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북플러스] 7. 무성음악_수림문학상 작가와 함께 읽어요

D-29
2 - '다른 분들은 부모님과의 거리에 대해서 어떻게 느끼시는지 궁금합니다.' 관련 -> 어렵네요... 사실 저도 부모님과 그리 친한 편이 아니라, @지니00 님과 생각이 비슷합니다. 사람마다 다를 거 같긴 합니다. 그 부분에서 제가 맞다고 생각한 적은 없어서요.
저는 부모님 그늘에서 벗어나고 싶어서 일찍 결혼한 경우인데요. 물리적 거리감은 멀어졌지만 심적 거리감은 변함이 없더라구요. 제가 개인적으로 느끼기에 부모가 아이에게서 독립을 해야 진정한 독립이 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저도 제 아이들에게서 잘 독립하기가 목표입니다! ㅎㅎ
'부모가 아이에게서 독립을 해야 진정한 독립' 이란 표현이 낯설어서 좋네요. 우리 소설 모임에 걸맞는 고품격 문학적 표현같아요. 아이가 독립이 아니라, 부모가 아이에게 독립한다는 말의 의미, 한번 생각해 보게 됩니다.
생업(?) 때문에 이제사 <하필이면 다행히도>를 읽기 시작했습니다. 시작부터 묘한 기분입니다. 경주라는 공간은, 개인적으로 20년을 살아냈던 공간이고 지금껏 그 연을 이어온 곳이라, 럭키빌딩과 프로방스, 물론 창작된 작명일테지만,가 어디쯤일까 상상하며 읽어내느라, 마치 증강현실 소설을 읽는 기분마저 들었습니다. (어쩌면 ‘나혼자 일본의 라노벨 읽는 느낌’이었네요ㅎㅎ) 엄마에게서 아빠의 존재를 처음으로 듣게 되는 장면까지 읽었는데, 작가님이 지어내는 글맛이 쫀쫀하다 싶었습니다. 건물을 사람으로 겹쳐 묘사하는 장면(93페이지)이나, 귀갓길에 김밥집과 편의점을 들르는 장면(94페이지)은, 마치 글자들이 의미를 부여한 단어들, 그리고 그 단어들로 조립된 문장들과 어떤 호흡이 만들어내는 문단이, 마치 가만히 카메라를 세워두고 롱테이크로 찍어낸 영상이 두둥실, 책의 페이지라는 2차원 위로 떠올라 3차원으로 보는 듯 했습니다. 감칠맛 이란 것에 입맛을 다셨습니다. 간만에! ps1. 마저 읽고 다시 돌아오겠습니다. ps2. 이랑 가수의 <가족을 찾아서>를 듣고 또 들었습니다. 웃다울었고, 또 웃었습니다. <늑대가 나타났다> 이후에 간만에 이랑 가수의 노래 랜덤 플레이 중입니다.
저도 @박이강 작가님 글 좋아합니다. 사람도 글도 엘레강스함 같은 게 있는 분이에요. '감칠맛'이란 표현 참 좋네요~
@Henry 님이 쓰신 표현들이 너무 입체적이라 나야말로 갑자기 4D영화관 의자에 앉아 흔들리는 느낌을 받았네요. ㅎ 감사합니다. 경주는 고등학교 때 수학여행을 간 후로 이상하게 한 번도 가보질 못하다가, 작년에 처음 여행을 갔거든요. 그때 황리단길을 시작해 여기저기를 다니며 내가 이 소설에서 경주의 정경을 잘 표현하지 못한 거 아닌가 했던 기억이 나는데, 이렇게 경주 얘기를 하시니 재밌네요.
4D영화관 의자에 앉혀드렸다니, 놀라지 않으셨으려나요? ^^;; 고등학교 수학여행 때 다녀온, 그때의 경주에 대한 기억(?)만으로 이 소설을 쓰셨군요 ㅎㅎ 어쩌면 경주가 아니어도 되는 소설이기도 한데, 왜 경주를 소설의 배경으로 하셨을지 갑자기 궁금해졌습니다.
특별한 이유는 없었어요. ㅎ 경주는 왠지 느낌도 좋고, 고즈넉한 지방 소도시 이미지에 어울린다고 느꼈던 것 같아요.
그런 특별한(!) 이유가 있었군요. 어쩌면 김밥집 아주머니가, 뭐가 제일 맛있냐는 질문에 무심하게 "다 똑같아. 한 줄? 두 줄?" 했던 그 장면처럼, 그런 느낌의 어떤 도시인 경주가 '한 줄'이 되었나 보군요. 답변 감사합니다^^
ㅎㅎㅎ 찰떡같은 비유네요. 네, 바로 그겁니다.
하필이면 또는 다행히도 그 두 사람. 바로 그 지점에서 불가항력적으로 운명 지워진 하나의 삶은 출발한다.
무성음악 <하필이면 다행히도> p.96, 오선호 외 지음
아이들 어릴 때, 한밤 중에 열이 철철 끓는데 시럽 해열제를 약과 함께 주는 하얗고 조그마한 플라스틱 숟가락에 담아서 먹이며, 어찌할 바를 몰라 발만 동동 구르던 순간을 기억했습니다. "아빠도 아빠가 처음이라. 미안해.." @박이강 작가님의 <하필이면 다행히도> 속 자신의 존재를 모르는 아빠를 만나러 가는 딸의 이야기가, 제겐 스릴러 처럼 읽혔습니다. 이야기가 끝날 때 까지 손에 땀을 쥐고 딸을 알아볼까, 아빠에게 먼저 자신을 들어낼까, 하는 조바심과 안타까움으로 조용히 카페 그녀가 바라다 보이는 자리에서 숨죽이며 그녀 한번, 창밖 건너편 한번, 번갈아 보며 읽어내려갔습니다. 확실히 이야기가 다른 이야기로, 대화가 생각으로 오가는 경계가 보이진 않는데, 읽다보면 자연스레 읽어낸 문장들이 머릿 속에서 이리저리 자리를 찾아 흐르고, 자연스레 편집되면서 실시간으로 뇌 안쪽 어두운 벽면에 영사기로 보여주는 듯 했습니다. 신기하게도. 그렇게 다 읽고 나서는, 엉뚱한 생각들이 또아리를 틀며 꼬리에 꼬리를 물었습니다. 자녀가 부모를 선택할 수 없듯, 부모도 자녀를 선택할 수 없는 거 아닌가? 어릴 적 잘 사는 친구네 놀러가서는 여기가 우리집이고 제네 부모님이 우리 부모면 어떨까 하는 상상을 하기도 했습니다. 그런가 하면, 주변에서 그렇게 십 수 년을 노력해도 아이를 갖지 못하는 이들도 있고, 하룻밤 실수(?)로 들어선 아이로 깊어진 고민에 격랑의 시간을 보내는 이들도 있습니다. 어찌 보면, 우리는 살면서 과연 무엇을 선택이나 할 수 있는 존재들인가 싶어질 지경입니다. 인구절벽의 작금의 현실에 '부모 자격시험'이 시행된다면 과연 어떨까 하는 상상도 했습니다. 몇 년 동안 낙방을 거듭하는 고시생들 같은 부모들을 위한 학원들이 노량진에 생길까? 아니면 애 키우기 이렇게나 힘든데 오히려 잘되었다며 딩크족들만 양산되는거 아닐까? .... 그렇게 택시를 타고 고속버스 터미널로 향한 그녀는, 그렇게 서울로 가버리곤 끝이었을까? 가끔 생각나는 아빠의 구부정한 걸음걸이를 떠올리며, 그때의 치통을 떠올리며,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일 거 같던 그를 다시 보러 (혹은 만나러) 경주행 버스를 타지 않았을까?... 정말 그 아빠란 사람은, 그녀가 자신의 딸이란 걸, 나중에라도 정말로, 절대로 몰랐을까? 그녀의 엄마가, 만취한 밤에 어쩌면 그에게 전화해서 딸의 존재를 이야기했는데 까맣게 잊어버린건 아니었을까? 정말 내내 그렇게 가슴에 뭍고 자신만의 비밀로 간직하고만 살았을까?.... 책의 마지막 문장에 도착해서 이러저러한 상상과 생각이 꼬리를 물며 확장해가도록 이야기를 지어준 작가님, 감사히 잘 읽었습니다. PS. 그녀와 그녀 아빠의 뒷이야기는 더 안해주실거죠? ㅎㅎ
@Henry 님의 이 글을 읽으며 많은 생각이 듭니다. 작가가 만든 인물의 입장을 작가 자신보다 더 넓고 더 깊이 보는 독자가 있을 수 있구나 감탄하게 됩니다. 이렇게 다각도로 상상과 관점을 확장해 나가실 수 있는 분이라면 이 친구의 앞으로의 이야기도 저보다 더 잘 쓰실 수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요. 부모도 자녀를 선택할 수 없는 거 아닌가? 라는 질문은 이 작품을 쓰는 동안 미처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부모 자식간의 관계에 있어 부모는 상처를 주는 잠재적 가해자 그리고 자식은 자기 의지와 상관없이 상처받는 피해자라고 생각하는 상투성에 제가 함몰되었었다는 걸 깨닫게 되네요. ‘어찌 보면, 우리는 살면서 과연 무엇을 선택이나 할 수 있는 존재들인가 싶어질 지경입니다’라는 사유 역시 고개를 끄덕이게 되고요. ‘다행히도’ 이 이야기가 상상과 생각에 꼬리를 물게 했다면, 그건 저의 역량이 아니라 헨리님의 역랑이겠죠. 정성 어린 리뷰 너무 감사드려요.
밀도 높은 이야기를 만나 이런저런 상상과 생각을 주저리주저리 적어내린 제 글에 감탄 씩이나 해주셔서 그저 감사할 따름입니다. 계속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이야기들 많이 지어내 주세요. 그 과정에서 작가님도, 그 세상을 마주하는 독자들도 모두 행복하길, 그렇게 바라봅니다.
감사합니다. @henry 님 덕에 이 추운 날씨도 두렵지 않은 온기를 얻었어요.
나는 가만히 중얼거렸다. 10점. 아니, 기권.
무성음악 <하필이면 다행히도> p.120, 오선호 외 지음
묻고 싶다. 자신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어떤 이를 부모로 만나는 건 과연 정당한 일인가. 한 사람의 삶이 그런 턱 없는 우연성에 기초한다는 건 엄청난 부조리 아닌가. 그게 신이 하는 일이라면 인류가 대동단결해 너무 폭력적이지 않냐고 항의라도 해야 할 일 아닌가 말이다.
무성음악 <하필이면 다행히도> p.112, 오선호 외 지음
남자의 첫인상은 뭐랄까, 그가 빠져나온 건물 같았다. 지방 소도시의 시장통 골목에 있는 낡은 상가 건물. 바랜 간판들을 덕지덕지 붙인 채 사람들이 휴대폰을 신형으로 바꾸고 머리를 하고 빵을 사는 동안 천천히 늙어 버린 건물 말이다.
무성음악 p.93, 오선호 외 지음
이 문장을 꼭 공유하고 싶었어요. 아버지의 첫 인상이 단박에 이해가 된 찰떡같은 비유여서 넘 재밌었거든요.
그리고 101쪽에 공원 장면... 아버지라는 미지의 사람을 찾으러 갔는데, 점심을 먹은 아버지가 동네 할머니 할아버지들과 다를 바 없이 나무에 몸을 부딪히고 철봉을 하는 모습. 너무나 무심하고 일상적인 '아버지'의 모습을 바라보는 나. 표현할 수 없는 그 허탈한 마음. 그냥 지나가는 장면 같지만 인상 깊게 남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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