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북플러스] 7. 무성음악_수림문학상 작가와 함께 읽어요

D-29
밀도 높은 이야기를 만나 이런저런 상상과 생각을 주저리주저리 적어내린 제 글에 감탄 씩이나 해주셔서 그저 감사할 따름입니다. 계속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이야기들 많이 지어내 주세요. 그 과정에서 작가님도, 그 세상을 마주하는 독자들도 모두 행복하길, 그렇게 바라봅니다.
감사합니다. @henry 님 덕에 이 추운 날씨도 두렵지 않은 온기를 얻었어요.
나는 가만히 중얼거렸다. 10점. 아니, 기권.
무성음악 <하필이면 다행히도> p.120, 오선호 외 지음
묻고 싶다. 자신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어떤 이를 부모로 만나는 건 과연 정당한 일인가. 한 사람의 삶이 그런 턱 없는 우연성에 기초한다는 건 엄청난 부조리 아닌가. 그게 신이 하는 일이라면 인류가 대동단결해 너무 폭력적이지 않냐고 항의라도 해야 할 일 아닌가 말이다.
무성음악 <하필이면 다행히도> p.112, 오선호 외 지음
남자의 첫인상은 뭐랄까, 그가 빠져나온 건물 같았다. 지방 소도시의 시장통 골목에 있는 낡은 상가 건물. 바랜 간판들을 덕지덕지 붙인 채 사람들이 휴대폰을 신형으로 바꾸고 머리를 하고 빵을 사는 동안 천천히 늙어 버린 건물 말이다.
무성음악 p.93, 오선호 외 지음
이 문장을 꼭 공유하고 싶었어요. 아버지의 첫 인상이 단박에 이해가 된 찰떡같은 비유여서 넘 재밌었거든요.
그리고 101쪽에 공원 장면... 아버지라는 미지의 사람을 찾으러 갔는데, 점심을 먹은 아버지가 동네 할머니 할아버지들과 다를 바 없이 나무에 몸을 부딪히고 철봉을 하는 모습. 너무나 무심하고 일상적인 '아버지'의 모습을 바라보는 나. 표현할 수 없는 그 허탈한 마음. 그냥 지나가는 장면 같지만 인상 깊게 남았어요.
그동안 오선호 작가님, 김수영 작가님과 함께 나눈 풍부하고 재미있는 대화를 제가 어떻게 이어가지 할지 걱정됩니다. 제 작품은 별로 할 얘기가 있을까 싶기도 하고요. ㅋ 아무튼 반갑습니다. 책을 읽는 방법으로 정독, 낭독, 재독 등 여러 방법이 있겠지만 이렇게 고급독자들이 모여 작품에 대해 깊이있는 의견을 나누는 것 또한, 그걸 눈동냥하는 것만으로 책을 깊이있게 읽는 방법이라는 걸 깨닫게 되네요.
작가님, 반갑습니다! 부모자격시험에서 저는 애초에 심사위원 자격도 박탈 당할 것 같다고 생각해요. 저는 제가 좋은 부모가 될 수 있을지 잘 모르겠거든요. 저도 잘 모르는데 남을 심사할 수 있을까요? 그래도 반드시 평가해야 한다면, 너무 바쁘더라도 하루에 최소 1시간은 온전히 자신의 가족과 시간을 보내는 데 쏟는 사람을 고르고 싶어요. 같이 밥을 먹어도 좋고, 잠자기 전에 이야기를 나눠도 좋아요. 그냥 가족에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진 사람. 어쨌든 아이가 커갈수록 가장 기억에 남는 건, 별 거 안 했어도 가족과 보냈던 시간인 것 같아요. 그게 사랑을 전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해요. 그 기억을 가지고 있으면 아이도 자신의 아이에게 또 사랑을 전해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는 자신의 유전자를 받은 아이가 커 가는 걸 지켜보는 기쁨을 누리지 못했지만, 어쨌거나 인생에서 가장 잘했다고 믿는 결정이 하나쯤 있다는 건 좋은 일이겠지.
무성음악 p.122, 오선호 외 지음
저는 주인공이 이런 결정을 내린 걸 보고 큰 충격을 받았어요. '가족의 인생을 진심으로 존중해주는 것' 살다 보면 그게 정말 어려운 것 같아요. 책에서도 '하필이면 또는 다행히도 그 두 사람'이라는 대목이 나옵니다. 주인공은 이 결정을 통해 '다행히도' 그 사람이었다고 인정해주는 것 같아서 그 사랑에 감탄했어요. 비록 자신은 그 사랑을 못 받았지만 말입니다. 그래서 작가님이 재미없는 주제를 고른 것 같다 했지만 저는 여운이 많이 남았습니다. 가족은 가장 가깝지만, 그래서인지 가장 알 수 없는 존재인 것 같기도 해요. '우연'으로 묶인 관계지만, 그렇게 까지 다채로운 감정을 느끼게 할 수 있는 존재가 있다는 게 제가 이 지구를 살아가는 이유인 것 같습니다.
@에브382 님, 반갑습니다. 맞아요. 같이 보낸 좋은 시간의 축척이야말로 관계에서 가장 중요하죠. 그리고 재미없는 주제가 아니었다고 해주시니 감사합니다. 저는 주인공이 부모선택권을 포기하는 결정이야말로 부모결정권이 없이 태어나는 인간의 운명성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거라고 보았습니다. 하필이면 또는 다행이도에 얽매이지 않는 자기 주체에 대한 인식이 결국 삶을 대면하고 나가는 데 필요한 힘이라는 걸요.
혹여 사적인 질문이 될 것 같아서 조심스럽긴 하지만 저는 작가님이 왜 '아빠와 딸'의 이야기를 썼는지 궁금했습니다. 가족 관계면, '엄마와 딸'도 있을 수 있고, '형제자매'도 있을 수 있는데 이 이야기에서는 왜 이 관계를 선택했는지 궁금했어요.
개인적으로 아빠라는 존재에 대해 느끼는 결핍이나 상실감이 반영된 것도 사실이긴 한데요. 그보다는 제게 모녀 서사는 그 자체로 어떤 강력한 장르처럼 느껴져서 오히려 상투적인 이야기가 될 것 같았어요. 지방에서 치과를 하며 혼자 사는 중년의 인물에 남자가 더 어울리기도 했고, 전제적인 설정상 아빠와 딸의 이야기가 여러모로 더 낫겠다고 판단했던 것 같아요.
남자의 첫인상은 뭐랄까, 그가 빠져나온 건물 같았다. 지방 소도시의 시장통 골목에 있는 낡은 상가 건물. 바랜 간판들을 덕지덕지 붙인 채 사람들이 휴대폰을 신형으로 바꾸고 머리를 하고 빵을 사는 동안 천천히 늙어 버린 건물 말이다.
무성음악 p.93, 오선호 외 지음
저 사람이다, 라고 시작되는 도입부와 아버지를 객관적인 시선으로 파악하는 장면들이 인상적입니다~ 자연스럽게 아버지와 닮은 점들을 떠올리게 만드네요. 가족간에는 역시 눈에 띄게 닮은 점들이 있는 것 같아요. 저는 아버지의 곱슬머리 유전자를 물려받았어요. 비가 오는 날 머릿결이 부스스해지면 아버지를 탓하지요. ㅎㅎ
ㅎㅎ 감사합니다. 근데 천연 웨이브 가지신 분들 저는 부럽던데요.
ㅎㅎ 저돈데! 정확히는 할머니가 곱슬이셨죠. 그래서 학교 땐 머리에 물 추겨서 양갈래로 묶고 다녔습니다. 슥슥 빗질만 하고 다니는 애들 보면 어찌나 부럽던지. 긴 머리 찰랑거리는 것도 부럽고. 날씨만 흐려도 부스스해서 영 태가 나지 않더군요. 어른들은 하나같이 파마값 안 들어가서 좋겠다고 하시는데 그게 하나도 실감이 안 났는데 나이들수록 실감 나더군요. 머리숱도 엄청났는데 지금은 슬슬 탈모샴푸를 써야하나 빠지는 머리가 자꾸 아깝더라구요. ㅠ
저도 머리숱이 엄청났는데 지금은 너무 가늘어져서 어쩌다 머리카락 한 올이 이마를 가로지르고 있으면 ㅋㅋ 상상에 맡길게요 ㅎㅎ
탈모 고민은 여자도 하는군요.^^ 저도 곱슬인데요, 머리를 짧게 자르고 다닌 지 오래 돼 곱슬인지 아닌지가 별로 의미가 없게 된 거 같습니다. 곱슬인지 아닌지는 하나도 안 중요하더라고요. 빠지는 곱슬이냐, 빠지지 않는 곱슬이냐가 중요할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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