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북플러스] 7. 무성음악_수림문학상 작가와 함께 읽어요

D-29
저래서 엄마가 인생을 반쯤 포기한 사람의 걸음걸이 같다고 그렇게 못마땅해 했구나. 젠장. 저렇게 걸어가는 사람은 집에 가도 도무지 즐거운 일이라고는 없을 것 같았다.
무성음악 p.94, 오선호 외 지음
겨우 저녁 일곱 시였다. 남자는 저것들을 다 먹고 뭘 할까. 지금까지 목격한 그의 일상에 내가 속해 있다면 어떨까 상상해보자 이물감이 목구멍까지 차올랐다.
무성음악 p.94, 오선호 외 지음
나는 임산부의 불뚝한 배를 볼 때마다 그 속에 불시착해 세상 밖으로 나오게 될 미지의 영혼에게 경이로움과 동시에 복잡한 마음이 들곤 한다.
무성음악 p.96, 오선호 외 지음
긴 세월 껌딱지처럼 붙어서 수도 없이 싸운 그녀를 나는 누구보다도 사랑한다. 그건 당위이자 본능이다.
무성음악 p.96, 오선호 외 지음
그리운 할아버지. 그는 무남독녀였던 엄마에게 평생 한없이 너그러웠다. 맛있는 게 생기면 언제나 나보다 엄마가 먼저였고, 우리 모녀에게는 ATM이자 상설 대피소 같은 존재였다.
무성음악 p.98, 오선호 외 지음
주인공이 친부의 결정과 삶을 인정하고 떠날 수 있었던 것은 어쩌면 외할아버지와 같은 존재가 있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하고 짐작해 봅니다.
날카로운 지적을 해주셨네요. 맞는 것 같아요. 할아버지의 존재가 주인공이 자존감을 잃지 않는데, 그리고 아버지와의 만남에서 자신만의 결론에 도달하는데 분명 소중한 자양분이 되었을 거라 생각해요. 그럼 할아버지의 존재가 없었다면? 그런 가정을 해보니 갑자기 슬퍼지네요.
얘기가 잠시 탈모로 흘렀군요. ㅎㅎ 나이를 먹으며 점점 더 소중해지는 많은 것 중 하나가 머리카락이죠. 어느 유명인이 '탈모는 우리가 인간임을 상기시켜주는 신의 뜻이다' 였나, 뭐 그런 비슷한 말을 한 게 기억나네요.
@밍묭님 말씀에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특히 내 아이 뿐 아니라 다른 아이들도 소중하다는 감각이요. 몇 년 전에 일어났던 서이초 사건 같은 비극도 그렇고... 내 아이를 두고 일부 부모들이 보이는 극단적인 애정과 맹목적인 비호는 참 이해하기 어려워요. 그리고 말씀하신 주인공의 모습은 누구라도 그렇게 초연하기는 쉽지 않을 거예요. 이 작품을 쓸 때 유독 많이 고쳐 써야만 했던 이유도 주인공의 심경이 변화하는 과정에서 계속 다른 버전을 떠올리며 갈피를 잡지 못했기 때문이고요. 그래서 계속 고쳐 쓰다 보니까, 특히 영화 시나리오 내용을 바꿔 쓰다 보니까, 자연스럽게 주인공이 이런 결말을 내주기를 쓰는 내가 간절히 원하게 되었어요. 그랬던 걸 까맣게 잊고 있었는데, 말씀해주시니까 정리가 되네요.
그가 나의 아빠라는 걸 그렇게 단박에 알아볼 줄은 몰랐다.
무성음악 92쪽, 오선호 외 지음
하필이면 또는 다행히도 그 두 사람, 바로 그 지점에서 불가항력적으로 운명 지워진 하나의 삶은 출발한다.
무성음악 96쪽, 오선호 외 지음
나처럼 무서울 정도로 많은 사랑을 받은 사람도 없을 거야. 하지만 그게 내겐 얼마나 무거운 이불을 덮고 있는 기분이었는지 모를걸. 헤어지는 건 또 얼마나 힘들고. 혈육이라는 인연에 매이는 거 자체가 고통이야. 기쁨보다는 고통이 훨씬 더 크지.
무성음악 119쪽, 오선호 외 지음
이를 꽉 문 채 아이를 갖지 않은 게 인생에서 가장 잘한 결정이라고 말하던 남자의 얼굴을 떠올렸다. 그는 자신의 유전자를 받은 아이가 커 가는 걸 지켜보는 기쁨을 누리지 못했지만, 어쨌거나 인생에서 가장 잘했다고 믿는 결정이 하나쯤 있다는 건 좋은 일이겠지.
무성음악 122쪽, 오선호 외 지음
<하필이면 다행히도>는 전반적으로 제가 평소에 생각하는 것들과 많은 지점들이 교차가 되어, 고개를 끄덕이는 느낌으로 읽었습니다. 저는 자녀의 유무가 관건이 아니라, "혈육이라는 인연에 매이는 거"(119쪽)가 문제라고 생각해요. 가족이라는 이름 아래에선, 모든 거리를 없애버리는 것을 마치 미덕처럼 여길 때가 많으니까요. 그럴 때 아이러니하게도 고통이 싹을 틔우는 것이니까요. 혈육이라서 건강한 거리 유지가 더 어렵지만 그러하기에 더 중요한 게 아닐까 생각하게 돼요. 이 점을 저도 인식하며 체화할 수 있도록 많이 연습하는 중이구요. 그 미완성의 시나리오가 화자의 경주행을 동행하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상상하니, TV 막장 드라마에서 흔히 볼 법한 장면이 펼쳐지지 않았을까 하는 짐작을 하게 됩니다. 그러니 결국 화자에게 글이 있어서, 하필이면 다행히였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화자에게 글이 있어, 하필이면 다행이었다는 지혜 님의 지적이 참 좋네요. 글이건, 책이건, 문학이건, 그것들이 우리 삶에 가져다주는 보이지 않는 힘을 말해주시는 것 같아서요. 그리고 가족의 개념에 대해서도 우리는 많이 유연해져야 할 것 같아요. 이미 많이 변하고 있지만요. 전 혈연관계가 가족을 이루는데 필수 필요조건이라고 생각하지 않거든요.
음악을 들으나 듣지 않으나, 소설을 쓰나 안 쓰나, 삶은 흘러간다. 그리고 우리는 언젠가는 사라지게 되어있다. 그래서 음악을 듣고 소설을 쓴다. 안 듣고 안 쓰는 것과 어찌보면 크게 다를 것도 없지만, 그 이유 때문에라도 듣고 써야 할 것 같다. 어쩔 수 없이.
무성음악 124쪽, 오선호 외 지음
오늘 <작가노트>를 읽었는데, 공명하는 내용이라 문장수집했습니다. 저는 예술이 있어 참 다행이다 라고 느끼는 사람이에요. 그나마 삶의 흐름을 (크게는 아니더라도) 조금이라도 바꿀 수 있는 것은 예술이라고 믿고 있어요.
저도 @박이강 작가님 이번 작가노트 좋더라고요. 믿음 소망 사랑 중 제일은 사랑이라지만 떄론 믿음 중요하더라고요.(그러니 3개 중엔 꼽혔겠지만) 이상형 월드컵 하라면 전 셋 중에 믿음입니다.(순간순간 순위는 바뀔 듯한데 지금은 그렇습니다.) 예술의 힘, 믿습니다,
맞아요. 저도 믿습니다. 예술이 삶을 바꿀 순 없더라도 적어도 삶의 흐름은, 삶의 결은 분명 바꿀 수 있다고요.
자신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어떤 이를 부모로 만나는 건 과연 정당한 일인가. 한 사람의 삶이 그런 턱없는 우연성에 기초한다는 건 엄청난 부조리 아닌가.
무성음악 P.112, 오선호 외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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