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북플러스] 7. 무성음악_수림문학상 작가와 함께 읽어요

D-29
저도 속는 셈치자, 라고 생각하며 물건을 살 때가 좀 있는데 운이 좋을 때도 있지만 ㅎㅎ 정말 속은 거 였다, 라는 문장처럼 속는 경우가 있어서 ㅋㅋ 웃었죠. 어린시절에는 늘 뭔가 고장이 나거나 낡으면 누군가 알아서 고쳐놓거나 새 것으로 사다두고 어딘가에 곰팡이가 피더라도 내 몫이 아니었는데 나이가 들고보니 모든 것이 내 차지가 되어 엄청 공감이 되었어요. ㅜㅜ 하나의 키워드를 가지고 단편을 꽉 채우기가 힘든데 귀파기 만으로 정말 가능하다는 게 신선했고 심지어 너무 재미 있었어요.^^ 마지막에는 그래도 우리 주인공이 헐레벌떡 대피하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대피보다 귀파기의 즐거움이 부각되어 미소를 짓게 하네요. 두 손 들게 만드는 길티 플레져입니다.ㅎㅎ
결말에 미소를 지으셨다니 결말 장면을 또 상상해 봅니다. 결국에 "내"가 쾌감에 캬~ 하는 순간 물에 휩쓸렸을까, 어두운 물결 속에서는 뭘 느끼고 뭘 봤을까 싶기도 하고... 저는 그믐 때문에 이번에 이 소설을 다시 한번 읽으면서는, 주인공이 엄청 슬픈 인물로 느껴지더라고요. 작가님이 더 잘 아시겠지만, 자신이 써놓은 글이 쓸 때와는 또 다른 감정으로 읽힐 때 느껴지는 재미도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혼자 슬픔을 누렸답니다. ^^;
저는 끝 장면에서 호우가 목 아래까지 차오르는 와중에도 얼굴엔 은은한 미소를 떠올리며 귀의 감각에 집중하는 찐 '도른자'의 얼굴이 떠올라요. 이 소설의 주인공이 멋진 건 진정한 시대의 신경증을 앓고 있는 것 같기 때문이에요. 거대한 재난이 닥치는 앞에서 소중하고 작은 쾌락에 탐닉하는 현대인의 모습이랄까요? 멋진 결말이라고 생각합니다. 안덕희 작가님께서 이번 설 연휴에 앉은 자리에서 꼭 책 한권 완독하시길 기원합니다. 아울러 그 책이 무슨 책인지 넘 궁금해지네요. 도파민 해독이 시급한 저도 같은 목표 조용히 도전해 보겠습니다. 참, 저는 박해동 작가님의 '블랙 먼데이' 곧 완독을 앞두고 있습니다. 재미있는 책은 집중력을 끌어올려주네요. 추천드립니다.
캬.. 시대의 신경증.. 재난 앞에 탐닉하는 쾌락... 저의 의도이기도 했으나 더 멋지게 표현해 주셔서 감사해요. 나중에 인용하며 써먹을 수 있는 표현 얻어갑니다.ㅎㅎ
살면서 낯 모르는 사람에게 그렇게 사려 깊게 말하는 사람을 몇이나 만날 수 있겠는가. 나는 다정한 사람이 좋다. 세상의 대단하다는 일들 뒤에는 꼭 구린 계산과 서로에 대한 무감함이 있다. 인간이 태어나서 세상에서 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진짜 의미 있는 일은 다정한 척이라도 하는 걸 거다.
무성음악 <귀 파기> p.200, 오선호 외 지음
저는 영화 <화이트 버드>를 보고 다정한 사람이 되는 것이 삶의 목표가 됐습니다. 눈물 펑펑 흘렸던 인생 영화 였어요… 다정함이 인류를 구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우리 모두 다정해집시다 ..!
화이트 버드불편한 다리를 가졌다는 이유로 따돌림 당하는 소년 ‘줄리안’은 어느 날, 깊은 어둠에 갇혀버린 소녀 ‘사라’를 구한다. 자신의 목숨까지 잃을 수 있는 위험한 상황 속에서도, ‘줄리안’과 가족들은 ‘사라’를 끝까지 지키려 한다. 하지만 또 다시 예상치 못한 사건이 그들에게 다가오는데…
눈물을 펑펑 흘릴 정도의 영화가 있다니 지니님도 다정한 분일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검색해 보니 인류애 풀충전되는 영화라는 리뷰까지 나오네요. 이번 설 연휴에 보면서 저의 다정함도 좀 충전시켜 보겠습니다. 추천 감사합니다. ㅎㅎ
오 보고 싶네요. 제 리스트에 추가!
살아 있는 순간들을 아끼지 말자, 매 순간의 기쁨을 놓치지 말자.
무성음악 P.206, 오선호 외 지음
인간의 몸이란 대단하면서도 아쉽다. 귀를 판다는 것, 이렇게 단순하고 행복하고 돈이 하나도 안 드는 행복의 원천을 몸안에 만들어 놓고, 선을 넘으면 고통이 찾아오게 만들어 놓다니 대체 무슨 장난이란 말인가.
무성음악 P.206, 오선호 외 지음
귀파기가 이렇게나 흥미로운 일이었군요. 귀파기하면 포근한 엄마 냄새가 먼저 떠오르긴 합니다. 엄마 무릎 베고 누워서 귀 파다보면 스르륵 잠이 들곤 했던 기억 덕분이겠지요. 이젠 제가 가족들 귀를 파주며 희열을 느끼는 것 같아요. 저 안 깊숙이 있는 귀지를 파고 싶어서 끙끙 애쓰다 못 파면 종일 찜찜하다죠. 신랑은 귀 파고 후 불어주는 그 느낌이 좋다고 하구요. 그러고보니 귀파기는 가족을 좀더 따뜻하게 이어주는 행위인 것 같네요.
가족 귀를 파주는 게 가능한 섬세한 터치의 주인공이셨군요. 전, 누구한테 귀를 잘 못 맡기겠더라고요. 무서워서. 가족들은, @쪽빛아라 님 같은 분이 옆에 있는 걸 감사해야 합니다.
쪽빛아라 님 글을 읽다보니 언젠가 아버지와 어머니의 귀를 파드렸던 기억이 떠오릅니다. 아버지는 귓구멍이 커서 파기가 수월했는데 어머니는 너무 작아서 엄청 집중을 했었던 것 같아요. ㅎㅎ 공기 중에 봄처럼 왠지 모를 포근함이 떠돌았던 것 같아요. 요즘은 그런 한가한 시간이 점점 사라지는 듯 합니다.
귀파기와 "한가함"이라는 키워드가 연결되니 다른 느낌이 드네요. 한가함.. 여유로움.. 관심... 이런 것 없이 남의 귀를 파준다는 건 불가능하겠지요. 주인공이 진석의 귓구멍을 들여다보고 귀를 파주고, 자기 귀도 내주는 관계였으면 소설이 완전히 다르게 흘러갔겠네요. 그랬다면 주인공은 지금 어떻게 살고 있을까 상상하게 됩니다.
쪽빛아라님, 엄마와 할머니로부터 귀파기를 물려받은 주인공과 비슷한 기억이시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소설의 주인공은 귀파기를 개인적인 욕망으로 좁혀 바라보는데, 쪽빛아라님의 글울 보면서 따뜻하고 가족적인 귀파기 소설도 재밌었겠다, 상상해보게 됩니다. 그리고 문장 수집해주신 부분 저도 좋아하는 부분에요. 쓴 사람이 자기 문장 좋아한다니 이상하시겠지만, 자기 마음이 잘 표현된 부분들은 좋아하게 되더라고요 ㅋㅋ
잘 읽었습니다. 작가님 어제 밤에 이 소설을 읽다가 저도 바다에 가고 싶어졌어요. 동해 바다에 못 간지 한참 된 거 같아요. 어린 용우에게 밤에 본 바다가 검고 끈적이는 원유 같았다는 표현에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하셨을까 하는 마음과 나에게도 밤에 본 바다는 뭔가 한덩어리가 되어 깊이를 알 수 없는 무언가 같았는데 이걸 제가 표현하지 못했던 것 같기도 했어요. 겨울 바다에 간 이 특이한 조합의 세명의 이야기가 따뜻하게 읽혀진 밤이었습니다.
저도 @도수영 작가님 이 소설 떠올리니, 롯데리아에서 새우버거 하나 포장해서 무턱대고 동해안 가는 우등 버스에 몸을 싣고 싶어지네요.
그것도넘 좋네요. 롯데리아 새우버거와 동해안 가는 우등버스! 롯데리아 새우버거 왠지 향수를 일으키는 음식이네요. 다음 소설은 '음식' 관련이기를 희망합니다!ㅎ
밤에 본 바다가 검고 끈적이는 원유같다는 표현 기가 막히죠... "밤에 본 바다가 뭔가 한덩어리가 되어 깊이를 알 수 없는 무언가 같았다"는 앨리스 님의 표현도 제가 밤바다를 볼 때 늘 느끼던 감정 그대로인 같아 공감이 갑니다. 저도 바다에 자주 가는데요, 그때마다 바다를 볼 때 뿐 아니라 오갈 때의 뭐라 말할 수 없었던 그런 기분과 인상이 있었거든요. 인물과 상황이 다른데도, 그 기분을 이 소설의 여행을 통해 다시 느끼며 공감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이제 이강님 소설로 넘어가시는군요. 천천히 즐겨주세요 ^^
저는 어릴 때 울산에 살았어요. 어릴 때 밤에 본 바다는 석유화학단지의 불빛이 너무 휘황찬란해서 찐 공포감을 주는 바다였답니다. 대학생 때 본 동해 바다는 크고 검고 끈적이는 원유처럼 무거운 생물체 같은 느낌이었어요. 바다는 참 여러가지 모습을 보여주는 것 같고, 한편으론 이것이 '물'의 속성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Alice2023 님께서 표현에 공감해 주셔서 너무 반갑고, 또 세 명의 바다여행 이야기에 따뜻해지셨다니 보람이 느껴집니다. 감사합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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