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북플러스] 7. 무성음악_수림문학상 작가와 함께 읽어요

D-29
오오 힘들 때 누군가 지켜보고 있었다는 것. 누구셨을까요? 정말 놀라고 나름 마음이 따뜻해지는 일이었을 것 같아요. 멋진 것 같습니다. 그런 관심을 갖고 서로 서로 주시하는 사회라면 너무 따뜻한 곳일 것 같아요. 그러고 보면 '주시'하는 것에는 관심이 바탕이 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 어떤 의도에서 시작했든 '주시'에도 에너지가 필요하니까요. 아울러 @밍묭 님의 우울한 유학 시절이 과거의 이야기란 것이 다행스럽네요. 뭔가 티내고 싶지 않았는데 나의 처짐이 스며나오는 상태도 너무 공감이 되어요. ㅠ 세 사람의 모임이란 삼각대의 다리 같아서 가장 미니멀하게 고양될 수 있는 조합이 아닐까, 생각해 보게 됩니다. 저 역시 대문자 P로서 즉흥과 충동으로 저지른 많은 일들을 (반쯤은 후회하지만) 대체로 사랑합니다. 충동적으로 가자! 고 떠난 여행이 최고지요. @밍묭 님께 즉흥적인 여행 충동질 하면서 잘 읽어주셔서 감사하단 말씀 전합니다. ^^
긴 갈색 생머리레 각진 안경, 굽 있는 신발까지 여자의 옷차림은 시골의 터미널 풍경에 녹아들지 않는다.
무성음악 <겨울 바다에 다녀오다>, p.126, 오선호 외 지음
… 주위의 풍경은 쉬 새 없이 변하지만 여자는 잡지 화보처럼 터미널 대합실에 박혀 있다.
무성음악 <겨울 바다에 다녀오다>, p.127, 오선호 외 지음
터미널에선 아무것도 머무는 것이 없으니까요. 선생님은 그곳에 지독하게 어울리지 않았어요.
무성음악 <겨울 바다에 다녀오다>, p.148, 오선호 외 지음
포마드를 발라 뒤로 넘기면 어울릴 텐데. 도서관에서 두꺼운 옛날 지도를 펼쳐 놓고 귀퉁이를 한참 쳐다볼 것같은 남자다.
무성음악 <겨울 바다에 다녀오다>,p.137, 오선호 외 지음
가람, 용우, 주희, 이렇게 세사람이 함께 떠나는 예기치않은 속초여행기 잘 읽었습니다. 무엇보다도 컬러들이 이야기 곳곳에 담겨지면서 그들 각각의 시선으로 돌아가며 빙의하는 전지적시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붉은 색 플라스틱 의자 긴 갈색 생머리 푸른 바다와 흰 건물 완벽한 백발 노오란 공기 검고 끈적이는 원유… 알록달록한 단풍 그렇게 용우의 시선이 터미널 내의 여기저기 이사람 저사람을 쭈욱 따라가는 듯 하지만, 다시 멈춰 있는 주희에게로 다시 돌아와 머무는 첫장면에서 부터 이어지는 눈으로 들어오는 이야기를 생각에 연하여 펼쳐보이는 구성이 좋았습니다. 그래서 소설을 세번 읽어보았습니다. 가람의 시선으로 한번, 용우의 시선으로 또 한번, 주희의 시선으로 마지막 한번. ‘전지적 빙의하는 관찰자 시점‘ 이랄까요? 그 관찰자를 조망하듯 그 머리 위에서 그 모든 이야기를 읽어내는 독자의 특권, 어쩌면 관음적 쾌감,을 만끽할 수 있었습니다. 그 덕분에, 주거니 받거니 하는 비언어적 진행이 더없이 언어적으로 읽히는 즐거움이 어느 순간 공감각적으로 변모하는 순간을 마주하게도 합니다. 그래서 가람이는 일본으로 갔을까? 그래서 용우는 롯데리아를 그만 두고 무작정 버스를 타고 떠났을까? 그래서 주희는 다시 그에게 연락하지 않았을까? 그들의 무작정 속초여행은, 어쩌면 내내 그들 안에 웅크리고만 있던, 지향하고 있지만 멈춰 서 있기만 해온 인생들이, 어디로든지 향하고 싶었던 심지에 불을 댕기는 제안이어서 였기 때문이지 싶었습니다. 일탈이 삶을 바꾸진 못하지만 가끔 어리석은 선택들을 그만둘 객기를 선물하곤 하니까요.
아니... 세 번 ㅠ @Henry 님 감사합니다. 가람과 용우, 주희가 여행 이후로는 그 이전과는 분명 달라졌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드라마틱하게 변하지 않았더라도 어떤 작은 객기라도 선물했다면 충분한 것 같아요. 전지적 빙의하는 관찰자 시점! 너무 멋지고 정확한 시점 같습니다.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헨리님 출처를 달아 제가 이 소설의 시점을 그렇게 명칭해도 될까요? 너무 마음에 들거든요. 제가 색깔을 이렇게 알록달록하게 썼는지 미처 몰랐습니다. 인물 각자의 시선으로 한번씩 읽어보셨다는 말씀에 감사함과 왠지 부끄러움(?)이 드네요. 저도 그렇게 한 번 다시 읽어볼 생각입니다. 이상하게 @Henry 님 리뷰를 읽고 있으니 소설을 좀 더 잘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드네요. 깊이 있는 독서로 저를 진동시켜 주셔서 감사합니다. ‘지향하고 있지만 멈춰 서 있기만 해온 인생’이란 말에선 진심 찔려 저 자신을 돌아보게 되네요. 저보다 @Henry 님께서 더 가람, 용우, 주희 곁에 있는 느낌이 듭니다. 마치 제 자식들을 진심으로 돌봐주시는 것 같아서 설 선물이라도 하나 보내야 하나 싶은 심정이 들어요. ^^
전빙관 시점, 뭐 억지로 이어붙인 걸 좋아해주시니 감읍할 따름입니다^^; 맘껏 불러주셔도 됩니다, 당연히. 창작물은 창작자의 손을 떠나는 순간, 수용자 혹은 감상자의 것이 되는 것이라 했던 가요? 그런 의미에서 작가님의 가람, 용우, 주희와 또다른, 혹은 숨겨두었던 모습의 그들이 저라는 독자의 것이 된 셈이겠지요. 잘 돌볼지는 몰라도 세 사람의 이런저런 면들에서 과거의 제 모습들이 보여서 아마 더 그렇게 읽어보고 싶어졌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소설의 한 장면에서, 주희가 휴대폰 문자를 읽는데 그 문장이 각각의 단어로, 다시 자음과 모음으로 나뉘어 흩어져 버려서 도저히 읽힐 수 없게 되는 장면처럼, 단어를 끌어모아 만든 문장과 그 문장들이 연하여 장면으로 인물과 사건과 관계를 만들어내셨던 것이 또 그렇게 제게 다른 의미로, 다른 인물로, 또 다른 생각으로 확장 혹은 변모했나 봅니다. 덕분에 바다 구경 잘 했단 말씀, 끝으로 남기며... 이번 달이 가기 전에 진짜 겨울의 동해바다를 보러 갈 계획을 세워 볼 참입니다. 감사합니다.
-전빙관 시점, 너무 좋은 작명인데요. @도수영 작가님이, 이 명칭, 사용허가도 받았고, 훗날 또 이 작품 알릴 일 있을 때 적극 활용하실 거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비록 입춘은 지났지만(2월 4일 오늘이 입춘) 저도 2월의 매우 추운 어느날, 겨울 바다 한번 가려고요. 바다는 역시 동해안, 남해안이 좋죠~
각 바다마다 느낌이 다르지만 저는 동해안을 제일 좋아합니다. @이릉 작가님도 겨울 바다로 고고~ 하세요. 캠핑하시면 좋을 듯해요! 전빙관 시점으로 소설도 한편 구상해 오시면 더 좋고요. ㅎ
@이릉 작가님 소설을 읽을 때, 작명 다시한번(?) 시도해보겠습니다. 네. 바다는 모래사장이나 자갈이 깔린 해변으로 파도가 내내 치는 동해나 남해가 좋죠 ㅎㅎ
부담 드리려는 건 전혀 아니고(라고 하면 오히려 부담 되실 수 있지만...) 작명 센스가 남다르셔서, 기대됩니다. 그러나 부담 드리면 안되니, 기대는 하지 않겠습니다.
오.. 기대가 자꾸 되려고 합니다. 이릉 작가님의 소설 시점이랄까 화자랄까.. 암튼 매우 비범하거든요. 부담드리는 것 아니고 기대도 하지 않겠지만 @Henry 님 화이팅! 입니다.
@이릉 @도수영 작가님. 기대해주지 않으셔서 감사합니다. 저언~혀 부담 없이 이릉작가님 소설, 읽어보겠습니다. (부담없다, 나는 저언혀 부담없다. 그래 부담없다. 정말로 부담 없다…))))))
@Henry 님의 겨울 바다 여행을 추동하는 소설이 된다면 더없는 영광이겠습니다. ㅎㅎ 동해로 가셔서 바다도 보시고 맛있는 것도 많이 드시고 오십시오. 회나 닭강정도 좋지만 겨울 동해하면 양미리, 도루묵, 곰치 같은 생선이 맛있더라고요. 추천드립니다. ㅎㅎ
양미리, 도루묵, 곰치! 나에게 보내는 카톡으로 남겨둬야겠습니다. 바다, 벌써부터 설랩니다^^
Q1. 이 질문으로 인해서, 누군가를 가만히 '주시'해 본 적이 있나 생각을 해보게 되었어요. 풍경이나, 성당의 십자가나, 벤치 앞 거리 같은 것은 늘 멍하니 바라보곤 하지만 사람을 몰래 주시해본 적이 없는 것 같아요. 그런데 그런 적이 없다고 생각하니 왠지 아쉽네요. 어떤 미안함이나 두려움을 안지 않고 누군가를 바라볼 생각을 하지 못했던 것 같아요. 온전히 나 자신을 위해서 궁금한 사람을 주시한 적이 있나... 이 생각을 하다보니 주시하지 못하던 사람이 주시하기 시작하는 소설도 있을법하다는 생각이 드네요. ㅎㅎ 단순한 질문 같았는데 의외로... 대답하기 어렵고 마음을 헤집어보게 하는 질문이었어요.
제가 질문을 해놓고 저도 생각해 보니 '주시'하는 것이 흔하거나 쉬운 일이 아닌 것 같아요. 특히 낯선 이가 나를 '주시'하고 있다는 것은 좋을 때도 있지만 때에 따라선 살짝 공포스러운 일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내가 그 대상이 된다고 생각하니 갑자기 그 생각이 들었어요. 본다는 행위에 대해 생각하면 할수록 다층적인 의미로 다가오는 것 같아요. 의외로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을 던져버렸다고 북클럽 나흘째 깨닫습니다. ㅎ 그런 의미에서 용우는 터미널에서 사람들을 '보는 것'으로 '사는 것'을 대신하고 있다고 생각해야겠습니다. 용우는 이상한 사람 아니라고 변명처럼 말하고 싶어지네요..
Q2. 저는 어쩌다보니 둘이 가는 여행을 많이 다녔던 것 같아요. 친구랑도 남편이랑도, 동생이랑도... 그럴 때마다 아주 속 깊은 얘기를 다 하다보면 싸우기도 많이 싸우고... 셋이 가면 덜 싸울까? 대신 거리감을 지키느라 할 얘기를 다 못 할까? 궁금하네요. 그러고보면 둘이 가는 여행은 새로운 여행지를 구경하는 것도 있지만 서로를 알아가는 측면이 정말 강했던 것 같아요. 평생 같이 살았던 동생과도요. 그런데 셋이 가면 그만큼 서로를 알게 될까?... 저는 아직 경험하지 못해서 궁금해지네요.
둘이 여행가면 치명적 단점이, 맛난 식당 가면 여러가지 시켜서 먹어봐야 하는데, 그러질 못하는 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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