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북플러스] 7. 무성음악_수림문학상 작가와 함께 읽어요

D-29
아실거라고 보는데, 우리나라가 이미 마약청정국도 아니지만, 마약을 했다고 다 잡아가지도 않는다고 해서 충격 먹었습니다. 그렇게 아들이 마약했다고 남경필 의원이 직접 고발을 했는데도 경찰에선 아들을 잡아 가지도 않고 그냥 집에 있으라고만 하더랍니다. 이런 시스템의 부재, 상처받은 치유자로서의 부채감 그런 것들이 그가 그런 일을 하게된 계기가 되었더라구요.
정치 얘긴 아니고, 남경필 아저씨 행보 괜찮은 거 같아요. 정치인으로선 사실 끝났는데, 자기 발목을 잡은 아들 마약 이슈를 오히려 새 프로젝트 발판으로 삼고. 이런 사회 공헌 활동으로 이어가는 행보는 어디 처세술, 자기계발서류의 책에 실려도 될만 해 보여요. 이런 정치인 출신들은 사람들에게 잊혀지고, 어디서도 언급되지 않는 게 두려울 텐데, 이렇게 자꾸 사람들 입에 언급되는 것도 스스로에게 나쁘지 않을 테고요. 그래서 결론은, 마약은 나쁘다.
화제로 지정된 대화
이릉 작가님과 독자님들의 엄청난 티키타카 후에 끼어들기가 조금 쑥스럽네요. 몇 주에 걸쳐 꾸준히 무성음악을 읽어주시는 독자님들께 감사와 경외를 표하며... 마지막 작품이니 가벼운 마음으로 읽으며 즐겨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ㅎㅎ
제가 먼저 하나 문장수집 해볼까요 ㅋㅋ 제가 쓴 글을 제가 수집한다니 우습지만, 이 문장을 잘 썼다는 게 아니라 그냥 이 소설을 쓸 때의 심리 상태가 배어 있는 것 같아서 좋아하는 부분 한번 올려봅니다.
둑 위를 달려갔다. 저수지 물이 발밑까지 찰랑거렸다. 며칠동안 내리던 비가 어제 그쳤지만, 오늘 또 호우주의보가 내려져 있었다. 구름이 얼마나 낮게 드리웠는지 호수와 닿은 것 같았다. 물속을 거니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주위를 둘러보았다. 아무도 없었다. 수영하듯 팔을 휘두르며 내달렸다. 나같은 마흔 살 아줌마가 애처럼 뛰어다니는 건 이상할지 몰랐다. 하지만 눈길이 닿는 곳 끝까지 혼자였다. 다 내 마음대로였다.
무성음악 195쪽, 오선호 외 지음
안덕히 님이 읽어주는 안덕희 님의 문장, 좋은데요? 덕히가 덕희에게… 저도 처음 읽을 때 이 단락 눈길 가더라고요. 마지막 ‘다 내 마음대로였다.’가, 이 소설의 결이나 톤을 선언하는 문장처럼도 들렸고요.
오래된 단층 주택이라 그런지, 아니면 도로 하나 건너편에 저수지가 있어서 인지, 집안은 곰팡이 배양실이나 마찬가지다.
무성음악 p.194, 오선호 외 지음
이모가 결혼할 때 지은 집이니 사십 년은 됐는데 수리한 적이 없다. 지자체에서 쳐준 비닐이 아니었으면 올여름 비에 지붕부터 내려앉았을 거다.
무성음악 p.195, 오선호 외 지음
오늘 또 호우주의보가 내려져 있었다. 구름이 얼마나 낮게 드리웠는지 호수와 닿은 것 같았다. 물 속을 거니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주위를 둘러보았다. 아무도 없었다. 수영을 하듯 팔을 휘두르며 내달렸다. 나 같은 마흔 살 아줌마가 애처럼 뛰어다니는 건 이상할지 몰랐다. 하지만 눈길이 닿는 곳 끝까지 혼자였다. 다 내 마음대로였다.
무성음악 p.195, 오선호 외 지음
저도 <귀 파기>를 읽으며 이 문장이 무척 마음에 들었어요. ^^ 언젠가 한 치 앞도 보이지 않을 만큼 안개로 자욱한 새벽길을 걸었던 적이 있는데 그 때의 감정이 되살아났어요. 안개가 무척 인상적으로 뇌 속에 각인이 된 순간이었는데 호수 위로 낮게 드리운 구름도 매력적인 것 같아요. 눈을 감으면 소설 속 주인공이 되어 막 그 장소를 지나는 것처럼 호수 위로 낮게 드리운 구름이 느껴지는 듯 합니다.
오늘 나갔다 오는데 막바지 한파인지 온몸을 추위가 파고 들더라고요. 이런 날씨에 안개 낀 호수에 가서 뛰어 다닌다면 춥기도 하겠지만 얼마나 상쾌할까요. 그냥 그 순간 온몸과 피부의 감각과 눈에 보이는 세계 외에 아무 생각도 없이 뛰어다니고 싶네요. 그런데 매일매일... 어쩌면 별 의미없는 일들에 왜 이리 매여 거기를 못 가는지... 구름이 아주 낮게 드리워서, 콩콩 뛸 때마다 머리가 구름 속에 들어갔다 나왔다 하는 장면도 썼다 지웠는데 또 생각이 나요. ㅋㅋㅋ 같이 느껴주셔서 감사해요.
“너는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게 뭐야?” 귀 파기 얘기를 한 번쯤은 해 볼까 싶었다. 너도 귀를 파냐고 물어보고 싶었다. 진석은 왜 그런 걸 묻냐면서, 목소리 톤을 능글맞게 바꿔 대답했다. “당연히 너지.”
무성음악 p. 212, 오선호 외 지음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걸 위해 우리는 중요하지 않은 게 필요한 거 같아요. 귀파기 같은 거죠. 그래서 글쓰기도 귀파기 같은 거라고 생각해요. 가장 중요한 건 아니니까요.
캬... 기막힌 소설론이네요. 지금도 소설이 안 풀려서 스트레스 받고 있었는데 귀 파는 정도로 가볍게 생각해야겠어요.
자동차 사고 현장에서 서로 꼭 껴안은 채 발견되었던 부모님 시신을 떠올리며, 두 분의 사랑이 그러했다면 삶이 짧든 길든 상관없다고 말했다. 그러면 상담사들은 네가 괜찮을 리가 없다고, 더 잘 들여다보라고 했다. 그런 상담이 지루했다. 억누른 적도 없는 슬픔을 들여다보면서 억지로 슬퍼지는 기분이었다. 나는 다른 얘기를 하고 싶었다. 상담사들과 나 사이에 휘감아 돌고 있는 먼지나 햇살, 진료실에 걸려 있는 그림, 밖에서 들려오는 아이들 울음소리 같은 것.
무성음악 <귀 파기> p.200 , 오선호 외 지음
아아, 귀 파기 정도면 충분하다. 남들은 결혼하고 애도 낳고 주식투자도 하고 노년 대비도 하며 골치를 썩인다지만, 나는 귀 파는 재미에 삶이 단순해진다. 아침저녁 물 말아서 김치밥 먹고, 누워 잘 집이 있고, 두 달에 한 번이나마 귀를 팔 수 있는 날이 있는데 뭐가 걱정인가.
무성음악 <귀 파기> p.208, 오선호 외 지음
귀 파기 정도면 충분하다는 건 좀 도인의 경지같아 좀 비현실적인 것 같기도요. 이걸 거꾸로 보자면, 귀를 못 파는 상황을 겪어보니 귀를 파는 것만으로도 너무 좋다, 요런 느낌으로 이해해 주시면 좀 더 현실적이지 않을까 싶기도 하네요 ㅋㅋ
이 소설을 읽다보면 귀파기로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한 주인공에게 공감하게 돼요. 부모의 죽음에 대한 반응 또한 식상하거나 일반적이지 않아서 주인공에게 매력을 느끼게 됩니다. 천연덕스럽고 귀여워요. ㅎㅎ Q1에 대해서 저는 청소년 시절, 더운 여름 하교했는데 아무도 없는 집에서 샤워를 하고 난뒤 뽀송하고 시원한 옷으로 갈아입고 좋아하던 눕는 의자에 앉아서 좋아하는 소설읽기 를 하면 정말 행복하다고 느꼈던 기억이 나요. 여름, 빈집, 샤워후, 의자, 소설 이 맞아떨어져야 하는 생각해보면 쉽지만은 않은 조건이었지만 지금 생각하면 긔여웠네요. 어른이 된 지금도 그런 쾌락이 하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ㅎ 이왕이면 귀파기처럼 미니멀한 걸로다.
눈꼽 떼기는 어떨까요? ㅎㅎ 이거 아무래도 좀 거시기하긴한데 눈꼽 뗄 때도 나름 쾌감이 있지 않나요? 개운하고 이런 게 내 눈에 붙어있었다니 하며. ㅋㅋ 하긴 더운 욕실에서 막 목욕을 마치고 문을 열고 나올 때 그 상쾌한 느낌도 좋죠.^^
눈꼽떼기..까지 나오니까... 정말 몸에서 무언가를 뗀다는 것이 어떤 쾌감을 주도록 진화되었나 싶기도 하네요. "욕망이 인간이 귀찮아 하는 행위에 얹혀진 덕분에 인간이 생존하게 되었다"는 말을 들었거든요. 예를 들어 무언가를 잡아 요리하고 씹고 하는 것이 엄청 귀찮은 행위인데 식욕 덕분에 귀찮아하지 않고 행하게 되었다... 몸에서 떼어내야 할 것들도 그런 의미에서 쾌감을 느끼게 된 걸까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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