '부모 자격시험'이 시행된다면 과연 어떨까 하는 상상도 했습니다. 몇 년 동안 낙방을 거듭하는 고시생들 같은 부모들을 위한 학원들이 노량진에 생길까? 아니면 애 키우기 이렇게나 힘든데 오히려 잘되었다며 딩크족들만 양산되는거 아닐까? .... 그렇게 택시를 타고 고속버스 터미널로 향한 그녀는, 그렇게 서울로 가버리곤 끝이었을까? 가끔 생각나는 아빠의 구부정한 걸음걸이를 떠올리며, 그때의 치통을 떠올리며,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일 거 같던 그를 다시 보러 (혹은 만나러) 경주행 버스를 타지 않았을까?... 정말 그 아빠란 사람은, 그녀가 자신의 딸이란 걸, 나중에라도 정말로, 절대로 몰랐을까? 그녀의 엄마가, 만취한 밤에 어쩌면 그에게 전화해서 딸의 존재를 이야기했는데 까맣게 잊어버린건 아니었을까? 정말 내내 그렇게 가슴에 뭍고 자신만의 비밀로 간직하고만 살았을까?.... 책의 마지막 문장에 도착해서 이러저러한 상상과 생각이 꼬리를 물며 확장해가도록 이야기를 지어준 작가님, 감사히 잘 읽었습니다. PS. 그녀와 그녀 아빠의 뒷이야기는 더 안해주실거죠? ㅎㅎ
@Henry 님의 이 글을 읽으며 많은 생각이 듭니다. 작가가 만든 인물의 입장을 작가 자신보다 더 넓고 더 깊이 보는 독자가 있을 수 있구나 감탄하게 됩니다. 이렇게 다각도로 상상과 관점을 확장해 나가실 수 있는 분이라면 이 친구의 앞으로의 이야기도 저보다 더 잘 쓰실 수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요. 부모도 자녀를 선택할 수 없는 거 아닌가? 라는 질문은 이 작품을 쓰는 동안 미처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부모 자식간의 관계에 있어 부모는 상처를 주는 잠재적 가해자 그리고 자식은 자기 의지와 상관없이 상처받는 피해자라고 생각하는 상투성에 제가 함몰되었었다는 걸 깨닫게 되네요. ‘어찌 보면, 우리는 살면서 과연 무엇을 선택이나 할 수 있는 존재들인가 싶어질 지경입니다’라는 사유 역시 고개를 끄덕이게 되고요. ‘다행히도’ 이 이야기가 상상과 생각에 꼬리를 물게 했다면, 그건 저의 역량이 아니라 헨리님의 역랑이겠죠. 정성 어린 리뷰 너무 감사드려요.
밀도 높은 이야기를 만나 이런저런 상상과 생각을 주저리주저리 적어내린 제 글에 감탄 씩이나 해주셔서 그저 감사할 따름입니다. 계속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이야기들 많이 지어내 주세요. 그 과정에서 작가님도, 그 세상을 마주하는 독자들도 모두 행복하길, 그렇게 바라봅니다.
감사합니다. @henry 님 덕에 이 추운 날씨도 두렵지 않은 온기를 얻었어요.
나는 가만히 중얼거렸다. 10점. 아니, 기권.
무성음악 <하필이면 다행히도> p.120, 오선호 외 지음
묻고 싶다. 자신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어떤 이를 부모로 만나는 건 과연 정당한 일인가. 한 사람의 삶이 그런 턱 없는 우연성에 기초한다는 건 엄청난 부조리 아닌가. 그게 신이 하는 일이라면 인류가 대동단결해 너무 폭력적이지 않냐고 항의라도 해야 할 일 아닌가 말이다.
무성음악 <하필이면 다행히도> p.112, 오선호 외 지음
남자의 첫인상은 뭐랄까, 그가 빠져나온 건물 같았다. 지방 소도시의 시장통 골목에 있는 낡은 상가 건물. 바랜 간판들을 덕지덕지 붙인 채 사람들이 휴대폰을 신형으로 바꾸고 머리를 하고 빵을 사는 동안 천천히 늙어 버린 건물 말이다.
무성음악 p.93, 오선호 외 지음
이 문장을 꼭 공유하고 싶었어요. 아버지의 첫 인상이 단박에 이해가 된 찰떡같은 비유여서 넘 재밌었거든요.
그리고 101쪽에 공원 장면... 아버지라는 미지의 사람을 찾으러 갔는데, 점심을 먹은 아버지가 동네 할머니 할아버지들과 다를 바 없이 나무에 몸을 부딪히고 철봉을 하는 모습. 너무나 무심하고 일상적인 '아버지'의 모습을 바라보는 나. 표현할 수 없는 그 허탈한 마음. 그냥 지나가는 장면 같지만 인상 깊게 남았어요.
그동안 오선호 작가님, 김수영 작가님과 함께 나눈 풍부하고 재미있는 대화를 제가 어떻게 이어가지 할지 걱정됩니다. 제 작품은 별로 할 얘기가 있을까 싶기도 하고요. ㅋ 아무튼 반갑습니다. 책을 읽는 방법으로 정독, 낭독, 재독 등 여러 방법이 있겠지만 이렇게 고급독자들이 모여 작품에 대해 깊이있는 의견을 나누는 것 또한, 그걸 눈동냥하는 것만으로 책을 깊이있게 읽는 방법이라는 걸 깨닫게 되네요.
작가님, 반갑습니다! 부모자격시험에서 저는 애초에 심사위원 자격도 박탈 당할 것 같다고 생각해요. 저는 제가 좋은 부모가 될 수 있을지 잘 모르겠거든요. 저도 잘 모르는데 남을 심사할 수 있을까요? 그래도 반드시 평가해야 한다면, 너무 바쁘더라도 하루에 최소 1시간은 온전히 자신의 가족과 시간을 보내는 데 쏟는 사람을 고르고 싶어요. 같이 밥을 먹어도 좋고, 잠자기 전에 이야기를 나눠도 좋아요. 그냥 가족에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진 사람. 어쨌든 아이가 커갈수록 가장 기억에 남는 건, 별 거 안 했어도 가족과 보냈던 시간인 것 같아요. 그게 사랑을 전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해요. 그 기억을 가지고 있으면 아이도 자신의 아이에게 또 사랑을 전해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는 자신의 유전자를 받은 아이가 커 가는 걸 지켜보는 기쁨을 누리지 못했지만, 어쨌거나 인생에서 가장 잘했다고 믿는 결정이 하나쯤 있다는 건 좋은 일이겠지.
무성음악 p.122, 오선호 외 지음
작성
글타래
화제 모음
지정된 화제가 없습니다
[책나눔 이벤트] 지금 모집중!
성공하면 30억을 받는 대리 수능💥『모방소녀』함께 읽기[책증정-선착순 10명] 청선고로 모여라!『열여덟의 페이스오프』작가와 함께 읽기4,50대 세컨드 커리어를 위한 재정관리 모임노후 건강을 걱정하는 4,50대들의 모임
💡독서모임에 관심있는 출판사들을 위한 안내
출판사 협업 문의 관련 안내[모임] 간편 독서 모임 만들기 매뉴얼 (출판사 용)
그믐 새내기를 위한 가이드
그믐에 처음 오셨나요?[메뉴]를 알려드릴게요. [그믐레터]로 그믐 소식 받으세요
커리어와 나 사이 중심잡기 [김영사] 북클럽
[김영사/책증정] 일과 나 사이에 바로 서는 법 《그대, 스스로를 고용하라》 함께 읽기[김영사/책증정] 천만 직장인의 멘토 신수정의 <커넥팅> 함께 읽어요![김영사/책증정] 구글은 어떻게 월드 클래스 조직을 만들었는가? <모닥불 타임> [김영사/책증정] 《직장인에서 직업인으로》 편집자와 함께 읽기[김영사/책증정] 무작정 퇴사하기 전에, <까다로운 사람과 함께 일하는 법> 함께 읽기
[여성]을 다양하게 말하기
[책증정] 페미니즘의 창시자, 프랑켄슈타인의 창조자 《메리와 메리》 함께 읽어요![책나눔] 여성살해, 그리고 남겨진 이들의 이야기 - 필리프 베송 <아빠가 엄마를 죽였어>[책증정]『빈틈없이 자연스럽게』 반비 막내 마케터와 함께 읽어요![그믐클래식 2025] 9월, 제 2의 성 [도서 증정] 《여성은 나약하고 가볍고 변덕스럽다는 속설에 대한 반론》 함께 읽기[도서 증정] <문제적 여성들의 북클럽> 번역가와 함께 읽기
그믐의 대표 작가, 조영주
[책 증정] <탐정 소크라테스> 조영주 작가와 함께 읽어요[책증정] 작가와 작가가 함께 등판하는 조영주 신작 <마지막 방화> 리디셀렉트로 함께 읽기[장맥주북클럽] 1. 『크로노토피아』 함께 읽어요[박소해의 장르살롱] 19. 카페 조영주로 오세요
4월 12일은 도서관의 날! 도서관과 함께 했어요.
[경상북도교육청 구미도서관] 박준 시인 북토크 <계절 산문> 온라인 모임첫 '도서관의 날'을 기념하는 도서관 덕후들의 독서 모임[서강도서관 x 그믐] ③우리동네 초대석_차무진 <아폴론 저축은행>
짧은 역사, 천천히 길게 읽고 있습니다
[함께 읽는 과학도서] 천천히 곱씹으며 느리게 읽기 <지구의 짧은 역사> 1부[함께 읽는 과학도서] 천천히 곱씹으며 느리게 읽기 <지구의 짧은 역사> 2부
🎨 그림책 좋아하세요?
벽돌책 사이, 그림책 한 칸 (부제: 내가 아는 29가지 기쁨의 이름들)[그믐밤] 27. 2025년은 그림책의 해, 그림책 추천하고 이야기해요. [도서 증정] 《조선 궁궐 일본 요괴》읽고 책 속에 수록되지 않은 그림 함께 감상하기!"이동" 이사 와타나베 / 글없는 그림책, 혼자읽기 시작합니다. (참여가능)
제발디언들 여기 주목! 제발트 같이 읽어요.
[아티초크/책증정] 구병모 강력 추천! W.G. 제발트 『기억의 유령』 번역가와 함께해요.(7) [제발트 읽기] 『토성의 고리』 같이 읽어요(6) [제발트 읽기] 『전원에서 머문 날들』 같이 읽어요[제발디언 참가자 모집] 이민자들부터 읽어 봅시다.
이기원 단장과 함께 스토리의 세상 속으로!
스토리탐험단 시즌2 : 장르의 해부학 2. 액션 + 로버트 맥키의 액션스토리탐험단 시즌2 : 장르의 해부학 1. 호러
봄에는 봄동!
단 한 번의 삶방랑자들여자에 관하여
🎁 여러분의 활발한 독서 생활을 응원하며 그믐이 선물을 드려요.
[인생책 5문 5답] , [싱글 챌린지] 완수자에게 선물을 드립니다
편견을 넘어 진실로: 흑인문화 깊이 읽기
노예제, 아프리카, 흑인문화를 따라 - 07.더 이상 평안은 없다, 치누아 아체베노예제, 아프리카, 흑인문화를 따라 - 06.모든 것이 산산이 부서지다, 치누아 아체베노예제, 아프리카, 흑인문화를 따라 - 05.대항해시대의 일본인 노예, 루시우 데 소우사
작가님과의 풍성한 대화
잃어버린 나와 내 로맨스의 복원🛠️『사랑도 복원이 될까요?』함께 읽기저자와 함께 읽는『허즈번즈』- 결혼 후, 남편이 한 명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됐다.[책증정] SF미스터리 스릴러 대작! 『아카식』 해원 작가가 말아주는 SF의 꽃, 시간여행
어렵지 않은 물리학
[다산북스/책 증정] 『모든 계절의 물리학』을 저자 & 편집자와 함께 읽어요![책증정] SF가 상상하고 과학이 증명하다! 《시간의 물리학》 북클럽마음의 그림자 : 노벨물리학상 수상자 로저 펜로즈의 양자역학적 의식 연구
모집중밤하늘
내 블로그
내 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