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북플러스] 7. 무성음악_수림문학상 작가와 함께 읽어요

D-29
지금은 딱히 고정적인 직업은 없습니다. 음악 페스티벌, 영화제 다 좋아합니다. 예전엔 먹는 것도 좋아했는데, 사람이 다 할 순 없으니 앵갤지수를 상대적으로 낮추고, 조금 더 체험적 요소를 늘리려고 하는 중입니다. 몸을 움직이고, 뭔가 체험하고, 돌아다닐 수 있는 시기는 체력, 관절 상태 등 여러 이슈 탓에 상대적으로 기간이 짧은 거 같아서요.
관ㆍ절! 벌써요? 남의 얘기 같지 않습니다. 저도 관점이 안 좋아 점점 보폭이 줄어들고 있습니다. 그럴수록 더 움직이라는데...ㅠ
영화제 기간에 영화와 사람들, 영화 이야기에 푹 빠져보는 체험은, 정말이지 비움과 채움에 번쩍하고 에너지를 충전받는 소중한 시간이지요. 동감하며 올해의 계획, 저도 한번 살뜰히 짜봐야겠습니다.
제게도 그런 용기가 찾아와주기를 바래요. 어느날 문득 음악제에 가고 어느 날 문득 길을 떠나고 그리고 또 누군가를 만나고 ..... 생각만으로도 잠깐 행복했네요.
1. 축제...는 아니지만, 미국에서 픽사 OST 콘서트에 가본 적은 있어요. 클래식 문외한이지만 많이 들어본 친근한 애니메이션 노래를 현장에서 연주하니 정말 웅장하더라고요. 2. 1번에 언급했던 대로 클래식을 잘 모르지만, 정말 좋아하고 자주 듣는 BGM이 있어요. 영화 <냉정과 열정 사이> OST인데요, 영화를 본 적은 없지만 이 노래는 굉장히 좋아한답니다. 잔잔하니 책 읽을 때나 자기 전에 듣기 딱 좋아요. 아직 안들어보신 분들을 위해 링크 첨부하겠습니다: https://youtu.be/oMOqugC_9do?si=qtHRiHUv0SZxeoyN 3. 이번 작품은 현실적이라 더 와닿았던 것 같아요. 친구의 죽음으로 인해 슬퍼할 겨를도 없이 현실에 치이는 엔딩이라니... 너무나도 현실적이어서 더욱 슬펐습니다.
1. 축제...라는 단어는 늘 설렘과 같이 오는 것 같아요. 제게는. 그리고 축제에 빠지지 않는 음악은 선물같고요. 기대에 차서 여는 순간 순간 우와! 이런 곡도 있었구나 하고 감탄하곤 하죠. 실은 저도 클래식은 잘 모르지만 듣는 건 즐겨해요. 친근한 음악을 들으면 저절로 허밍을 하게 되기도 하고요. OST 콘서트. 아직 저는 가보지 못했는데 언제라도 기회가 되면 가보고 싶어요. 2. 저는 지금 <냉정과 열정 사이> OST를 배경으로 깔아놓고 글을 쓰고 있습니다. 마음이 푸근해지는 느낌이에요. 링크 감사합니다^^ 3. 아~ 친구의 죽음을 마음에 담고, 슬픔을 잠시 꾹 눌러놓고 그리고 닥친 일을 해야만 하는 우언....그쵸. 저도 슬펐습니다. 그래야만 하는 우언의 현실이...
캐임브리지와 찰스강변의 등장에, 한참 전 알고 지내던 정년을 앞둔 의사 한분이 떠올랐습니다. 연구교수로 3년을 보낸 자신의 젊은 날의 캐임브리지와 아침 저녁으로 달렸던 찰스강변을 만날 때마다 소중한 앨범을 꺼내 보여주듯 제게 들려주곤 했었습니다. 참 그때가 좋을 때였지, 하는 그 분의 목소리가 <탱글우드>를 읽는 내내 오버랩되었습니다. 김수영 작가님의 작품은 이번이 처음이었습니다. 읽으면서 문장으로 장면을 선명하게 보여주다가, 그 장면이 부드럽게 디졸브 되면서 인물의 마음으로 옮아간다거나, 인물들의 대화가 주변의 상황이나 인물과 만나면 또 다른 시간이나 감정으로 오버랩 되는 전개의 양상이 굉장히 흥미로웠습니다. 리드미컬한 문장의 속도감이 눈을 통해 뇌와 마음을 시간차 공격하는, 읽는 재미도 좋았고요. 우재탁. 어림잡아 오십줄에 접어든 세 친구는, 따로 또같이 어울리고 어색함 없는 무심함과 소란스러움을 즐기는, 개인적으로도 몇몇 친구들을 떠올리게 하는 기분 좋은 삼총사로 보여 인상적이었습니다. 한 친구의 죽음으로 다시 뭉치며, 옛 감정을 추억과 함께 떠올리면서도 마감 걱정이 또 끼어드는 살가운 이야기의 에너지로 무거워지거나 쳐지지 않게 흘러 가는 느낌까지. 그렇게 떠올릴 공유한 시간을 가진 관계가 더욱 아쉬웠던 요즈음에 읽게 되어 남다른 감정이 들었습니다. 언제 한번 얼굴 보자며 몇년째 보지 못하고 있는 휴대폰 연락처의 그 녀석들을 설날 즈음해서 날을 잡아볼 결심을 하게 해준 <탱글우드>, 잘 읽었습니다!
<탱글우드>가 @Henry 님의 지인을 떠올리게 하다니. 찰스강변을 달렸을 지인 분과 우재탁이 이어지는 느낌이네요. 러너와 조거, 산책자들을 끌어모으는 강.... 서울에서도 한강을 따라 달리는 분들이 많더라구요. ㅎㅎ 저는 달리기보다는 걷기에 더 끌리는 편이긴 한데요.(달리고 싶은데 미리 겁을 내는 편? 이에요) 날마다 새로운 공기를 맡으며 어제 보았던 그 나무가, 그 풀이, 그 벤치가 조금 달라보일때... 발걸음이 빨라지고 업 되곤 해요. 어쩐지 조금 부끄럽고 걱정이 되네요. <탱글우드>가 독자님과 처음 만나는 순간이 즐거웠으면 좋겠다는 바램이 있어서일 것 같아요... 저는 '눈을 통해 뇌와 마음을 시간차 공격하는'이라는 문장에서 잠깐 숨을 멈췄습니다. 이런 문장을 쓰시는 @Henry 님을 만난 게 행운이라는 생각을 하면서요. 우재탁. 그렇죠. 이제 더는 젊지 않은 친구들이에요. 우재탁의 마음을 제가 다 헤아릴 수는 없지만 그들의 구겨진 바지에 느슨하게 묶은 넥타이에 접어올린 셔츠 깃에 조금 내려앉은 어깨에 담긴 사연들을 생각했어요. 점점 말을 잊어가는 그들..... 조금이라도 그들에게 다가가보려고 했던 포인트를 제대로 읽어주셔서 감동입니다. <탱글우드>가 휴대폰 연락처에서 조용히 기다리고 있는 그 분들을 떠올리게 했다니. 저도 따라해보기로 마음 먹었어요. 오랫만에 잊은듯 잊히지 않고 마음에 있는 친구들을 만나기로요. ^^
좋게 봐주신 듯 해서 감사합니다. 문단이나 문장부호가 아니라, 리듬과 감정으로 이야기를 따라가도록 문장을 지어내주셔서, 문자를 읽어내는 맛이 좋았답니다. 그래서 좀 전에 한번 더 읽어봤답니다^^ 작가님의 꾸준한 창작과 이를 위한 건강을 바랍니다!
한 번 더 읽어주셨다니 감사합니다.
얼떨결에 일어났다. 그와 함께 풀밭 위를 빙글빙글 돌았다. 부드러운 빗방울이 가슴을 두드렸다. 풀잎이 나직이 환호하며 몸을 뉘었다. 촛불이 온몸을 흔들 며 하늘로 올라갔다. 마주 잡은 손끝으로 마주치는 눈빛으로 흔 들리는 숨결로 우리는 서로를 느꼈다. 빗방울이 촛불이 음악이 세계가 같이 돌았다.
무성음악 <탱글우드> p.46, 오선호 외 지음
어디서 날아왔는지 젖은 벚꽃이 뺨에 내 려앉았다. 벚꽃의 전생이 내 뺨에 날인되었다. 나는 벚꽃을 떼어 냈다. 흐르는 빗물에 떨어뜨렸다. 과거로 넘어가는 벚꽃을 지켜봤다.
무성음악 <탱글우드> p.56, 오선호 외 지음
탱글우드 축제가 실제로 있는 행사였군요. 너무 낭만적이다는 생각을 하며 읽었어요. 우리나라에도 정말 많은 음악 축제가 있지만 늘 사람이 너무 많아 좀 지치는 기분인데 왠지 탱글우드 축제는 좀더 여유로울 것 같은 느낌도 들고요. 저는 세 친구가 보스턴에서 찰스강을 따라 함꼐 달리던 그 순간이 오히려 가장 아름다웠던 순간 같기도 했어요. 이 부분이 가장 저에게 생생하게 와 닿으면서 혹시 작가님이 보스턴 유학 경험이나 여기서 달리기를 하셨던 순간이 있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드네요.
사실 저는 탱글우드 라는 단어가 좋았어요. 뭔가 엉망으로 뒤섞였는데 나름의 질서가 있는 그럼 느낌을 받았거든요. 그런데 거기서 음악축제까지? 그것도 저렴한 가격으로 갈 수 있다고? 이런 축제가 점점 많아지면 좋겠다고 바래봅니다. 축제를 즐기는 방식은 각양각색인데 그 공기에 낭만이 가득하다는 건 공통적인 듯해요. 찰스강은 참 다양한 모습으로 우재탁에게 다가왔을 텐데 무엇보다 그들을 뭉치게 만들어줬죠. 그들이 같이 달리면서 던진 농담,을 떠올리면 벙긋 웃음이 나오기도 해요. ^^ @Alice2023 님은 혹시 달리기 좋아하시나요? 저는 찰스 강가를 달리기까지는 못해봤고 자주 걸었어요.나무와 풀, 지나가는 사람들, 차들, 바람과 하늘을 보면서 저는 걷기를 조금 더 선호하는 편이에요. ㅎㅎ
<진통제>에 관해 언급하기에는 좀 늦었지만, 몇 자 남깁니다. 이곳을 며칠 들어오지 못했더니, 여기 남겨주신 글들을 모두 따라 읽느라 많은 시간이 걸렸네요. ㅎ 오선호 작가님의 <진통제> 정말 잘 읽었어요. 저는 다 읽은 후에 바로 다시 읽는 경우는 절대 없는데, 재독을 할만큼 이 이야기를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은유와 비유로 읽히는 단서들이 가득하고 섬세한 이야기들의 겹침 방식이 거칠지 않고 우아하여, 저에게는 매혹적이 글이라서요. 연초에 <진통제>를 만난 건 큰 행운이구나 라고 느낄 정도로요. 할 말이 많지만, 두 가지만 언급하면 1) 저는 문주가 승선이 언급하는 "임시 상태"가 아닌 "진짜 자기 삶"(12쪽)의 상징으로 여겨졌어요. "승선이 알았던 문주는 사라진 옛날의 문주이고 이제 문주라는 사람이 실제로 누구인지 알 수 없게 된 지 오래여서 승선이 떠올리는 문주는 진짜 문주가 전혀 아닌데도 말이다."(28쪽)라는 문장처럼, 승선의 주위에 문주라는 그림자가 있는 건 문주 그 사람 자체가 아니니까요. 자신의 삶을 임시 상태로 여기는 승선에게, 자신이 원하고 선택한 삶 즉 자신에겐 허락되지 않았던 "자기 자신으로"(12쪽) 사는 진짜 삶의 다른 이름이 문주라고 여겨졌어요. 2) 이제 안정된 경제 사정으로 더 이상 임시 상태의 삶을 살지 않아도 되는데도 여전히 그 반복을 하고 있던 승선이 "무단 침입"을 계기로, 그가 바라마지 않았던 진짜 삶을 선택하지 않을까 상상해봅니다. "나중에 혹시 미대생이 된다면 그건 승선 자신이지 문주일 거라고는 생각해 본 적 없었"(26쪽)던 승선이기에, 특히 무단 침입한 장소가 문주의 작업실인 점을 연결해볼 때, 무단 침입으로 인해 "경찰 조사를 받으러 나가야 하는 날이 내일"(13쪽) 후에는 그가 아마도 그림을 시작하게 되지 않을까 상상해봅니다. 그 "내일"은 그가 매일 기대하기만 했던 내일과는 다른 "내일"이니까요. 무단 침입을 행하며, 비로서 임시 상태와 진짜 삶 사이에 승선 스스로 그어놓았던 선을 넘게 된 게 아닐까하는 생각이고, 그러므로 앞으로 승선은 선 넘은 삶을 살 것이라는 예상을 하게 됩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승선과 상현은 앞으로도 계속 만날 것 같습니다. 승선이 "선 넘는 말"(16쪽)을 할 수 있는 사람, 선 넘는 행동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상현이기 때문에, 승선에게 의미있는 사람이니까요. 더욱이 "이 사람의 귀를 보고 귀에 관해 생각하고 이야기를 나누는 게 문주 일을 외면하는 데 도움이 될까 싶은 거"(18쪽)라고 승선이 생각할 정도로 상현은 진통제의 역할을 담당하기도 하니까요. 사족으로, 저는 처음에 승선을 맞닥뜨렸을 때 인명이라고 생각 못하고 배를 타다의 뜻인 승선으로 읽었어요. ㅎㅎ 그러다, 작가 노트에서 "이동 수단"(34쪽)이 언급되는 것을 보고, 내심 반가웠습니다. 승선은 임시 상태의 삶을 기항지처럼 여겼을 것 같아요. 내 목적지는 이 곳이 아니야 라고 하면서요. 이제 승선은 진짜 삶을 목적지로 향하게 되었으니, 무단 침입을 통해 키의 방향을 바꾸게 된 것이죠. 진짜 삶도 핑크 빛이기만 하진 않을테니(승선이 중년이니 이러한 이치는 알만한 나이고요.), 늘 진통제는(음악 넓게는 예술은) 제 역할을 할 것이고요. 잘 읽었습니다~ "여전히 임시라면 이 삶은 애초에 임시였던 적이 없는 거다. 연극이 지금까지 이어져 온 게 아니다. 내려올 무대가 없으니 연극이 아니었던 거다."(30쪽)
음감회에도 오셨었죠? 소설을 읽어주시고 이렇게 자세히 글까지 남겨주셔서 저는 정말 몸 둘 바 모르게 감격(!)했습니다. 지금껏 소설을 쓰면서 혼자 느끼는 기쁨만으로도 충분하다 여기며 살아왔거든요. 그런데 누군가가 이토록 깊고 정확하게 이해해준다는 건 정말 차원이 다른 기쁨이네요. 승선이 그림을 시작한다는 @지혜 님의 상상은 제가 막연하게 그려봤던 엔딩 이후의 상황보다 훨씬 더 멋져요. 신승선에게 당장 그림을 그리라고 채근하고 싶을 만큼요.^^ 승선의 이름이 배를 탄다는 말과 겹치는 것에 대해서는 저 혼자 은밀하게 의미를 부여하며 즐겼는 줄 알았는데(심지어 이 소설을 쓰면서 쓴 쪽글/메모 중에는 승선이 충동적으로 배를 타고 떠나는 내용도 있었어요.), 그걸 알아보고 그 의미를 읽어내는 독자가 있다는 사실에 너무 놀랐습니다. @지혜 님 같이 눈 밝은 독자의 존재를 알게 되니 앞으로 더 열심히 써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되네요. 감사합니다.
네~ 음감회에 갔어요. 책을 읽은 후였다면, 작가님께 인사라도 드렸을텐데 아쉽네요. 그리고 작가님이시니, 승선에게 채근해주세요~ "내일" 후에는 "매일 아침 어김없이 승선의 몸을 일으키는 의무, 책임, 생존의 논리와 무관하게 매혹되는 무언가를 맞닥뜨릴 때"(28쪽)는 "충동적으로 배를 타고 떠나"도 좋다고 덧붙이시면서요. 작가님의 내일의 이야기들도 기다리겠습니다~
산 사람은 살아야 한다지만 가까운 이의 죽음을 온전히 슬퍼할 시간도 없이 부드러움과 날카로움이 담긴 단어를 찾는 주인공을 보며 많은 생각을 하게 됩니다.
저도 그 문장을 쓰면서 여러번 멈칫거렸어요. 사는게 무언지......우언은 아마 슬픔은 가슴 바닥으로 밀어넣고 흙투성이가 된 윗부분을 먼저 해결하려 한 것 같아요. 집에 돌아가면 그대로 쓰러져서 일어나지도 못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했던 기억이 나네요.
어디서 날아왔는지 젖은 벚꽃이 뺨에 내려앉았다. 벚꽃의 전생이 내 뺨에 날인되었다. 나는 벚꽃을 떼어 냈다. 흐르는 빗물에 떨어뜨렸다. 과거로 넘어가는 벚꽃을 지켜봤다.
무성음악 탱글우드 p.55~56, 오선호 외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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