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북플러스] 7. 무성음악_수림문학상 작가와 함께 읽어요

D-29
안덕히 님이 읽어주는 안덕희 님의 문장, 좋은데요? 덕히가 덕희에게… 저도 처음 읽을 때 이 단락 눈길 가더라고요. 마지막 ‘다 내 마음대로였다.’가, 이 소설의 결이나 톤을 선언하는 문장처럼도 들렸고요.
오래된 단층 주택이라 그런지, 아니면 도로 하나 건너편에 저수지가 있어서 인지, 집안은 곰팡이 배양실이나 마찬가지다.
무성음악 p.194, 오선호 외 지음
이모가 결혼할 때 지은 집이니 사십 년은 됐는데 수리한 적이 없다. 지자체에서 쳐준 비닐이 아니었으면 올여름 비에 지붕부터 내려앉았을 거다.
무성음악 p.195, 오선호 외 지음
오늘 또 호우주의보가 내려져 있었다. 구름이 얼마나 낮게 드리웠는지 호수와 닿은 것 같았다. 물 속을 거니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주위를 둘러보았다. 아무도 없었다. 수영을 하듯 팔을 휘두르며 내달렸다. 나 같은 마흔 살 아줌마가 애처럼 뛰어다니는 건 이상할지 몰랐다. 하지만 눈길이 닿는 곳 끝까지 혼자였다. 다 내 마음대로였다.
무성음악 p.195, 오선호 외 지음
저도 <귀 파기>를 읽으며 이 문장이 무척 마음에 들었어요. ^^ 언젠가 한 치 앞도 보이지 않을 만큼 안개로 자욱한 새벽길을 걸었던 적이 있는데 그 때의 감정이 되살아났어요. 안개가 무척 인상적으로 뇌 속에 각인이 된 순간이었는데 호수 위로 낮게 드리운 구름도 매력적인 것 같아요. 눈을 감으면 소설 속 주인공이 되어 막 그 장소를 지나는 것처럼 호수 위로 낮게 드리운 구름이 느껴지는 듯 합니다.
오늘 나갔다 오는데 막바지 한파인지 온몸을 추위가 파고 들더라고요. 이런 날씨에 안개 낀 호수에 가서 뛰어 다닌다면 춥기도 하겠지만 얼마나 상쾌할까요. 그냥 그 순간 온몸과 피부의 감각과 눈에 보이는 세계 외에 아무 생각도 없이 뛰어다니고 싶네요. 그런데 매일매일... 어쩌면 별 의미없는 일들에 왜 이리 매여 거기를 못 가는지... 구름이 아주 낮게 드리워서, 콩콩 뛸 때마다 머리가 구름 속에 들어갔다 나왔다 하는 장면도 썼다 지웠는데 또 생각이 나요. ㅋㅋㅋ 같이 느껴주셔서 감사해요.
“너는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게 뭐야?” 귀 파기 얘기를 한 번쯤은 해 볼까 싶었다. 너도 귀를 파냐고 물어보고 싶었다. 진석은 왜 그런 걸 묻냐면서, 목소리 톤을 능글맞게 바꿔 대답했다. “당연히 너지.”
무성음악 p. 212, 오선호 외 지음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걸 위해 우리는 중요하지 않은 게 필요한 거 같아요. 귀파기 같은 거죠. 그래서 글쓰기도 귀파기 같은 거라고 생각해요. 가장 중요한 건 아니니까요.
캬... 기막힌 소설론이네요. 지금도 소설이 안 풀려서 스트레스 받고 있었는데 귀 파는 정도로 가볍게 생각해야겠어요.
자동차 사고 현장에서 서로 꼭 껴안은 채 발견되었던 부모님 시신을 떠올리며, 두 분의 사랑이 그러했다면 삶이 짧든 길든 상관없다고 말했다. 그러면 상담사들은 네가 괜찮을 리가 없다고, 더 잘 들여다보라고 했다. 그런 상담이 지루했다. 억누른 적도 없는 슬픔을 들여다보면서 억지로 슬퍼지는 기분이었다. 나는 다른 얘기를 하고 싶었다. 상담사들과 나 사이에 휘감아 돌고 있는 먼지나 햇살, 진료실에 걸려 있는 그림, 밖에서 들려오는 아이들 울음소리 같은 것.
무성음악 <귀 파기> p.200 , 오선호 외 지음
아아, 귀 파기 정도면 충분하다. 남들은 결혼하고 애도 낳고 주식투자도 하고 노년 대비도 하며 골치를 썩인다지만, 나는 귀 파는 재미에 삶이 단순해진다. 아침저녁 물 말아서 김치밥 먹고, 누워 잘 집이 있고, 두 달에 한 번이나마 귀를 팔 수 있는 날이 있는데 뭐가 걱정인가.
무성음악 <귀 파기> p.208, 오선호 외 지음
귀 파기 정도면 충분하다는 건 좀 도인의 경지같아 좀 비현실적인 것 같기도요. 이걸 거꾸로 보자면, 귀를 못 파는 상황을 겪어보니 귀를 파는 것만으로도 너무 좋다, 요런 느낌으로 이해해 주시면 좀 더 현실적이지 않을까 싶기도 하네요 ㅋㅋ
이 소설을 읽다보면 귀파기로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한 주인공에게 공감하게 돼요. 부모의 죽음에 대한 반응 또한 식상하거나 일반적이지 않아서 주인공에게 매력을 느끼게 됩니다. 천연덕스럽고 귀여워요. ㅎㅎ Q1에 대해서 저는 청소년 시절, 더운 여름 하교했는데 아무도 없는 집에서 샤워를 하고 난뒤 뽀송하고 시원한 옷으로 갈아입고 좋아하던 눕는 의자에 앉아서 좋아하는 소설읽기 를 하면 정말 행복하다고 느꼈던 기억이 나요. 여름, 빈집, 샤워후, 의자, 소설 이 맞아떨어져야 하는 생각해보면 쉽지만은 않은 조건이었지만 지금 생각하면 긔여웠네요. 어른이 된 지금도 그런 쾌락이 하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ㅎ 이왕이면 귀파기처럼 미니멀한 걸로다.
눈꼽 떼기는 어떨까요? ㅎㅎ 이거 아무래도 좀 거시기하긴한데 눈꼽 뗄 때도 나름 쾌감이 있지 않나요? 개운하고 이런 게 내 눈에 붙어있었다니 하며. ㅋㅋ 하긴 더운 욕실에서 막 목욕을 마치고 문을 열고 나올 때 그 상쾌한 느낌도 좋죠.^^
눈꼽떼기..까지 나오니까... 정말 몸에서 무언가를 뗀다는 것이 어떤 쾌감을 주도록 진화되었나 싶기도 하네요. "욕망이 인간이 귀찮아 하는 행위에 얹혀진 덕분에 인간이 생존하게 되었다"는 말을 들었거든요. 예를 들어 무언가를 잡아 요리하고 씹고 하는 것이 엄청 귀찮은 행위인데 식욕 덕분에 귀찮아하지 않고 행하게 되었다... 몸에서 떼어내야 할 것들도 그런 의미에서 쾌감을 느끼게 된 걸까요? ㅎㅎ
아, 그것도 상당히 일리가 있는 말이네요. 굉장한 통찰이라고 생각합니다. 근데 작가님 작품 읽으면서 적잖이 놀랐습니다. 어떻게 사람의 귀를 파는 행위가지고 이런 소설을 쓸 수 있을까? 감히 생각지도 못한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왜 흔히 인간이 동물과 다른 점이 뭐냐를 자주 말하곤 하잖아요. 생각해 보니 귀 파기도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일이더라구요. 다음 작품도 기대하겠습니다. ^^
정말 그러고보니 동물은 귀를 안 팔까요? 궁금해지네요. 스텔라님이 이 소설집 모든 작품에 참여해 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다음 작품도 기대해주신다니 더욱 고맙고요. 저 뿐 아니라 우리 작가님들 중 다음 작품을 그믐에서 하게 되면 또 뵙게 되길 바라봅니다. ^^
눈꼽 떼기요오? 하하.. 언제 눈꼽을 떼었나, 왜 생각이 안 날까요. 눈꼽이 없든지, 아니면 있어도 세수하면서 떨어져나가나 봅니다. 스텔라님과 안덕희님의 댓글 읽자니.. 떼는 걸로 쾌감을 느끼는 걸로는 피지 압출이 좋을 것 같아요. 이거 유튜브에서 나오면.. 징그러~ 하면서도 보게 되지 않나요. 가끔 거울 파고 들어갈 것처럼 쳐다보면서 구멍을 짜면서 희열을 느끼곤 합니다. 그리고 울긋불긋해진 얼굴을 보면서 후회합니다.
아무도 없는 집에서 혼자 소설 읽기의 추억... 맞아요. 휴대폰 이전 시대에는 정말 그런 내적인 여유가 있었는데... 지금은 그런 광경을 상상하자마자, 슬프게도 바로 휴대폰에 손을 뻗어 쇼츠를 넘기는 제 모습이 떠오르네요. 이 망할 놈의 도파민 중독... 귀파기도 결국에는 도파민 중독이겠죠. 작가님 댓글 덕분에, 설 연휴에 한 권이라도 앉은 자리에서 완독하는 집중력을 발휘해 보자는 결심을 하게 되네요.
비전문가도 간편하게 줄눈을 시공할 수 있다고 했다. 곰팡이를 덮어 버릴 수 있다길래 속는 셈 치고 사 왔다. 하지만 정말 속은 거였다. 연고처럼 생긴 약을 타일 사이에 짜 넣었지만, 줄 눈이 되지 않고 오그라들었다. 물을 뿌리자 덩어리째 하수구로 밀려 내려갔다. 약을 거의 다 쓰고 나서야 포기했다. 하긴, 며칠 있으면 또 번질 텐데. 다시 보니 시커먼 곰팡이가 이 집에 어울리는 것도 같았다. 아직 남은 락스 냄새가 곰팡이 포자보다 나을 것도 없었다.
무성음악 p.197, 오선호 외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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